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과감하게 바뀌어야 산다”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⑩>정의화 국회부의장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 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열 번째로 정의화 국회부의장을 만나봤다.  <대담=최민이 편집국장>


판 커진 4월 재보선 “여당은 민생법안부터 챙겨야”
재보선 결과 상관없이 당 변화·발전 위한 노력 당부 

지난달 말 오는 5월에 있을 G20국회의장단 회의를 위해 의장특사로 유럽출장을 다녀온 후 숨 돌릴 틈도 없이 4월 임시국회 일정이 이어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정의화 국회부의장을 지난 11일 국회부의장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4월 국회 열렸지만
정치권은 재보선 붙박이

- 4월 국회가 열렸지만 정치권의 시선은 4·27 재보선에 향해 있는 것 같다.
▲ 내년에 총선·대선이 있어 거물을 내보내는 등 ‘필승전략’을 쓰다 보니 판이 커졌다.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 당의 어른으로서 여당에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야당이 선거에 올인한다고 책임 있는 여당마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민생은 뒷전이고 선거에만 급급해 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당면한 4월 임시국회에서 민생법안 논의와 통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 4·27 재보선 결과로 향후 정치권이 요동을 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 예단키는 어렵다. 선거 결과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기든 지든 변화와 발전을 위한 당 자체의 노력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일각에서는 재보선 결과와 관계없이 ‘한나라당 위기론’이 거론되고 있다. 내년 총선, 대선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한나라당부터 과감한 자기혁신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변화에 인색했다. 폐쇄성을 과감히 깨뜨리고, 집권여당의 오만함을 겸허한 자세로 낮추고, 변화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모습으로 총선·대선을 맞이해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차기 대권 제1화두
‘국민대통합’의 리더십

- 총선 조기 가열에 이어 차기 대권 레이스도 일찌감치 시작됐다는 평이 많다. 차기 대선에서의 시대적 화두는 무엇이 될 것이라고 보나.
▲ 차기 대선주자의 제1화두는 국민대통합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지역적·계층간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고, 국민 간 조화와 화합을 이끌어내는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예상되는 북한 변수를 어떻게 큰 무리 없이 처리할 것인가 하는 점이 관건이다.

- ‘북한 변수’라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 최근 북한은 3대 세습을 통해 상당한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천안함 폭침사건, 11월 연평도 포격도발이 그 대표적 사례다. 올해 3차 북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특히 대선이 있는 내년은 북한이 공언해온 강성대국의 원년이다. 때문에 누가 북한변수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는 물론 이를 적극 활용해 한반도평화구도 정착을 위한 주도권을 쥘 것인가에 시선이 모아질 것이다. 단순한 연착륙이 아니라 갑작스런 통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보다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구사할 것인지 여부가 대선 이슈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 (사)남북의료협력재단 이사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를 맡는 등 평소 남북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남북관계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 평소 ‘통일은 대결이 아니라 신뢰하고 화합할 때 가능하다’는 소신을 갖고 남북 화해협력을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마음은 일시적으로 억압할 수 있겠지만 영원히 감옥에 가둬둘 수는 없는 만큼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통일은 다가올 것이며 점진적 통일을 위해서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 일환으로 2년여 전부터 정부 예산의 1%를 적립하자는 주장을 해왔다. 지난해 ‘남북협력 및 통일 기금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남북협력기금법은 우리 국민들이 통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남북경색을 푸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고 있다.

더불어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 같이 개혁 개방의 길로 나와 정상국가로 일정수준에 오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지속적인 교류가 필요하다. 북한과 동포는 별개로 생각하며 인도적 지원을 하고, 이렇게 이뤄진 만남이 점에서 선 그리고 면이 되어 접촉면이 확대된다면 동포로서 남북이 서로 돕는 과정에서 그동안 무너진 신뢰를 충분히 다시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던데….
▲ 남북대결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이명박 대통령, 김정일 위원장이 만나 담판 지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대통령도 그동안 발언의 행간을 살펴보면 ‘언제든지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면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을 봤을 때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추측은 가능하다.

- 지난 6일 여야중진의원들과 남북 국회회담,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런 형태의 모임은 전례 없는 일 아닌가.
▲ 이번 간담회는 정치적 경륜이 풍부한 여야 중진의원들이 형식이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주 모여 국가적 현안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루고자 하는 제 개인적 바람에 의해 만들어졌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원내대표, 여야의 3선급 이상 의원 27명이 모였다. 여야 중진들이 이렇게 모이긴 처음이었다. 
 
