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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800호 기획특집]⑤<일요시사> 선정 ‘재계 뉴스메이커들’ 풀스토리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1996년 5월 첫 호를 발행한 <일요시사>가 지령800호를 맞았다. 단 한 번의 결호 없이 숨 가쁘게 달려온 <일요시사>는 각종 사건과 함께 ‘사람 중심’의 시사지를 지향해 왔다. 안타까운 사연으로 독자들의 눈물을 쏙 뺀 이들이 있는가 하면 가슴 벅차오르는 감동을 전해주거나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충격에 빠뜨린 인물도 있었다. 지령800호를 맞아 그동안 <일요시사> 지면을 뜨겁게 달군 재계의 ‘뉴스메이커’ 8인을 소개한다.

‘핵폭탄급’ 지면 뜨겁게 달군 재계 인사 총집합
대기업·재벌 비리 전횡 실상 성역없이 파헤쳐


<역사적 인물> 정주영

<일요시사> 초창기 때 재계 최고의 ‘뉴스메이커’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다. ‘재계의 거목’ 정 창업주는 역사적인 사건들의 중심에 있던 인물답게 <일요시사> 표지의 단골이었다.

정 창업주는 1996년 <일요시사> 첫 발행 당시 평생의 한이자 업으로 삼고 추진한 대북사업의 결실을 앞두고 있었다. 1992년 통일국민당을 창당해 제14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정 창업주는 시련의 나날을 보내다 1998년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대북 포용 정책에 발맞춰 금강산 사업을 추진하면서다.

<일요시사>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면에 담았다. 특히 1998년 ‘통일소’이벤트를 수주 간에 걸쳐 대서특필했다. 정 창업주는 판문점을 통해 ‘통일소’라고 불린 소 500마리와 함께 판문점을 넘어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어 2차로 소 501마리를 더 가져갔다. 이는 금강산관광 사업으로 이어졌다. 정 창업주는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을 갖는 등 여러 차례 방북해 남북교류의 획기적 사건인 금강산관광을 성사시켰다. 이듬해 대북사업을 위해 현대아산을 설립했지만, 건강이 악화돼 치료를 받다 2001년 폐렴으로 인한 급성호흡부전증으로 별세했다.

정 창업주는 별세 이후에도 <일요시사> 지면에 자주 등장했다. 그의 경영철학과 일화, 어록 등은 두고두고 화제가 되고 있다. ‘존경받는 기업인’설문에선 그가 빠지지 않는다. 그의 자녀들은 각 포지션에서 국내 재계를 이끄는 주역으로 자리 잡은 상태. 범현대가는 지난 3월 정 창업주의 타계 1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각종 추모행사를 열었다.


<순탄치 않았던> 이건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일요시사>의 관심에서 한시도 벗어나지 않은 인물이다. 1987년 부친 고 이병철 창업주의 타계로 45세에 총수가 된 이 회장은 삼성그룹에서 신세계, CJ, 한솔, 세한 등을 분가시킨 뒤 끊임없이 개혁을 설파했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아내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자”며 ‘신경영’을 주창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후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삼성 체질을 완전히 바꿔놨고, 그 결과 삼성은 오늘날 세계 초일류 기업이 됐다.

이 회장은 <일요시사>가 창간한 시기에 활동 폭을 본격적으로 넓혀갔다. 당시 비중 있게 다룬 내용은 이 회장의 건강 악화다. 이 회장은 1999년 서울 삼성병원에서 정기검사를 받다 폐암의 일종인 림프절 암을 발견, 이듬해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암 제거 수술을 받았다. <일요시사>는 이 회장의 투병기와 치료, 회복 등의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이 회장은 곧 예전의 기력을 되찾았지만 ▲2003년 대선자금 ▲2005년 X파일 ▲2006년 에버랜드 CB 등 각종 의혹과 검찰의 수사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김용철 변호사(삼성그룹 전 법무팀장)의 삼성 비자금 폭로에 따른 특검 수사로 200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일은 온 나라를 뒤흔든 큰 사건이었다. 지난해 23개월 만에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한 이 회장은 최근 서초사옥 출근을 정례화, 그룹 안팎의 현안들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이 과정 역시 <일요시사>에 담겼다. 막바지에 다다른 이 회장 자녀들의 혹독한 경영수업도 <일요시사> 지면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거침없는 질주> 강덕수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일요시사>가 탄생할 때만 해도 ‘무명인’이었다. 재계에서 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스타 탄생’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요시사>는 강 회장이 치고나가는 순간부터 자리를 잡기까지 주요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화제의 인물’로도 수차례 다뤘다.

