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억 비자금 담철곤 구속 막전막후

오리온 회장님 감방행…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16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결국 구속됐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두달 만이다. 담 회장은 소환 조사를 받은 지 불과 3일 만에 쇠고랑을 차게 됐다. 다른 대기업 총수들의 사건과 달리 전례가 없을 정도로 초고속 수사가 이뤄진 것은 그만큼 혐의 입증에 충분한 각종 증거와 자료 등을 검찰이 쥐고 있다는 방증이다. 담 회장은 영장 청구 직전 문제가 된 돈을 변제하는 히든카드로 ‘바동바동’ 몸부림쳤지만 철창신세를 면치 못했다.

“증거인멸 우려” 영장 발부…소환 3일만에 ‘쇠고랑’
검찰, 혐의 입증 자신 ‘검은돈’ 종착지 파악 주력

‘▲지난해 8월 국세청 고발…▲3월22일 오리온 본사 등 압수수색…▲5월6일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구속…▲5월11일 조경민 오리온 사장 구속…▲5월14일 담철곤 회장 자택 압수수색…▲5월23일 담 회장 소환 조사…▲5월25일 담 회장 구속영장 청구▲5월26일 담 회장 구속…’

검찰이 ‘오리온 비자금’수사에 나선지 두달 만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지난 26일 담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날 담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맡은 이숙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도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담 회장이 16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의심됐던 40억원을 훌쩍 넘어선 금액이다.

본격수사 두달 만에
거물 오너 잡았다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최측근인 ‘금고지기’조경민 그룹 전략담당 사장(구속기소), 온미디어 전 대표 김모씨 등을 통해 총 160억원의 비자금 조성을 계획·지시하고, 조성된 자금을 유용한 혐의다. 담 회장은 2006∼2007년 조 사장을 통해 그룹에 제과류 포장재 등을 납품하는 위장계열사 I사의 중국법인 자회사 3개 업체를 I사로부터 인수하는 형태로 회사 돈 200만 달러(한화 20억원)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I사 임원에게 급여와 퇴직금을 주는 것처럼 가장해 법인자금 38억원을 빼돌려 10년간 총 20억원의 회사 돈을 성북동 자택 관리비 및 관리원 용역비로 쓴 의혹도 있다. 이밖에 I사가 담 회장 자택 옆 서울영업소 건물에서 운영한 해봉갤러리 관리비 5억원과 I사 서울영업소 임대비 3억원 등도 담 회장의 횡령액으로 잡혔다.

또 I사의 중국법인 자회사 지분을 오리온의 홍콩 현지법인에 헐값 매각해 I사에 31억원의 손해를 입혔다. 여기에 총 100억원대에 이르는 회사 소유 그림을 대여료 없이 자신의 집에 걸어놓는 등 총 69억원의 배임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담 회장이 회사 돈으로 외제 고급 슈퍼카를 굴린 사실도 밝혀냈다. 담 회장은 2002∼2006년 계열사에서 법인자금으로 리스한 람보르기니, 벤츠 등 고급 외제 승용차를 자녀 통학 등 개인용도로 무상 사용해 해당 계열사에 20억원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담 회장은 영장 청구 직전 문제가 된 돈을 변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담 회장 측은 “지난달 26일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160억원을 개인 재산으로 갚았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범죄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 측에서 횡령·배임 혐의를 제기한 회사 돈을 개인 재산으로 전액 변제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담 회장이 구속을 피하려는 의도로 횡령액을 갚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같은 방법으로 구속을 면한 한형석 마니커그룹 회장을 참고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스 기사 참조> 담 회장은 법원행을 앞두고 회심의 ‘변제카드’를 내밀었으나, 결국 철창신세를 면치 못했다.

초비상 오리온 ‘마님 역할론’ 부상
검, 이화경 사장도 소환 여부 검토

담 회장은 소환을 앞두고 그룹을 통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할 것”이라며 “의혹에 대해 충분히 소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담 회장은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둘째 사위다. 고조부가 한국으로 건너와 경북 대구에서 약재상을 운영하던 화교 집안에서 태어난 담 회장은 서울외국인고등학교 재학 시절 같은 학교에 다니던 이 창업주의 차녀 이화경 오리온 사장과 만나 10년 열애 끝에 1980년 결혼,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마케팅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동양시멘트 대리로 입사한 그는 동양제과 구매부장, 사업담당 상무, 영업담당 부사장 등을 거쳐 동양마트 사장, 동양제과 사장 등을 지냈다. 담 회장은 1989년 이 창업주가 별세한 직후 가족 간 협의를 통해 오리온 계열을 이끌다 2001년 이 창업주의 맏사위 현재현 회장(부인 이혜경씨)이 맡은 동양그룹에서 독립했다.

