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배수영은 인간과 자연의 소통 지점에 주목하는 작가다. 자연과 사회의 관계성과 그 합을 독창적으로 해석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갤러리 유에이치엠(U.H.M)은 배수영 작가가 바라본 소통 지점을 전시 공간으로 옮겨놨다. 배수영의 개인전 ‘Five Elements’는 UHM이 개관 이래 처음으로 선보이는 설치작품전시다.
설치미술가이자 공공미술 디렉터인 배수영 작가는 자연과 사회의 관계에 주목한다. 인간과 자연의 큰 틀은 수(水), 목(木), 금(金), 토(土), 화(火)로, 이것들은 인간과 상호작용을 통해 지속된다. 배수영은 이 상호작용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해석한다.
치유의 공간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재활용된 작품을 설치하고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자연, 그리고 인간 사이에 형성된 ‘치유의 공간’을 보여주고자 했다. 또 작품을 통해 현재 사회와 자연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제안하고 있다.
배수영은 어릴 적부터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컴퓨터 안 회로판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식물과 컴퓨터 폐자재를 작품에 사용하는 작가의 방식은 어린 시절 기억에 영향을 받은 셈이다. 배수영에게 식물은 장식의 요소가 아니라 기능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다. 회로는 인간의 관계도를 표현하는 데 사용한다.
배수영은 음양과 오행에도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특히 작업과 연관성이 많은 오행은 더욱 깊이 천착해왔다. 배수영은 “각각의 본질은 다르지만 그것들은 서로 밀접한 관계”라며 “인간과 인간, 자연과 자연, 인간과 자연은 너무나도 밀접하지만 무관심하고 방관적인 태도가 만연하다”고 언급했다.
배수영은 작품이 외관적으로 관람객들을 유혹했으면 한다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유혹을 당해야 궁금증이 생기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 감동받게 된다는 것.
예를 들어 버려진 산업화 기계들을 모아서 정원에 식물처럼 설치한 작품(숲 속의 대화)에서 관람객은 녹색에 매료돼 가까이 다가갔다가 모조 잔디라는 것을 알아챈 순간 자연 속의 쓰레기 배출과 처리에 대한 경각심이 자연스레 생겨난다.
재활용 아트의 작업은 대부분 제품 그 자체의 제작만 전달하는 듯하지만 배수영의 접근 방법은 남다르다. 배수영은 자연 속에서 느끼는 인간의 회귀 감정, 관계의 느낌으로 소통과 상생, 개념에 근거해 작업한다. 그러면서 자연과 인간 사이의 상생관계, 그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감성적 교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배수영은 오랫동안 일본서 공부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 작가이자 기획자로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특히 공공미술과 관객참여형 전시를 많이 선보였다.
미술관이나 갤러리 등 소위 말하는 화이트큐브 안에서의 전시보다 도시 곳곳을 전시공간으로 삼아 시민과 직접 접촉이 가능한 미술관 밖 공공 프로젝트를 많이 한 것이다. 그 과정서 자신의 예술적 관점과 다른 입장의 소위 일상의 맥락과 관계를 맺고 협업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 정부와도 협업을 많이 했는데 배수영은 이를 환경이나 생태 문제를 다루며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의미를 고찰하는 계기로 삼았다.
김노암 아트스페이스 휴 디렉터는 “배수영 작가의 작업은 단순한 하나의 기능이나 의미에 갇혀있지 않고 예술의 다층적 의미와 기능에 대해 관찰하고 새로운 관계의 형식을 실험하고 구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수학적 세계서 펼쳐지는 무한 수렴과 무한 확산의 운동처럼 정수 1과 2 사이를 분할하는 무한한 분수의 세계처럼 무수한 이미지와 사건들이 무한으로 점차 펼쳐진다”고 평했다.
김노암 디렉터의 평론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프랑스 영화감독 뤽 베송의 SF영화 <제5원소>와 닮은 점이 있다. 뤽 베송의 <제5원소>는 불, 바람, 물, 흙의 자연계 요소와 세상의 악을 일소하는 최종요소로서 ‘인간의 사랑’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시 <Five Elements>에서 배수영은 전쟁이나 환경 파괴 등 세상을 망가뜨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사랑의 또 다른 형태인 ‘인륜성’을 제시한다.
인륜성 제시
배수영은 환경 문제를 직접 언급하고 물질 문명과 산업사회의 폐해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산업기술과 그 산물을 관객참여형 작품으로 재생하는 일종의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의 문화를 접목시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작품은 현실과 문명고발적 메시지를 넘어 보편적인 조형원리와 채색, 미적 오브제로서의 대상으로 도약한다.
김노암 디렉터는 “예술이 죽어가는 것들에 대한 숙명을 껴안고 가기는 쉽지 않다”며 “우리 삶의 터전이 무너지고 죽어가는 현실에 대해 따뜻하고 희망을 주는 것들을 만드는 것은 미적이자 도덕적이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음달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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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영은?]
▲학력 및 약력
오사카 예술대학원 예술제작학위 박사과정수료(2010)
오사카 예술대학원 예술제작전공 석사졸업(2006)
오사카 예술대학교 예술계획학과 졸업(2004)
오사카 예술전문대학교 디자인미술학과 졸업(2000)
㈜씨에이치이엔티아트 사업본부장(2009~현재)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심의위원(2012~2014)
도쿄예술대학교 연구원(첨단예술표현학연구)(2010~2011)
KunstDoc 미술연구소초빙연구원(2009~2010)
㈜스페이스워크(아트디렉터), 도쿄(2008~2010)
오사카 하얏트호텔갤러리 기획전 중심큐레이터(2008~2009)
오사카 대한민국총영사관 한인총예술협회 미술담당(2006~2007)
▲개인전
<Take the Ego, 배수영> 展, NaMuModern & contemporary art gallery, 서울(2015)
<Trans -Being> 展, KunstDoc Project Space, 서울(2014)
<ECOPIA -ALPENSIA and THE ART ZONE> 展, 알펜시아리조트, 평창(2012)
<토요타렉서스> 展, 사카이천복지점, 일본(2008)
<하늘저편에…라라라…별저쪽으로…> 展, 하얏트리젠시호텔, 오사카(2008)
<이제 시작하며-설치미술> 展, 신사이바시앗센스서점, 오사카(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