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변방의 북소리 울릴까?

‘진짜 토종감자’ 최문순 강원도지사 당선 풀스토리

[일요시사=정혜경 기자]최문순 후보가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정계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최 도지사가 정치 입문 4년여 만에 광역자치단체 수장의 자리에까지 오른 것이다. 정계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는 모습이다. 상대가 엄기영 후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대체 강원도민의 마음을 뒤흔든 최 지사의 매력은 뭘까.


2005년, 48세 나이에 최연소 MBC사장 선임
이광재 동정론, 정권심판론 전면 내건 것 작용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춘천시 신동면 정족리에서 태어났다. 춘천초교와 춘천중, 춘천고, 강원대 영어교육과를 거쳐 서울대 대학원에서 영어영문학 석사를 마쳤다. 고교시절부터 박정희 대통령의 10월 유신에 비판적이었던 최 지사는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방송사들이 대규모로 신규 인원을 채용할 당시 MBC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보도국 사회부 기자 등으로 활동하던 최 지사는 1995년 노조위원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듬해 강성구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불법파업을 주도했다가 해직됐다.

그로부터 1년 만인 1997년 복직한 뒤 보도국 기획취재부 차장, 사회부 차장, 인터넷뉴스부 부장대우, 보도국 인터넷뉴스센터 취재에디터를 두루 거쳤다.

MBC 사회부 기자로
사회에 첫발 내디뎌


특히 1998년부터 2년간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을 지냈고 산별노조 전환 및 초대 위원장으로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출범을 주도했다. 최 지사는 참여정부시절 부장대우였던 2005년 48세에 최연소 MBC사장이 됐다. 그 후 <무한도전> <대장금> <주몽> <태왕사신기> <황금어장> <이산> 등의 드라마를 제작해 재직 2년 만에 총매출 1조5746억원, 영업이익 616억원을 달성했다.

최 지사는 2008년 총선 때 비례대표로 민주당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2009년 미디어법이 한나라당의 날치기로 통과되자 의원직을 사퇴하고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2월 강원지사 출마를 위해 춘천으로 이사했으며, 3월31일 민주당 강원지사 후보로 확정된 뒤부터 ‘진짜 토종감자’를 내세우면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개표 결과 최 지사는 47.5%의 투표율을 보인 가운데 51.08%의 지지를 얻어 46.56%에 그친 한나라당 엄 후보를 5.24%포인트 차로 꺾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이광재 전 지사가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에 역전승을 거둔 선거전이 재연된 것이다.

최 지사는 유권자의 과반이 넘는 ‘빅3지역’ 중 10% 이상 뒤졌던 춘천과 원주에서 각각 14.37%와 8.99% 차로 승리하고 강릉에서 20%까지 뒤졌던 열세를 4.75% 차로 좁혔다. 또 지난 6?2지방선거 당시 고성과 인제, 화천, 양구, 철원 등 접경지역을 비롯해 속초와 양양 등 영동 북부지역 등 8개 시·군은 4~15%가량 뒤져 절대 열세지역으로 분류됐으나 이번에는 속초와 양양, 인제, 화천, 양구지역에서 1~8%가량 역전해 승리의 발판이 됐다.

최 지사의 승리는 값졌다. 초반 열세를 뒤집고 막판 대역전을 이끌어 낸 때문이다. 엄 후보의 출발점은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엄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보다 알아보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초반 60%에 가까운 지지율로 레이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강원도 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한나라당을 선택했다”며 한나라당과 거리를 둘 수 있었던 것도 엄 후보가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번 최 지사의 승리는 정치권에서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최 지사는 어떻게 이런 엄 후보를 누르고 고지를 점령할 수 있었을까. 우선 ‘이광재는 정권의 탄압을 받아 낙마했다’는 강원도민들의 지배적인 인식이 큰 도움이 됐다. 또 이 전 지사가 촉발시킨 강원도의 ‘야권바람’을 등에 업은 것도 최 지사의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건 것도 작용했다. 특히 ‘수도권 정부’라는 평가를 받는 MB정부 들어 강원도민의 박탈감이 가속화됐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3선을 지낸 김진선 전 지사가 발이 닳도록 뛰었지만, MB정부에게서 떠난 강원민심의 선택은 냉정했다.