강 회장은 맨손으로 지금의 STX그룹을 일군 자수성가 오너다. 한편의 드라마 같은 우여곡절이 가득하다. 월급쟁이 샐러리맨으로 출발해 대기업 총수에 오르기까지 구구절절한 성공 스토리가 그것이다.

대형사건, 경영성과 등 담아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도
 
강 회장은 2000년 외환위기로 퇴출된 쌍용중공업의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자신이 다니던 기업을 인수, 오너 경영인으로 변신
한 것이다. 이후 STX그룹은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출범 이후 활발한 M&A를 통해 꾸준히 몸집을 불려왔다. 매번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말이 나왔다. 이렇게 하나둘 늘어난 계열사가 모두 17개가 됐다. 2000년 출범 당시 260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26조원으로 100배가량 성장했다. 재계순위는 12위. 20대 그룹을 통틀어 현재 오너가 기업을 일으킨 경우는 강 회장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셋뿐이다.

경영 성과를 기반으로 강 회장의 개인 위상도 급부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에 이어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으로 선출됐다. 조선업계에서 유일하게 재계를 대표하는 3대 단체 부회장단에 올랐다. 강 회장은 한국 부자 순위에서 20위권에 안착하기도 했다.


<희대의 사기사건> 주수도

<일요시사>는 정경유착과 경영세습을 통해 부를 독점해온 대기업들의 비리와 전횡 실상을 성역 없이 날카롭게 파헤쳐 왔다. 재벌들의 비리 사건들은 적잖은 충격을 줬다. 그중 가장 큰 충격을 몰고 온 사건이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사건’으로 기록된 ‘JU 사태’다.

주수도 회장은 1999년 JU를 창업, 7년 만에 국내 최대 다단계 판매업체로 키웠다. 그는 ‘소비생활 마케팅 네트워크’란 신개념으로 다단계 업계를 석권했다. 2002년부터 돌풍을 일으킨 JU는 매출 2조원에 회원수 35만명, 전국 가맹점 3000여개, 24시간 편의점형 마트 160개, 빌딩 21채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회원에 약속한 수당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 전력투구했던 서해 유전개발 등도 무산되면서 경영 위기는 심화됐다. 특히 영업 방식이 고수익을 미끼로 한 사기라는 주장과 뒤를 봐주는 정·관계 비호 세력이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몰락하기 시작했다.

주 회장은 2006년 불법 다단계 판매 영업을 통해 2조1000억원대의 사기 행각을 벌이고 회삿돈 28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피해자만 9만명, 피해액은 1조8000억원에 이른다. 현재 복역 중인 주 회장은 2007년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이 확정됐다. 주 회장은 사기 혐의 외에 언론인과 정치인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도 기소돼 2009년 징역 10월이 추가됐다. JU 사건은 최근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외국으로 도피했던 JU 핵심 인물인 정모 전 JU네트워크 대표가 붙잡힌 데다 주 회장이 판결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4년째 도피 행각> 정태수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일요시사>가 지속적으로 거론하는 인물이다. 국내에서 죄를 짓고 해외로 잠적해 근황 등을 수년째 추적하고 있다.

