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풀린 대한항공… 정신없는 회장님

사상 초유 대통령 전용기 회항 사태 집중조명


대한항공이 바짝 얼어 있다. 대통령 전용기가 기체 이상으로 회항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건국 이래 처음 벌어진 일이다.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전용기 운항 정비를 맡고 있는 대한항공은 패닉 상태다. 당장 나사가 풀렸다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정신이 딴 데 팔린 오너의 리더십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MB 탄 전용기 이륙 100분 만에 ‘비상 착륙’
에어커버 장치 이상… 청와대 경호처 ‘발칵’


지난 12일 오전 8시10분 성남 서울공항. 이명박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를 순방하기 위해 전용기(공군 1호기)에 탑승했다. 전용기로 쓰이는 대한항공 보잉747-400은 공항 활주로를 힘차게 날아올랐다. 기체 이상이 감지된 것은 이륙 30분 뒤다. 전용기 앞쪽 아랫부분에서 ‘쿵’하는 소리가 났고, ‘드르륵’하는 진동과 소음이 계속 났다.

기체 밑부분서 ‘쿵’
이어 ‘드르륵’ 소음

조종사는 “비행엔 이상이 없다. 괜찮을 것 같으니 그냥 가자”고 했지만, 경호처 등 참모진은 만일의 사태를 감안해 회항을 결정했다. 전용기는 9시께 인천국제공항으로 방향을 틀었다. 활주로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소방차와 구급차들이 비상대기했다. 사고 시 화재나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선회비행을 하며 연료탱크에 가득 차 있던 항공유를 공중에서 버린 전용기는 9시50분께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점검 결과 앞쪽 출입구 아래쪽의 외부 공기 흡입구 안 에어커버 장치에 작동 이상이 생겨 소음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도에 따라 에어커버가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역할을 하는 장치가 문제였다. 나사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아 소리가 났다고 한다. 전용기는 정비와 재급유를 마친 뒤 11시15분께 아랍에미리트를 향해 다시 이륙했다. 이 대통령은 우여곡절 끝에 예정보다 2시간30분 지연된 이날 밤 9시10분 아부다비 왕실공항에 착륙할 수 있었다.

이 대통령이 무사히 도착했지만, 청와대 경호처는 발칵 뒤집혔다. 그도 그럴 게 국가원수를 태운 우리나라의 특별기 혹은 전용기가 정비 문제로 회항한 것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이다.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 특히 전용기의 정비 불량은 곧 대통령의 안위, 나아가 국가의 안위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결코 사소한 문제로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만에 하나의 실수도 용납돼선 안 된다는 얘기다. 전용기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총리, 장관 등 국가 행사를 위해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정부 고위 관료들이 사용한다.

청와대 측은 전용기 회항 사태와 관련해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고장 원인과 책임 소재를 정확히 가리기 위해 전용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사에 조사를 맡기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비 불량으로 인한 회항이란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만큼 최대한 객관적인 방법으로 고장 원인을 입증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전용기 안전 대책을 원점에서부터 철저하게 재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좌불안석이다. 전용기는 경호처와 공군 감독 하에 대한항공이 정비를 맡고 있다. 이번 사건의 원인이 정비 불량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대한항공은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대한항공은 아랍에미리트 출발 전날 점검을 마쳤다. 그러나 에어커버 에러를 발견하지 못했다. 정비 과정에서 살짝 풀려 있는 나사를 그냥 지나친 것이다. 향후 정부 조사에서 대한항공의 ‘나사 풀린 정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강도 높은 제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대한항공과 체결한 전용기 임차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한항공으로선 ‘대굴욕’이 아닐 수 없다.


건국 이래 처음
“책임 추궁할 것

경호처는 “경영진을 호출하는 등 정비 실무를 담당한 대한항공을 상대로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해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며 “대한항공의 잘못이 명확히 드러나면 이에 대한 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를 가리기 위해 임차계약서상 관련 조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 측은 조심스런 분위기다. 자칫 정부의 심기를 건드릴까 노심초사다. 회항 사태에 대한 거론 자체가 부담스런 눈치다. 회사 관계자는 “뭐라 딱히 할 말이 없다”며 “다만 청와대 경호처의 원인 규명에 적극 협조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청와대 안팎에선 전용기 안전성을 강화하는 특단의 조치로 항공기 임차 계약 내용을 보완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중 ‘항공사 CEO 탑승’관행을 부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4월 정부와 보잉747-400 기종을 전용기로 5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전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번갈아 대통령 특별기를 운항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때부터다. 당시만 해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찬법 당시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특별기에 탑승해 직접 운항을 관리했었다. 회장이 일정상 어려울 경우 사장이 대신 탑승했다. 그러나 전용기 체제로 전환되면서 항공사 CEO 탑승 관행은 사실상 폐지됐다.

항공계 관계자는 “항공사 오너나 CEO가 탑승하는 것이 운항 안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객관적·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지만 좀 더 꼼꼼히 살펴보는 계기는 될 것”이라며 “전용기 체제로 바뀐 지 1년도 안 돼 정비 사고가 발생해 이 관행을 다시 부활시키자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한항공의 기강 해이를 지적한다.

공교롭게도 전용기 회항 사태 전 대한항공의 만성적인 운항 정비 안전성 문제가 여러 차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최근 들어 민간 여객기의 정비 불량으로 아찔한 순간이 빈번했던 것. 지난해 11월15일 320명의 승객을 태우고 미국 시카고에서 인천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던 대한항공 B747기는 연료탱크에서 기름이 새는 것이 발견돼 이륙하지 못했다.

같은달 18일엔 스페인 마드리드를 출발해 한국으로 들어 올 예정이던 B777기가 갑자기 엔진에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서 승객 140여 명의 발이 묶였다. 이어 ▲지난해 12월4일 일본 니가타발 항공기 부품 이상 ▲지난해 12월5일 미국 뉴욕발 비행기 연료계기판 이상 ▲지난 1월1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발 비행기 연료 누수 결함 발견 등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정비 결함 등으로 운항이 지연되거나 중단된 사례가 10여 건에 이른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과 지난달 각각 국토해양부의 특별점검과 안전관리시스템(SMS) 이행실태 등을 점검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의 ‘위험한 비행’은 끊이지 않았다. 조 회장은 전용기 회항과 관련해 임원들을 크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직접 청와대를 찾아 사과의 뜻을 전할 태세다.

오너가 자리 비우니
회사 전체가 어수선


일부에선 조 회장이 밖으로만 나돌아 사내 기강이 흐트러졌다는 지적도 있다. 조 회장은 요즘 정신이 없다. ‘3수’에 나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일로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와 공동으로 맡았던 유치위원장직을 2010년 6월부터 단독으로 맡게 된 이후 더 바빠졌다. 조 회장은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IOC 총회가 불과 넉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치 활동에 ‘올인’중이다.

개최가 결정되는 2011년 7월6일까지 IOC 위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빼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 밖에 벌여놓은 일도 많다. 조 회장은 유치위원장 외에도 무려 수십 개에 달하는 굵직한 대외 직함을 갖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 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대한항공 경영에 공백이 생긴 게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우리나라 국익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고 있지만 그만큼 회사 경영엔 소홀할 수밖에 없다”며 “조 회장의 외부 활동이 부쩍 많아지면서 회사가 어수선해졌다”고 말했다. 한진그룹 측은 조 회장의 대외 활동과 이번 사태를 연관 짓는 것은 무리라고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조 회장이 회사를 비우는 일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오너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며 “오너가 없더라도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고히 자리를 잡아 경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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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