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흑석 재개발> 11구역에선 무슨 일이…

생존이냐? 알박기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요시사>는 지난 4월 말 1058호 ‘현충원 옆 흑석동 재개발 공방전’ 기사를 통해 흑석11구역 재개발 상황을 보도했다. 재개발을 추진하는 조합 측과 반대 입장인 비상대책위 간의 쟁점 사안을 다뤘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12월 현재, 흑석11구역의 재개발 추진 움직임은 여전히 더디다. 이번에는 조합과 교회 사이의 팽팽한 기싸움이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304번지 일대 흑석11재정비촉진구역(이하 흑석11구역)은 흑석뉴타운 총 11지구 중 가장 늦은 2012년 7월26일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2005년 지정된 흑석뉴타운은 지하철 9호선 흑석역이 지나고 한강변에 위치해 ‘강남급 뉴타운’으로 불린다. 흑석11구역 역시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당시 입지 및 사업성이 매우 좋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종교부지 갈등

지난 13일, 동작구청 도시재생과 재정비기획팀 관계자는 흑석11구역의 사업성에 대해 “지금 상황에선 예측하기 어렵다”며 “사업성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 인가 단계 정도는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층수 상향 등 재정비 촉진계획 변경을 위해서는 종교 부지를 둘러싼 갈등 해결이 선결과제라고 지적했다.

흑석1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조합장 최형용)은 지난해 12월1일,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후 1년이 흘렀지만 종교 시설과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흑석11구역에 종교 시설은 한가람교회, 천불사, 정은사 등이다. 이 중 조합과 교회의 갈등은 극에 달한 상태다. 갈등의 불씨는 교회 이전 비용이다.

서울시가 2009년 9월 마련한 뉴타운 지구 등 종교시설 처리방안에 따르면 재정비 촉진 계획 수립 시 종교 시설은 우선적으로 ‘존치’를 원칙으로 한다. 이전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관련 종교 단체와 협의하되 기존 부지와 예정 부지는 대토가 원칙이다.


또 종교시설 실제 건물 연면적에 상당하는 건축 비용, 사업기간 동안 사용할 임시 장소, 이전 비용 등은 조합서 부담하도록 돼있다. 교회 관계자는 “존치를 원칙으로 하되 조합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내세우면 이전을 검토한다는 게 처음부터 지금까지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당초 교회를 기준으로 ①존치 ②도미노 피자(264-1번지) 쪽으로 이전 ③이화빌라(275-3번지) 쪽으로 이전 등 세 가지 선택사항이 있었다. ②는 현충로 대로변에 있고 ③은 국립현충원과 인접해 있다. ②와 ③은 교회가 이전한다는 전제 하에 조합이 내세운 장소였다. 교회는 ①의 상황과 ②·③의 상황을 나눠 조합 측에 대책을 요구했다.

교회는 존치할 경우, 진입로 공사 및 공사 기간 중 소음방지·진출입로·주차 대책을 두고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기에 재개발로 인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교인 수와 헌금에 대한 기회손실 보상을 요구했다.

이전할 경우에는 ②의 지역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건물을 신축할 때 조망권, 일조권 등의 주장이 제기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대로서 주차장 진입이 용이하도록 진입로를 정비 계획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용 부분에서는 건축비, 인테리어, 특수설비, 성구제작비, 임시처소, 기회손실 보상 등을 들었다. 지상건축물의 경우 공사 계약시점의 국토교통부장관 표준건축비 고시금액의 130%, 지하주차장은 70%를 요구했다.

조합-교회 이전 문제 두고 기싸움
갈등 해결 못하면 향후 진행 불투명

교회 관계자는 “교회는 일반 건물과 달리 층고가 높고 기둥이 많지 않아 건축비가 30% 정도 더 소요된다”며 건축비 책정 이유를 밝혔다.

