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사상최악 전산장애 최원병 리더십 ‘흔들’

고객들은 “내돈 내놔” 회장님은 “직원들 때문”

농협의 뒷목이 뻐근하다. 최근 벌어진 전산장애 사태에 연신 머리를 조아려서다. 이번 사고로 농협의 모든 금융업무가 마비됐다. 사고 발생한 지 며칠이 지나도록 복구도 이뤄지지 않았다. 덕분에 3000만 고객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사상 최악의 전산장애’라고 명명하는 데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농협이 이번 사고의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다보니 내부자 연관설, 해킹설 등 온갖 억측과 의혹이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총부리는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의 미간에 정조준 됐다. 다급한 최 회장은 부랴부랴 위기수습용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세인들의 눈초리는 한층 싸늘해졌다. 싸늘하다 못해 얼음장 같다.


정상화 차일피일…정확한 사고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해
전산망 관리체계 총체적 부실 적나라하게 드러나

농협에 전산장애가 처음 일어난 것은 지난 12일 오후 5시10분이다. 현금자동인출기(ATM) 서비스를 비롯해 인터넷뱅킹, 폰뱅킹 등이 모두 중단됐다. 3000만에 달하는 고객들은 말 못할 불편에 시달려야 했다.

본격적인 문제는 사고 발생 이튿날인 지난 13일 발생했다. 전체 창구거래가 먹통이 된 것. 모든 은행업무가 마비된 셈이었다. 농협은 창구 입출금 거래를 오전 10시까지 복구하기로 했으나 약속한 시간이 훌쩍 지나서도 정상화시키지 못했다. 고객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농협 각 지점에는 고객들의 항의와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3000만 고객들 발만 동동 굴러


사흘째인 14일에도 마찬가지였다. 농협은 ATM, 인터넷 뱅킹 등 일부 기능을 복구했다고 했지만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 사고 직후 농협은 “12일 저녁까지 복구하겠다”고 호언했으나, 이후 13일 오전, 14일 낮 등으로 시한을 미뤘다. 하지만 사고 나흘째인 15일까지도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를 이용한 현금인출 등 일부 서비스는 여전히 정상 가동되고 있지 않다.

이번 사태로 고객들은 금융거래에 큰 차질을 빚어야 했다. 일부 고객은 “농협이 제대로 복구하지 않고 거짓 해명을 낸다”고 비판했다.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전산으로 처리하는 은행권에서 과부하 등에 따른 전산 장애는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지난해 말 강추위에 서버가 동파된 씨티은행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두세 시간 내 복구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농협은 복구는 물론 원인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은 물론 전산업계에서도 복구가 늦어진 이유와 사고의 배경을 두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농협의 전산장애는 중계서버의 운영체제(OS)가 손상돼 벌어진 일이다. 중계서버는 은행 지점에서 보낸 입출금 등의 기록을 메인 원장 데이터베이스(DB)와 백업용 원장 DB에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이곳의 운영체제가 손상돼 먹통이 되자 모든 전산망이 마비됐다는 게 농협의 설명이다.

농협 중계서버는 수십개의 개별 서버로 구성돼 있다. 한두 개 서버에 문제가 생겨도 나머지 서버들이 잘 작동하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 모든 서버의 운영체제가 일제히 손상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부자 혹은 협력사 직원이 고의 또는 실수로 사고를 일으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전산업계 관계자는 “아무 일도 안 했는데 한꺼번에 모든 서버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실수든 고의든 무언가 잘못된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12일 오후 5시쯤 농협 IT본부 분사에 파견된 한국IBM 직원의 노트북에서 IBM 중계서버에 대한 파일 삭제 명령이 내려진 사실이 드러났다. 농협은 이것이 장애를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농협의 전산시스템은 IBM과 HP 등 여러 제조사 서버를 사용하고 있지만 IBM 서버 100여대에서만 실행파일이 삭제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직원은 “누군가에 의해 노트북을 통해 파일 삭제 명령이 내려졌을 뿐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해명에도 해당 직원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했다. 이 직원이 의혹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 질 수 있었던 건 농협 서버에 접근한 사람이 최고관리자권한(Root)을 취득해 주 서버와 백업서버(재해복구서버)까지 파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내부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 아직 실수인지 고의인지는 파악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고관리자 권한을 취득하고 백업서버까지 파괴한 점으로 미뤄 고의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킹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내부직원 또는 협력사 직원의 실수라고 보기엔 장애의 범위와 피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전산전문가들은 “복수의 시스템에 대해 파일삭제 명령이 내려지고 DR 데이터마저 훼손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고의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의도적 해킹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고객 신용 거래내역 손실돼

