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박근혜 18개 혐의 총정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4.24 11:32:42
  • 호수 11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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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공주의 반격이 시작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죄로 법정에 선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18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전직 대통령이 구속 기소된 건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은 국민의 이목이 이제는 법원으로 쏠린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가 지난 17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10월5일부터 195일간 이어졌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검찰 단계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되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강요미수·공무상 비밀누설 등 18개 혐의로 박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서 걷은 돈으로 자금을 마련했던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부패혐의로 기소된 세 번째 대통령으로 헌정사에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검찰이 인지한 사건이 11개, 특검이 인지한 박 전 대통령의 19개 혐의 중 15개 사건이 7개(3개 혐의는 검찰과 특검이 겹침)로 나뉜다. 특검서 수사한 대표적인 혐의는 삼성으로부터의 뇌물수수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시행 등이다. 검찰 2기 특수본은 SK, 롯데 등과 연루된 뇌물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은 지난 3월 21일 박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하고 같은 달 31일 구속해 수사를 벌여왔다. 이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5번에 걸친 옥중조사를 실시하며 수사를 보강해왔다. 이 가운데 특가법상 뇌물 관련 혐의만 5가지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뇌물로 실제 수수한 금액은 368억2535만원, 약속 또는 요구한 금액을 포함하면 592억2800만원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다음과 같다.


[강제모금]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공모해 2015년 10월 ~ 2016년 1월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18개 그룹에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 설립 출연금 774억원을 강제 모금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를 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번 게이트의 핵심 혐의 중 하나로 미르·K스포츠재단은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봐도 설립뿐 아니라 인사·운영 모두 청와대 주도로 이뤄졌다. 두 재단 의혹이 확산될 무렵 그의 수첩에 적힌 ‘BH 주도 X’란 문구는 청와대 내부서 말 맞추기를 시도한 정황까지 보여준다.
 

헌법재판소도 탄핵 결정문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이 필요했다면 공권력의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는 기준과 요건을 법률로 정하고 공개적으로 재단을 설립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권남용·강요]

검찰 수사 결과 박 전 대통령은 주요 대기업들에 재단 관련한 모금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먼저 박 전 대통령은 현대자동차그룹에 최씨의 지인 회사인 KD코퍼레이션과 11억원 상당의 납품 계약을 맺도록 했으며, 최씨가 운영하는 광고 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71억원 상당의 광고를 발주하도록 한 혐의가 있다.

노태우·전두환 이어 세 번째 
부패 혐의 기소 전직 대통령


박 전 대통령은 롯데그룹에선 2016년 5월 K스포츠재단에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지급하게 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를 한 혐의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독대한 뒤 안 전 수석에게 “롯데그룹이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 관련 75억원을 부담하기로 했으니 진행상황을 챙기라”고 지시했다. 최씨의 이른바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 계획에 따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포스코는 펜싱팀을 창단하게 시켜 운영권을 최씨 소유의 더블루케이에 주도록 합의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22일 권오준 포스코 그룹 회장과 만난 자리서 포스코의 펜싱팀 창단을 제안했다.

포스코 측이 경영 여건 등을 이유로 창단이 어렵다고 하자, 안 전 수석은 포스코에 다시 연락해 “청와대의 관심사항이니 대안을 생각해보라”고 압박했다. 결국 포스코 측은 16억 상당의 펜싱팀 창단을 결정하고, 최순실 씨 회사인 더블루케이에 운영을 맡겼다.
 

박 전 대통령은 KT에게 최씨의 지인을 광고담당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으며,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상당의 광고를 발주하도록 강요한 혐의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월과 8월 안 전 수석에게 “이동수라는 홍보전문가를 KT가 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신혜성도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내용을 황 회장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했다.

이후에도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의 뜻이라며 두 사람의 보직이동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차은택씨의 측근, 신씨는 최순실씨가 또다른 측근으로부터 추천받은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황 회장에게 “플레이그라운드를 KT의 신규 광고대행사로 선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외에 박 전 대통령은 그랜드코리아레저에게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게 하고, 더블루케이를 에이전트로 하는 전속계약을 체결하게 했으며, 삼성그룹에게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지원하게 했다. CJ그룹 손경식 사장에게는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강요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공무상비밀누설]

박 전 대통령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청와대 정부부처 공문서 47건을 최씨에게 유출한 혐의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정 전 비서관에게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4·1 부동산 종합대책’ ‘복합 생활체육시설 추가대상지 검토’ 문건 등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문건 47건을 최씨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가 2013년 10월에 작성한 ‘복합 생활체육시설 추가대상지 검토 문건’엔 “수도권에 조성할 복합생활체육시설 후보지로 경기 하남시 미사동, 경기 남양주시 마석우리, 경기 양평군 용문면 등 3곳을 검토했고, 그중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이 최상의 조건을 갖추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최씨는 2008년 6월 하남시 미사동 ‘복합생활체육시설 대상지’서 500m 떨어진 곳에 건물과 토지를 사들였다가 지난해 4월에 팔아 무려 18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제3자 뇌물수수]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신 회장으로부터 잠실 월드타워점 면세점 사업권 재허가 등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후 최씨의 지시를 받은 더블루케이 이사들은 3월 중순과 하순 두 차례 롯데그룹 상무 등을 만나 “75억원을 후원해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안 전 수석은 K스포츠 사무총장, 롯데그룹 관계자들과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75억원의 지원 여부와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이후 롯데그룹은 6개 계열사를 동원해 2016년 5월25일부터 31일 사이에 K스포츠에 70억원을 송금했다.

[제3자 뇌물요구]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SK그룹으로 하여금 K스포츠재단 등에 ‘가이드러너 지원사업’ ‘해외전지훈련사업’ 등 명목으로 89억원을 공여토록 요구했다는 점에 대해 제3자 뇌물요구 혐의를 적용됐다. SK그룹은 워커힐호텔 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에 탈락해 지난해 5월16일 영업을 종료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내용은 구속영장 청구단계와 비슷
적용되는 뇌물 액수에 관심 쏠려

또 케이블 방송업체인 CJ헬로비전 인수 과정서 경쟁업체들의 반대 등으로 관계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는 데 난항을 겪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부터 경영 현안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을 받고 뇌물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뇌물수수]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말 구입비 등 승마지원 명목으로 213억원을 지급 받기로 약속해 이 중 77억 9735만원을 지급 받은 점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또 박 전 대통령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미르·K스포츠재단에 각 16억 2800만원, 204억원을 지급하게 한 점에 대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블랙리스트]

박 전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관련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장관 등과 공모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소속 임직원에게 지원 심사 과정에 부당개입하도록 했다. 정부정책에 반대하거나 야당 인사를 지지하는 문화예술계 인사에 대한 지원을 배제토록 함으로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가 적용됐다.
 

문체부 실장 3명 인사조치 관련해서도 박 전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소위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를 지원대상서 배제하는 데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기획조정실장 등 3명의 문체부 실장으로 하여금 사직하게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대한승마협회 감사업무를 담당한 문체부 국장이 ‘최씨 측에도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이유로 그를 좌천 시킨후 사직하게 한 혐의도 있다.

[기업 인사개입]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하나은행에 대한 감시·감독 권한 등 직권을 남용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에게 2015년 11월쯤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으로 재직하던 이상화씨를 유럽 총괄법인장에 임명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안 전 수석은 정찬우 이사장에게 동일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같은 행위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죄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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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