‘가뭄 맞아?’ 펑펑 물 쓰는 부자동네 백태

먹을 물도 부족한데…물장난이 웬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계속되는 최악의 가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지자체들의 물 낭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공폭포·분수 등의 수경시설 가동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수경시설을 원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아 지자체들의 수심은 깊어만 간다. 또 농촌에선 가뭄으로 인해 서로를 감시하는 문화가 생겼다. 주민들 사이에 정(情) 마저 가뭄에 말라가고 있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인공폭포·분수 등 공원 내 수경시설 가동에 나선 지자체들이 최악의 가뭄과 맞닥뜨리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가 예산을 지원해 여름철 한시적으로 가동하는 물놀이 시설은 시민에게 잠시나마 더위를 식히고 청량감을 준다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일부 지역에선 먹을 물도 부족할 정도로 가뭄이 심각한 현실을 감안할 때 부적절한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농민 죽겠는데
볼거리 제공?

경기도내 지자체 등에 따르면 각 지자체들은 시민들의 무더위 해소와 볼거리 제공을 목적으로 지난달 또는 이달 들어 공원에 설치된 분수, 인공폭포, 물놀이 시설 등 각종 수경시설을 가동했다. 

수원시는 관내 46개 수경시설 운영을 시작했다. 어린이들이 물을 맞으며 간단한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는 물놀이 시설 8곳을 비롯해 바닥분수·음악분수·인공폭포 등으로 구성됐다. 용인시 또한 이달 초부터 33개 수경시설 가운데 근린공원 등에 설치된 바닥분수 10개를 우선 가동했다. 

안양시는 지난달부터 중앙공원과 삼덕공원 내 수경시설 운영에 나섰고 고양시도 호수공원 분수 8개와 근린공원 수경시설 43개를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역대 최악’으로 일컬어지는 가뭄이 지속되면서 수경시설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 일부 지역에선 먹을 물조차 부족한 실정서 물놀이 시설 가동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수원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분수에서 시원하게 물이 나오는 모습을 보면 더위를 잊을 수 있어 기분이 좋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뭄이 심한데 ‘이래도 되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씁쓸해했다. 

반면 어린 자녀를 둔 일부 부모들은 물놀이 시설을 계속 가동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용인에 거주하는 B씨는 “날이 더워지면서 아이들이 뛰놀 곳이 마땅치 않은데 수경시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며 “가뭄에 물 낭비를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적정 수준에선 가동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경시설 운영에 도로에 물 펑펑
물낭비 비판 봇물…지자체 골머리

이에 지자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수경시설 가동-중단을 놓고 상충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용인의 경우 민원이 잇따르며 이번 주까지는 시범운영을 하고 다음 주부터는 잠정 중단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가동을 하면 한다고, 안 하면 안 한다고 민원이 반복돼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참 난감한 상황”이라며 “다른 시군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시민 정서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가동 시기를 조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 부평구는 친수공간 조성을 위해 상수도 원수를 사용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인천 부평구는 최근 서부간선수로(농수로) 700m 구간에 상수도 원수인 풍납취수장 물을 공급해 달라고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에 요청했다. 

물의 양만 하루 평균 3000∼5000t에 달하는 규모다. ‘물 재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먹는 물을 제외한 하천 유지용수, 친수용수, 조경용수 등은 빗물이나 재처리수를 사용토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부평구는 도시개발로 상류가 막힌 굴포천, 농수로인 서부간선수로를 주민들의 친수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으로라도 상수도 원수를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부간선수로가 농수로다 보니 간헐적으로 물이 공급돼 악취, 미관 저해 등 민원이 꾸준히 제기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풍납취수장 물을 끌어 쓰기로 한 것이다. 

“물놀이라니” 
“놀 곳 없다”

그러나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 측은 이미 지난 2008년부터 굴포천 유지용수로 하루 2만여t(연간 4억∼5억원)의 상수도 원수를 공급하고 있다며 추가 공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천유지용수를 위한 재처리수 사용이 의무가 아니다 보니 부평구가 상수도 원수에 의존해 친수공간을 만들려고 하면서 물 낭비의 우려가 있다는 반응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물절약을 위해 현행법상 하천유지용수, 친수·조경용수는 재처리수 사용이 원칙이고 대부분 하천이 재처리수를 사용하고 있다”며 “농수로인 서부간선수로에 농업용수가 아닌 하루 수천t의 상수원수를 공급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부평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친수공간을 원하고 있지만 도심 속 굴포천이나 서부간선수로에 물을 대기 위해서는 상수도 원수를 사서 끌어들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가뭄이 연례화, 장기화하면서 물 절약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지자체들도 있다. 경기도 여주시는 가뭄이 장기화해 생활용수 부족이 우려되자 지난 2일 시민들에게 생활 속 절수를 당부했다. 양치질이나 면도 시 수도꼭지 잠그기, 주방용수 사용량 줄이기, 목욕이나 샤워 시 물 아껴쓰기 등 수돗물 절약방법 7가지를 담은 안내문을 배포하고 검침원을 통해 지속해서 절수를 안내하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와 강원지방기상청, 강릉시의회 등 지역 내 16개 기관단체도 “당분간 큰 비가 내리지 않으면 생활용수 제한급수도 불가피해질 수 있다. 시민 모두 물 아껴 쓰기 실천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조해 달라”는 내용의 합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속초시 역시 가뭄에 따른 식수 부족이 우려되자 물 아껴 쓰기 운동에 나섰다. 시는 세수와 양치질, 면도 등은 수돗물을 잠그고 하고 세탁기를 이용할 때 가능한 한 세탁물을 모아서 하며, 설거지를 할 때는 세제 사용량을 줄이라고 당부했다. 
 