농협 역시 해킹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내부자의 PC를 통해 파일 삭제와 서버 파괴 시도가 이뤄졌지만 PC 소유자가 직접 시도한 것인지 외부에서 접근한 해커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번 사태를 두고 일각에선 “아무리 협력업체인 한국IBM이 자사 서버에 대한 유지보수를 전담한다 하더라도 전체 전산시스템을 교란하는 파일삭제 명령이 아무런 제지 없이 자유롭게 내려졌다는 것은 그만큼 농협의 IT보안체계가 허술하다는 뜻”이라며 강한 질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가운데 농협의 전산망 관리 체계가 ‘부실덩어리’였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난 14일 열린 전산장애사태 사과 기자회견에 참가한 농협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서다. 이들의 증언은 ‘최고의 은행’을 자부해왔던 농협의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고도 남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농협은 지난 2004년부터 전산업무의 상당부분을 협력업체에 의존해왔다. 경영효율화라는 명목에서였다. 사고가 발생한 양재동 농협IT본부분사에도 협력업체 직원 1~2명이 농협직원들과 상주하며 전산시스템을 모니터링 해왔다.

문제는 협력업체 직원들은 노트북 PC를 통해 전산시스템을 감시했고, 얼마든지 외부로 이를 반출할 수 있었다는 데 있다. 농협은 노트북PC를 반출입할 경우 정해진 보안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협력업체 직원들이 보안각서에 서명한 사실도 강조했다. 하지만 외부로 반출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해킹이나 바이러스 오염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사람을 믿었다는 게 농협 측의 항변이다. 기술적 문제보다 사람에 대한 관리가 더 큰 금융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농협은 이날 업무를 재개할 때 노트북PC에 대한 보안점검을 실시했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문제의 노트북PC가 개인의 것인지, 농협에서 제공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내부자 연관설, 해킹설 등 온갖 억측과 의혹 양산
최 회장, “직원들 말만 믿었다 당했다”며 책임전가


다만 “협력사 직원이 모니터링 할 때 필요한 것을 볼 수 있도록 허가 등록된 PC로 직원들이 보관하고 있다”고 답했다. 개인소유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리는 말이다. 문제의 노트북 PC가 외부 인터넷과 연결됐을 가능성에 대해선 “내부만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외부인터넷망과 접속돼 해킹이 이뤄졌을 개연성은 없다는 것이다.

노트북 PC에서 시스템 파일 삭제 명령이 떨어져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문제의 노트북 PC를 누가 보고 있었고,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만큼 관리가 소홀했다는 말이다. 하나의 노트북 PC로 320개 서버를 연결해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한 관리체계 역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총부리는 농협을 이끌고 있는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에게 돌아갔다. 전산 시스템 관리에 소홀했다는 문책의 화살이 쏟아졌다. 리더십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최원병 회장 사건 은폐 의혹도

이에 최 회장은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섰다. 최 회장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를 “나도 사고 관련 보고를 바로 못 받았다. 곧 복구될 거란 직원들 말만 믿었다가 당했다”며 직원에게 호통을 치는 것으로 대신했다.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오히려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최 회장에 따르면 뒤늦게 사고 사실을 전해 듣고 담당 직원에 전화를 걸었다. 최 회장은 “직원으로부터 ‘오늘 밤을 새워서라도 내일 시스템 문제없이 해결하겠다’는 말을 듣고 그렇게 알고 있었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전산장애 사태에 손을 놓고 있었단 얘기나 다름없다. 사방에서 싸늘한 시선이 꽂혔다.

또 최 회장은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고객정보와 금융거래 원장은 모두 정상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확인결과, 신용거래 내역이 손실된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은 현재 카드거래 내역과 원장의 거래내역이 맞지 않아 수작업으로 확인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즉, 농협 서버에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거래 내역이 손실돼 수작업으로 기록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다. 농협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거래를 재개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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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