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그린재킷의 주인, 세르히오 가르시아 '비화'

드디어 22년간 쌓인 한을 풀다

지난달 10일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1회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골프대회답게 풍성한 얘깃거리를 남겼다. 1999년 19세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한 이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9승을 차지하며 정상급 선수로 군림했지만 유독 메이저 대회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던 스페인의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우승컵을 안아 메이저 한을 풀었다.

가르시아는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은 1100만달러, 한화 125억원) 최종일 4라운드에서 저스틴 로스(영국)와 치열한 연장 승부 끝에 승리해 정상에 올랐다. 이번 우승으로 가르시아는 우승 상금 198만달러(약 22억5000만원)를 받았다. 메이저 우승이 없는 세계 정상급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고 메이저 우승의 한풀이에 성공했다. 1996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아마추어 자격으로 메이저 대회 데뷔전을 치른 이후 햇수로 22년 만이고 74번째 도전 만이다.

그토록 원하던
메이저 첫 승

전날 공동 선두로 한 조에서 라운드한 가르시아와 로즈는 4라운드에서 물고 물리는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가르시아는 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은 뒤 3번홀(파4)에서 다시 버디를 추가해 2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로즈가 4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해 격차는 더 벌어졌다. 그러나 올림픽 챔피언 로즈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6번홀(파3)부터 8번홀까지 3홀 연속 버디를 잡으면서 가르시아를 따라잡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0번홀(파4)에서 가르시아가 보기를 범하자 로즈는 파 세이브에 성공해 단독 선두로 올라서며 기세를 올렸다. 악명 높은 ‘아멘코너’가 시작되는 11번홀(파4)에서는 가르시아의 티샷이 페어웨이 옆의 나무 사이로 들어가 보기가 되면서 로즈는 2타 차로 앞서나갔다. 이렇게 승부는 로즈에게로 기우는 듯했지만 백전노장 가르시아는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로즈가 13번홀(파5)에서 1m 버디 퍼팅에 실패하자 가르시아는 이어진 14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1타 차로 추격했고 15번홀(파5)에서 승부를 걸었다. 볼을 홀컵 4m 가까이 붙였고 기어코 이글 퍼팅에 성공해 이 홀에서 버디를 잡은 로즈와 동타를 이뤘다. 마지막 18번홀에서 가르시아와 로즈 모두 버디 기회를 놓쳐 승부는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연장전에 오른 가르시아는 수많은 갤러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챔피언 퍼팅을 짜릿한 버디로 마무리하며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가장 인기 메이저대회 첫 승 신고
연장 접전 끝 거둔 짜릿한 역전승


2위 저스틴 로즈(영국)에 이어 찰 슈워젤(남아공)이 단독 3위(6언더파 282타), 매트 쿠차(미국)와 토마스 피터스(벨기에)가 공동 4위(5언더파 283타)에 올랐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던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는 공동 7위(3언더파 285타)에 머물렀고 역전 우승을 노렸던 조던 스피스(미국)는 3타를 잃고 리키 파울러(미국) 등과 함께 공동 11위(1언더파 287타)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컷을 통과한 안병훈(26)은 2타를 줄여 공동 33위(5오버파 293타)를 기록했다.

마지막까지 가르시아의 우승에는 위기가 있었다. TV 시청자 때문에 무산될 뻔한 것. 가르시아의 규정 위반 논란은 대회 마지막 날인 4라운드의 TV 중계화면 때문에 확산됐는데 13번홀(파5)에서 가르시아가 친 티샷이 왼쪽으로 꺾어지면서 나무 덤불 사이로 들어갔다. 가르시아는 1벌타를 받고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한 뒤 공을 드롭 했고 가르시아는 결국 파로 홀아웃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는 가르시아가 공을 치기 전에 덤불 주변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공이 살짝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며 벌 타를 또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스터스 주최 측이 가르시아의 규정 위반 문제를 검토한 끝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가르시아의 우승을 확정 지었다.

세 살 때 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은 스페인 출신 세르히오 가르시아의 별명은 ‘엘리뇨’다. 어린 시절 작은 체구에도 엘니뇨처럼 폭발적인 스윙을 한다고 해서 붙여졌다. 가르시아는 15세에 유럽 아마추어선수권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고 1999년 19세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해 유러피언프로골프(EPGA)투어를 휩쓸며 한때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2·미국)의 대항마로 떠오르기도 했다.

가르시아는 19세던 1999년 마스터스에서 아마추어 최고 성적인 공동 38위를 차지하며 ‘신동’으로 떠올랐고 그해 프로로 전향한 뒤 참가한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와 접전 끝에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유럽의 우즈’로 불렸던 그는 이후 PGA투어 9승, 유럽투어 12승 등을 기록했지만 메이저 대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7 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연장 끝에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에게 우승컵을 내주는 등 메이저 대회 준우승만 네 번을 기록했다. 디 오픈 챔피언십(2007·2014년)과 PGA 챔피언십(1999년·2008 년)에서다.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도 2004년 우승에 도전했으나 공동 4위에 만족해야만 했다.

