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만 알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지령800호 기획특집]⑥ ‘부자학 전도사’ 한동철 교수의 ‘부자학 강론’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는?” 두말할 것 없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그렇다면 그런 부자들을 가장 많이 만나 본 사람은 누굴까. 한동철 부자학연구학회장(서울여대 교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부자학’의 창시자인 그가 2004년부터 만난 부자는 어림잡아 3000여명. 개중에는 5대 재벌가의 인사도 포함돼 있다. 물론 부자를 만나는 게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다. 명함 한 장 들고 신발이 닳도록 뛰어다녀야 했다. 하지만 부자학이 자리를 잡은 지금, 오히려 부자들이 먼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이유는 간단하다. ‘진짜 부자’가 되는 비법을 전수 받기 위해서다.


자수성가 부자 중엔 짠돌이 많아 “구두쇠가 돼라”
부자 중 80~90%는 고졸 “학력에 목 멜 것 없다”

부자가 되는 비법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3일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를 만났다. 한 교수는 부자학연구학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런데, 부자학이란 단어가 조금 생소하다. 부자학이란 대체 뭘까. 비법 공개에 앞서 부자학에 대해 물었다.

부자학의 정의를 내리자면 가치창조와 사회만족입니다. 가치창조는 부가가치를 늘리는 방법이에요. 돈을 버는 법이죠. 사회만족은 부자가 된 이후 사회를 위한 활동으로 사회 환원을 말해요. 즉, 부자가 되는 법은 물론 부자로 사는 법까지 가르치는 학문이죠.”

부자라는 개념은 상대적이다. 다양한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교수에 따르면 부자는 크게 두 부류다. 상속형과 자수성가형이 바로 그것. 부자학에서는 자수성가형과 상속형 부자를 ‘좋은 부자’와 ‘무해무익한 부자’로 각각 분류하고 있다.

부자 되는 법에서
부자로 사는 법까지

그렇다면 이들 부자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한 교수는 부자를 ‘총 재산 30억~50억원, 현금성 자산 10억원 이상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했다. 한 교수가 보는 부자의 비율은 통상 인구의 5% 정도다. 20명 중 1명꼴로 부자인 셈이다.

하지만 5%의 대열에 끼는 게 그리 쉬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서민들이 ‘부자가 될 유전자는 정해져 있다’는 자조 섞인 체념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한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부자는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상속형 부자는 많지 않아요. 대부분 자수성가형이죠. 부자아빠도 대부분 가난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제가 만난 부자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몇 가지 팁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부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으로 한 교수는 ‘아침형 인간’이 될 것을 주문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얻는 법이죠. 하늘이 두 쪽 나도 일찍 일어나야 해요. 전날 술을 많이 마셨거나 자정 넘어 이불 속에 들었어도, 반드시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합니다. 늦어도 새벽 5시엔 문을 나서야 하죠.”

‘구두쇠’가 되라는 조언도 했다. ‘절약만이 살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신 수익성 비용엔 아낌이 없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자수성가형 부자들 중엔 ‘짠돌이’가 많아요. 절대 낭비하는 법이 없어요. 단돈 100원도요. 제가 만나 본 부자 중 한 분은 생일날에만 자가용을 탑니다. 평소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시고요. 이 뿐만이 아니에요. 전단지를 잘라서 메모지를 쓰시는 분, 구멍 난 양말을 신고 다니는 분 등 절약정신이 남달라요. 반대로 투자엔 거침이 없죠. 이거다 싶으면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통 큰 베팅을 해요.”

자가용은 생일날만
전단지로 메모지

시간을 허투루 보내서도 안 된다. 부자들은 퇴근 후 집에 돌아가서도, 틈틈이 생기는 자투리 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 한 교수는 심지어 식사시간이 3분을 넘기면 부자가 못 된다는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시간은 곧 돈입니다. 절약하세요. 낭비되는 시간을 최소화 하세요. 예를 들어, 식사시간도 시래깃국에 밥을 훌훌 말아 마시며 ‘부자 영양탕 맛이 좋네’하며 무릎을 치고 일어나 다음 일을 찾는 것이 부자 DNA를 키우는 지름길입니다.”

학력에 목 멜 것 없다는 조언도 했다. 부자와 학력엔 큰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그가 만나본 부자 중 80~90%는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한 교수는 “혹시 공부를 못하는 자녀를 뒀다면 하늘이 주신 부자 될 절호의 기회”라는 농을 던지며 말을 이었다.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재산이 2억7000만원 정도예요. 그런데 자녀 한 명 낳아서 대학 졸업시키는 데 2억6000만원이 들어요. 공부에 재능이 없다면 대학을 포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남들 다 가는 대학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습니다. 차라리 그 돈을 수익성 비용에 투자하세요.”

