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대망 접은 반기문 20일 천하 풀스토리

괜히 나섰다가 망신만 당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일 대선레이스에서 중도이탈했다. 10년간 맡았던 유엔 사무총장직을 내려놓고 지난달 12일 귀국한 뒤 20일 만이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판도는 안갯 속으로 접어들었다.

가뜩이나 후보가 없는 여권은 다시금 자중지란 속으로, 후보가 넘쳐 나는 야권은 누가 대항마가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입국부터 사퇴까지 ‘20일 천하’가 돼버린 반 전 총장의 행적을 되짚어봤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귀국하자마자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그의 행보는 연일 기삿거리를 양산했고 발언은 언론 지상을 뒤덮었다. 그만큼 반 전 총장은 입국부터 사퇴까지 20일간 숱한 논란에 휘말렸다.

반 전 총장과 관련된 논란은 귀국길부터 시작됐다. 그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 귀국 소감을 묻는 언론의 질문에 “가슴이 벅차고 설렌다. 국가 발전을 위해 10년간의 경험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면도 많다”고 말했다.

못 견디고
중도 사퇴

귀국보다 더 큰 관심을 받은 건 반 전 총장의 친인척 비리 문제였다. 반 전 총장의 동생 반기상씨와 조카 주현씨는 경남빌딩 매각과 관련해 뇌물, 사기, 돈세탁 등의 혐의로 그의 귀국 하루 전 뉴욕연방법원에 기소됐다.

반 전 총장은 이 자리서 “아는 것이 없다. 장성한 조카여서 사업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었고 만나지도 않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가까운 가족이 연루된 것에 당황스럽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반 전 총장은 “국민들의 따뜻한 환대에 감사한다”는 말을 시작으로 귀국 연설문을 발표했다.

그는 “국민대통합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겪은 여러 가지 경험과 식견을 가지고 젊은이의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 길잡이 노릇을 하겠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뤄질 때라고 생각한다” 등 국민통합과 정치교체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한 몸을 불사를 용의가 있다”며 사실상 대권 도전 의지를 피력했다.

반 전 총장이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귀국 메시지보다 의전 논란이 더 관심을 받았다. 반 전 총장 측은 귀국 전 인천공항에 대통령 등 3부 요인급에게 제공되는 의전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 측은 인천공항에 내려 승용차로 자택에 가려던 일정을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변경했다. 그가 시민들과 만나고 싶다면서 바꾼 일정이었다. 일정이 변경되면서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공항철도로 몰려들었고 일대는 혼란에 빠졌다. 반 전 총장의 동선에 따라 에스컬레이터를 통제하는 등 과잉 의전으로 퇴근길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귀국 이후 광폭행보 이어갔지만

과거 발언·친인척 비리에 발목

누리꾼의 풍자 대상이 된 ‘2만원 논란’도 이날 나왔다. 반 전 총장은 인천공항역에서 7500원짜리 표를 사면서 무인발매기에 1만원권 두 장을 동시에 집어넣었다. 이 모습을 포착한 누리꾼은 반 전 총장의 행보를 ‘서민 코스프레’라고 비난했다. 이날의 해프닝은 이후 이어질 ‘1일 1논란’의 서막에 불과했다.

귀국 다음 날에는 반 전 총장의 피선거권 논란이 불거졌다. 공직선거법 제16조 1항에 따르면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 이 경우 공무로 외국에 파견된 기간과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기간 외국에 체류한 기간은 국내 거주기간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이를 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일 현재 5년 이상의 기간을 국내에 거주한 사실이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국내에 계속 거주와 관계없이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며 “제19대 대통령선거일까지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한 사실이 있다면 공무 외국 파견 또는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 기간 외국체류 여부를 불문하고 피선거권이 있다”고 해석했다.

중앙선관위의 해석을 놓고 법조계 등 각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귀국 사흘째인 지난달 14일에는 충북 음성의 사회복지시설인 꽃동네를 방문했다. 반 전 총장은 어르신들의 수발을 드는 과정에서 본인이 턱받이를 한 모습이 보도돼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게다가 똑바로 누워 있는 할머니에게 죽을 건네고 그마저도 얼굴에 흘리는 등 좌충우돌하는 모습으로 세간의 비난을 받았다. ‘반기문 턱받이’ 논란은 하루 종일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입국·사퇴
속전속결

논란이 커지자 반 전 총장 측은 “(턱받이는) 꽃동네 측에서 요청한 복장”이라고 해명했다. 소설가 이외수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반기문의 어이없는 서민 친화 코스프레. 정치가들의 거짓말과 속임수에 이제는 진력이 났다”며 “제발 국민들께 진실을 좀 보여 주시지요”라고 맹비난했다.