스페인 스포츠 전설 반열
그를 지탱해준 사랑의 힘


2002년 국내 메이저 대회인 한국오픈에 출전해 우승했던 가르시아는 샷을 할 때 30차례까지 왜글(손목풀기)을 하는 등 나쁜 경기 매너로 눈총을 사기도 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있는 ‘축구의 나라’ 스페인에서 골프뉴스가 스포츠신문 1면에 오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가르시아의 마스터스 우승은 라파엘 나달(테니스), 이케르 카시야스, 사비 에르난데스(이상 축구), 파우 가솔(농구), 알베르토 콘타도르(사이클), 페르난도 알론소(F1 레이싱) 등 다른 종목의 스페인 스포츠 영웅들이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을 때 나온 쾌거라서 더욱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스페인 국빈대접
전설들과 나란히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남자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 제81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다음 날 스페인의 유력 스포츠 전문지에는 가르시아가 표지에 등장했다. <마르카>는 “드디어”라는 제목을 달았고, <일 문도 데포르티바>는 ‘마에스트로(거장)’라며 칭찬했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은 텔레그램을 통해 “스페인 골프의 특별한 승리였다”고 칭송했고,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도 트위터에 “놀랍다! 스페인 스포츠의 자랑”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린재킷을 입은 가르시아의 위상은 현역 최고의 스페인 골퍼라는 타이틀을 넘어 이제는 골프뿐 아니라 전 종목을 통틀어 스페인을 대표하는 영웅이 됐다. 세베 바예스테로스,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과 같은 스페인 골프 전설의 계보를 잇는 선수가 됐다. 바예스테로스는 마스터스(1980·1983년)와 디오픈(1979 ·1984 ·1988년)에서 통산 5차례 메이저 챔피언이 됐고, 올라사발은 1994년과 1999년에 그린재킷을 입었다.

파란만장했던
골프인생

가르시아가 우승한 날은 현지 시간으로 2011년 뇌종양으로 타계한 가르시아의 우상인 ‘스페인 골프 전설’ 세베 바예스테로스가 60년 전 태어난 날이었다. 가르시아는 첫 마스터스에 참가했던 1999년 연습 라운드에서 바예스테로스, 우즈와 함께 경기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가르시아는 “바예스테로스는 내가 마스터스에 참가할 때마다 많은 조언을 해준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며 “오늘 우승한 것도 오늘로 60번째 생일을 맞은 바예스테로스가 하늘에서 내 퍼팅과 샷에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가르시아의 마스터스 우승에는 운도 따랐다. 의심의 여지 없이 마스터스의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세계 1위’ 더스틴 존슨이 대회를 앞두고 어처구니없는 부상을 당해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것이다.

존슨은 개막 전날 숙소 계단에서 넘어져 허리와 팔꿈치를 다쳐 불운도 불운이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가 부족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존슨은 경기 시작 전까지 “일단 몸 상태를 지켜보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기권했다. 이로 인해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역대 골프 황당한 부상 10개’를 소개하며 존슨의 부상을 1위로 꼽았다.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5타까지 앞서가던 중 12번홀(파3)에서 쿼드러플(+4) 보기를 범하며 대니 윌릿(잉글랜드)에게 우승을 내줬던 조던 스피스는 올해 역시 1라운드 15번홀에서 세 번째 샷을 그린 앞 해저드에 빠뜨렸다. 그 후 그린 주변에서 헤맸고 3퍼트로 한 홀에서만 4타를 잃는 악몽이 재현됐다. 이 때문에 스피스는 지난해 12번홀의 나쁜 기억마저 되살아나며 이날 열린 마지막 라운드 12번홀(파3)에서 더블 보기를 적어내며 11위로 아쉬운 마무리를 했다.

평생의 앙숙으로 불리던 타이거 우즈 역시 허리 수술 등 부상으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마스터스를 포기했다. 가르시아는 우즈에게 “우즈를 집에 초대해 프라이드치킨을 대접하겠다”고 말해 비난을 받았다. 프라이드치킨은 주로 흑인을 비하할 때 쓰는 말이다. 가르시아가 우즈에게 사과와 함께 쪽지를 건넸고 우즈가 이를 받아들이며 둘의 앙금은 풀렸다. 숙적 우즈가 없는 무대에서 우승했고 우즈는 가르시아의 우승을 흔쾌히 축하해주었다.


또한 어니 엘스(48·남아공)는 이번 대회 1, 2라운드에서 72타와 75타로 버텼으나 주말에 83타, 78타로 부진해 컷을 통과한 53명 중 최하위에 그치며 결국 그린재킷을 얻지 못하고 마스터스와 작별하게 됐다. 2012년 브리티시오픈에서 메이저 통산 4승째를 거둔 엘스는 최근 5년간 메이저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마스터스 무대에 섰지만 향후 세계랭킹 50위, 투어 대회 우승 등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낼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기 때문에 이번으로 마스터스와는 작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엘스는 지금까지 마스터스에 모두 23차례 출전해 2002년과 2004년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엘스는 “마스터스는 나를 위한 대회가 아닌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마스터스 마지막 날 가르시아의 우승이 확정되자 한 미모의 여성이 그린 위로 올라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그녀는 가르시아의 약혼녀이자 골프채널 리포터 출신인 앤젤라 애킨스로 가르시아는 올해 애킨스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두 사람은 그린 위에서 진한 포옹을 했다.

가르시아는 지난 1월 골프 선수 출신으로 미국골프채널 리포터로 활동하던 안젤라 애킨스와 약혼했고 오는 7월 결혼할 예정이다. 미래를 약속한 안젤라 애킨스에게 가르시아는 마스터스 우승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선사했다. 경기 도중 홀에 침을 뱉고 클럽을 던지거나 갤러리를 향해 욕설을 하고 신경질을 내는 등 악동과 다혈질 이미지로 유명한 가르시아는 “애킨스를 만나면서 성격이 긍정적으로 변했고 코스에서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린재킷 입고
결혼식 입장?

22년 메이저 무관의 설움을 털어낸 가르시아는 미국 NBA <투데이쇼>에 출연해, 결혼식에서 그린재킷을 입을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고 애킨스는 “내 남자의 그린재킷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린재킷은 1년간 마스터스 우승자가 소유한 뒤 다음 해에 반납해 마스터스 챔피언스 라커룸에 전시되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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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작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