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뒷담화]스폰서 연결고리 ‘이상한 매니저’ 누구?

명함은 ‘매니저’ 하는 일은 ‘브로커’


요즘 연예계 화두는 미모의 여성 연예인들에게 거액을 제시하며 유혹의 손길을 내미는 이른바 스폰서에 꽂혀 있다. 스폰서는 오랜 세월 암묵리에 스타가 되고 싶은 연예계 신인들의 돈줄 역할을 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 스폰서와 연예인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가져가는 브로커들은 오늘도 자신의 존재를 감춘 채 미모의 여성 연예인들에게 무작위로 전화 공세를 펼치고 있다. 기자가 만난 매니저 출신 브로커는 익명을 전제로 스폰서 경험담에 대해 털어놓았다.

신인 탤런트나 연기자 지망생 돈 많은 남자들과 연결
한 건당 기본 1000만원…외제차 타고 골프 승마 다녀

유명 연예기획사 실장으로 근무했던 A씨의 현재 직업은 좀 이상한 매니저다. 겉으로 보면 매니저인데 소속 연예인도 없고, 회사도 없다. 방송 관계자나 영화 관계자도 만나지 않는다. 하루 일과도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외출할 뿐 대부분 집에서 보낸다. 그러나 그는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골프장과 승마장도 열심히 다닌다. 밤에는 강남 룸살롱과 가라오케에서 살다시피 한다.

지명도 없는 경우
잠자리 시중 유도

A씨의 직업은 정확히 말하면 매니저 출신 브로커다. 신인 탤런트나 연기자 지망생을 돈 많은 남자들과 연결해 주는 일이 그의 신종 밥벌이인 것이다.

A씨는 “매니저로 열심히 일하는 친구나 후배를 보면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하는 자괴감도 들지만 수입을 생각하면 후회하지 않는다”며 “매니저로 일하면 기껏해야 월급 300만원을 받지만 이쪽은 한 건만 제대로 성사되면 기본 단위가 1000만원으로 뛴다. 한번 이쪽에 발을 담그면 절대 그쪽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털어놓았다.

A씨에 따르면 연예계 데뷔를 목표로 캐스팅을 했지만 지명도가 없는 경우 잠자리 시중으로 유도한다는 것. “그 사람 눈에만 들면 네 인생이 변한다. 스타 ○○○도 저 사람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식으로 유혹을 한다. 집안 경제력이 약하거나, 양친이 생존해 있지 않은 등 불우한 환경의 신인 연예인들이 주 공략대상. 그러나 강압이 아닌 서로 합의한 상황에서 이뤄진다고.

A씨가 말하는 스폰서와 연예인의 관계는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 법칙을 따른다. 여자 연예인을 향한 돈 많은 남자들의 수요가 끊이지 않고, 스폰서십을 원하는 연예인의 공급이 공존하기 때문에 아무리 언론에서 비판해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비즈니스’라는 설명이다.

그가 브로커 세계에 발을 내디딘 건 유명 연예기획사에 근무하던 5년 전 우연히 참석한 한 모임이 발단이 됐다. 자기보다 먼저 이쪽 세계에 발을 담근 선배 매니저의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는 호출이었다.

그가 도착한 청담동 와인바에는 그 선배를 비롯해 여자 모델과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자 예닐곱 명이 질펀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들은 고교 선후배들로 모두 유부남이었다. 모델들과는 초면이었지만 이들은 금세 ‘오빠-동생’ 사이가 됐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근처 가라오케로 옮겼다.

A씨는 그날 호형호제하기로 한 40대 초반 성형외과 전문의 B씨로부터 “언제 시간 되면 신인 연예인을 데려와라. 공짜로 성형수술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뭔가 미심쩍었지만 A씨는 며칠 후 자기가 데리고 있던 신인을 청담동에 위치한 B씨의 병원으로 데려가 견적을 받았고, 며칠 후 눈 앞트임 수술과 코 수술을 받게 했다. A씨는 자연스럽게 연기자들과 회사에서 일 잘하는 매니저로 인정받았고, 팀장에서 실장으로 승진도 했다.

그리고 정확히 한 달 뒤. 자기가 소개해 준 B씨와 신인 연기자가 내연의 관계가 됐다는 걸 알게 됐다.

