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야동왕’ 본좌들의 세계

“100억 금방 벌어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제2의 소라넷’이라 불리는 ‘꿀밤’의 운영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의 검거 소식에 뭇 남성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리고 한 남자를 추억했다. 범죄자였지만 남성들로부터 추앙받았던 남자. 인터넷에 수만건의 음란물을 유포해 야동신화를 작성했던 ‘김본좌’다.

그는 이미 법의 철퇴를 맞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의 후예들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더 치밀하고 교묘하게 진화를 거듭하며. 아무리 법적인 제재를 가해도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그들의 활동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2006년 10월, 혜성처럼 등장한 한 남자가 있었다. 이 남성의 검거 사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네티즌들로부터 ‘김본좌’로 불린 이 남성은 음란물을 웹하드와 P2P 사이트에 업로드해오다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네티즌들은 김본좌의 검거를 알리는 언론보도에 신약성서를 인용해 ‘김본좌께서 연행되시매 경찰차에 오르시며 너희들 중에 하드에 야동 한 편 없는 자 나에게 돌을 던지라 하시니 경찰도 형사도 구경하던 동네 주민들도 고개만 숙일 뿐 말이 없더라 (본좌복음 연행편 32절 9장)’는 댓글을 달았다.

“화려한 삶을
살고 싶었다”

이 외에도 “조사실에 계시던 김본좌께 담당 형사가 물을 건네매 ‘목이 탈 것이니 드시오’ 하니 본좌께서는 ‘아니오. 빨리 수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업로드를 마쳐야 하오. 나를 기다리는 수십만명의 사람이 있소’ 하시니 담당 형사와 조사관들이 이내 숙연해지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더라 (본좌복음 수사편 25절 3장)” 등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해냈다.


뭇 네티즌들이 ‘음지의 슈바이처’로 불린 이 남성이 업로드한 음란물은 1만4000건으로 단일 사건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후로도 몇몇 음란물 업로더들이 김본좌의 아성에 도전하다 경찰에 붙잡혔지만 그 파급력은 따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2014년 5월 전북 경찰이 구속한 ‘박본좌’는 김본좌의 그것을 충분히 뛰어넘고도 남았다. 박본좌가 제작해 유포한 음란물은 무려 23만건. 김본좌의 16배에 달하는 규모다.

박모(35)씨는 2011년 10월부터 부산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인터넷에 ‘촬영모델을 모집한다’는 광고글을 올렸다. 한 시간에 3만원에서 5만원까지 지급하겠다는 광고를 보고 용돈이 필요했던 가출 청소년들은 스튜디오를 찾아 모델을 자처했다.

처음에는 평상복을 입은 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촬영이 이뤄졌지만 ‘다른 옷을 입고 찍어보자’는 박씨의 요구에 모델들은 수영복과 속옷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이 중에는 나체로 사진을 찍거나 성행위 동영상을 촬영한 여성들도 있었다.
 

박씨는 모델들이 노출을 꺼리자 “얼굴은 찍지 않겠다”며 가면을 착용하도록 한 뒤 촬영을 계속했다. 또 탈의실에는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여성들의 동의 없이 탈의장면까지 촬영했다.

최대 음란사이트 운영자 적발
잡고보니 평범한 30대 법무사

박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사진 23만장과 동영상 819편, 몰카 250편 등 음란물을 제작해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뒤 가입한 회원들에게 월 15만원을 받고 음란물을 제공했다. 처음 촬영이 시작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박씨가 회원들에게 음란물을 제공한 대가로 받은 금액은 2700만원에 달했다.


3년 가까이 지속된 박씨의 범행은 음란물 모니터링을 하던 경찰에게 사이트가 발각되면서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음란물을 게재한 스튜디오 사이트를 확인하고 사이트 이용대금 결제 계좌와 이메일 등을 추적한 끝에 박씨를 붙잡았다. 박씨는 “스튜디오 장사가 잘 되지 않아서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기 위해 모델들을 모집해 사진을 찍었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박본좌 이후에도 ‘김본좌의 후예들’은 계속해서 활동했다. 지난해 8월에는 웹하드에 대량의 음란물을 유포해 수천만원을 챙긴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새롭게 등장한 본좌 김모(40)씨는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웹하드 사이트 3곳에 130GB에 해당하는 음란물 150여편을 올렸다.

