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대형사고 1건이 발생하기 전 29건의 중소형 사고와 300가지의 전조증상이 반드시 전제된다는 법칙이다. 박근혜정권도 이런 법칙이 통한 걸까. 이번 정권은 임기 초반부터 측근 혹은 고위 정무직 인사와 관련한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터졌다. 구설도 자주 올랐다. 그렇게 임기 후반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대형사고가 났다. 이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사실상 끝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를 망친 7인이 있다. 윤창중·문창극·이완구·이정현·우병우·김기춘·최순실 등이다. 이들은 정권 초반부터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박 대통령에게 내상을 입혔다.
[인턴 성추행]
[윤창중]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언론인으로 활동하다 2012년 12월 박 대통령의 수석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당시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은 윤 전 대변인 인선을 두고 “어처구니없는 인선”이라는 논평을 내놨다.
그런 그가 2013년 5월5일,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길서 ‘인턴 성추행’으로 미국 경찰당국의 수사를 받았다. 당시 피해 인턴 여성은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의 한 호텔서 윤 전 대변인이 “허락 없이 엉덩이를 ‘만졌다(grab)’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윤 전 대변인은 나흘 만에 전격 경질됐으며, 전날 이미 워싱턴 델레스 국제공항을 이용해 한국으로 귀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은 귀국한 지 이틀 뒤인 5월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윤 전 대변인은 “여자 가이드의 허리를 툭 한 차례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 이렇게 말하고 나온 게 전부며 미국 문화를 잘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툭하면 인사 논란…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그는 자신이 “야반도주하듯 한국에 온 것이 아니라, 이남기 홍보수석의 지시에 의해 한국으로 돌아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사를 받았다”고 했다. 당시 아침에도 알몸 상태로 인턴 직원을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선 “속옷 차림으로 맞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변인을 처벌하기 위해 여성단체로 구성된 1000명이 그를 업무상 지위를 이용한 위력 추행, 기자회견서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고발장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것으로 추정돼 검찰 수사로 이어지진 않았다.
[총리인사 참사]
[문창극]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중앙일보 기자 출신이다. 문 후보자는 지난 2014년 정홍원 전 총리가 세월호 참사 책임으로 사임 의사를 밝힌 다음 언급된 총리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앞서 안대희 전 대법관이 먼저 언급됐지만 낙마했던 시기다. 하지만 문 후보자도 당시 막말·친일 사관 등의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결국 낙마했다. 당시 박 대통령에게는 ‘부적절한 인사’를 국무총리에 인선했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당시 문 후보자는 과거 서울대 강의 도중 일본군 강제동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으로부터 위안부 문제를 사과 받을 필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발언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위안부 관련 발언에 대해 즉각 사죄하고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문 후보자가 과거 일제 강점기 시대를 옹호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돼버렸다. 2011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온누리교회 양재캠퍼스 수요 여성 예배서 문 후보자는 “일본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 후보자는 “조선 민족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게 된 것은 이씨 조선 시대부터 게을렀기 때문”이라며 “이를 고치기 위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하나님이 받게 한 것”이라고 주장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시 문 후보자는 이 같은 비판 여론에도 버텼지만, 결국 총리지명 14일 만에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문 후보자는 6월24일 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시점에서 사퇴하는 게 박 대통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성완종 파문]
[이완구]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2015년 1월23일에 제43대 국무총리로 내정됐다. 병역기피·부동산 투기 등의 의혹으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등의 야당은 그의 임명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논란 끝에 인사청문회가 진행됐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청문회서 이 전 총리가 자신의 검증보도를 내보내려던 방송사에 보도 통제를 요청하고 언론인을 협박 및 회유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2월16일 국회 본회의서 찬성 148표 반대 128표 무효 5표로 그의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튿날 그를 임명하면서 결국 제43대 국무총리로 취임했다. 이후 이 전 총리는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정치인들을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그 후 이 전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등장했다. 당시 성완종 리스트에는 “이완구 총리가 금품수수를 받았다”는 내용의 메모와 “성완종이 이완구에게 3000만원을 직접 건넸다”는 녹취가 공개됐다. 그를 향한 분노의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이 전 총리는 임명 63일 만인 4월20일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해외 순방 중인 대통령은 사실상 이를 수락, 7일 후인 27일에 사표를 정식 수리하면서 사퇴의 길을 걸었다.
이 전 총리는 당시 ‘정치 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며, 지난 1월29일 1심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 9월27일 항소심서 성완종 리스트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충성 충성 충성]
[이정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국민들이 뽑은 ‘병신오적’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책임자로 꼽히고 있다. 이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나서 ‘적반하장’ 전술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 대표는 지난달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헌정사에 남을 두 번의 탄핵을 주도하는 대단한 업적을 남기는 데 흥분했느냐”며 추 대표를 정면으로 비꼬았다.
