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도전은 무슨? 지금은 도정에 전념할 때”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⑦> 김두관 경남도지사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일곱 번째로 김두관 경남도지사를 만나봤다.

경남도지사 칠전팔기…당선 비결은 ‘변치 않는 경남 사랑’
사상 최대 국고 예산 26% 보편적 복지, 생활 복지에 편성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는 ‘지방 권력의 세대교체’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리고 지방 권력의 세대교체를 이뤄낸 이들 중에서도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한나라당의 텃밭에서 승리를 일궈내며 여권의 경계를 받는 유력 차기 주자로 발돋움했다.

3번 도전 끝에 당선
“실패해도 떠나지 않았다”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에 “영광스러우면서도 많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노 전 대통령께서 하신 일들에 대한 정치적 가치가 매우 큰데 제가 따라갈 수 있는 영역이 얼마 없어 부담스럽다”고 손을 내젓는 사람. 그러면서도 노무현 정치의 많은 가치 중 지역주의 극복과 국가 균형 발전 정책, 지방분권 정책 등에 대해서는 ‘승계자’를 자처하며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을 다짐하고, 노 전 대통령과 ‘우직하게 한 길을 간다’는 점이 닮았지만, 현실에서 성공적으로 실현할 방안을 모색하는 스타일이라 ‘보다 현장형’이라고 말하는 김 지사를 서면으로 만나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3번의 도전 끝에 경남도지사에 당선됐다. 당선을 가능케 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 수차례 선거에 실패해도 고향 남해와 경남을 떠나지 않은 것이 도민들의 지지를 얻은 것 같다.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원칙을 지켜나가면서 경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도민들께서 언젠가는 믿음을 주실 것으로 생각했다.

- 오랜 기간 경남도지사에 도전하며 경상남도의 청사진을 그려왔을 것으로 안다. 경상남도를 ‘어떤’ 도로 만들고 싶은가.
▲ 임기 4년 동안 ‘대한민국 번영 1번지 경남’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경제성장을 포함해서 소외됐던 복지·문화·환경·교육 등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정책을 만들어서 도민의 삶의 질을 높여나갈 것이다.
보편적 복지를 위해 자라나는 어린 세대를 위한 친환경 무상급식, 어르신 틀니 보급 사업, 보호자 없는 병원 등을 금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도민에 대한 최대 복지는 일자리 창출이기 때문에 사회적 기업 육성, 일자리 종합센터 기능 강화, 중소기업 지원 등을 통해 일자리 걱정 없는 경남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경남의 전통 제조업인 기계·자동차·조선·항공 분야는 고도화시켜 나가고, 태양력·풍력 클러스터 등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전략적인 육성을 통해 경남형 신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동남권(부산·울산·경남)의 지역간 소모적 갈등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지방분권과 균형 발전을 통한 공동 번영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하겠다.

- 이러한 청사진을 실현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이 국비다. 경상남도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국고 예산 3조808억원을 확보했는데, 이를 토대로 가장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싶은 도정은 무엇인가.
▲ 도민들이 고루 잘살 수 있도록 보편적 복지, 생활 복지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금년도 우리 도 전체 예산의 약 26%에 해당하는 예산을 복지 부문에 편성했다. 어르신 건강권 확보를 위해 금년부터 어르신 틀니 보급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서, 도비와 시·군비를 합쳐 40억원의 예산으로 65세 이상 어르신 2000여 명에게 틀니를 보급할 예정이다.
또한 보호자의 간병 부담도 덜어주고 지속 가능한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 내도록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마산의료원과 진주의료원에서 30병상 정도 시범 운영 중인데 앞으로 계속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경남의 미래를 책임질 우리 아이들을 위해 친환경 무상급식도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해 학생, 학부모, 농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 개혁적인 업무 스타일로도 유명하다. 지방권력의 ‘개혁’ ‘혁신’을 위한 복안이 있나.
▲ 도민들이 도정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도정이 열린 행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단체, 지방의회가 힘을 합쳐 다양한 주민 참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변화와 혁신의 파트너인 도청 직원들과도 더욱 친숙해져서 격의 없는 소통은 물론 철학적 가치를 공유하는 일도 중요할 것 같다.
또한 행정 내부적으로는 행정 다이어트 시책을 통해 기존 업무 중에서 행정 여건 변화에 따라 불필요한 부분을 통·폐합하여 새로운 도정 수요나 도민들에게 더 필요한 업무에 대비하고 있다.


- 국비 확보나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경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정치인들과의 소통도 원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주 만나 의견을 주고받나.
▲ 민선5기 출범 이후 야권 성향의 무소속 도지사가 당선돼 지역 현안 해결이나 국비 예산 확보 등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많이 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금년 국고 예산은 지난해보다 5.8% 늘어난 3조808억원을 확보해 주요 현안 사업의 추진에 탄력을 붙이고 있으며, 신공항 유치나 LH본사 일괄 이전 등 현안에 대해서도 도와 지역 정치권에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것은 경남도정의 발전과 도민을 위한 일에는 여야나 정파가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말 많은 동남권 신공항
밀양이 탁월한 비교 우위

-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 신공항 밀양 유치를 위한 총력전을 펴고 있다. 신공항이 밀양에 들어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동남권 신공항은 영남권 전 지역민에게 가깝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밀양은 가덕 후보지에 비해 탁월한 비교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밀양은 수요권역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서, 대도시와 주요 공단이 모두 공항 반경 100km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 이미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추고 있어 영남권 어디서나 1시간 이내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어서 충분한 수요가 확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 신공항을 밀양에 유치할 경우 지역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 현재 영남권에는 14개의 국가 산업 단지와 83개의 일반 산업 단지, 4개의 외국인 투자 전용 산업 단지가 있지만, 해외로 직접 연결되는 제대로 된 국제공항이 없어 새로운 산업 유치가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인천공항을 이용하던 지역민과 기업의 공항접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공항으로 인한 첨단산업과 물류 산업의 유치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 정부 미적대는 동안 지역갈등 불거져
대한민국 ‘번영 1번지’ 경남 “모든 역량 보여주겠다”