김씨는 자신이 올린 자료를 다른 사람이 내려받을 때마다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포인트가 생긴다는 사실을 이용, 약 200회에 걸쳐 포인트 현금 전환을 요청해 본인 명의 계좌로 2000여만원을 입금받았다.

“AV 저리가라”
직접 찍어 올려

같은 범죄로 69번이나 경찰 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는 김씨는 2015년 2월 법원서 음란물 유포 및 저작권법 위반 등으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집행유예 기간에도 범행을 이어갔고 심지어 조사를 받으러 경찰에 출석한 당일에도 웹하드에 음란물을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처벌되지 않는 수위의 성인물 수천편을 올리면서 음란물을 끼워 넣는 방법으로 교묘히 단속을 피했다.

얼마 전에는 음란 사이트 ‘소라넷’ 폐쇄 이후 국내 최대 규모 음란사이트 ‘꿀밤’ 운영자가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 17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법무사 정모(33)씨와 IT회사 프로그래머 강모(22)씨를 구속하고 김모(32)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 등은 2013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꿀밤’이라는 음란 사이트를 운영하며 4만여건의 음란물을 게시하고 성매매 업소 등의 광고 수수료를 챙겼다.

이들은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 자신들이 직접 촬영한 성관계 사진이나 몰래 촬영한 동영상을 사이트에 게시했다. 또한 회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내부 이벤트도 벌여 회원들이 올린 성관계 사진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회원에게 200∼500만원의 시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고 서버를 미국에 두고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거래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어 대포폰을 쓰는가 하면 성매매 업소 업주들과 텔레그램이나 사이트 내부 쪽지로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

정씨 일당이 2016년 한 해에 비트코인을 현금화한 규모만 15억원에 달했다. 현직 법무사인 정씨는 음란 사이트 외에 불법 대마 재배에도 손을 댄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100억원 정도의 많은 돈을 벌어 화려한 삶을 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본좌들이 활동하는 웹하드는 일정 공간을 이용자에게 제공해 자유롭게 파일 업로드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서비스다. 다른 이용자들이 올린 파일 역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데 이때는 다운로드 용량에 따라서 유료 포인트로 결제해야 한다.


소라넷 폐쇄 후
대세였던 꿀밤

지급된 포인트는 웹하드 업체와 파일 업로더가 나눠 가지는 시스템이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에 등록된 웹하드 사이트는 총 107개. 거의 모든 웹하드는 성인 카테고리를 따로 분류하고 있다.

한 업체의 경우 시간당 70∼80개 이상의 게시글이 낯뜨거운 제목을 달고 올라오는 상황이다. 그뿐만 아니라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로 간단히 성인인증만 하면 많은 양의 ‘야동’을 접할 수 있다. 주민등록번호로 인증한다고 하지만 미성년자가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몰래 사용할 경우에는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성인 카테고리에 올라오는 콘텐츠들은 90% 이상은 일본 AV다. 상당수가 근친상간이나 강간 등 비윤리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국내선 유통이 금지된 불법 영상물임에도 이미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한 편에 200∼300원 정도로 결제할 수 있다.
 

국내에 저작권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음란물이기 때문에 오히려 저렴하게 다운로드 할 수 있어 아이러니하다. 실제 우리나라는 일본산 AV의 가장 큰 수요층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어디서도 정식으로 수급할 수 없음에도 AV는 웹하드를 중심으로 대규모의 음성적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 유명 AV배우인 아오이 소라가 방한했을 당시의 뜨거운 관심, 미국과 일본의 포르노 제작사들이 국내 소송을 준비했던 사건 등은 국내의 포르노 유통 규모에 대한 방증이다.


