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이철성 경찰청장 막전막후

문이 되든 안이 되든 ‘시한부 파리목숨’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이철성 경찰청장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자료가 공개됐다. 예전부터 이 청장은 여러 비위행위에도 치안총수 자리에 앉게 돼 많은 의혹에 둘러싸여 있었다. “정권이 교체되면 떠나겠다”는 발언도 다시금 수면위로 떠올랐다. 대선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러 구설수에도 이 청장이 새로운 정권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지킬 수 있을까?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정부나 민간조직 인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의심되는 자료가 공개됐다. 지난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센터)에서 일한 김모씨가 사용하던 컴퓨터 하드디스크서 최씨가 이철성 경찰청장 임명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담긴 사진을 확보했다.

최순실 인사에…
개입 의혹 시끌

한 차례 삭제됐다가 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 작업으로 복원된 이 사진을 보면 이 청장의 프로필 자료 출력물에는 ‘경찰청장 후보 추천 (OK)’라고 기재한 접착식 메모지가 붙어 있다. 특검팀은 최씨가 메모를 붙인 이 청장 프로필 자료를 조카 장시호 씨가 최씨의 의사와 상관없이 촬영했고 이것이 김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평소 센터서 작성한 문서를 최씨가 직접 수정해 돌려주므로 그의 필체를 잘 알고 있고 ‘경찰청장 후보 추천 (OK)’라는 메모는 최씨의 필적으로 보인다고 올해 2월 특검팀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 진술했다. 김씨는 “내용만 보면 최순실이 (경찰청장 후보를) 추천한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쓰여 있는 것을 처음 봤다”고 덧붙였다.

최씨가 이 청장의 임명에 실제로 개입했는지나 만약 관여했다면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은 특검 수사 과정서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최씨 측이 민간단체나 공공기관 인사와 관련한 정보를 미리 확보했던 만큼 박 전 대통령에게 인사에 관해 의견을 피력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이 청장은 이 의혹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며 한 점 부끄러움도 없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특검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했지만 특검이 종료되는 그 날까지 이 사항에 대해 특검 측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제 검찰에게 수사권이 넘겨졌으니 어찌 될 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

최순실의 작품? 의심 자료들 공개
한점 부끄럼 없다더니…흔적 확인

아울러 요즘 검찰이 부정부패를 저지른 고위경찰을 집중 단속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경찰 군기잡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조사 중인 모 총경이 이 청장의 측근이라고 하니 이 사건과 더불어 최순실의 경찰청장 인사개입의혹도 같이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경찰청 내에서 이 청장은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뒤 간부후보로 다시 경위로 임용돼 경찰청장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된다. 하지만 임명 당시 그의 과거에 대한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음주운전 경력이 드러나고 논문표절 의혹이 나오면서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증이 실패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 청장은 경찰 최말단 계급인 순경서 시작해 1989년 경찰간부 후보생 37기로 입문한 뒤 강원도 원주서장, 서울 영등포서장, 경남지방청 차장, 경찰청 외사국장, 정보국장을 거치고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역임한 뒤 경찰청 차장서 경찰총수가 됐다.

경찰대 출신이 장악하고 있는 경찰 고위급 간부 구성을 놓고 봤을 때 순경서 경찰간부 후보생으로 합격해 11단계 계급을 올라 경찰총수가 된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경찰청장으로는 유일하게 하위직인 순경서부터 출발해 경찰 내의 다양한 보직을 거쳤기 때문에 경찰 내부의 생리를 속속들이 안다는 것도 장점”이라며 “이 같은 세심하고도 성실한 인품이 그를 입지전적인 인물로 자리 잡게 한 동력이 됐을 뿐 아니라 경찰조직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는 이유”라고 유례없는 호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조직도 뒤숭숭
실패인사 비판

이 청장은 강원지방경찰청 소속 상황실장(경감)으로 재직하던 1993년 11월 휴무일 점심때 직원들과 반주후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냈다. 당시 경찰의 교통사고 조사를 거쳐 기소돼 벌금 100만원의 유죄 선고를 받았지만 경찰관 신분임을 숨겨 내부 징계는 받지 않았다.

이 청장의 죄는 2년 뒤인 1995년 12월2일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일반 사면령이 공포되면서 없어졌다.

음주 운전 논란에 이어 부동산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 청장과 관련해 행정자치부와 경찰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청장이 지난 2005년 부인 명의로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오원리 일대의 대지(531㎡)를 매입해 2층짜리 건물을 신축한 사실을 밝혔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이철성 경찰청장 내정자의 가족이 이 곳에 한 차례도 주민등록을 둔 적이 없다”며 “이는 투기 목적으로 매입해 건물을 지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인근 부동산개발업자의 평가를 인용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이 청장과 관련된 해당 부동산의 현재 시세는 4억원 정도로 이 청장이 재산내역서에 명시한 1억1000만원의 약 4배에 해당하는 가격이었다.

