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가 골육상쟁사 풀스토리

‘조씨 전쟁’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진가 형제들이 큰 결단을 내렸다. 더 이상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전히 살얼음판 위를 걷는 형국이란 것이다. 왜일까. 그 이유를 들춰봤다.

‘부암장 소송’ 일단락… 형제간 분쟁 모두 마무리
‘조건부 화해’ 갈등 불씨 여전 “해운 분리 휴화산”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자택이었던 ‘부암장’을 둘러싼 한진가 2세들의 소송이 일단락됐다. 서울고등법원 민사26부에 따르면 조 창업주의 차남 조남호 한진중공업그룹 회장과 4남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이 장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암장 지분 이전 및 기념관 건립 소송’과 관련해 양측은 최근 법원이 제시한 화해 권고안을 받아들였다.
 
여전히 살얼음판

조남호·조정호 회장은 “부암장을 선친을 위한 기념관으로 만들기로 합의해 자신들 상속분을 조양호 회장 소유인 정석기업에 넘겼는데 형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2008년 1억원씩의 손해배상과 지분 이전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지난해 1심 판결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고, 즉각 원고 측이 항소를 제기해 심리가 진행됐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여러 차례 조정을 시도했으나 결론에 이르지 못하다 이번에 법원의 화해 권고안을 수용했다. 한진그룹 측은 “법원이 지난 1월31일 화해 권고안을 제시했고 특별한 이의 제기가 없어 권고안이 최종 확정됐다”며 “비밀 유지 조항이 있어 화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이로써 한진가 형제 사이에서 벌어졌던 법적 분쟁이 모두 끝났다”고 덧붙였다.

한진가 형제들의 분쟁이 시작된 것은 2002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 창업주가 세상을 뜨자 ‘형제의 난’이 벌어졌다. 유산 배분 절차를 밟던 2세들이 재산 싸움을 벌인 것. 조 창업주가 장기간 혼수상태로 입원 치료를 받다 사망한 탓에 확실한 유언을 남기지 못한 것이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다. 장남 조양호 회장과 3남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 차남 조남호 회장과 4남 조정호 회장이 각각 편을 나눠 갈등을 겪었다. 가족이란 관계는 없었다. 진흙탕 싸움도 불사하는 등 가히 혈투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서로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 목적은 ‘쩐’이었다. 차·4남에 비해 장·3남이 비교적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것이 발단이었다. 이에 차·4남이 반발했고, 급기야 법정다툼으로 비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가 형제들은 부친의 기일을 두고 각각 음력과 양력을 주장하면서 이미 틀어졌다”며 “그때부터 갈등이 조금씩 불거지다가 계열 분리 작업이 진행되면서 수면 위로 완전히 떠올랐다”고 말했다. 처음 맞붙은 사건은 ‘정석기업 주식 양도’건이다.

조 창업주의 유언장이 조작됐다고 의심한 조남호·조정호 회장은 2005년 12월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정석기업의 주식 일부를 넘기거나 주식가액에 해당하는 3억4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진중공업그룹과 메리츠금융그룹이 한진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된 직후였다. 2006년 10월 법원의 강제조정에 따라 조양호 회장이 동생들에게 주식을 돌려줬지만 이는 서막에 지나지 않았다. “더 이상 분란은 없다”던 한진그룹 측의 호언장담도 금세 묻혔다.

특히 그로부터 한 달 뒤인 2006년 11월 조수호 회장의 별세에도 불구하고 남은 세 형제 간 갈등이 계속됐다. 당시 빈소에 모인 이들은 서로 눈길도 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집안 어른들의 중재도 소용없었다. 한진가 형제들은 면세점 납품권, 김포공항 주유소 운영권, 부암장 기념관 건립 등을 두고 소송과 항소를 반복했다. 눈여겨 볼 점은 송사 봉합 배경이다. 총 4건의 법적 분쟁이 모두 일단락됐지만, 단 한 건도 자의적으로 손을 잡은 적이 없다. 모두 법에 의존해야 했다.

이번 부암장 소송도 마찬가지다. 법원이 제시한 화해 권고안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분위기가 역력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각에선 ‘10년 묵은’ 형제간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 직접 화해하기 힘든 상황까지 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툼이 끝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미묘한 긴장 관계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부암장 소송이 화해로 마무리됨에 따라 표면적인 형제 간 싸움은 일단 끝났다”며 “하지만 조양호 회장과 조남호·조정호 회장이 실제로도 화해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는 “10년 동안 불신과 반목이 쌓이고 쌓였다. 어찌 보면 오랜 앙금이 쉽게 씻겨 내려갈 것이란 기대가 무리일 수 있다”고 했다.


미묘한 긴장 관계

한편으론 한진그룹과 한진해운 사이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계열 분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계열사로 있다. 현재 고 조수호 전 회장의 부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하고 있지만 대한항공 16.71%, 한국공항 10.7%, 한진 0.04% 등 한진그룹 측이 27%가 넘는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갖고 있다. 최 회장 측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한진해운은 홀로서기를 위해 몸부림 치고 있지만, 아직 높은 ‘한진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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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