성형외과 전문의 B씨 “공짜로 성형수술 해 주겠다” 제안
간혹 유흥업소 접대여성 연기자 지망생이라 속여 소개도

A씨는 “신인 연기자는 B씨가 마련해준 신사동의 월세 200만원짜리 풀 옵션 오피스텔을 선물 받고 뛸 듯이 기뻐했다. 드라마에서 첫 단역을 따냈을 때도 그렇게 기뻐하지 않던 아이였다”며 “B씨는 나에게도 300만원어치 백화점 상품권을 쥐어주며 섭섭하지 않게 사례했고, 룸살롱에 갈 때마다 나를 불렀다”고 밝혔다.

B씨가 “혹시 OOO랑은 안 친해?” “식사 한번 하게 해주면 서로 좋지 않겠느냐”며 드라마나 영화 제목을 거론하며 특정 여자 연예인의 이름을 들먹이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A씨에게 여자 연예인의 개인 연락처를 알아내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한 다리만 건너면 담당 매니저도 잘 아는 선후배 사이였지만 이런 은밀한 만남은 절대 그들을 통해서는 성사되지 않는다는 걸 A씨는 잘 알고 있었다. 이럴 때 A씨의 접촉 대상은 코디나 미용실 스태프, 또는 마담뚜였다.

A씨는 이들을 만나 단도직입적으로 “친한 형이 있는데 한번 만나볼 생각이 있느냐”고 묻거나 “스타 마케팅 때문에 그런데 거마비를 챙겨줄 테니 한번 연예인을 데리고 병원을 찾아달라”고 부탁해 승낙을 얻어내곤 했다. 단골 병원이 있다 해도 여자 연예인들이 성형 협찬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는 걸 A씨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한두 번 연예인과 스폰서의 만남을 주선하다 보니 그쪽 인맥도 차츰 두터워졌다. 그 중심에는 어김없이 B씨가 있었다. 그는 룸살롱에서 “괜찮은 동생”이라며 50대 기업 임원 C씨에게 A씨를 소개했고, A씨는 C씨에게 모 연예인을 만나게 해주는 조건으로 1000만원을 받았다. 난생 처음 만져보는 수표였다.

‘연예계’ 유혹에
넘어가기 십상인 곳

연예인에게는 광고 미팅이라고 둘러댔고, C씨는 광고기획사 임원으로 있는 친구를 데리고 나와 연예인의 환심과 믿음을 동시에 샀다. 결국 여자 연예인과 C씨는 그 뒤로도 몇 차례 더 만났고, A씨는 깐깐한 그 연예인에게 “좋은 분을 소개해줘 고맙다”는 말까지 들었다. A시는 이후 C씨에게 1000만원짜리 수표를 한 번 더 받았고 꿈에 그리던 외제차를 장만했다.

A씨는 이 일이 있고 나서 미련 없이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A씨는 “PD들에게 늘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고 일한 만큼 성과가 따르지 않아 회의가 든 데다 결정적으로는 20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이 쥐꼬리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미련 없이 나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의 인생에 늘 행운만 따랐던 건 아니다. 운 좋게 스폰서와 만나길 원하는 연예인을 찾아 일을 성사시켜놓고도 받기로 한 돈을 몇 번 떼였고, 친구와 선후배 매니저 사이에서 양아치로 불리며 인간관계도 흉흉해진 것이다. 쉽게 번 돈은 그만큼 쉽게 빠져나갔다. 마치 자신이 의사나 사장이 된 것처럼 유흥비를 물 쓰듯 썼고, 금세 카드빚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요즘 카드빚 독촉에 시달리는 A씨는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 대신 신인 연기자를 소개하는 걸로 업종을 변경했다. 신인 프로필을 찍는 사진작가한테 연기자 지망생을 소개받아 스폰서를 소개하고 있다. 아무래도 신인이다 보니 커미션이 적지만 성사 건수는 노력한 만큼 유지되고 있다. 신인이나 연기자 지망생의 경우 레슨비나 카드빚 때문에 먼저 “좋은 스폰서를 소개해달라”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간혹 신인들이 확보되지 않으면 급한 대로 룸살롱에서 알게 된 유흥업소 접대 여성이나 가라오케 DJ들을 연기자 지망생이라 속여 소개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죄책감은 전혀 들지 않는다. 어차피 서로 속고 속이는 쇼 비즈니스 세계이고, 실제로 텐 프로에서 배출된 연예인도 여럿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친척 중 누가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하면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며 말릴 것이다”며 “웬만큼 독한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이런저런 유혹에 넘어가기 십상인 곳이 바로 연예계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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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