“형제는 한집살이” “맞벌이 부자 될 확률 10배”
“‘진짜 부자’ 되기 위해선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

결혼한 형제들이 한집에 모여 사는 것도 한 교수가 공개한 부자가 되는 비법 중 하나다. 집은 ‘돈 먹는 하마’인 때문이다. 각자의 아파트는 전부 전세를 놓는다. 전세금으론 부자 되는 펀드에 든다. ‘창조적인 일’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남들 일할 때 일하고 남들 쉴 때 쉰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릴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주5일 근무제를 스스로 포기하라는 것. 토요일 하루는 일터에 나가 초과근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들과 똑같은 시간을 살아서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기 위한 지름길로 맞벌이를 강력 추천했다. 맞벌이 부부가 외벌이 부부보다 열 배 이상 빨리 부자가 된다는 연구결과가 밑바탕이다.

또 자수성가한 부자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 볼 것을 권하기도 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산 정보’를 수집하라는 것. 이는 ‘부자가 되려면 부자 줄에 서라’는 탈무드의 격언과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평범한 사람이 성공한 부자를 만나 ‘부자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한 교수는 이 같은 통념에 매서운 주먹을 날렸다.

“안 해서 못하는 겁니다. 부자와 만나려는 노력이 부족한 거예요. 부자가 전 국민의 5%라면 100명 중 5명은 부자라는 얘기에요. 그런 사람을 찾아가서 배우면 됩니다. 예를 들어 장사가 잘되는 돼지갈비집에서 돼지갈비 몇 인분 더 주문한 다음 사장과 사귀면 됩니다. 제 강의를 수강한 학생 중 몇몇도 이 같은 방법으로 부자 비결을 배웠죠.”

한 교수는 이 정도만 지켜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부자학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부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자가 된 후가 더 중요하다는 게 한 교수의 지론이다.

한 교수는 부자를 ‘정신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물질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으며,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우리나라에는 돈 많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부자는 많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진짜 부자’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산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당당한 부자가 되는 미국 부자와는 판이한 모습이다. 우리 사회에 반(反)부자정서가 만연해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교수는 진짜 부자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사회 환원을 꼽았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남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부의 일부를 사회에 되돌려 줘야 한다는 논리다. 반대로 부자가 되는 과정에서 행한 악한 일에 대한 부분을 사회에 갚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악한 일을 전혀 하지 않고 부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의든 타의든 원칙을 어기기 마련이고, 다른 이들을 망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자의 삶에는 타인을 억압하는 요소가 있어요. 아무리 좋은 부자라도요. 빌게이츠도 독점을 해서 미국 법정에 여러 번 섰잖아요. 내가 연구하며 만난 수천 명 부자 중에서 중년층 이상은 밤에 잠을 잘 못 이룹니다. 뜻하지 않았더라도 남들에게 피해준 것이 생각난대요.”

‘감사하는 마음’
창조할 기부해야

한 교수는 ‘진짜 부자’의 모델로 록펠러를 들었다. 록펠러는 인류 역사상 현재의 화폐가치로 따져 가장 많은 약 370조원의 재산을 보유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록펠러도 처음부터 ‘진짜 부자’였던 건 아니다. 록펠러는 독점을 통해 사용해 재산을 불리며 미움을 샀다.
그런 록펠러가 바뀐 계기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를 하려 하면서다. 빈민들이 “더러운 돈은 받지 않겠다”며 거부한 것. 그 때부터 록펠러는 반성을 시작하며 ‘자선의 길’을 걸었다. 그 결과 록펠러는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진짜 부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지금도 미국 뉴욕의 수돗물 값은 록펠러의 유언에 따라 록펠러 가문이 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진짜 부자’의 사례들을 찾아 볼 수 있다. 고 유일한 박사가 대표적인 예다. 재산 축적의 목적이 조국 독립이었으며, 자신의 죽음이 임박하자 유한양행을 사회에 완전히 헌납했다. 무엇보다 중역이었던 아들과 조카를 회사에서 내보내는 등 믿기 힘든 결정을 했다.

부자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어떤 부자로 사는 게 더 행복할까. 선택은 개개인의 몫이다. 다만 한 교수는 이런 제안을 남겼다.

“나를 부자로 이끌어준 이 땅에 감사하는 뜻에서 기부를 하십시오.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이 당신에게 고마움을 느낄 겁니다. 대한민국 모든 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창조’할 기부를 하십시오. 그것도 당신의 손으로 말입니다.”


<한동철 교수는 누구?>
전국민이 부자가 되는 그날까지

한동철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학에서 부자마케팅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주요 기업체의 자문교수 역할을 하며 수천 명의 국내에서 자수성가한 부자들을 직접 만나러 다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부자학의 학문적 가능성을 발견, 부자들의 특성, 돈 버는 비법, 생활습관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 실적을 쌓아나갔다. 그리고 서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2004년부터 국내 처음으로 부자학 개론을 개설했다.

2006년 6월 부자연구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 2007년엔 국내 최초로 ‘부자학회’를 창설해 온 국민을 부자로 만드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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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