수도꼭지를 절수형 제품으로 바꿀 것도 주문했다. 속초시 관계자는 “가뭄이 더 이어지면 제한급수도 불가피하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한 방울의 물이라도 아껴 쓰는 습관을 생활화하자는 의미에서 절수운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물 부족 해소를 위해 사용한 물이나 빗물을 재사용하려는 사업들도 곳곳서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 오산시는 2009년 5월부터 그동안 그냥 하천으로 흘려보내던 하수를 다시 처리해 인근 공업단지 내 기업체에 팔아 물 낭비를 막는 것은 물론 높은 수익까지 올리고 있다. 시는 한번 처리한 하수처리 수를 필터 등으로 재처리한 뒤 1t당 1014원씩, 하루 1만t가량을 공업용수로 공급한다. 

이같은 물 재활용 시설이 경기도 내에서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도내 물 재이용시설은 722개(시설용량 1일 629만4000여㎥)에 달한다. 건축물의 지붕 등을 통해 빗물을 모아 이용하는 빗물이용 시설이 437개, 오수를 개별적 또는 지역적으로 모아 처리한 뒤 재활용하는 중수도 시설이 136곳, 오산시와 같은 하수처리 수 재이용시설이 149곳이다. 

말라버린 물
말라버린 정

이들 물 재이용시설을 통해 현재 재활용되는 물은 1일 평균 70만9500여t으로, 2015년 말 기준 수원시와 성남시 시민들이 사용하는 하루 상수도 급수량과 비슷한 규모이다. 재이용하는 물은 주로 조경수나 화장실용수, 청소용수, 하천유지용수, 공업 및 농업용수 등으로 사용한다.

경기도는 최근 3년 연간 강우량이 평년 수준을 크게 밑돌면서 갈수록 물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이같은 물 재활용 시설 설치를 적극적으로 확대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물이 부족한 국가 중 한 곳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시설 설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도 지역내 대표적 신도시인 상무지구에 대한 물 순환 선도사업을 최근 본격화했다. 이 사업은 빗물 유출을 줄이고 재이용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도시의 건전한 물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콘크리트, 아스팔트 등 도시화로 빗물이 그대로 하수관을 통해 일시에 하천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도심 물 순환 체계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상무지구 사업을 시작으로 물 순환 개선 사업을 도심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건축, 도시계획, 공원 등 관련 부서와 협업을 통해 민간사업에도 확대 적용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한국도 물 부족 국가 중 한 곳이다. 이제는 비만 기다려서는 안 될 시기가 됐다”며 “앞으로 주민들도 물 아껴 쓰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지자체들은 빗물이나 이미 사용한 물도 다시 사용하기 위한 사업을 활발히 펼쳐야 할 때”라고 밝혔다.

공용 지하수 서로 감시하고
먼저 쓰려다 주먹다짐 빈번

가뭄이 지속되면서 농촌에서 이웃 주민 간에 물과 관련한 다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14일까지 강수량은 전국 평균 187㎜로 평년 대비 54%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경기 안성시, 충남 서산시, 충남 예산군 등의 저수율은 13∼15% 수준이다. 

물이 모자라다 보니, 물 사용을 두고 이웃 간에 ‘물 분쟁’이 벌어지곤 한다. 

안성시 양성면에 사는 김모(56)씨는 “얼마 전에 이웃 주민이 집에 놀러 왔다가 ‘설거지를 바로바로 하나 보다’라며 눈치를 주고 갔다”며 “이제는 집에 사람을 초대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가뭄에 이웃 간 정(情)도 말라버린 것 같다”고 했다. 

이 마을에선 최근 이모(62)씨가 이웃 밭이 말라가는 걸 보고 자신의 집에 모아뒀던 물을 뿌려줬다 주민들과 다투기도 했다. 지나가다 이 모습을 본 이웃 주민들이 “논에 댈 물도 없는데 밭에 물을 주느냐”며 화를 낸 것이다.
 

충남 서산시에서는 ‘관정(管井)’을 파는 것을 두고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산시에선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지하수를 쓸 수 있도록 관정 설치비를 지원했다. 

시에서는 비교적 지하수가 풍부한 인지면 산동리를 대형 관정 개발 지역으로 선정했는데 이 물이 다른 마을에도 이용된다는 걸 알게 된 농민들이 “우리 마을의 지하수가 마른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산동리 관정 개발’은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충남 홍성군에서는 자기 논에 먼저 물을 대려고 싸우던 이웃 농민들 사이서 ‘물꼬 싸움’이 벌어져 마을 사람들 간 폭행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마을 이장들이 나서서 “물이 부족하니 생활용수를 최대한 절약해서 사용해달라. 빨래나 설거지도 자제 부탁한다”고 방송하는가 하면 이웃 주민 간에 서로 물을 사용하는 걸 견제하기도 한다. 

특히 마을 규모가 30∼40가구 정도로 작아 공동 지하수를 사용하는 곳에서는 주민 간 감시가 더욱 심하다. 지하수 물이 말라 단수가 되면 당장 생활에 큰 지장을 받기 때문이다.

물 절약 적극 
나서는 지역도

물 부족이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힘들다. 기상청은 올해 장마도 늦어 가뭄이 8∼9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최대한 가뭄 피해를 줄일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이상 기후 때문에 벌어진 현상인 만큼 아껴 쓰는 것 이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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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작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