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진 범서방파’ 추종세력 백태

잡아도 잡아도 ‘살아있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전국의 각종 이권에 개입해 폭력을 행사하던 ‘통합 범서방파’의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김태촌의 ‘범서방파’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의 추종세력은 그대로였다.

피해자에는 전직 대통령 차남, 유명 드라마 제작진도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이번에도 ‘소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범서방파가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보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늘 그래왔듯 어디선가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태촌은 1977년 조직된 서방파의 행동대장으로 활동하며 세력을 확장했다. 1970~1980년대 당시 양은이파 오비(OB)파와 함께 어둠의 세계를 주름잡았으나 1989년 서방파의 행동대장 격인 정아무개씨가 살해되면서 서방파의 위상이 도전받자 김씨는 세력 재정비를 위해 ‘범서방파’를 결성하게 된다.

해체됐다고?
건재한 조직

김씨의 활동 무대는 정·재계와 연예계 등 다방면에 걸쳐 있었다. 1976년 김씨 일당은 박정희정권의 사주를 받고 신민당 전당대회장에 난입해 당시 김영삼 후보 측 대의원에게 각목을 휘두르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김씨는 1986년에는 인천의 나이트클럽 사장 황아무개씨를 흉기로 난자한 사건으로 징역 5년을, 1992년에는 범서방파를 결성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2007년에는 유명 영화배우를 협박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씨가 사망한 후에는 함평·화곡·연신내 범서방파 등 3개 조직 60명이 모여 ‘통합 범서방파’를 결성하고 전국 건설현장이나 유흥업소, 분쟁현장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지난 8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통합 범서방파 조직원 81명을 붙잡아 이 중 두목 정모(57)씨 등 17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 과정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인 전재용(52)씨에게 거액을 갈취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전재용씨의 외삼촌인 이창석(65)씨는 경기도 오산 땅을 수원 N건설사에 매각했다. 당시 전씨는 이씨로부터 계약 업무를 위임받았다. N사는 대금 400억원 중 100억원이 모자라자 보유하고 있던 용인의 토지를 담보로 내놓았다. 그러나 N사는 부도를 냈고 전씨는 돈을 받아내기 위해 법원에 이 토지의 공매를 신청했다.
 

그러자 N사 대표와 친밀한 사이였던 통합 범서방파 화곡 계열의 두목인 조모(50)씨가 개입했다. 그는 2012년 1월 조직원 40여명을 데리고 N사의 공매 대상 토지에 컨테이너를 설치했다. 조직원들은 유치권을 주장하는 플래카드도 내걸고 20여일 동안 숙식하며 막무가내로 공매 실사단의 접근을 방해했다. 이들은 전씨에게 20억원을 갈취하고 나서야 현장서 철수했다.

계속되는 이권 개입 적발
전두환 차남에 20억 갈취

같은 해 8월에는 전북 김제의 한 교회 강제집행 현장서 강제집행에 반대하던 신도 100여명을 소화기로 폭행했고 역시 같은 해 11월에는 서울 강남서 부산 기반 조직과 조직원 150명을 동원해 대치하는 등 전국을 누비며 폭력을 휘둘렀다.

이들은 2009년 9월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장에 난입해 제작진을 집단 폭행하기도 했다. 영화배우 이병헌과 프로야구 선수 출신인 강병규 간의 갈등으로 촉발된 사건으로 소개돼 세간의 주목을 받은 사건이다.


통합 범서방파 조직원들은 지난해와 올해 각종 경매장에 난입해 경매를 방해하는 등 올해 초까지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경찰은 이미 범서방파의 와해를 선언한 적이 있다. 2009년 11월 김태촌의 후계자로 불리던 나모(50)씨는 조직원들로부터 “칠성파 조직원들이 전쟁을 하려 서울로 단체 상경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나씨는 당시 칠성파 부두목 정모(44)씨와 사업투자 문제로 갈등을 빚던 상황이었다.

이들은 최근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조직원들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은 뒤 경찰에 진술해라”고 지시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진술하기 전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면 진술 자체가 효력이 사라진다는 점을 노렸다. 경찰은 “이들 조직의 이권과 폭력행사를 한 곳이 더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겠으며 수도권서 활동하는 다른 조직폭력배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롭게 출범한
통합 범서방파

경찰은 이미 범서방파의 와해를 선언한 적이 있다. 2009년 11월 김태촌의 후계자로 불리던 나모(50)씨는 조직원들로부터 “칠성파 조직원들이 전쟁을 하려 서울로 단체 상경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나씨는 당시 칠성파 부두목 정모(44)씨와 사업투자 문제로 갈등을 빚던 상황이었다.
 