올해 표준건축비는 1㎡당 176만2000원으로, 1평당 581만4600원이다. 교회는 지난 4월12일 조합 측에 보낸 공문에서 실제 사용 면적은 건축물 580평과 주차장 300평이라고 밝혔다. 교회의 제안에 조합은 협의안을 제시했다. 교회가 이전하지 않을 경우에는 기회손실 비용을 제외하고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교회가 이전을 원할 경우, ②의 자리로 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1대1 등가 대토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협의안을 내놨다. 지상건축물은 실제 사용하는 580평에 대해 고시금액의 115%로 계산해 부담하는 것으로, 지하주차장의 경우 교회 입장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외 인테리어 비용(7.5%→5%), 특수설비(12.5%→7%), 성구제작비(5%→3%) 등에 대해 조합은 교회가 제안한 것보다 비용을 낮췄다.

교회는 조합의 협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회는 지난 5월2일 공문서 등기면적 1660㎡(502평)과 미등기면적 520㎡(157평) 등 실제 사용면적이 2180㎡(660평)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 평수 660평에 대한 가설계 결과 그 평수가 900평이 넘게 나오는데 이 중 800평을 인정해 달라 요청했다.

조합 측에서 수용할 수 없다고 한 기회손실 보상에 있어서도 신축적 협의는 가능하지만 전혀 없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설계 및 감리비를 1평당 20만원으로 계산해 달라고 제안했다.

조합은 펄쩍 뛰었다. 조합 관계자는 “한가람교회가 60여년 정도 됐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만큼 상생하자는 의미서 좋은 방향으로 협의가 됐으면 했는데 요구가 너무 과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지상건축물 실평수가 늘어난 점, 표준건축비의 130%를 요구한 점, 기회손실 보상을 포함해 서울시의 종교시설 처리 방안에 없는 내역을 포함시킨 점 등 조합은 황당하다는 주장이다.

조합 계산에 따르면 교회를 이전하는 데 드는 비용은 111억원에 달한다. 건축물과 지하주차장 등 공사비용 78억원, 부대시설비 26억원, 기타 이전 비용 7억원 등이다.

조합 관계자는 “교회가 이번 기회에 단단히 한몫을 챙기려는 모양이다”며 “이런 게 알박기가 아니고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또 “교회와 협상하는 내내 협상위원을 바꾸라는 둥 요구 사항이 많았다. 조합원들이 교회 처사에 불만이 많다”고 고개를 저었다.
 

협상위원과 관련해선 교회도 할 말이 많다고 했다. 교회 관계자는 “몇몇 조합원들은 교회 사람들에 대해 ‘똘마니 집사’ ‘월급 목사’ 등 인격모독도 서슴지 않는다”며 “그분들이 계시는 한 조합이 잘 되긴 어렵지 않을까 한다”고 비판했다.

조합은 지난 10월30일, 11월6일, 11월13일 등 3주간 교회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교회 측은 “교묘하게 예배시간에 꽹과리를 치는 등 시끄럽게 군다”며 “협상이 결렬됐으면 교회는 존치하는 것으로 결정된 거 아니냐”며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협상위원이 변경된다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조합은 강경한 입장이다. 최형용 조합장은 “더 이상 교회와의 협상은 없다. 존치하는 걸로 결정됐다”며 “이미 조합원들에게도 다 의견을 전달한 상태”라고 밝혔다. 최 조합장은 “협상위원을 해촉하고 재구성할 명분도 없고 의사도 없다”며 “감정평가로 보상비가 정해지는 조합원들로선 교회에 신축 비용을 대주고 대로변으로 이전하는 것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합 임원들이 설득작업까지 펼쳤다”고 덧붙였다.


협상 결렬 존치?

교회와 조합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직권해제 관련 기준·절차와 매몰비용 보조 기준을 담은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직권해제는 추진위나 조합이 주민의 동의를 받아 자진해산하는 경우와 달리 주민 간 갈등이 심하거나 사업성이 떨어져 더 이상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시장이 직권으로 정비 사업 구역을 해제하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개발 추진 과정서 주민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정상적인 사업 추진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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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