박 의원은 해당 부당산이 지난 2005년 횡성군이 금융사의 연수원 건립, 골프장 건설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이 예정되며 투자 유망지로 급부상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청장이 강원지방경찰청 산하 정선경찰서장에 재직하던 시절에 경찰 고위 간부의 지위를 통해 얻은 지역 개발정보를 활용해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반면 이 청장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경찰청 측은 “해당 부동산은 노후 대비용으로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사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당시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은 “이 내정자는 다른 논문을 표절한 ‘통일대비 남·북한 경찰통합방안 연구’라는 논문으로 2000년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북한학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며 “도덕적으로도 심각한 문제지만 법적으로도 저작권을 위반하는 범죄행위”라고 꼬집었다.

석사 논문은 전체 1191개 문장 가운데 동일문장이 121개, 의심문장이 428개에 이르고 표절 과정서 오타까지 그대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이사하면서 등록차량의 주소를 이전하지 않아 과태료가 나왔는데 이를 물지 않기 위해 기존 주소지로 두달 동안 이전했다”며 시인하기도 했다.

자질 논란 시끌
정부 바뀌면 바로?


치안총수로 음주운전 교통사고 및 신분은폐 공직자가 임명된 것에 대해 SNS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SNS에선 “음주운전해도 경찰청장되네. 그럼 음주단속은 어떻게 하나?” “박근혜의 국기문란 행보가 뜨겁다” “안될 사람을 뽑아주면 더 충성할 거라는 계산. 국민, 국격 상관없이 대통령 호위병 뽑기놀이” “심지어 음주운전 신분은폐에 사고당한 사람들 피해도 밝혀지지 않았다. 무서워”

“음주사고도 그것도 경찰이 사고기록도 없애버려도 청장이 되는구나. 현장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할 령이 서겠습니까?” “음주운전사고도 부동산 투기처럼 출세하기 위한 훈장인 건가” “이게 진짜 국민 무시하는 거 아니면 뭐하는 거냐” “국민은 없습니다. 기여코 경찰청장 임명 했답니다, 우병우가 검증 했답니다, 끝내주는 정부 입니다” “이철성 경찰청장 살아남으려고 최대한 충성하겠군”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이 청장은 자신의 비위와 관련해 “시작은 이랬지만 마무리는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서도 과거 비위 행위에 대해 “이유를 막론하고 변명의 여지 없이 제가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경찰 동료들에게 마음의 빚을 갚는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일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야당서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는 데 대해서는 “(야당 입장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라며 “제가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되 조직을 책임진 입장서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좀 지켜봐 주시고 열심히 하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청장은 법에서 임기(2년)가 보장된 경찰청장직임에도 “정부가 바뀌면 자리를 내려놓고 가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음주운전, 논문조작, 투기…
잇단 문제·의혹 자질 논란

이 청장의 법적 임기는 내년 8월까지 2년이다. 경찰청법에서 경찰청장의 임기를 2년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1958년 6월생이기 때문에 경찰공무원 정년을 고려하면 2018년 6월 말 퇴임해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서 이같은 임기 기준의 모호함이 지적된 바 있다.

그런데 이 청장은 “(경찰청장은) 정부가 바뀌면 자리를 내려놓고 가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니 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 동양적 사고로는 정부가 바뀌면 새로운 분이 (경찰청장을)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치안총수의 임기 보장 문제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밀접하게 연관돼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동안 대다수 청장이 임기 도중 바뀌는 양상이 되풀이되면서 경찰이 과도하게 정권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도 대선 과정서 경찰청장 등의 법정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13년 취임 한 달도 안 돼 당시 김기용 청장을 교체한 바 있다. 2003년 경찰청장 임기제 도입 이후 2년 임기를 모두 채운 청장은 이택순·강신명 두 명뿐이다.

하지만 정작 일선 직원들은 이 청장을 임명한 것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우선 순경부터 치안총감까지 전 계급을 거친 최초의 경찰청장이라는 점에서 현장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19대 경찰청장인 강신명 전 청장이 경찰대 위주로 경찰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경찰대 출신이 청장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실제로 승진시험이 난이도가 다시 높아지고 직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어 직원들 사이에서는 덕장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과 관계없이 정권이 바뀌어도 임기를 채우기를 바라는 하위직 직원들이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부메랑으로?
추후 행보 관심

대선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서 이 청장의 추후 행보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정권이 바뀌면 자리를 내려놓고 떠나겠다”라는 이 청장의 발언이 화살이 되어 돌아 올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이 부분에 대해서 이 청장은 어떠한 대답도 내놓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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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