그는 칠성파와의 전쟁에 대비해 11일 오후 7시 범서방파 조직원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렸다. 하지만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놀란 시민들이 경찰에 신고했고 비상근무에 들어간 경찰의 감시 등으로 패싸움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 나씨는 당일 오후 7시30분쯤 상황이 종료됐다고 판단, 조직원 해산을 명령했다.

이 일을 계기로 경찰은 대대적인 범서방파 소탕 작전에 들어갔고 부두목 등 8명을 구속하고 5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뭉친 잔존들
여전한 파워

당시 경찰은 “범서방파를 비롯해 호남의 국제PJ파, 경기 청하위생파, 부산 칠성파 등 국내 유명 폭력조직들이 대부분 와해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또 경찰은 “이번 수사로 사실상 범서방파는 와해돼 재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범서방파와 관련된 크고 작은 사건들은 계속해서 발생했다.

지난 6월엔 강남 범서방파 폭력조직원이 흉기를 들고 집안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실탄에 맞고 검거됐다. 지난 6월20일 밤 11시께 서울 강남구의 한 빌라 2층에 수배자가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들어왔다.

수배자는 오모(36)씨로 폭력조직인 강남 범서방파 조직원으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올해 초 검찰에 수배된 상태였다. 2012년 7월 조직원 80명과 함께 수도권과 강원지역 아파트 분양 사업장과 유흥업소와 오락실 등에서 폭력을 일삼고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하지만 첫 재판부터 출석하지 않자 의정부지법은 구속영장을 발부해 의정부지검에 수배를 의뢰했다. 오씨는 경찰이 수갑을 채우려 하자 부엌에서 흉기를 가져와 목에 댄 뒤 자살하겠다고 위협했다. 밥상을 방패로 이용했다. 옆에는 오씨의 자녀 등이 있었다.

경찰은 테이저건을 쏘겠다고 했으나 오씨는 되려 “테이저건 맞아봤다. 손은 움직일 수 있더라. 쏘면 자해하겠다”고 협박했다.

수차례 일망타진과 와해
다시 부활해 전국서 활개

그보다 전 4월에는 차명으로 대량 보유한 주식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고 김태촌 씨의 양아들 김모(43)씨가 1심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치는 50분 동안 이어졌다. 경찰은 결국 실탄을 쏘겠다고 세 차례 경고한 뒤 흉기를 쥔 왼쪽 어깨를 향해 실탄 1발을 발사했다. 실탄은 오씨의 4번과 5번 갈비뼈 사이에 박혔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지난 5월 강원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대낮 춘천서 집단 패싸움을 벌이다 달아난 2개파 폭력조직원 29명을 체포해 특수상해 혐의로 12명을 구속하고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지난 2월 폭력조직원 17명을 체포(8명 구속, 9명을 불구속)했고 달아난 29명을 추적 중이었다. 두 폭력조직은 춘천의 생활파와 서울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범서방파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11월19일 춘천시 효자동의 한 주점 앞에서 생활파 이모(32)씨 등 5명이 범서방파 이모(31)씨등 3명과 시비가 붙어 대낮 길거리서 패싸움을 벌였다.

두 조직 폭력배들은 오전 8시 춘천시 송암동 종합운동장 주차장서 만나 서로 준비한 야구방망이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패싸움을 벌였다. 이 패싸움으로 양측에서 5명이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보다 전 4월에는 차명으로 대량 보유한 주식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고 김태촌씨의 양아들 김모(43)씨가 1심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는 “상장법인의 주식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사항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고 취득한 주식 수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며 김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또 2011년 1월 김씨가 지명수배된 지인에게 관계 당국에 청탁해 사건을 무마해주겠다며 12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김씨는 이 혐의 외에도 기업 인수 합병 전문 브로커와 짜고 2012년 11월 우량 벤처기업인 위조지폐 감별기 제조사를 인수한 뒤 200억여원의 회사 자금을 빼돌려 인수대금으로 끌어온 사채를 갚는 데 쓴 혐의 등으로 지난해 4월 구속기소됐다.

김씨는 지난 2013년 1월 숨진 범서방파 두목 출신 김태촌씨 곁에서 범서방파 행동대장으로 활동한 적이 있으며 1999년 폭행, 2002년에는 특수강도죄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재기 어렵다더니…
보란 듯이 범행

이번 통합 범서방파 이권개입 사건 이후 경찰은 또다시 ‘일망타진’을 발표했다. 하지만 범서방파가 쉽게 와해되진 않을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직도 김태촌의 추종자들이 존재하고 있고 범서방파의 두목 등 잔존 세력들이 잠시 몸을 피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범서방파 내부를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범서방파는 쉽게 일망타진되지 않는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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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