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은 지금…탱탱한 봄의 유혹

살랑살랑 봄바람에 들썩이는 마음

김천 자두꽃축제…자전거 타고 하얀 봄꽃 즐길 수 있어
청산도 슬로우 걷기축제…걷기와 전통자원 체험
고창 청보리밭 축제…몸과 마음 쉴 수 있는 여유 제공
김해 가야문화축제…‘가야 르네상스 대탐방’ 콘셉트
청풍호 벚꽃축제…벚꽃과 어우러진 청풍호 감상

바람을 불어넣은 공처럼, 눈 돌리는 곳마다 그야말로 ‘탱탱한’ 봄이다. 유유자적 충만한 자연을 완상(玩賞)하는 여행이 제격이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에서는 볼거리뿐만 아니라 놀거리도 있어야 하고, 먹을거리에 입도 즐거워야 한다. 지자체들이 정성껏 마련한 봄축제를 찾아가 보면 어떨까. 몰려든 인파들로 북적이긴 하지만, 제철 먹을거리는 물론이고 다양한 체험거리들도 즐비하다.

김천 자두꽃축제

경북 김천 자두꽃축제가 오는 4월9일과 10일 농소면 봉곡리 샙띠마을 일원에서 개막된다. 제1회 김천 자두꽃축제는 자두꽃 개화시기에 맞춰 열리는 것으로 전국 최대 자두 생산지로 각광받고 있는 김천 자두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틀간 열린다. 김천문화원 주관으로 마련된 이날 행사는 가족, 연인, 친지들이 함께 어우러져 걷기와 자전거를 타고 4월의 하얀 봄꽃을 즐길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됐다.

‘자두꽃길 체험’에는 시 문화관광해설사들이 안내를 맡아 자두와 지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자두꽃의 아름다운 자태를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사진콘테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특히 봉곡리(샙띠마을)는 시의 상징새(市鳥)인 왜가리가 서식하고 있는 마을이라 볼거리를 한층 더 높여 줄 것으로 기대 된다.

부대행사로서 자두꽃 압화, 자두꽃 화전, 자두와인·막걸리 시음, 왜가리 탐방, 도자기 굽기, 천연염색, 페이스페인팅, 자두송편 만들기, 자두젤리 만들기체험, 다도체험, 민속놀이 체험(윷놀이, 투호, 제기차기) 등이 김천자두협회와 이화만리녹색농촌체험마을, 김천대학교의 협조로 진행된다.
이화만리(李花萬里)라는 명칭은 ‘자두꽃 향기가 만리까지 퍼져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재희 새마을문화관광과장은 “참가자들을 위해 농촌마을의 추억을 즐길 수 있는 자두꽃국수, 자두꽃비빔밥, 부침개 등 먹거리장터도 운영될 예정이다”며 “자두꽃 사진 콘테스트에는 대상 1명에게 300만원 등 총 890만원의 시상금도 지급된다”고 말했다.
축제 참가비는 1만원으로 초등학생은 무료다.

청산도 슬로우 걷기축제

슬로시티로 잘 알려진 전남 완도군 청산도 슬로우 걷기축제가 오는 4월8일부터 23일간에 걸쳐 봄의 가장 긴축제로 열릴 예정이다. 올해 3회째를 맞는 청산도 슬로우 걷기축제는 ‘느림은 미학이다’라는 슬로건으로 세계 슬로길 1호를 따라 걷기와 전통자원 체험 등 다채로운 행사로 펼쳐질 계획이다.

국제슬로시티 연맹으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은 세계 슬로길 1호(11코스, 42.195㎞) 걷기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느리게 걷고(緩步)·웃으며 걷다보면(莞步)·어느새 완보(完步)하는 ‘청산완보 프로그램’이 선보이며 서편제 주인공처럼 걷기·청산 슬로길 달빛 기행·시계 없이 마냥걷기·찾아라 동서남북·청산도 노을감상 등 걷기코스별 테마와 체험거리가 풍부한 슬로길 100배 즐기기도 함께 열린다. 또 4월16일에는 세계 슬로길 1호 공식 인증 선포식과 함께 그야말로 축제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축제에는 청산도 옛날방식 그대로 잘 보존된 전통자원 체험행사도 풍부하다. 발도장 찍기, 우리집 가훈 쓰기, 유채 화장품 만들기, 조개공예 및 전통놀이체험, 느림보 우체통 편지쓰기, 슬로푸드 체험, 폐부자 달팽이 만들기가 펼쳐지며 주말 가족 단위 체험프로그램으로 전통 고기잡이 방식인 휘리체험이 진행된다. 이와 함께 전시행사로 꿈꾸는 달팽이, 소망의 종이배 전시, 슬로트리 전시, 사랑의 엽서 전시, 청산도 이야기전 등이 다채롭게 펼쳐질 전망이다.

이 밖에도 완도군 청산도 슬로우 걷기축제에는 슬로길을 걷는 여정 사이 청산도 고유 음식을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 장터가 운영되며, 예약 판매하는 슬로푸드 도시락, 싱싱하고 맛있는 청정해역 완도산 특산품과 슬로축제 기념품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는 판매장도 열릴 예정이다.

고창 청보리밭 축제

‘생생한 초록물결이 넘실거리는 청보리 밭’을 테마로 녹색관광을 선도하는 고창 청보리밭 축제는 공음학원농장에 조성된 30여만평의 드넓은 보리밭에서 오는 4월23일부터 5월8일까지 16일간의 일정으로 개최된다.