정 전 회장은 4년째 감감무소식이다. 2006년 2월 자신이 설립한 강릉영동대학에서 72억원을 횡령한 뒤 이중 27억원을 세탁해 은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 재판을 받던 중 2007년 5월 신병 치료를 이유로 일본으로 출국한 뒤 행방이 묘연하다. 대법원은 2009년 5월 정 전 회장이 없는 상태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검찰은 그가 범죄인 인도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키르기스스탄에서 초호화 도피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며느리, 아들, 측근 등이 정 전 회장의 도피자금을 댄 정황 탓이다. 이들은 모두 정 전 회장의 해외 도피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정 전 회장의 재산 은닉 의혹도 제기된다. 정 전 회장은 증여세 등 6개 세목에 걸쳐 2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내지 않아 국내 고액체납자 1위에 올라있다. 검찰과 국세청은 그의 행방을 좇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다른 사건으로 오랫동안 수감 생활을 한 정 전 회장이 ‘철창’을 두려워해 입국하지 않고 있다는 추측만 나돌고 있다.

올해 88세인 정 전 회장은 <일요시사>에 ‘비리’제목으로 가장 많이 등장했다. 그는 1991년 12월 수서지구 택지 특혜분양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1995년 특별사면됐다. 그러나 석 달 만에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100억원을 준 사실이 밝혀져 다시 구속돼 1심에서는 징역 2년이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러던 중 1997년 한보사건으로 또 다시 구속돼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2년 말 특별사면 됐다.

<천당·지옥 오간> 김우중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도 <일요시사>에 많은 기삿거리를 제공했다.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 등으로 검찰의 수사 압박을 받자 1999년 해외로 도피했다가 2005년 귀국한 뒤 분식회계와 대출사기, 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기소, 2006년 징역 8년6월에 추징금 17조9252억원을 선고받았다.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대우왕국’은 공중분해 됐다.

김 전 회장은 한때 재계 서열 2위의 총수였다. 그러나 그 위상은 온데간데없다. 김 전 회장은 빚더미에 올라앉아 허덕이는 절박한 상황을 맞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추징금은 역대 최대 규모. 전두환(2205억원)·노태우(2629억원) 두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에 비해서도 80배에 이르는 천문학적 액수다. 추징금 환수가 사실상 어렵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김 전 회장이 “한 푼도 없다”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회장의 ‘재기설’은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재미교포 무기거래상 조풍언씨와의 커넥션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조씨는 1999년 김 전 회장의 부탁을 받고 대우 구명로비를 위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공무원, 거물 정치인들을 상대로 돈을 건넨 혐의(알선수재)를 받았다. 조씨는 DJ와 동향인 데다 김 전 회장과는 동창인 사이여서 IMF 직후 흔들리던 대우그룹 회생을 위해 DJ 정부 시절 구명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가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조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뉴 스캔들 메이커> 임세령

임세령씨는 재계 전현직 총수가 아니지만 <일요시사>에 최근 들어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물이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임씨가 처음 지면에 등장한 것은 1998년 삼성가로 시집가면서다. 대상가와 삼성가의 결합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 전업주부로 내조에만 전념한 탓에 외부에 노출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2009년 이혼 뒤 손댄 사업마다, 하는 일마다 꼬였다. 임씨는 2009년 가을 쯤 불법건축 의혹이 있는 서울 청담동의 호화빌라 마크힐스 펜트하우스층을 매입해 뒷말이 적지 않았다. 이어 지난해 4월 톱스타 이정재씨와 필리핀에 동행해 스캔들에 휩싸였다. 그로부터 한달 뒤엔 외식사업 첫 작품인 퓨전 레스토랑 터치오브스파이스의 불법영업 적발로 망신을 당했다.

<일요시사>는 임씨가 지난해 4월 서울 청담동 수백억원대 빌딩을 매입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또 같은해 11월엔 청담동 최고급 오피스텔을 57억원에 구입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임씨는 대외 행보에 속도를 내면서 개인적으로나 사업적으로 자주 구설에 오르자 재계 최고의 ‘뉴스 메이커’로 낙인찍혔다. ‘돌싱’이 되자마자 부동산 쇼핑에 나서는 등 거침없이 돈을 쓰고 있는 행보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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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