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으로 본 2030세대 자화상

자라족을 아십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SNS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며칠만 인터넷과 거리를 둬도 뒤처지는 시대가 왔다. 새로운 단어가 하룻밤 새 만들어졌다 며칠 뒤면 사라지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신조어를 알면 현재 사회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윤곽이 잡힌다. 특히 2030세대를 지칭하는 ‘○○족’의 변화는 그들이 겪고 있는 부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1990년대 초 ‘오렌지족’이라는 말이 있었다. 서울 강남지역서 자유롭고 호화스러운 소비생활을 즐기는 20대 청년을 가리키는 용어다. 어원이 분명하지 않지만 고도의 경제성장 시기 상류층 가정서 태어나 돈을 쓰는 데 큰 거리낌이 없는 세대를 가리킨다. 

대부분 유학을 다녀온 이들은 부모님이 준 용돈으로 외제차를 몰고 해외 명품을 사는 등 유흥을 즐기는 소비문화에 물들어 있다. 오렌지족은 1997년 외환위기로 한국 사회가 흔들리면서 자연스레 자취를 감췄다.

부정적 신조어

최근에는 신조어의 탄생과 소멸 속도가 빨라졌다. 단어 하나가 만들어지면 사회에 유포되고 정착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던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이다. 신조어는 인터넷 사용이 많은 젊은 층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생성된 신조어가 대부분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시대나 20대를 지칭하는 용어가 있지만 최근에는 경제 불황과 험난한 취업 현실이 신조어에 녹아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연구원이 분석한 ‘2016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 비율은 27.2%였다. 2006년 14.4%와 비교해 10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1인 가구가 대표적인 삶의 형태로 급부상하면서 공동체, 공동생활은 붕괴 과정에 들어섰다.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고 영화를 보는 혼밥·혼술·혼영족 등 나홀로족의 증가는 현실에 치여 연애와 결혼을 포기한 20대의 애환이 일부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 불황+취업의 벽
움츠러드는 20대 청춘

특히 비자발적 나홀로족의 경우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삼포족서 비롯된 경우가 대다수다. 취업 시장의 벽을 넘지 못해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서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는 삶의 한 선택지서 반강제적으로 이탈한 경우다. 

집과 경력을 포기한 오포족, 꿈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칠포족으로 그 범위가 넓어진 지도 오래다.
 

자연스럽게 많은 20대가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 나섰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20대 공시족이 늘어난 이유다. 20대의 전유물이라고 불렸던 패기, 열정, 창의 등의 단어는 ‘꼰대들의 용어’가 된 지 오래다. 

서울 노량진서 3년째 공무원시험에 도전하고 있는 광주 출신의 김씨는 “어른들은 젊은 세대가 취업을 못하는 것을 패기와 열정의 문제로 치부한다”며 “열정이 있어도 쓸 곳이 없고 열정만 요구하는 곳도 수두룩하다”고 토로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자사 회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절반가량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인남녀 2명 중 1명이 공시족인 셈이다. 이들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한 이유로 ‘안정성’과 ‘노후 보장’을 첫손에 꼽았다. 

실업률이 치솟고 취업을 해도 보장되지 않는 미래를 공무원 시험으로 뚫어보려는 20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았다. 정작 시험에 합격하는 비율은 1.8%. 한해 28만9000명이 지원해 6000명만 붙고 28만3000명은 낙방한다. 공시족의 1.8%만 동아줄을 잡아 노량진을 빠져나가고 나머지 98.2%는 빡빡한 학원가로 되돌아오는 셈이다. 

공무원 시험에 허수가 많다 해도 2%도 안 되는 합격률은 공시족을 절망에 빠뜨리기 딱 좋은 수치다. 실제로 시험에 실패한 공시족이 자살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초에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출근하는 척 1년간 가족들에게 거짓말을 해온 30대 공시족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유서에는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공시족은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경우가 많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공시족이 시험 준비로 소요하는 비용은 월 평균 250만원가량이다. 아르바이트로 채우기에는 부담스러운 액수다.

엄카족, 빨대족 등의 단어가 나온 것도 이런 상황서 비롯됐다. 엄마 카드를 들고 다니며 생활비나 교재비를 해결하는 사람들, 부모의 노후자금에 빨대를 꽂아 시험 비용을 마련하는 청춘을 가리키는 용어다. 

공무원시험을 위해 지방서 상경해 부모에게 돈을 송금받는 방식이 여의치 않으면 역귀경하는 일도 많다. 아예 부모에게 몸을 의탁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이다.

육아 포기·비혼 선택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캥거루족’의 등장이다.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물가가 치솟고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자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다시 부모 집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늘었다. 

취업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20∼30대 성인남녀의 과반이 자신을 캥거루족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경제적 의존을 가장 큰 이유로 선택했는데, 정신적 의존보다 3배 이상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일단 부모 뒤로 숨고 보는 자라족도 캥거루족의 변형이다.

최근에는 결혼을 한 이후에도 부모에게 육아와 살림을 맡기는 신(新)캥거루족도 늘어나는 추세다. 캥거루족이나 신캥거루족이 양산되는 이유로는 주거비 부담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결혼 이후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중년세대의 경제 부담, 육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자식을 다 키워놨더니 이제 손자를 챙겨야 하는 조부모가 증가하자 ‘황혼육아’라는 말도 등장했다.
 

부부와 조부모에게 육아가 부담으로 작용하자 아예 자녀를 낳지 않는 무자녀부부도 많아졌다. 딩크족은 맞벌이로 함께 돈을 벌지만 자녀가 없는 부부를 가리킨다. 불임부부 등 자녀를 원하는데 생기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 의도적 무자녀부부가 느는 것 역시 경제 부담이 큰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딩크족이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자유로운 삶을 위해 자녀를 갖지 않기로 한 부부를 가리키는 용어였다면 최근에는 육아 비용으로 인한 ‘자의 반 타의 반’인 경우가 많아졌다. 통계청은 2045년에 이르면 10가구 중 2가구(21.1%)는 자녀가 없는 무자녀가구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쯤 되니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족이 등장했다. 비혼은 결혼은 원래 해야 하지만 아직 하지 않았다는 의미의 미혼과 달리 주체적인 의미서 사용하는 용어다. 비혼족은 결혼을 필수가 아니라 선택 사항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경제 부담 때문

비혼족의 증가로 싱글웨딩 촬영 등 독특한 산업이 관심을 받고 있다. 비혼식이나 싱글웨딩은 결혼할 생각이 없는 이들이 결혼식의 반대 개념으로 비혼을 선언하는 의식이다. 전문가들은 “비혼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사회에 나타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