야당의 탄핵·특검 추진과 관련해 “검찰 발표를 믿고 탄핵하기로 했으면 즉각 특검을 취소하라”며 “법률가(추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란 분들이 도대체 어떻게 이런 비법률·반헌법적 행위를 노골적으로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난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0월25일,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에게 연설문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과문을 발표하자 “제가 대정부질문 하나만 하더라도 아주 다양하게 언론인 얘기도 듣고, 문학인 얘기도 듣고, 완전 일반 상인 얘기도 듣고, 친구 얘기도 듣고…”라고 말했다.
당시 이 대표는 공당의 대표로서 박 대통령 비호에만 치중한다는 거센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충성충성충성’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에게 보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내용의 요지는 ‘박근혜 비서 소리 좀 그만해달라’ 정도였는데 ‘알겠다’는 답장 대신 “충성충성충성”이라는 답을 했다.
새누리당 내부서 안 그래도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폭탄을 던진 격이었다. 이 대표의 전화번호가 포함된 이 문자메시지는 한 언론의 보도로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온라인상에 번호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후 해당 번호로 네티즌들의 문자와 전화가 빗발쳐 이 대표는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 하는 수모를 당했다.
[부러진 칼날]
[우병우]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그가 민정수석으로 있을 당시 최순실 관련 국정 농단행위를 묵인 및 공조한 의혹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 전 수석은 가족회사 자금 3000만원 횡령, 차명 땅 거래, 의경 아들 보직 특혜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지난달 6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해 고압적인 태도 등으로 뭇매를 맞았다.
이날 우 전 수석이 포토라인에 서자 기자들은 질문을 쏟아냈다. 그는 “최순실 사태에 대해서는 전 민정수석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해당 기자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검찰서 물어보는 대로 성실하게 조사 받겠다”고 답했다.
기자가 “가족 회사 자금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인정하시느냐?”고 재차 묻자, 고개를 돌려 질문한 기자를 한 동안 노려보며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후 검찰청에 들어가 후배 검사들 앞에서 팔짱을 끼고 웃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지난 7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선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국조특위는 “반드시 참석시켜야 한다”며 동행명령장까지 발부했지만 결국 증인석에 앉히는 데는 실패했다. 국회의 동행명령장을 직접 수령하지 않으면 출석하지 않아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혹의 핵심]
[김기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사실상 최순실 게이트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는 김 전 실장이 그간 각종 언론을 통해서 최씨를 전혀 모른다던 그의 주장이 청문회를 통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제시한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을 담은 영상을 제시하며, 김 전 실장이 박근혜 캠프의 법률자문위원장을 지냈다고 폭로했다.
당시 최씨와 박근혜 후보와의 의혹이 제기된 후보검증 토론회에 김 전 실장이 참석했던 게 드러났던 것. 김 전 실장은 최씨의 국정농단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의혹과 더불어 최씨 일가를 비호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구설 자주 오르더니 결국 대형사고
‘돌 맞을라’ 모습 숨기고 두문불출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2대에 걸쳐 연을 이어오고 있는 김 전 실장은 2012년 대선서 박근혜 후보의 자문그룹 ‘7인회’ 멤버로 활동하며 막후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정가에선 박 대통령이 최씨와 40여년간 관계를 유지해온 점을 고려할 때 김 전 실장이 최태민-최순실 일가의 움직임을 몰랐을 리 없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김 전 실장이 모든 국정에 개입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비망록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을 청와대가 방어하거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개입하는 듯한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탄핵 결정타]
[최순실]
최순실 게이트의 주인공인 최씨는 박근혜정부를 무너뜨린 장본인이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최씨의 꼭두각시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민심은 폭발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의 은인이라는 사이비 종교인 최태민의 딸이며 후계자다. 최씨는 적법한 절차 없이 박 대통령의 비호 아래 '비선 실세'로서 대통령의 의사결정과 국정에 관여했다.
최씨는 권력을 전횡하며 막대한 이권까지 챙겼다. 정윤회, 차은택, 고영태 등 측근을 앞세워 전국경제인연합회 및 대기업으로부터 수천억에 달하는 돈을 뜯어냈다. 또 KT 등 측근의 대기업 고위직 채용을 강요했다. 이에 응하지 않는 기업에게는 정부 차원의 불이익을 가하면서 대표 인사권에 개입했다.
국고를 개인 돈처럼 멋대로 쓰는가 하면, 정부 중점 사업을 자신이 사실상 대표자인 법인이 독점했다. 이화여대 학칙을 개정하게 해 딸 정유라를 입학시키고 지도교수에게 폭언 등 행패를 부렸다.
조카 장시호는 6억7000만원을 정부로부터 부정하게 타냈다. 최씨는 지난달 3일, 직권남용·사기미수 혐의와 증거 인멸 우려로 구속됐다. 최씨는 국정조사 특위 2차청문회에 ‘공황장애’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