교육복지 2배 정책
기업유치 해 일자리

‘문순C’로 온라인상에서 유명한 최 지사의 SNS 활용도 빼놓을 수 없다. 이학만 한나라당 온라인대변인은 “SNS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대응책이 부족했다”며 “야당은 사안이 터지면 재밌게 편집해 빨리, 널리 알리는 시스템이 강했던 반면 여당은 그런 게 전혀 없다. 또한 이번 선거로 한나라당이 여전히 온라인에서 인기가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 후보의 오락가락 행보도 이번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자신을 탄압한 정권에 스스로 찾아가 후보가 됐다”는 이미지에 “나는 한나라당 지지자이지만 엄기영은 찍지 않겠다”는 여론도 꽤 있었다.

무엇보다 선거를 5일 앞두고 터진 강릉 펜션 불법 콜센터 사건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선거 한 달 여 전부터 펜션을 빌리고 30여명의 주부를 동원해 엄 후보의 선거운동을 한 이번 사건에는 더욱이 강원도민들의 염원인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서명운동 명부가 발견돼 더욱 충격을 줬다. 엄 후보 인지도의 결정체인 깨끗함과 세련됨에 손상이 불가피했다.

모든 상황은 맞아 떨어졌고 최 지사는 결국 승리를 거머쥐게 됐다. 이로서 최 지사는 향후 3년간 도정을 도맡게 됐다.

‘문순C’로 온라인에서 유명…SNS 적극 활용해
엄 후보, 강릉 펜션 불법 콜센터 사건 결정적

“60여년 동안 변방에 머물러온 강원도 홀대를 극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혀 온 그는 어떤 도정을 펼칠까. 최 지사는 이 전 지사가 추진했던 교육복지 2배 확대와 기업유치를 통한 일자리 확대정책, 남북관광교류 및 경제교류 즉각 재개, 사통팔달 교통망 정책 등을 대부분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 지사는 우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2014년까지 일자리 16만개를 창출해 젊은이들이 더는 고향을 등지고 떠나게 하지 않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와 함께 평창-강릉에 올림픽산업단지를 조성하고 폐광지역 주민과 농어민 소득을 2배로 늘릴 것을 약속했다. 교육 분야의 경우 아이들 교육비 2배 지원과 공교육 내실화를 통해 찾아오는 교육특구 실현,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차별없는 교육실천, 특성화된 좋은 학교 유치를 내세웠다.

도시개발 분야에 있어서는 동해안에 제2개성 공단 조성을 비롯해 수도권 1시간대 접근, 도내 2시간대 생활권, 도 전역 30분대 기간도로망 구축, 양양공항의 동해안 국제관문 변모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관광 교류 재개
사통팔달 교통망


최 지사는 문화분야의 경우 2014년까지 200억원의 기금을 모금해 강원FC를 한국의 맨체스터유나이티드로 육성하고 전통 무형문화와 생활기반형 예술문화 지원을 약속했다.

복지의 경우 효도틀니 등 어르신 노후생활 보장, 장애인이 행복한 강원도, 여성이 행복하고 안전한 강원도 조성이 공약이다. 환경에 있어서는 설악·금강 생태축과 DMZ를 한반도 평화공원으로 조성하고 삼척에 원전 대신 친환경 에너지 벨트를 조성하는 방안을 내놨다. 행정개혁 분야에서는 이 전 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도정자문위원회 구성과 누구나 참여하는 강원행복추진단 구성을 통한 열린 도정, 어울림의 리더십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매년 일자리를 4만개씩 창출하는 것은 현재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지적이 있는데다 동해안 평화공단의 경우 남북관계 및 정부의 대북정책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최문순 프로필>
의리의 사나이 ‘문순C’

학력
1984  서울대학교대학원 영어영문 석사
1978  강원대학교 영어교육 학사
1974  춘천고등학교 졸업
1971  춘천중학교 졸업
1968  춘천초등학교 졸업

경력
2011.  2~         민주당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지원특위 위원
2010. 11~         민주당 개혁특위 위원
2009. 5~ 2010. 5 민주당 원내부대표
2008. 6~          민주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회 간사
2008. 5~          제18대 국회의원
2006. 4~2007. 4  제13대 한국방송협회 회장
2005. 4~2006. 3  한국방송협회 부회장
2005. 2~2008. 2  MBC 대표이사 사장
2003~             MBC 인터넷뉴스부 부장대우
1995~1996       MBC 노조위원장
1984~1997       MBC 보도국 사회부 기동취재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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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