같은 날 조류인플루엔자(AI) 거점 소독소 방문 일정서도 반 전 총장을 비롯, 일부만 방역복을 입고 소독약을 분사해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을 기점으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반 전 총장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와 관련해 지난달 15일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를 방문한 일정에서 “한반도 현실이 거의 준전시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은 마땅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반 전 총장의 발언은 즉각 야권 인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미국 앞에서 작아지는 지도자가 어찌 국익을 지킬 수 있겠느냐”며 “미국이 우리 최대 동맹국이고 앞으로도 최고의 우방이어야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자신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 사드 배치를 유치할 의사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적 지지를 잃고 청와대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함께 탄핵당할 정책을 옹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6일에는 반 전 총장이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날 전화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은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부디 잘 대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귀국 이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유엔 사무총장으로 10년간 노고가 많으셨다”고 화답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죽이 잘 맞는 것 아닌가”라며 일침을 가했다.

보여주기 행보
과잉의전 구설

국민통합 행보로 경남 봉하마을에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과 세월호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잇달아 방문했던 지난달 17일에도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반 전 총장은 노무현정부 시절 대통령 외교보좌관과 외교통상부장관을 지냈다.


그뿐만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은 반 전 총장을 유엔사무총장으로 적극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반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조문을 하지 않아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봉하마을을 찾은 그의 행보에 대해 일각에선 대통령이 되기 위한 ‘야권 달래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SNS에 “(반 전 총장은) 자신의 모든 노력을 다했던 노 전 대통령의 그 슬픈 죽음에 현직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조문조차 못 했던 분”이라며 “정치에 기웃거리지 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 반 전 총장이 봉하마을을 찾았을 땐 분위기가 싸늘했다. 또 반 전 총장은 방명록에 ‘사람 사는 사회’라고 작성해 논란을 자초했다. 김보협 <한겨레신문> 기자는 “그분이 꿈꿨던 세상은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세월호참사가 발생한 진도 팽목항에 방문해서는 미수습자 가족들과도 만났다. 그 과정에서 바른정당 박순자 의원이 미수습자 가족들을 불러 반 전 총장과 사진을 찍게 한 사실이 알려졌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SNS에 “반기문, 오늘 팽목항을 방문했다. 2014년 참사 직후 뉴욕 분향소 조문 외에 그는 세월호에 대해 단 하나의 언동도 하지 않았다”며 “팽목항은 대권용 쇼를 위한 장소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일부 단체 회원들은 반 전 총장의 방문을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다.

‘1일 1논란’ 검증 칼날에 화들짝
현실정치 벽에 걸려 중도 낙마

지난달 14일에는 충북 음성의 부친 묘소 성묘 때 불거진 퇴주잔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진 영상에는 반 전 총장이 퇴주잔으로 보이는 술잔을 받아 마시는 장면이 담겨 있다.

누리꾼은 통상 묘소에 방문하면 술을 따라 올린 후 묘소 주변에 뿌리며 퇴주하는 것이 풍습이라며 그의 행동을 질타했다. 반 전 총장 측은 SNS에 당시 상황이 담긴 전체 영상을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다.

