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과감하게 바뀌어야 산다”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⑩>정의화 국회부의장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 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열 번째로 정의화 국회부의장을 만나봤다.  <대담=최민이 편집국장>


판 커진 4월 재보선 “여당은 민생법안부터 챙겨야”
재보선 결과 상관없이 당 변화·발전 위한 노력 당부 

지난달 말 오는 5월에 있을 G20국회의장단 회의를 위해 의장특사로 유럽출장을 다녀온 후 숨 돌릴 틈도 없이 4월 임시국회 일정이 이어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정의화 국회부의장을 지난 11일 국회부의장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4월 국회 열렸지만
정치권은 재보선 붙박이

- 4월 국회가 열렸지만 정치권의 시선은 4·27 재보선에 향해 있는 것 같다.
▲ 내년에 총선·대선이 있어 거물을 내보내는 등 ‘필승전략’을 쓰다 보니 판이 커졌다.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 당의 어른으로서 여당에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야당이 선거에 올인한다고 책임 있는 여당마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민생은 뒷전이고 선거에만 급급해 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당면한 4월 임시국회에서 민생법안 논의와 통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 4·27 재보선 결과로 향후 정치권이 요동을 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 예단키는 어렵다. 선거 결과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기든 지든 변화와 발전을 위한 당 자체의 노력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일각에서는 재보선 결과와 관계없이 ‘한나라당 위기론’이 거론되고 있다. 내년 총선, 대선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한나라당부터 과감한 자기혁신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변화에 인색했다. 폐쇄성을 과감히 깨뜨리고, 집권여당의 오만함을 겸허한 자세로 낮추고, 변화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모습으로 총선·대선을 맞이해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차기 대권 제1화두
‘국민대통합’의 리더십

- 총선 조기 가열에 이어 차기 대권 레이스도 일찌감치 시작됐다는 평이 많다. 차기 대선에서의 시대적 화두는 무엇이 될 것이라고 보나.
▲ 차기 대선주자의 제1화두는 국민대통합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지역적·계층간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고, 국민 간 조화와 화합을 이끌어내는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예상되는 북한 변수를 어떻게 큰 무리 없이 처리할 것인가 하는 점이 관건이다.

- ‘북한 변수’라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 최근 북한은 3대 세습을 통해 상당한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천안함 폭침사건, 11월 연평도 포격도발이 그 대표적 사례다. 올해 3차 북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특히 대선이 있는 내년은 북한이 공언해온 강성대국의 원년이다. 때문에 누가 북한변수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는 물론 이를 적극 활용해 한반도평화구도 정착을 위한 주도권을 쥘 것인가에 시선이 모아질 것이다. 단순한 연착륙이 아니라 갑작스런 통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보다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구사할 것인지 여부가 대선 이슈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 (사)남북의료협력재단 이사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를 맡는 등 평소 남북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남북관계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 평소 ‘통일은 대결이 아니라 신뢰하고 화합할 때 가능하다’는 소신을 갖고 남북 화해협력을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마음은 일시적으로 억압할 수 있겠지만 영원히 감옥에 가둬둘 수는 없는 만큼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통일은 다가올 것이며 점진적 통일을 위해서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 일환으로 2년여 전부터 정부 예산의 1%를 적립하자는 주장을 해왔다. 지난해 ‘남북협력 및 통일 기금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남북협력기금법은 우리 국민들이 통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남북경색을 푸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고 있다.

더불어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 같이 개혁 개방의 길로 나와 정상국가로 일정수준에 오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지속적인 교류가 필요하다. 북한과 동포는 별개로 생각하며 인도적 지원을 하고, 이렇게 이뤄진 만남이 점에서 선 그리고 면이 되어 접촉면이 확대된다면 동포로서 남북이 서로 돕는 과정에서 그동안 무너진 신뢰를 충분히 다시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던데….
▲ 남북대결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이명박 대통령, 김정일 위원장이 만나 담판 지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대통령도 그동안 발언의 행간을 살펴보면 ‘언제든지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면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을 봤을 때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추측은 가능하다.

- 지난 6일 여야중진의원들과 남북 국회회담,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런 형태의 모임은 전례 없는 일 아닌가.
▲ 이번 간담회는 정치적 경륜이 풍부한 여야 중진의원들이 형식이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주 모여 국가적 현안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루고자 하는 제 개인적 바람에 의해 만들어졌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원내대표, 여야의 3선급 이상 의원 27명이 모였다. 여야 중진들이 이렇게 모이긴 처음이었다. 
 