이들은 공통으로 ‘성적 욕구를 제한하는 나라’에 분노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성관계 영상이 유출되어 고통을 겪고 심지어는 자살까지 한 여성들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심지어는 자신의 분노를 정당화하기 위해 불법 음란물 규제를 계급 문제로 치환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처럼 자유롭게 유통돼 범람하는 음란물이 왜곡된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불법도박·성매매 광고로 수익
방문자 늘리기 위해 이벤트도

수원 20대여성 살인 사건이나 경남 통영 살인 사건의 피의자들 경우 음란물에 탐닉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 전문가들은 이들의 음란물 탐닉이 그들이 저지른 범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웹하드 업체 관계자는 “성인물은 회사의 가장 큰 수익이다. 또한 경쟁이 심한 웹하드 시장서 회원들을 유인하는 미끼이므로 규제에 있어서 아무래도 눈감아주는 부분이 많다”면서 “대부분의 업체가 불법 성인물에 대해 방조한다. 일부는 ‘헤비 업로더’들과 일종의 공생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업로더들은 다운로드 수익의 20∼30%를 가져가며 때에 따라서는 월 수익이 200만∼300만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월 소라넷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소라넷 접속이 불가능해지자 유사 사이트들이 생겨났다. 이번에 붙잡힌 법무사 정씨의 사이트도 기존 소라넷 회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몸집을 키웠다. 이들의 검거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의 남초 사이트에서는 과거 ‘김본좌’나 ‘소라넷 폐쇄’ 등을 언급하며 슬퍼하는 댓글과 반응을 보였다.

김본좌는 야동의 유통과 생산이 불법인 한국에서 마치 표현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한 몸을 희생한 선구자 같은 사람으로 추앙받았고 소라넷은 김본좌 이후 남성들의 성적 욕구를 책임져 온 이들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통했다.

이들은 공통으로 ‘성적 욕구를 제한하는 나라’에 분노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성관계 영상이 유출돼 고통을 겪고 심지어는 자살에 이르기까지 한 여성들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심지어는 자신의 분노를 정당화하기 위해 불법 음란물 규제를 계급 문제로 치환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글들 대부분이 ‘가난한’ 내가 모니터를 보고 성적 욕구를 푸는 것을 왜 나라가 제한하느냐는 댓글이었다. 있는 놈들은 안 잡고 ‘건전하게’ 모니터를 보며 욕구를 해소하는 자신이 제법 괜찮은 사람이라는 반응도 나올 법하다.

그러나 국내서 유통되는 야동은 디지털 성범죄의 산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꿀밤’에 업로드된 성관계 동영상 속 여성들이 가난한 남성들의 성욕 배출을 위해 이용되는 것을 바랐을까? 동영상 삭제 전문 업체 산타크루즈는 디지털 성범죄 동영상을 매달 평균 50건, 1년에 600건 이상씩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피해 여성들은 매달 200만원씩 최소 3개월에서 1년까지 부담한다. 업체 관계자는 가끔 중간에 의뢰인에게 연락하면 가족이 전화를 대신 받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피해자가 사라졌거나 숨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도 ‘김본좌의 후예들’은 반성은커녕 죄책감조차 크게 느끼지 않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용돈벌이로 한 일이다. 어차피 내가 안 올려도 인터넷에 넘쳐난다.” 동영상 유포범이 경찰에게 한 말이다.

김본좌의 등장
그리고 후예들

조사를 담당한 수사관은 “피의자들이 인터넷에 음란물을 퍼뜨리는 것을 ‘백사장에 모래 한 삽 더 퍼 넣는 일’ 정도로 생각한다”며 반성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이 넘는 수사관들이 “용의자들은 죄의식이 없었다”고 답했다.

수년간 음란물 수사를 해온 한 경찰은 “인터넷서 음란물 유포자를 장난처럼 띄워 주는 분위기가 있어서 그런지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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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