이번 축제는 그동안 단순히 경관만 보여주던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바쁜 일상에 지쳐있는 현대인에게 ‘살아 숨쉬는 보리밭 사잇길에서 잠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는 공간적 의미의 축제로 이끌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영호 축제위원장은 “그동안 고창 청보리밭 축제가 매년 60만명의 관광객과 200억원의 경제적인 효과를 창출하는 모범적인 경관농업 축제로 인정받고 있으나 최근 타 자치단체에서 고창 청보리밭을 모방한 축제가 많이 생겨나 우려된다”며 “금년도 축제는 고창 청보리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보리밭 축제의 원조이자 전국의 대표적인 축제로 명성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추억을 가미한 이야기속 보리밭 사잇길 걷기 ▲보리를 이용한 토피어리 정원 ▲설치미술 작품 ▲방문객이 직접 연출하는 소원바람개비 체험 존 ▲<TV동물농장> ‘개과천선’의 이종웅 소장과 연계견 마루와 함께 하는 청보리밭 가족걷기 등 지난해보다 더욱 풍성해진 내용으로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역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하는 보리개떡, 보리쿠키, 보리강정 만들기와 천연염색, 나무공예 등 다채로운 체험 행사도 같이 개최될 예정이다.

김해 가야문화축제

경남 김해를 대표하는 축제인 제35회 가야문화축제가 오는 4월13일 축제 시작을 고하는 고유제와 혼불 채화를 시작으로 5일간 대단원의 막이 오른다. ‘2000년 고도 가야의 맹주, 새로운 김해’를 주제로 하고 ‘가야 르네상스 대탐방’을 콘셉트로 한 이 축제는 오는 17일까지 시내 대성동고분군과 수릉원 일원, 가야의 거리 등에서 김해시가 주최하고 (사)가야문화축제제전위원회가 주관한다.

제4의 제국 가야를 건국한 김수로왕의 창국 정신과 위업을 기리며 독창적이고 찬란했던 가야 문화의 재조명을 통해 인구 50만 대도시의 위상과 가야맹주 김해의 이미지를 국제적인 역사·문화·교육 중심도시로 인식시켜 나가기 위해 매년 이 축제를 개최해 오고 있다.

구지봉에서는 고유제와 혼 불 채화가 선보이며 수로왕릉에서는 춘향대제가 개최된다. 축제 특설무대에서는 개·폐막식과 제4의 제국 <가야> 뮤지컬, 전통예술 공연, 장유화상 추모제, 예술 공연마당, 해외예술 공연, 아시아공연예술제, 김해석전놀이, 가야의 골든벨이, 국립김해박물관에서는 수로왕행차 출발, 가야사국제학술회의, 동화구연대회, 청소년한마당이, 대성동고분군에서는 가야 꽃 전시체험 포토존, 불꽃놀이, 김해특산품전이 펼쳐진다.

김해 문화의 전당에서는 전국 가야금경연대회, 아시아공연예술제가, 가야의 거리에서는 가야문화체험, 소망 등 설치전, 김해중소기업제품박람회가, 수릉원(가야문화체험존)에서는 가야문화체험, 가야병영체험, 가야문양 깃발 설치 전, 몽골문화체험관, 세계 희귀 말 전시체험관, 물레방아 설치전, 작은 동물원(토끼), 조류전시관, 가야의 추억이, 구 외동운동장 및 교육지원청 등에서는 큰 줄다리기, 해반천에서는 김수로왕 및 허황후 뱃길체험, 가야 바다놀이체험이 각각 선보인다.

이 외에도 전국백일장, 전국사진공모전, 전국시조경창대회, 전국웅변대회, 전국한시백일장, 전국 학생 미술실기 대회, 전국학생음악경연대회, 전국경전성독대회 등이 열린다.

청풍호 벚꽃축제

충북 제천시는 벚꽃과 어우러진 청풍호의 아름다움을 많은 관광객과 함께 하기 위해 오는 4월15일부터 17일까지 제15회 청풍호 벚꽃축제를 개최한다. 제천시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올 벚꽃축제는 제천시 청풍면 문화마을과 청풍문화재단지 일원에서 열린다.

벚꽃 개화기에 맞춰 열리는 이번 축제에서는 13㎞에 이르는 벚꽃길을 걸으며 벚꽃과 어우러진 청풍호를 감상할 수 있다. 공연, 체험, 경연, 전시, 부대행사 등이 어느 축제 때보다도 다채롭게 준비된 것이 특징이다.

개막공연은 청풍문화마을 특설무대에서 펼쳐진다. 체험행사로는 달빛 따라 벚꽃길 따라 걷기, 벚꽃 네일 아트 및 페이스페인팅, 풍란 석부작, 천연비누 만들기, 월악산 테마 사진전 및 타투 체험, 풍선아트 만들기 및 한방차 무료시음 등이 있다. 경연행사로는 초등학생 봄 풍경 그리기 사생대회와 즉석 장기자랑, 어울림한마당이 준비됐다. 벚꽃과 청풍 사진전, 박정우 염색 티셔츠 거리전시, 지역 농특산물 전시 판매, 청풍수석 전시판매 등 전시행사도 열린다. 부대행사로는 행사장 영상 스케치 및 다큐멘터리 제작, 벚꽃마을 벽화 연출 및 포토존 만들기, 청풍부사 퍼포먼스, 남사당놀이, 마술, 노인장기대회, 세계의 댄스 퍼레이드, 약초음식체험 및 떡메치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벚꽃축제가 열리는 청풍면에는 청풍호반 수경분수와 KBS·SBS 드라마 촬영장, 작은 민속촌으로 불리는 청풍문화재단지, 번지점프장을 갖춘 청풍랜드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흩어져 있다. 행사장은 중앙고속도로 남제천IC에서 청풍면 방면 왕벚꽃길을 따라 10여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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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