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살인형량 기준 논란

똑같은 이유로 똑같이 죽여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동거녀를 살해한 뒤 암매장한 30대 남성에게 징역 3년형이 선고돼 거센 논란이 일었다. 딸을 성추행했다는 말에 분노해 교사를 살해한 어머니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된 것과 비교돼 형이 너무 가볍다는 비판 일색이다. 피해자가 사망하는 같은 결과를 초래한 사건을 놓고 법원이 선고 형량을 달리한 이유는 무엇일까.
 

동거녀를 때려 숨지게 하고 콘크리트로 암매장한 30대는 징역 3년, 고3 딸을 성추행한 상담교사를 살해한 40대 여성은 징역 10년형. 

최근 나온 두 개의 법원 판결을 놓고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겁다. 누리꾼들은 동거녀 폭행치사범에게는 관대한 반면 딸이 성추행당했다는 말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어머니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을 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네티즌 울린
가혹한 처벌

동거녀를 숨지게 한 뒤 암매장한 혐의로 기소된 30대는 항소심을 거치면서 형량이 크게 줄었다.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이승한 부장판사)는 지난 1일 폭행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모(39)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2012년 9월 중순께 충북 음성군 대소면의 동거녀 A(사망 당시 36세)씨 원룸서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해 A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인근 밭에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씨는 자신의 친동생과 함께 A씨의 시신을 암매장하고 범행을 은폐하고자 콘크리트로 덧씌우기도 했다.


범행을 벌인 지 4년 만에 꼬리가 밟힌 이씨에게 검찰은 살인죄가 아닌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순간적으로 분노를 참지 못해 벌인 우발적 범행으로 본 것이다.

형법상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 살인죄와 달리 폭행치사죄는 3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원심 재판부는 폭행치사와 사체은닉죄를 합쳐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유족과 합의한 점을 들어 2년을 감형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하고 사체 은닉까지 했지만 유족이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씨가 징역 3년으로 감형이 선고된 배경에는 20년 넘게 연락이 끊긴 피해자 A씨의 아버지가 합의한 뒤 선처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사실상 남과 다름없는 유족의 합의가 감형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계획적이다” 중형 “합의했다” 감형
범죄 질에 상관없이 합의하면 그만?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 합의서가 제출됐다고는 하지만 이는 가족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통상적인 합의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며 “20년 넘게 왕래가 없었던 유족과의 합의를 양형의 요소로 봐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청주지법 형사합의11부(이현우 부장판사)는 “노래방서 성추행당했다”는 고3 딸의 말에 격분해 커피숍서 만난 고교 취업지원관(산학겸임 교사)을 흉기로 살해한 김모(46·여)씨에게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씨는 “딸이 성추행당했다는 말을 듣고 분노를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전 피해자와 자신의 동생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 흉기를 미리 준비한 점 등을 비춰보면 계획적인 살인”이라며 우발적이었다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범행 동기가 피해자에 있다 하더라도 사적인 복수는 중형을 선고하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두 사건은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결과만 같을 뿐 범행하게 된 정황이 다르고 특히 범행이 우발적인지 계획된 것이었는지가 양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딸의 성추행이 범행의 발단이라는 점에서 정상 참작의 여지가 큰 김씨에 비해 동거녀를 숨지게 하고 콘크리트 암매장한 ‘엽기’ 범죄자인 이씨의 처벌이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는 주장이 많다.

한 누리꾼은 “살인죄를 저질렀으면 처벌받는 게 당연하지만 동거녀를 때려 숨지게 하고 암매장까지 한 사람보다 딸 성추행범을 처단한 엄마가 3배 이상 높은 형량을 받은 것은 국민 정서상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적인 복수는 
중형선고 마땅

또 다른 누리꾼은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되더라도 자식이 못된 짓을 당했다면 어느 부모가 가만히 있겠느냐”며 “공감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사건마다 정황이 다르고, 범행 동기·과정·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리적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국민정서법’과 법원 판결이 같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상담교사를 살해한 김씨 사건은 우리 법질서에서 절대 용납하지 않는 사적 복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법원이 판단한 것 같다”며 “정상을 참작할 경우 자칫 사적 복수를 용인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어 재판부가 더욱 엄중히 판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형이 확정된 또 다른 실사례들을 살펴보자. 아들에게 지원한 주택구입 자금 1억원 때문에 평소 이 문제로 다툼이 많았던 B씨와 아내. 아내는 결국 이혼을 언급했다. 화난 B씨는 아내를 넘어뜨리고 목졸라 숨지게 했다. 이후 B씨의 자녀들이 법원에 “아버지에게 만이라도 효도하게 해달라”고 탄원했다.

C씨는 무일푼인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다 불이 켜진 옆집에 흉기를 들고 침입했다. 여행 경비를 마련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그 집에서 자던 여성을 위협해 재갈을 물리고 양손 양발을 묶은 뒤 승용차·휴대전화·신용카드를 빼앗았다. 