담 회장은 혐의를 딱 잡아떼고 있다. 담 회장은 지난달 23일 19시간 넘게 진행된 소환 조사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 등 혐의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음날 ‘마라톤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비자금 조성 사실을 보고받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그런 일이 아닙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담 회장의 변호인단은 비자금 조성 의혹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선 순환출자구조와 배당금, 변제 등의 이유를 들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과 담 회장 사이에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검찰은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담 회장의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검은돈’속성상 담 회장의 비자금 일부가 정·관계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앞으로 오리온 비자금의 종착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변제했지만 철창신세
치열한 법리공방 예고

검찰은 “담 회장은 조 사장 등 측근들에게 비자금 조성 및 관리를 지시하고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받았다”며 “그동안 수사를 벌여 비자금 출처와 조성 경위, 사용처 등 혐의 입증에 충분한 각종 증거와 자료, 진술 등을 확보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담 회장은 이미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 방어 태세에 돌입한 모양새다. 재계와 법조계에선 역대 최강의 ‘드림팀’이 모였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그만큼 유명한 변호사들이 담 회장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

담 회장 측은 임채진 전 검찰총장, 김정기 전 제주지검장, 서향희 변호사 등으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여기에 검찰청에서 이름 꽤나 날린 검찰 출신 변호사들을 추가로 영입하고 있다.

2007년 11월 검찰총장에 임명된 임 전 총장은 2009년 6월 검찰 조사를 받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책임을 지고 퇴임, 한달 뒤 서울 강남구 선릉역 근처에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냈다. 2009년 8월 발령에 불만을 품고 제주지검장 자리에서 물러난 김 전 지검장은 그해 9월부터 법무법인 다담의 대표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눈길을 끄는 담 회장의 변호인은 서 변호사다. 지난 4월부터 법무법인 새빛의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는 서 변호사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아들 박지만 EG 회장의 부인이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주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는 시누올케 사이인 셈이다.

선장 잃은 ‘오리온호’는 패닉 상태다. 담 회장이 구속되자 오리온그룹은 큰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즉각 임원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한 그룹 측은 “계열사별로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오너가 없다고 해서 경영에 차질을 빚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오리온그룹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게 재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임채진 전 총장 등 호화 변호인단 방어
‘박근혜 올케’ 서향희 변호사도 껴 있어

실제 이번 담 회장의 구속으로 오리온그룹은 상당기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담 회장의 경영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담 회장이 재판 중간에 보석 등으로 풀려난다고 해도 검찰과 담 회장간 법리공방이 지속되는 기간 동안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통 한 사건이 터지면 최종 판결까지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이 걸린다.

담 회장이 유죄로 판결날 경우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나중에 혐의를 벗더라도 큰 타격을 입은 오리온그룹의 대외 이미지가 원상회복되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리 많은 전문경영인(CEO)들이 있어도 오너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며 “원가 압박 등 풀어야 할 현안에 오너 부재에 따른 심리적인 부담까지 겹친 회사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담 회장 부재에 따라 ‘이화경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이 사장이 부군 대신 ‘지휘봉’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남편의 빈자리를 메워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나온 김 사장은 1975년 동양제과 평사원으로 입사해 구매부, 조사부, 마케팅부 등을 거쳐 2000년 사장에 올랐다. 담 회장과 결혼 뒤 ‘부부경영’체제로 그룹의 한 축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외식 부문을 맡다 실적 부진으로 온미디어, 롸이즈온 등 주력 계열사를 매각한 상태다.

경영 공백 불가피
대외 이미지 타격

이 사장은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오리온의 지분 14.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담 회장(12.9%), 이 사장 모친 이관희씨(2.7%), 자녀 서원·경선씨(각각 0.5%) 등도 ㈜오리온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 오너일가는 ㈜오리온을 통해 다른 계열사들을 장악하고 있다. ㈜오리온은 핵심 계열사들의 최대주주 자리에 있어 다른 그룹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강하다. ㈜오리온은 상장사인 미디어플렉스(57.5%)를 비롯해 스포츠토토(66.6%), 스포츠토토온라인(30%), 메가마크(100%),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100%), 오리온음료(100%), 오리온레포츠(86%) 등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장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검찰의 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담 회장 수사와 별도로 이 사장의 소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이 조경민-홍송원 ‘키맨 2인방’수사 과정에서 비자금 수수처로 의심한 이 사장은 비자금 조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비자금 조성 의혹이 짙은 강남구 청담동 고급빌라 ‘마크힐스’부지 매매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관건이다.

만약 이 사장마저 잘못된다면 오리온그룹으로선 그야말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검찰의 오리온 비자금 수사. 세간의 시선은 담 회장 구속 못지않게 ‘다음 타깃’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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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