여기서 끝날 줄 알았던 퇴주잔 논란은 영상을 게재한 누리꾼이 선관위 조사를 받게 되면서 다시 불거졌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달 26일 영상을 게재한 누리꾼이 공직선거법(허위사실 공표죄)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며 출석을 요구했다. 정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니고 반 전 총장이 후보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선거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선관위는 “반 전 총장은 모두가 입후보할 상황으로 보는 입후보 예정자이기 때문에 후보로 해석할 수 있다”며 유권해석을 내렸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나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악의적인 루머에 시달릴 때는 이 같은 사례가 없었던 점을 들어 선관위가 ‘오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는 기자들과 갈등을 빚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그의 입장은 짧은 시간동안 자주 변했다. 지난 2015년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 이후 반 전 총장은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박근혜 대통령께서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환영의 뜻을 비쳤다. 당시 발언은 후로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귀국 직후 인터뷰에선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해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꾼다는 비판이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기자들은 반 전 총장의 일정 때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다.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던 반 전 총장은 지난달 18일 “위안부에 관해서 제가 역사적인 과오를 저지른 것처럼 말하는데 절대 아니다”며 “앞으로는 어떤 언론이 묻더라도 답변하지 않겠다”고 벽을 세웠다. 그 자리에 캠프의 이도운 대변인에게 “이 사람들이 와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만 물어보니까 내가 마치 역사의 잘못을 한 것 같다. 나쁜 놈들이에요”라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기자들의 사과 요구에도 며칠간 묵묵부답이던 반 전 총장은 지난달 23일 “시차 적응도 잘 안 되고 갑자기 지방을 돌다보니 수많은 기자들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감정적인 표현을 한 점이 있었다”며 “후회하고 있고 해당 언론인들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기자들에게 사과의 말을 하기까지 “페이크 뉴스라든지 가짜 뉴스, 남을 헐뜯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그러는 건 대한민국 국민이 할 일이 아니다” “유엔에선 이런 식으로 취재하지 않는다” 등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대선 불출마 선언 직전인 지난달 31일에는 “촛불 민심이 변질됐다”는 발언으로 누리꾼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당시만 해도 촛불 집회에 대해 “자랑스러웠다” “역사가 2016년을 기억할 것” “광장이 만들어낸 기적” 등의 찬사로 광장에 모인 국민들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3주 만에 “광장의 민심이 초기의 순수한 뜻보다는 약간 변질한 면도 없지 않다. 직접 가보진 않았지만 TV 화면에서 볼 때 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의 발언은 안 그래도 나빠진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반 전 총장은 박근혜-최순실게이트가 일어난 이후부터 지지율이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렸다. 귀국 직후에도 제대로 된 컨벤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진 구설에 반등 동력조차 잃어가던 중이었다. 그 와중에 나온 촛불 변질 발언이 쐐기를 박았다.

결국 유권자
마음 못 얻어

반 전 총장은 지난해 <한국대학신문>이 전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학생 의식조사 및 기업·상품 선호도 조사에서 피겨선수 김연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2014년 조사에서는 1위였는데, 흥미로운 점은 전국의 대학생들이 가장 불신하는 집단으로 무려 85.3%가 ‘정치인’을 꼽았다는 점이다.

반 전 총장은 20일간의 ‘정치인 체험’으로 수십 년간 쌓아온 모든 명성과 존경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 친동생 반기호씨가 미얀마 사업체 운영 당시 ‘유엔 현지 방문대표단’ 직함을 사용해 특혜를 봤다는 의혹 등 친인척 비리와 관련해 수사기관의 칼날이 반 전 총장을 향한다면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낙동강 오리알’ 나경원·오세훈 다음 수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멘붕’에 빠진 사람들이 있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반 전 총장의 대권행보에 발을 걸쳤던 인물들이다. 나 의원은 반 전 총장의 서울 사당동 자택 복귀 환영식에 참석하는 등 꾸준히 그의 곁에서 지지를 보내왔다.

그는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소식을 듣고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반 전 총장 개인이나 대한민국의 긴 역사를 볼 때 오히려 더 나은 결정인 것 같다”며 표정 관리에 나섰다.