C씨는 이후 여성이 강하게 저항하자 둔기로 머리를 마구 내려쳐 숨지게 했다. 범행 당시 술을 마셨지만 만취 상태는 아니었다.

D씨는 한 유부녀와 내연관계에 있었다. 이 내연녀의 남편이 D씨에게 “내 아내를 더 이상 만나지 말라. 집으로 찾아가겠다”고 전화하자 D씨는 욕설과 함께 찾아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D씨는 미리 준비한 흉기로 그를 두 차례 찔렀다. 이 남성은 다음 날 숨졌다.

E씨는 술을 마시며 여러 사람과 함께 도박을 하던 중 돈을 잃은 한 남성이 화를 내며 도박판을 뒤엎었고, 둔기로 E씨의 이마를 때린 뒤 E씨의 돈 40만원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격분한 E씨는 흉기로 그 남성을 찔러 숨지게 했다. 

E씨는 이후 둔기로 맞고 돈을 빼앗긴 데 대한 정당방위임을 주장했다. B씨는 징역 4년, C씨는 7년, D씨는 12년, E씨는 30년을 선고받았다.

징역 4년형이 선고된 B씨의 범행은 참작동기 살인(동기에 있어 특히 참작할 사유가 있는 살인범행)으로 분류됐다. 여기에 유족인 B씨의 자녀들이 탄원한 점은 특별양형인자로서 감경요소가 됐다. 이 경우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징역 3∼5년을 권고한다. 

재판부는 B씨가 범행 직후 죄책감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꾀한 점, 고령인 B씨가 잘못을 뉘우치는 점 등도 참작했다.


사유가 있으면
참작동기 분류

흉기를 호주머니에 넣어둔 채 내연녀의 남편이 찾아오길 기다렸던 D씨의 경우는 보통동기 살인(원한관계, 가정불화, 채권채무관계 등으로 인한 살인범행) 유형에 해당한다. 양형기준에 따라 권고되는 형의 범위는 징역 10∼13년이었는데 계획적 범행이라는 점은 특별가중요소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D씨가 피해자 아내와 불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불순한 동기서 저지른 살인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다만 D씨가 먼저 얼굴을 한 대 맞는 폭행을 당하자 이에 대응해 몸싸움을 벌이다 다소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점, 진지한 반성이 있다는 점 등이 감경요소가 됐고 결국 징역 12년형이 선고됐다.

법조인들이 4가지 사례 가운데 가장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본 C씨의 범행은 판결문서 중대범죄 결합 살인으로 드러나 있다. 잔혹한 범행 수법 등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었고 이때 권고형은 징역 25년 이상이었다.

다만 재판부는 C씨가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소년보호처분 이외에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할 만한 사정으로 꼽았다. 판결문마다 나름의 양형 이유가 있고 상급법원서 재차 판단을 거쳐도 형량은 결국 같았다.

10명 중 8명 “양형기준이 낮다” 
반성하면 봐준다? 감경요소 애매

하지만 대검찰청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인들은 이렇게 살인범죄에 대해 제시돼 온 법원의 결론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은 살인범죄에 대한 법정형과 양형기준이 모두 낮은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국민적 법 감정만큼 돌출된 인식으로 보기에는 어렵지만 법조인들도 현재의 살인범죄 처벌 수준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사 중 51.8%는 법정형 처벌 수준이 낮다고, 68.2%는 양형기준 처벌 수준이 낮다고 응답했다. 

변호사와 교수 집단에선 법정형 처벌 수준이 적정하다는 응답 비중이 과반이었다. 다만 이들 집단에서도 위의 사례서 적당한 처벌 수준을 물었을 때는 법원의 실제 판단보다 높은 형량을 제시했다.

살인범죄는 여타의 범죄에 비해 피해 회복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중대성을 띤다. 이 살인범죄에 대한 우리나라의 법정형은 1953년 9월 형법 제정 이후 계속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라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명 훼손이라는 중대성에 비춰보면 ‘5년 이상 징역’으로 제시되는 법정형 자체가 너무 낮다는 의견이 많다.

구체적인 사례서 살인범죄 처벌에 고려돼야 할 가중요소와 감경요소는 의외로 많다. 하지만 고려할 인자가 많다고 해서 최종 처벌 수준의 판단을 현행법과 법관의 재량에만 맡겨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크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나친 작량감경(법관 재량의 형 감경)이 이뤄지는 게 아닌지 법원 스스로도 반성해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낮은 살인형량
재범률 높다

과연 사회적 안전망이 일반적인 인식만큼이나 잘 작동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은 나날이 커진다. 경제 상황의 악화와 스트레스의 가중 속에서 연쇄살인과 ‘묻지마 살인’이 계속되는 문제도 크다. 살인범죄로 무기징역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비중은 2011년 이후 1%대를 기록 중이다. 동시에 해마다 50명 안팎은 살인을 저질렀던 이들의 재범에 의해 희생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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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