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박근혜 18개 혐의 총정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4.24 11:32:42
  • 호수 11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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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공주의 반격이 시작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죄로 법정에 선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18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전직 대통령이 구속 기소된 건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은 국민의 이목이 이제는 법원으로 쏠린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가 지난 17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10월5일부터 195일간 이어졌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검찰 단계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되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강요미수·공무상 비밀누설 등 18개 혐의로 박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서 걷은 돈으로 자금을 마련했던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부패혐의로 기소된 세 번째 대통령으로 헌정사에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검찰이 인지한 사건이 11개, 특검이 인지한 박 전 대통령의 19개 혐의 중 15개 사건이 7개(3개 혐의는 검찰과 특검이 겹침)로 나뉜다. 특검서 수사한 대표적인 혐의는 삼성으로부터의 뇌물수수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시행 등이다. 검찰 2기 특수본은 SK, 롯데 등과 연루된 뇌물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은 지난 3월 21일 박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하고 같은 달 31일 구속해 수사를 벌여왔다. 이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5번에 걸친 옥중조사를 실시하며 수사를 보강해왔다. 이 가운데 특가법상 뇌물 관련 혐의만 5가지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뇌물로 실제 수수한 금액은 368억2535만원, 약속 또는 요구한 금액을 포함하면 592억2800만원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다음과 같다.


[강제모금]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공모해 2015년 10월 ~ 2016년 1월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18개 그룹에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 설립 출연금 774억원을 강제 모금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를 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번 게이트의 핵심 혐의 중 하나로 미르·K스포츠재단은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봐도 설립뿐 아니라 인사·운영 모두 청와대 주도로 이뤄졌다. 두 재단 의혹이 확산될 무렵 그의 수첩에 적힌 ‘BH 주도 X’란 문구는 청와대 내부서 말 맞추기를 시도한 정황까지 보여준다.
 

헌법재판소도 탄핵 결정문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이 필요했다면 공권력의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는 기준과 요건을 법률로 정하고 공개적으로 재단을 설립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권남용·강요]

검찰 수사 결과 박 전 대통령은 주요 대기업들에 재단 관련한 모금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먼저 박 전 대통령은 현대자동차그룹에 최씨의 지인 회사인 KD코퍼레이션과 11억원 상당의 납품 계약을 맺도록 했으며, 최씨가 운영하는 광고 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71억원 상당의 광고를 발주하도록 한 혐의가 있다.

노태우·전두환 이어 세 번째 
부패 혐의 기소 전직 대통령


박 전 대통령은 롯데그룹에선 2016년 5월 K스포츠재단에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지급하게 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를 한 혐의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독대한 뒤 안 전 수석에게 “롯데그룹이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 관련 75억원을 부담하기로 했으니 진행상황을 챙기라”고 지시했다. 최씨의 이른바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 계획에 따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포스코는 펜싱팀을 창단하게 시켜 운영권을 최씨 소유의 더블루케이에 주도록 합의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22일 권오준 포스코 그룹 회장과 만난 자리서 포스코의 펜싱팀 창단을 제안했다.

포스코 측이 경영 여건 등을 이유로 창단이 어렵다고 하자, 안 전 수석은 포스코에 다시 연락해 “청와대의 관심사항이니 대안을 생각해보라”고 압박했다. 결국 포스코 측은 16억 상당의 펜싱팀 창단을 결정하고, 최순실 씨 회사인 더블루케이에 운영을 맡겼다.
 

박 전 대통령은 KT에게 최씨의 지인을 광고담당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으며,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상당의 광고를 발주하도록 강요한 혐의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월과 8월 안 전 수석에게 “이동수라는 홍보전문가를 KT가 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신혜성도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내용을 황 회장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했다.

이후에도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의 뜻이라며 두 사람의 보직이동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차은택씨의 측근, 신씨는 최순실씨가 또다른 측근으로부터 추천받은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황 회장에게 “플레이그라운드를 KT의 신규 광고대행사로 선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외에 박 전 대통령은 그랜드코리아레저에게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게 하고, 더블루케이를 에이전트로 하는 전속계약을 체결하게 했으며, 삼성그룹에게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지원하게 했다. CJ그룹 손경식 사장에게는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강요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공무상비밀누설]

박 전 대통령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청와대 정부부처 공문서 47건을 최씨에게 유출한 혐의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정 전 비서관에게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4·1 부동산 종합대책’ ‘복합 생활체육시설 추가대상지 검토’ 문건 등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문건 47건을 최씨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가 2013년 10월에 작성한 ‘복합 생활체육시설 추가대상지 검토 문건’엔 “수도권에 조성할 복합생활체육시설 후보지로 경기 하남시 미사동, 경기 남양주시 마석우리, 경기 양평군 용문면 등 3곳을 검토했고, 그중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이 최상의 조건을 갖추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최씨는 2008년 6월 하남시 미사동 ‘복합생활체육시설 대상지’서 500m 떨어진 곳에 건물과 토지를 사들였다가 지난해 4월에 팔아 무려 18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제3자 뇌물수수]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신 회장으로부터 잠실 월드타워점 면세점 사업권 재허가 등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후 최씨의 지시를 받은 더블루케이 이사들은 3월 중순과 하순 두 차례 롯데그룹 상무 등을 만나 “75억원을 후원해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안 전 수석은 K스포츠 사무총장, 롯데그룹 관계자들과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75억원의 지원 여부와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이후 롯데그룹은 6개 계열사를 동원해 2016년 5월25일부터 31일 사이에 K스포츠에 70억원을 송금했다.

[제3자 뇌물요구]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SK그룹으로 하여금 K스포츠재단 등에 ‘가이드러너 지원사업’ ‘해외전지훈련사업’ 등 명목으로 89억원을 공여토록 요구했다는 점에 대해 제3자 뇌물요구 혐의를 적용됐다. SK그룹은 워커힐호텔 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에 탈락해 지난해 5월16일 영업을 종료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내용은 구속영장 청구단계와 비슷
적용되는 뇌물 액수에 관심 쏠려

또 케이블 방송업체인 CJ헬로비전 인수 과정서 경쟁업체들의 반대 등으로 관계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는 데 난항을 겪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부터 경영 현안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을 받고 뇌물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뇌물수수]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말 구입비 등 승마지원 명목으로 213억원을 지급 받기로 약속해 이 중 77억 9735만원을 지급 받은 점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또 박 전 대통령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미르·K스포츠재단에 각 16억 2800만원, 204억원을 지급하게 한 점에 대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블랙리스트]

박 전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관련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장관 등과 공모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소속 임직원에게 지원 심사 과정에 부당개입하도록 했다. 정부정책에 반대하거나 야당 인사를 지지하는 문화예술계 인사에 대한 지원을 배제토록 함으로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가 적용됐다.
 

문체부 실장 3명 인사조치 관련해서도 박 전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소위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를 지원대상서 배제하는 데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기획조정실장 등 3명의 문체부 실장으로 하여금 사직하게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대한승마협회 감사업무를 담당한 문체부 국장이 ‘최씨 측에도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이유로 그를 좌천 시킨후 사직하게 한 혐의도 있다.

[기업 인사개입]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하나은행에 대한 감시·감독 권한 등 직권을 남용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에게 2015년 11월쯤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으로 재직하던 이상화씨를 유럽 총괄법인장에 임명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안 전 수석은 정찬우 이사장에게 동일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같은 행위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죄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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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