-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 이날 논의주제는 ‘남북국회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국회의 역할’이었다.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으며, 이에 대해 앞으로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가 남북국회회담 진전을 위해 생산적 논의를 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열되는 복지논쟁
차기 대선판도 뒤흔들라

- 이 외에 대선에서 화두가 될 수 있는 것을 꼽는다면.
▲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맞아,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국민들의 복지욕구가 분출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최대 쟁점으로 부각했듯이 내년 대선에서도 복지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 복지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어떤 복지가 ‘진정한 복지’라고 보는가.
▲ 복지에 대한 이러저러한 주장이 있지만 제가 주장하는 복지는 ‘적재적소의 복지’, 이른바 ‘칵테일 복지’다. 필요한 곳에 복지지원이 우선 이뤄지고, 재정에 맞게 단계적으로 복지의 덩치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퍼주기식 복지’보다는 자립심을 돕는 복지로 가야한다. 이를 위해선 튼튼한 중소기업 육성,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책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복지누수’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 지난 5일 ‘참다운 선진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참다운 선진복지국가로 가는 길이란?
▲ 진정한 복지는 정책과 재정 이전에 가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진실로 인간다운 삶이 무엇이며 나만이 아닌 우리 이웃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가짐, 인간을 사랑하는 진실 된 가슴이 있을 때 복지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고 믿고 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복지와 보건, 복지와 고용이 어우러지는 선진복지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부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고통 받는 이웃들과 어려움을 나누려 하는 민간부문의 능동적인 노력이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과 사랑을 나누려는 민간부문의 참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선진국 수준의 복지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영국 등 공공복지가 발달한 나라에서도 사회복지의 절반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꾸려가고 있기도 하다.

우리에게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아름다운 전통이 남아 있다. 공동체를 중시했던 선조들의 삶에서 나눔과 봉사는 자연스러운 생활, 그 자체였다. 지금도 태풍과 폭설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전국 곳곳에서 사랑의 불길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지 않나.

우리 가슴 속 깊은 곳에 있는 이러한 따뜻한 마음을 일상의 자원 봉사와 기부 활동으로 전환해 나갈 때, 우리 대한민국은 선진복지국가의 반열에 올라 설 것이다.

호남 한나라당 의원
신공항 백지화를 논하다

- ‘호남출신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라고 불리던데, 호남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
▲ 호남과의 개인적 인연은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치입문 전에 의사였는데 전주 예수병원에서 수련의로 일하게 되면서 호남과 인연을 맺었다.

영호남의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것을 보고 ‘조그만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린데 이어 동서마저 간격이 있다면 국가에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 정치입문 전인 1991년부터 부산과 광주에서 뜻을 함께 하는 분들과 ‘영호남민간인협의회’를 결성해 영호남 화합과 소통에 앞장서오기도 했다.

호남에서는 별로 인기 없는 한나라당 의원이고 제 지역구도 아니지만, 한나라당 지역화합발전특별위원장 등을 맡아 현안과제를 해결하고, 호남 발전을 위한 예산을 꾸준히 챙기면서 그런 별명을 얻게 된 것 같다.

- 정치를 하는 이유 중에는 ‘호남’에 대한 부분도 있나.
▲ 영호남 화합이 이뤄질 때 지역 균형발전과 국민통합이 가능하고, 통일 대한민국도 앞당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통일을 바라봐야 하는데, 그 통일의 전제조건이 바로 동서화합과 전국 균형발전이고, 이를 달성하는 게 제가 정치를 하는 목적의 하나다.

- 국회의원이 되기 전 유명한 신경외과 전문의였는데, 정계 입문 과정이 궁금하다.
▲ 15대 총선을 앞둔 지난 1996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주도한 공천혁명에 발탁되면서 운명처럼 정치에 뛰어들게 됐다. 의사를 관두고 정치를 시작한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권력을 즐기고 편하게 살자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다. 정치를 통해 병들어 가는 우리 사회를 조금 이나마 더 건강하게 만드는 더 큰 의사가 돼야겠다는 일념이었다.


차기 대선 3대 화두 ‘국민대통합·북한 변수·복지논쟁’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방침 철회, 조속 추진 강력 주장

- 지역구가 부산이다. 지역에서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을 것 같은데….
▲ 신공항은 미래를 대비해서 꼭 필요하다. 그 필요성은 이미 정부가 과거부터 인정해 온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은 대선 공약이자 국민들과의 약속인데, 정부가 장기적 추진과제로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지 못한 채 백지화로만 결론을 내서 아쉬움이 크다.

또한 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 발표 후 경제성이나 정책성, 가중치 등 (평가 과정에) 뭔가 작위적인 냄새가 난다. 억지로 짜 맞추려는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어떻게 처리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 저는 오래전부터 ‘남해안에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 우리 대한민국이 지금의 정체 국면을 타파하고 선진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남해안을 수도권에 버금가는 ‘제2의 경제축’으로 개발해야만 한다고 주장해왔다. 동남권 신공항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추진해야 한다. 국토균형발전과 남해안시대를 위해서라도 백지화 방침은 분명히 철회하고, 시급한 국가과제로 조속히 추진해나가야 한다. 
 
- 마지막으로 국회부의장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해 말해 달라.
▲ 다양한 사회에서 갈등은 당연히 존재한다. 당연히 존재하는 갈등을 의장단이 헌정 60년이 넘었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게 잘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당 부의장으로서 축구의 미드필더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더불어 민주적인 의회상을 정립해야하는데, 18대 국회후반기 부의장으로서 최소한 우리 국회가 여야간의 상호 호혜의 원칙을 지키고, 국회의원 간에는 상호존중의 원칙을 엄격히 지키는 불문율을 세워 국회 폭력을 추방하고, 국민으로부터 좀 더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공헌한 부의장으로 남고 싶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더욱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다가가겠으니 성원과 격려 부탁드린다.

정리=장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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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