바른정당 최고위원에 뽑혔지만 반 전 총장 캠프 선대본부장으로 갈 수도 있다고 밝혀 비판을 받았던 오 전 시장의 입장도 난감해진 건 마찬가지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일 국회서 열린 바른정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래 예정대로라면 오늘 최고위원회의가 제가 참석하는 마지막 회의가 됐을 것”이라며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 후보들과 연대 의지가 확고한 것을 보고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바른정당과 반 캠프 사이를 저울질하던 오 전 시장은 자연스럽게 당에 남게 됐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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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가 혼란스럽다. 소속 수사관들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공수처의 자체적인 감찰을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수사관 4명 중 3명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보복성 징계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내부 감찰을 통해 수사관 4명의 비위 정황을 확인해 발표한 건 지난 6일이다. 3명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됐고 1명은 경징계 대상이다. 징계 대상자였던 한 수사관은 채 해병 특별검사팀에 오동운 공수처장에 관해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했다. 공수처는 별개의 건으로 이번 징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상태다. 출장 중 비위 정황? 징계를 받은 수사관들은 공수처가 발주한 디지털 포렌식 관련 사업 담당자들이었다. 이 사업을 수주한 업체와 수사관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이나 유착이 있었는지가 핵심 감찰 대상이었다. 지난 6일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내부 감찰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비위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관 4명 중 3명에 대해서는 금일 인사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를, 1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의결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징계 요구를 한 3명에 대해선 뇌물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도 부연했다. 해당 수사관 3명은 최근 직위해제돼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기관이 내부 직원들 징계를 이처럼 선제적으로 공지한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수처는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찰과 복무 점검을 강화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징계 대상자 중 1명은 지난해 채 해병 특검팀에 오 처장 등 지휘부 관련 진술을 했던 인물이다. 이 수사관은 오 처장 등의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해당 수사관을 비롯한 징계 대상자 4명의 ‘비위 정황’이 확인됐다는 사유를 이유로 댔으나, 대상자들은 특검 조사와 증인 채택 등을 근거로 ‘보복성 징계’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과장급 A씨는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 심리로 열리는 오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피고인 측이 공판준비기일에 공소 사실 일체를 부인해 A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재판부에 재판 중계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특검법은 중계 신청이 있을 경우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계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담당 수사관 사업체와 유착? 공수처, 자체 감찰 통해 확인한 4명 징계 처리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한 후 재판 중계 허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등은 2024년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는 등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수사외압 의혹을 들여다보던 시기에 각각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하며 2024년 2∼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관련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2024년 6월 윤석열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채 해병 특검팀이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오 처장 등의 혐의 관련 내용을 진술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징계 대상자인 공수처 수사관 B씨는 <세계일보>와의 연락에서 “(새로 도입하기로 한 포렌식 기기 판매업체에서) 장비 운용교육을 해서 해외 출장을 갔는데, 공수처가 그쪽(업체)에서 부담한 식사 비용 등이 ‘뇌물’ 아니냐며 징계하려는 것”이라며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면 교육은 당연히 받아야 해서 그 비용은 사실상 도입 비용에 포함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것 아니냔 의혹에 대해선 “조달계약으로 한 것이고, 단독입찰을 했기 때문에 그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 대상자 중 한 명(A씨)이 (채 해병) 특검팀 (참고인) 조사에서 오 처장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일 때문에 보복성으로 지금 이렇게 (징계를)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B씨는 지난해 말 공수처에 사표를 냈으나, 감찰과 징계 등을 이유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인력난 공수처는 최근 현직 부장판사와 변호사 간 재판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해 두 사람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지난 19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전날(18일)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에게 뇌물수수 혐의, 정 모 변호사(48)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교 동문인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아 가벼운 형을 선고해 준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정 변호사의 건물을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김 부장판사가 2023년 지방 소재 법원에 부임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정 변호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이후 1~2년간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20여건을 맡아 1심에서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이 선고된 형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는 김 부장판사에게 현금, 고급 향수 등 금품과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부 공간을 1년간 무상으로 김 부장판사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친분으로 받은 단순 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 측은 김 부장판사 가족이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을 다시 강제수사 중이다. 이 수사는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가 지휘한다. 지난 18일 오후 공수처는 직원 5명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파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법률상 요건 긴박한 상황 다만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를 대검이 임의제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검찰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시절 불법적으로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했다며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은 출국금지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면서도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차 의원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8일 김건희 특검팀에서 통일교 수사를 지휘한 채희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채 지청장은 민중기 특검과 박상진 특검보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수사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당시 조사에서 진술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을 포함한 5명의 정치인이 교단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만 조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수사보고서만 작성한 뒤 지난해 11월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뒀지만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특검팀이 편파 수사를 했다며 민 특검과 해당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로부터 의혹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함께 고발된 파견검사의 공범으로 민 특검을 수사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 사건을 배당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가 과거보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법원이 잇달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적법성을 인정한 것도 공수처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서 “공수처는 내란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서 “특검에 오 처장 진술에 대한 보복” 특검, 오 재판 중계 신청 공수처엔 부담될 듯 지난 1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도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까지 함께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다만 수사력 논란은 여전히 물음표다. 올해 출범 5년을 맞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6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선고유예 1건뿐이다. 인력도 출범 이후 매년 결원 상태가 유지되다 지난해 말에야 검사 정원(20명)을 겨우 채웠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검사의 경우 3년 단위 임기제다 보니 우수한 인적 자원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바뀌게 될 수사기관의 지형도 공수처에게는 부담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텅)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지 통보제 취지에 반해”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