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외환은행 인수 무산위기 후폭풍

고개 숙인 ‘하나’ 여유만만 ‘론스타’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외줄 타듯 위태롭게만 보이던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전. 결국 터질 게 터졌다. 론스타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판단을 보류한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이 발표된 것. 외줄에 한쪽다리만 간신히 걸친 형국이다. 하나금융의 고개는 푹 떨어졌다. 주가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고 투자자들의 반발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다급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즉시 간담회를 열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김 회장은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전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금융당국,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법원 판결 나올 때까지”
시가총액 10조8157억에서 9조1994억…1조6163억 감소

외환은행 인수 승인은 지난 3월11일 대법원이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연기되기 시작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이 문제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만일 론스타에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론스타는 외환은행 대주주자격을 잃을 수 있어서다. 그러던 지난 12일, 금융당국은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론스타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판단을 보류한다는 것이었다.

하나금융지주의 고개가 맥없이 떨어졌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표정이다. 거센 후폭풍이 휘몰아칠 게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하나금융의 주가에 앞으로 다가올 재앙의 전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 취지 판결에 연기

금융당국의 발표 하루 뒤인 지난 13일, 주식시장에서 하나금융은 오전부터 하향 곡선을 그렸다. 그 끝에 무려 14.94% 떨어진 3만78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12일 10조8157억원에서 13일 9조1994억원으로 1조6163억원이나 줄었다. 하나금융이 하한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8년 11월20일 이후 약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두려운 건 외환은행 인수 조건으로 유치한 투자자들의 반발이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주당 4만2800원에 하나금융 주식을 매입했다. 만약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되면 하나금융 주가는 외환은행 인수 프리미엄이 반영되기 전 수준(작년 11월15일 기준 3만2100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가 불 보듯 뻔하다.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경우 하나금융은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3일 긴급 이사 간담회를 열고 후폭풍 차단에 나섰다.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 앞에선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낯빛은 어두웠다. 김 회장은 외환인수 추진을 끝내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했다. 이를 위해 론스타와 계약 연장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지난해 11월 체결한 외환은행 주식매매계약(SPA)에 따르면, 지분 매매계약은 24일로 시한이 만료되며 양측 모두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투자자들 달래기에 나섰다. 김 회장이 빼든 카드는 ‘자사주 매입’이다.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본 재무적 투자자들을 자사주 카드로 달래 외환은행 인수 무산의 불똥이 소송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으려는 복안이다. 김 회장은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이 파기 된다면 자사주 매입도 고려하고 있다”며 “자사주를 매입하면 재무적인 투자자들에게도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즉시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인수계약 연장 협의에 착수했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가 보류됐지만 인수 추진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다급한 하나금융과 달리 론스타는 느긋하다. 표정에는 여유가 넘친다.

론스타는 그동안 외환은행에 2조1548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말까지 배당으로 1조2130억원, 지분 13.6% 매각대금으로 1조1928억원 등 2조4058억원을 이미 회수했다.

만약 금융당국의 승인이 늦어지더라도 론스타로선 별 피해가 없다. 외환은행은 지난달 현대건설 매각으로 9000억원의 특별이익을 실현했고, 하이닉스 매각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외환은행의 배당성향은 68.51%다. 매각이 결렬될 경우 론스타는 올해 2분기에 현대건설 매각대금 일부를 중간 배당을 통해 가져갈 수 있다. 지난해 배당성향을 적용해 보면 2분기 중간 배당에서 론스타가 챙길 수 있는 금액은 3000억원 이상이다.

투자자들 반발에
자사주 매입 카드

또 론스타는 하나금융과 계약이 파기될 경우 다른 상대와 재매각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

법원의 판결도 부담이 없다. 문제가 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고등법원의 유죄판결로 대주주 부적격 판단이 내려질 경우 론스타는 외환은행 보유 지분 중 10%초과분에 대해서 6개월내 강제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외환은행은 시장에서 매력적인 매물이다. 얼마든지 인수상대를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메가뱅크를 추진하고 있는 산은금융지주는 시너지 차원에서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경영권 프리미엄 제약이나 인수대상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점도 론스타에 유리한 부분이다.

론스타로선 안달할 이유가 전혀 없다. 주도권은 론스타에 있다. 이는 하나금융이 불합리한 조건에서 협상을 벌일 수밖에 없단 것을 의미한다. 론스타가 연장을 전제로 지연배상금 조건(현재 매월 주당 100원씩 증가)을 높이거나 기간을 짧게 하는 식으로 하나금융 측에 불합리한 조건을 내걸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투자자들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예상…막대 타격 불가피
인수 무산 시 외환은행 인수와 맞물린 김 회장 거취 위태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나금융 내부에선 외환은행을 제외한 다른 대안으로 방향을 빨리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하나금융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미 포기했다는 내부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이는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승인이 없을 것이란 정부 입장이 확정된 상태에서 론스타가 조기 가격 확정 등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단 가계약 방식으로 계약을 맺어둔 뒤 법원 판단이 나오면 가격을 최종 확정하는 식의 오픈계약이나 배당권리를 확보하는 선에서 합의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한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론스타가 다른 잠재 인수주체들의 참여를 굳이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 같은 지적을 뒤로 한 채 김 회장은 재계약을 위해 늦어도 이달 말까지 론스타 본사가 있는 미국이나 작년 11월 계약을 한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다.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전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김 회장이 주변의 우려를 무릎 쓰고 인수를 강행하는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말 외환은행 인수를 선언하면서 회장 연임에 안착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작업 마무리와 조직 안정화를 위해 김승유 회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해 추대했다”고 밝혔다. 거취가 자체가 외환은행과 맞물려 있는 셈이다. 이는 외한은행 인수 작업이 무산될 경우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금융당국의 결정을 두고 김 회장의 거취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 회장 본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12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안 처리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무산 가능성이 커지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하나금융-김 회장
한 배 탄 입장

문제는 하나금융지주가 김 회장과 한 배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할 경우 김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만으로 일단락되지는 않을 것이란 말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금융시장의 경쟁구도는 우리 KB 신한 등과 함께 자산 300조원 이상의 ‘빅4’ 금융지주 체제로 굳어질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하나금융의 총자산은 207조원(3월말 기준)에 그쳐 규모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되리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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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