- 신공항을 둔 지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영남권의 동반 발전을 위해 5개 시·도가 동남권 신공항이 반드시 건설되도록 하는 문제에 힘을 모아야 하는데, 입지 문제만 부각되고 있어 안타깝다.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해 정부 스스로가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을 인정했음에도, 신속하고 투명한 정책 결정을 하지 못해 입지 발표를 3차례나 연기시킨 동안, 지역 간 유치경쟁이 더욱 과열되지 않았나 본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최근 상반기 안에 결정을 한다고 해서 섭섭했지만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한나라당 일부 국회의원들이 소신 발언으로 신공항 무용론을 주장해서 도민들이 아주 혼란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동남권 신공항 입지로서 어느 곳이 타당한지 깊이 판단하여 약속한 기한 내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반드시 입지를 결정하고, 이로 인해 불거진 지역 간 갈등 해소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았다. 도에서 보고 겪은 것을 토대로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점수를 준다면.
▲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은 50점 이하를 주는 것 같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결여돼 있다든지 공권력을 남용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4대강 문제만 해도 많은 국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고, 우리 도를 비롯한 지방정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에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소통의 부재로 볼 수 있다. 특히 현 정권 들어 경제적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정치적 민주주의도 후퇴했다는 지적이 있다. 
 
4·27 재보선 열기 후끈
“야권 단일화 큰 변수 될 것”

- 정치권에서는 4·27 재보선의 열기가 뜨겁다. 김해을도 재보선 지역에 포함됐는데, 김 지사의 당선 이후 차기 총선·대선과 관련, 전략적 요충지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 4월 재보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치러지는 만큼 부산과 경남의 민심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 본다.
지난 6·2 지방선거 때도 그러했지만 경남 전체는 여전히 한나라당이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 지역이고, 김해을 역시 최철국 의원이 당선되기는 했지만 만만치 않은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얼마나 좋은 후보를 내고 얼마나 좋은 비전과 정책을 보여줄지는 모르겠지만, 검증되고 훈련된 후보, 그야말로 좋은 후보를 내야 할 것이다.
여·야의 팽팽한 선거전이 예상되고, 야권 단일화가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 야권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 그동안 몇 차례 선거를 통해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돌입하면 야권 연대에 대한 이야기가 진지하게 논의될 것으로 본다. 야권의 지도자들은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책임있게 그것을 받아 안을 때 국민들이 지지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국민들께 믿음을 주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 김 지사도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단일 후보로 나섰었다. 당시 후보 단일화의 영향력을 체감했나.
▲ 야 3당과 시민사회단체가 하나로 뭉쳐 저를 야권 단일 후보로 만들어 주신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야권 단일후보가 됨으로써 여당 후보와 1:1 구도가 형성돼 선거에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범도민후보가 된 것이 도지사 당선을 뒷받침했다고 본다.


- 지방선거 이후 여권 인사들로부터 ‘김두관’을 경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 아무래도 어려운 지역에서 여러 번 도전해 당선됐기 때문에 남들보다 잘 봐주시는 것 같다. 중앙정치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저에 대해 잘 몰라서 과대평가해 주시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과분한 평가고 감사한 일이다.

- 차기 대권과는 거리를 뒀음에도 야권 차기 혹은 차차기 대선주자군에 포함되고 있다. 
▲ 이제 도지사 맡은 지 9개월째이다. 우선 당면한 도정 현안들을 처리하기에도 고민이 많고 바쁜 것 같다. 대선에 대해서는 차기든 차차기든 아직 생각해 본 바가 없다. 대선 후보의 반열에 올려주시는 것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경남 도지사로서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도정에 전념할 때다.

- 가능성은 열어둬도 되지 않겠나.
▲ 단체장에 당선된 지 얼마 안 돼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다. 지역주민이 선출해 준 광역자치단체장은 도정이나 시정에 전념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도지사하고 국회의원은 사람의 노력으로 되는 자리이지만, 국가를 총괄하는 것은 사람의 노력을 뛰어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아직 더 큰 꿈은 준비도 돼 있지 않고, 우선 도정에만 전념하고 열심히 할 계획이다.

정치하는 이유?
희망을 꿈꿀 수 있게

-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 어떤 정치를 보여줄지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에게 어떤 ‘김두관’의 모습을 보여주실 생각인가.
▲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 약자를 보듬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 돈, 학력이 있는 사람은 굳이 보살펴 주지 않더라도 자기 몫을 찾을 수 있다. 땀 흘리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 즉, 보통 생활인의 정당한 대가가 보장되는 나라, 희망을 꿈꿀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제가 정치하는 이유이다.
사회적 약자가 소외되지 않으면서, 도민 모두가 다함께 꿈과 행복을 나눌 수 있는 복지 경남을 실현하고 나아가 대한민국도 보편적 복지가 실현됐으면 한다.
임기 동안 민선 5기 경남도정을 맡아 경남을 대한민국 번영 1번지, 으뜸 도정을 만들어 야권 출신 도지사에게 도정을 맡겨도 “경남이 이렇게 변하는구나”하는 평가를 꼭 받고 싶다.

정리=장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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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