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유병철 기자] 한 명의 대형 스타가 탄생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까? 스타의 탄생 시간을 정확하게 추산해 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기에 스타가 되는 과정은 고달프고 외롭다. 지난 1996년 김현철의 ‘일생을’ 뮤직비디오로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 김현주는 어느덧 데뷔 15년차가 됐다. 지령 800호를 맞은 일요시사는 아직 보여준 매력보다 보여줄 매력이 더 많은 스타 김현주를 MBC 주말드라마 <반짝 반짝 빛나는> 촬영장에서 만나 보았다.
2002년 SBS <유리구두>, 2004년 SBS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 2007년 KBS2 <인순이는 예쁘다>, 2008년 <파트너>는 김현주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그의 진가를 보여준 작품들이다.
“못난 신데렐라, 억척스럽게 돈을 모으는 여자, 촌스러운 여자, 돈 많은 여자 등 정말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연기자는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잖아요.”
인기를 모은 김현주는 2008년 KBS2 <파트너> 이후 공백기를 가졌다. 여러 작품에서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 2009년 KBS2 <꽃보다 남자>에서 극중 구준표의 누나로 까메오 출연한 것이 전부였다.
“연기 변신을 하고 싶었지만 변신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충족시켜줄 만한 캐릭터가 없었어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고지순한 여인이나 헌신적인 딸에서 벗어나고 싶었죠. 저도 한번쯤은 ‘다른 사람을 내려다보기도 하고 남의 부러움도 사는 잘난 캐릭터를 맡을 때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그가 1년 6개월 만에 MBC <반짝반짝 빛나는>의 여주인공 한정원 캐릭터를 수정하면서까지 출연을 감행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한정원도 새로운 캐릭터는 아니었어요. 대본을 읽고 출연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어요. 결국 작가 선생님과 감독님이랑 상의해서 한정원이란 캐릭터를 바꿨어요. 배려심 많고 무엇이든 양보하는 배우 김현주의 모습을 또 봐야 하는 시청자도 얼마나 지겹겠어요.”
김현주가 <반짝반짝 빛나는>에 애착을 갖는 또 다른 이유는 옛 생각 때문이다.
“데뷔한 지 10년이 지나니까 옛날 생각이 나더라고요. 선배들이 싸온 도시락도 먹고, 눈만 마주치면 대사를 맞춰보고…. 선배들과 촬영 현장에서 오순도순 정을 나누던 데뷔 시절이 그리웠어요. 지금은 촬영장에서 고두심, 길용우, 장용 선생님과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다양한 캐릭터 선보이며 ‘스타’로 우뚝…2008년 <파트너> 이후 공백기
1년 6개월 만에 <반짝반짝 빛나는>으로 복귀…색다른 캐릭터로 인기
오랜만에 드라마로 컴백한 김현주지만 고향을 찾은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다. 역시 촬영장은 그의 무대였다.
“많은 분들이 ‘오랜만에 돌아와서 어떠느냐’고 물으시는데 전 똑같은 것 같아요. 물론 처음엔 촬영이 조금 버겁다는 느낌은 있었어요. 얼굴 근육이 생각보다 안 움직이더라고요. 시청자들께서 반가워해 주시니 고맙죠.”
김현주는 극중 출판사 오너 딸로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덕에 매사에 낙천적인 성격을 가진 한정원 역을 열연 중이다. 타인의 실수로 인해 하루아침에 부잣집 딸에서 가난한 집 딸로 인생역전을 맞게 되지만 희망을 가지고 꿋꿋이 이겨나가는 당차고 씩씩한 인물.
“한정원은 매사에 밝은 편이면서 승부근성까지 있어 매 회마다 춤이나 노래 등을 보여드리며 표현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부담이 있어요. 사실 대본이 나올 때마다 긴장되는 정도죠."
천방지축 부잣집 딸이라는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취중 연기와 음치 연기도 불사한다.
“정원이가 한 회 한 가지씩 주사든 춤이든 무언가를 해야 해서 힘들어요. 떨리고 부담스럽지만 음치에 몸치 설정이라 연습을 아예 안 하고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대로 해요. 술을 많이 못하는 편이라 드라마다 보니 주사도 귀엽게 표현하려고 애썼죠.”
김현주는 15년 연기 생활을 하면서 연기에 대해 회의를 느낀 적도 있다. 그러나 ‘계속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봉사활동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유방암예방을 위한 핑크리본 캠페인에 참여해 상반신 누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생각을 조금 바꿨을 뿐인데 고맙고 감사한 일들이 많았어요. 고난도 감사하게 생각해야한다는 계기가 있었어요. 조금이라도 내가 느꼈던 마음들을 남들도 느꼈으면 해요. 봉사활동은 티를 내지 않고 하는 건데 나는 티를 내고 있어요.”(웃음)
올해 나이 서른 셋. 결혼 적령기가 지났지만 아직은 사랑 보단 일을 택했다.
“당장은 일을 열심히 하고 싶어요. 연기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항상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고 싶거든요. 연애는 늘 하고 싶어요. 하지만 결혼은 아직 부담스러워요.”
데뷔 15년이 지난 지금도 김현주는 여전히 변신 중이다. 어느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돼 있지 않다. 때와 장소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팔색조 매력, 김현주를 더욱 프로패셔널하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