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진화하는 ‘동거 트렌드’ 들여다보니…

신개념 동거족들 “방 값 대신 섹스?”

‘동거’의 의미가 점차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결혼을 하고 싶지만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서 결혼을 하지 못하는 경우나 경제적인 이득을 보기 위해 함께 ‘살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이와는 달리 ‘결혼하기 전에 살아보고 결정 하겠다’는 나름의 합리성을 내세운 동거족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동거가 ‘섹스 중심’, ‘돈 중심’으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성은 자신의 성욕을 안정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낯선 여성을 집으로 들이고, 여성은 섹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영위하려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그런가 하면 대학가에서도 동거는 새로운 트렌드의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물론 외형적인 명분은 ‘돈을 아끼고 생활비를 절약하는 방법’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섹스를 위해 함께 살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동거를 둘러싼 우리사회의 인식변화를 집중 취재했다.


경제력 있는 30대 중반 남성, 이유있는 동거 즐겨
여성의 경우, 20대 초반이 대부분…"고생은 싫어"

사실 동거라고 하면 자신의 오래된 애인과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을 하기 전에 잠시 거쳐가는 단계로 생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동거는 ‘장기 계약 성매매’의 또 다른 형태로 변질되고 말았다. 동거를 알선하는 인터넷 카페에만 들어가 봐도 이 같은 사실은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몸만 들어오라더니
“이유 있었네”

‘함께 동거할 여성 구합니다. 얼굴만 예쁘면 몸만 오시면 됩니다.’

‘식사와 빨래만 해주세요. 나머지는 다 제가 알아서 합니다’

물론 글만 봐서는 섹스에 관한 내용은 없다. 하지만 단 한 푼의 돈을 지불하지 않고 식사와 빨래만으로 집을 내주는 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 여성은 거의 없다. 그 안에 섹스라는 대가가 이미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동거사이트를 이용하면서 몇 차례의 동거를 해봤다는 최모(35)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에게 있어서 동거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남녀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는 들어가지만 결혼은 하고 싶지 않은 경우, 섹스 파트너가 필요하지만 오랜 기간 같은 여성을 사귈 수 없는 남성들에게 동거보다 더 좋은 형태의 섹스 파트너는 없다고 본다. 또 남자인 내가 ‘갑’의 위치에서 여성을 선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성은 ‘간택’을 받는 입장이니 남성의 입장에서는 향후 우월하게 생활을 이끌어 날 수 있다. 물론 월세를 전부 내야 하지만, 솔직히 혼자 살아도 월세를 내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남자의 입장에서는 거의 공짜로 여성과 섹스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좋은 것을 왜 하지 않겠는가.”

최씨의 말만 들어봐도 동거에 대한 생각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오로지 섹스 때문에 동거를 하고, ‘책임지지 않는 남녀관계’를 위해 동거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혼 전에 서로를 잘 알기 위해서 동거를 한다’는 것과는 오히려 정반대의 개념이다.

반대로 이 같은 동거의 개념은 여성 입장에서도 그리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경우, 또는 잠을 잘 곳도 없는 최악의 경우, 여성의 입장에서는 무일푼으로 남성의 집에 들어가 숙식을 전부 해결할 수 있는 것 자체만 해도 적지 않은 ‘혜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일푼 그녀들
‘동거카페’ 전전

‘동거카페’ 등지에는 상당수의 여성들이 ‘밥, 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은 물론이고 만족스러운 섹스 파트너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결의에 찬 내용의 글을 올리고 있다. 이들에게 동거는 자신의 ‘삶의 질’을 올리는 유일한 방법이자 새로운 희망이 돼버린 것. 

하지만 과연 이런 형태의 통거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상대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이야기만 듣고 낯선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러나 실제 동거사이트나 카페를 이용하는 남성들은 ‘일단 한번 글을 올리면 장난 아니게 전화가 많이 온다’고 말한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동거 붐이 일어나서 동거녀를 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자세하게 글을 올리면 최소 한 달에 30명 이상은 연락이 온다. 거기다가 집의 사진을 잘 찍어서 올리면 전화가 오는 횟수는 더 많아진다. 원룸이 풀옵션이거나 약간이나마 럭셔리해도 외모가 월등한 여성들도 많이 찾아온다. 생각보다 쉬운 것이 동거이다.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만났다고 해서 거부감을 갖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 서로 조건이 맞는다면 오히려 너무 쉽게 상대방을 믿는다고나 할까.” (직장인 조모씨)

빨래·청소만 해주면 몸만 들어와도 오케이 “정말?”
연하남·외국인·띠동갑 등 동거 상대도 가지각색


그렇다면 이러한 방식의 동거를 원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남성의 경우 어느 정도의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독신남이 대부분이다. 나이는 대개 30대 중반 이후이다. 20대와 30대 초반만 해도 아직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롭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 성에 대해 매우 자유로운 관점을 가지고 있고 이미 상당수 성매매를 했거나 유흥문화에서의 ‘달인’인 경우가 많다. 어떤 면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이 동거이기도 하다는 것.

“사실 유흥문화라는 것도 처음에나 재미있지 그것도 한 10년 정도 하면 어느 정도 식상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여자들은 바뀌고 서비스는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술과 여자라는 이 두 가지 공식은 앞으로도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제는 개념이 완전히 다른 섹스를 추구하게 되고, 특히 좀 더 안정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섹스 라이프스타일’을 원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동거는 이들에게 더할 수 없는 장점을 준다. 좀 더 나이가 들면 결혼을 해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 단계 돌입하기 전의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돈 있는’ 30대 중반 남성
이유 있는 동거 선호


여성들의 경우 대개 20대 초 중반인 경우가 많다. 상당수 고등학생 때부터 가출을 해서 이곳저곳에서 힘들게 고생을 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간 남성들과의 섹스 경험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숙식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자신의 몸을 ‘서비스’하는 데에도 그리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부류다. ‘먹고 자는 것이 해결되는데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뿐이라는 것.

동거의 대상이 점차 다양해지는 것도 최근 동거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연상연하 커플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 전반적으로 연상 연하 커플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동거에서 연상연하 커플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일정 정도 여자에게 유리한 면을 가지고 있다. 어차피 여성이 직장도 있고 나이도 많으니 밖에서 일을 하고 나이가 적은 남성이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는 식이다. 여성의 입장에서는 ‘말 잘 듣는’ 연하남이 집안을 꾸려나가니 편할 수밖에 없고, 아직 경제적인 능력이 확실하게 않은 남성은 ‘돈 잘 버는 누나’가 있으니 서로가 윈-윈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아빠 같은 남친’과 동거를 하기도 한다. 나이 차이가 무려 10살, 15살까지 나는 경우까지 있다. 남들이 볼 때는 이상하질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나이 차이가 나야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끼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고.

또한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외국인과 동거를 하는 커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동거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이 같은 인식변화는 ‘젊은 세대의 가벼운 성의식’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세태 자체가 용인되는 전반적인 사회적인 인식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이렇게 동거와 같은 가벼운 성관계에 익숙해진 이들이 점점 나이가 들면서 더욱 더 성이 개방된 사회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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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