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우리 사법체계를 폐지하고 차라리 자판기로 대체하는 게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저 경찰에서 피의자의 정확한 피의 사실을 적시하고 500원짜리 동전을 삽입해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는 형식 말이다.
문학에 종사하는, 양심에 따른 보편적 상식을 견지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서 바라보면 우리 사법체계가 민망할 정도로 엉망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필자가 직접 경험했던 일화를 풀어내면서 우리의 사법체계의 현실을 진단해보자.
2012년에 발생한 일이다. 친구로부터 필자가 안면을 트고 지내던 기초단체장이 선거 과정에 부정한 돈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 순간 그 사람의 아내 혹은 가까운 사람이 돈을 받았으려니 가볍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이 일심에서 유죄로 판결이 나고 급기야 법정 구속되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그 시점에 그의 부인이 나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면서 사건의 정확한 개요, 검찰이 기소한 내용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요약하면 ‘선거기간 중 기획부동산 업자 여러 명으로부터 공개된 장소에서 청탁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더불어 증거는 오로지 기획부동산업자들의 진술만 존재하는데 그 혐의서 그 사람이 직접 벗어나야 한다고도 했다.
그 아내 되는 이의 이야기를 듣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른바 검찰서 자주 애용하는 기획수사, 일련의 괘씸죄가 불현듯 생각난 터였다. 그리고 검찰은 물론이고 말도 되도 않는 정황을 그대로 받아들인 법원 역시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동 상황이 왜 말도 되지 않는지 그 이유를 나열하겠다. 시간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권을 잡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선거 관련 최대의 야심작을 내놓는다. 일명 통합선거법으로 부정한 돈이 정치판에 유입되는 일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게 그 골자였다.
그 법 제정 이후 각종 선거 기간 중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서는 모든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24시간 밀착 감시체계에 돌입한다. 또한 후보를 낸 당에서도 상대 후보를 밀착 감시하여 부정선거 행위를 적발하는 데 주안점을 두게 된다.
당시 필자도 선거 기간 중에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상대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일일동향보고’를 받았었다. 물론 상대측도 마찬가지였다. 하여 우리 당 후보였던 탤런트 출신의 이덕화씨가 상대 후보 측의 밀착감시로 선거운동을 못 하겠다는 푸념을 늘어놓았고 그 일이 각 언론에 대서특필된 적도 있을 정도다.
그런데 선거 기간 중 공개된 장소에서 기획부동산업자 한명도 아닌 여러 명으로부터 부정한 돈을 수수했다니 기가 막히는 기소내용이 아닐 수 없다. 만약 그러한 일이 존재했다면 검찰이 아니라 상대 후보 측이나 선관위서 고발해야 할 내용이었다. 또한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 사람은 법정이 아닌 정신병원으로 직행해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 검찰은 되지 않는 내용으로 기소했고 일심 법원은 그를 유죄로 판단했다. 결국 필자는 지역 언론에 공권력 남용에 대해 지적하고 또 법원을 상대로 탄원서 형식으로 지속적으로 글을 보냈다. 그 영향인지 모르지만 고등법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시선을 돌려보자. <일요시사>를 통해 누누이 밝힌 바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법의 심판 대상이 아니다. 최태민 일가의 망령에 빠져 현실 인식이 제대로 안 되는 그녀를 법으로 심판하겠다는 발상은 차라리 오만에 가깝다. 그러니 빨리 석방하고 먼저 정신 감정을 받도록 해야 할 일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