-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 이날 논의주제는 ‘남북국회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국회의 역할’이었다.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으며, 이에 대해 앞으로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가 남북국회회담 진전을 위해 생산적 논의를 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열되는 복지논쟁
차기 대선판도 뒤흔들라

- 이 외에 대선에서 화두가 될 수 있는 것을 꼽는다면.
▲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맞아,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국민들의 복지욕구가 분출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최대 쟁점으로 부각했듯이 내년 대선에서도 복지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 복지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어떤 복지가 ‘진정한 복지’라고 보는가.
▲ 복지에 대한 이러저러한 주장이 있지만 제가 주장하는 복지는 ‘적재적소의 복지’, 이른바 ‘칵테일 복지’다. 필요한 곳에 복지지원이 우선 이뤄지고, 재정에 맞게 단계적으로 복지의 덩치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퍼주기식 복지’보다는 자립심을 돕는 복지로 가야한다. 이를 위해선 튼튼한 중소기업 육성,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책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복지누수’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 지난 5일 ‘참다운 선진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참다운 선진복지국가로 가는 길이란?
▲ 진정한 복지는 정책과 재정 이전에 가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진실로 인간다운 삶이 무엇이며 나만이 아닌 우리 이웃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가짐, 인간을 사랑하는 진실 된 가슴이 있을 때 복지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고 믿고 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복지와 보건, 복지와 고용이 어우러지는 선진복지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부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고통 받는 이웃들과 어려움을 나누려 하는 민간부문의 능동적인 노력이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려는 민간부문의 참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선진국 수준의 복지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영국 등 공공복지가 발달한 나라에서도 사회복지의 절반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꾸려가고 있기도 하다.

우리에게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아름다운 전통이 남아 있다. 공동체를 중시했던 선조들의 삶에서 나눔과 봉사는 자연스러운 생활, 그 자체였다. 지금도 태풍과 폭설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전국 곳곳에서 사랑의 불길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지 않나.

우리 가슴 속 깊은 곳에 있는 이러한 따뜻한 마음을 일상의 자원 봉사와 기부 활동으로 전환해 나갈 때, 우리 대한민국은 선진복지국가의 반열에 올라 설 것이다.

호남 한나라당 의원
신공항 백지화를 논하다

- ‘호남출신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라고 불리던데, 호남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
▲ 호남과의 개인적 인연은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치입문 전에 의사였는데 전주 예수병원에서 수련의로 일하게 되면서 호남과 인연을 맺었다.

영호남의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것을 보고 ‘조그만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린데 이어 동서마저 간격이 있다면 국가에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 정치입문 전인 1991년부터 부산과 광주에서 뜻을 함께 하는 분들과 ‘영호남민간인협의회’를 결성해 영호남 화합과 소통에 앞장서오기도 했다.

호남에서는 별로 인기 없는 한나라당 의원이고 제 지역구도 아니지만, 한나라당 지역화합발전특별위원장 등을 맡아 현안과제를 해결하고, 호남 발전을 위한 예산을 꾸준히 챙기면서 그런 별명을 얻게 된 것 같다.

- 정치를 하는 이유 중에는 ‘호남’에 대한 부분도 있나.
▲ 영호남 화합이 이뤄질 때 지역 균형발전과 국민통합이 가능하고, 통일 대한민국도 앞당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통일을 바라봐야 하는데, 그 통일의 전제조건이 바로 동서화합과 전국 균형발전이고, 이를 달성하는 게 제가 정치를 하는 목적의 하나다.

- 국회의원이 되기 전 유명한 신경외과 전문의였는데, 정계 입문 과정이 궁금하다.
▲ 15대 총선을 앞둔 지난 1996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주도한 공천혁명에 발탁되면서 운명처럼 정치에 뛰어들게 됐다. 의사를 관두고 정치를 시작한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권력을 즐기고 편하게 살자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다. 정치를 통해 병들어 가는 우리 사회를 조금 이나마 더 건강하게 만드는 더 큰 의사가 돼야겠다는 일념이었다.


차기 대선 3대 화두 ‘국민대통합·북한 변수·복지논쟁’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방침 철회, 조속 추진 강력 주장

- 지역구가 부산이다. 지역에서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을 것 같은데….
▲ 신공항은 미래를 대비해서 꼭 필요하다. 그 필요성은 이미 정부가 과거부터 인정해 온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은 대선 공약이자 국민들과의 약속인데, 정부가 장기적 추진과제로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지 못한 채 백지화로만 결론을 내서 아쉬움이 크다.

또한 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 발표 후 경제성이나 정책성, 가중치 등 (평가 과정에) 뭔가 작위적인 냄새가 난다. 억지로 짜 맞추려는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어떻게 처리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 저는 오래전부터 ‘남해안에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 우리 대한민국이 지금의 정체 국면을 타파하고 선진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남해안을 수도권에 버금가는 ‘제2의 경제축’으로 개발해야만 한다고 주장해왔다. 동남권 신공항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추진해야 한다. 국토균형발전과 남해안시대를 위해서라도 백지화 방침은 분명히 철회하고, 시급한 국가과제로 조속히 추진해나가야 한다. 
 
- 마지막으로 국회부의장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해 말해 달라.
▲ 다양한 사회에서 갈등은 당연히 존재한다. 당연히 존재하는 갈등을 의장단이 헌정 60년이 넘었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게 잘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당 부의장으로서 축구의 미드필더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더불어 민주적인 의회상을 정립해야하는데, 18대 국회후반기 부의장으로서 최소한 우리 국회가 여야간의 상호 호혜의 원칙을 지키고, 국회의원 간에는 상호존중의 원칙을 엄격히 지키는 불문율을 세워 국회 폭력을 추방하고, 국민으로부터 좀 더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공헌한 부의장으로 남고 싶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더욱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다가가겠으니 성원과 격려 부탁드린다.

정리=장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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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