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 감시?’ 스마트폰의 두 얼굴

일단 폰부터 들이대고 보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민 90%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정도로 우리는 스마트폰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지난 7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9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걷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스몸비(스마트폰+좀비의 합성어)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이처럼 스마트폰은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가 돼있다. 그러면서 어떤 순간에든 스마트폰부터 꺼내드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서 지하철 정비업체 직원이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한 20대 남성 조모씨는 강남역 스크린도어 고장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해 정비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당시 끔찍한 사고의 원인이 ‘설비 유지·보수 외주화’ 등 인재로 밝혀지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이 이어졌다. 그와 동시에 누리꾼을 들끓게 한 건 현장에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올린 글이었다.

나몰라” 역효과

자신을 사고 현장에 있던 사람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쿵 하는 순간 피 튀기고 살점이 날아가는데, 외마디 비명과 함께 이어지는 건 시민들의 구조가 아니었다”며 “사람 죽어가는 걸 자기 SNS에 올리려고 하는 건지. 그 죽어가는 사람을 찍느라 정신없는 스마트폰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것보다 그 스마트폰을 들고 영상을 찍거나 찰칵찰칵 소리 내면서 사진 찍는 분들 때문에 더 무서웠다. 당신들은 분명 사람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실제 SNS상에 숨진 조모씨의 사진이 배포됐다가 삭제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방관자 효과'라는 말이 있다. 주위에 사람들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다. 지난 8월 대전 서구의 한 도로에서 60대 이모씨가 몰던 택시가 앞차와 추돌한 후 30m가량 주행을 이어가다 멈췄다.

이씨는 운전 중 심정지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문제는 함께 타고 있던 남녀 승객이 119 신고 등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짐을 챙겨 현장을 빠져나갔다는 점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공항버스 시간이 촉박하다며 황급히 자리를 뜬 승객들은 귀국 후 경찰에게 자신의 입장을 알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승객들은 “사고가 났을 때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는데 전부 신고하고 있었다.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승객들의 행동은 일종의 방관자 효과라 볼 수 있다. 지난 10월에도 서울서 이와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누리꾼들은 승객들의 행동에 대해 “야멸차다”며 비난했다.

스마트폰의 발달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하면서 실시간 SNS 사용을 가능케 했다. 문제는 사고 현장에서 자리를 뜨는 수준이 아니라 SNS에 올리기 위해 현장을 촬영한 뒤 실질적인 조치 없이 사라지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률 90% 육박
양면성 공존하는 손 안의 컴퓨터


지난달 인터넷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 짧은 동영상이 올라왔다. 동영상에는 지하철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옆에 앉은 노인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노인은 여학생의 어깨에 손을 얹고 허리를 만지는 등 행위를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동영상을 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노인의 행동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영상 촬영자에게 의문을 제기했다. ‘학생이 성추행 당하는 동안 촬영자는 스마트폰만 들이대고 있었느냐’는 비판과 ‘증거 수집을 위해 촬영한 것 같다’는 옹호가 뒤섞였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람이 사후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같은 사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올라오곤 한다. 길에서 행인끼리 시비가 붙어 싸움을 하는 모습, 여성이 술을 먹고 길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 심지어는 보행자가 자동차에 치이는 모습 등이 촬영돼 SNS에 올라온 일도 있었다.

스마트폰을 통해 촬영된 영상이 SNS에 올라가는 순간 비극적인 사고 현장이 볼거리나 유흥거리로 전락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각)에는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정부군이 진행한 모술 탈환작전이 스마트폰을 통해 생중계됐다. 포탄이 터지면서 시커먼 연기가 치솟는 장면이 SNS를 통해 실시간 중계되면서 시청자들은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았다. 전쟁 참상이 스마트폰 중계를 통해 엔터테인먼트로 소비되는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스마트폰은 대학가 풍경도 바꿔놓았다. 최근에는 대학 강의 시간에 교수가 준비한 자료나 판서를 노트 필기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교수가 칠판에 판서를 한 후 자리를 살짝 비켜주면 학생들은 일제히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 촬영을 통해 기록하는 게 일상처럼 돼버렸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그런 대학 강의실 풍경이 담긴 사진이 올라오자 누리꾼들은 “열심히 준비한 교수가 허무할 듯” “씁쓸하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스마트폰이 수십년 동안 이어진 강의실 풍경까지 바꿔놓은 것이다.

그렇다고 ‘손 안의 컴퓨터’가 마냥 씁쓸한 상황만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범죄가 일어났을 때 스마트폰 그 자체가 증거가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9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디지털 포렌식'(데이터를 복원, 수집, 분석하는 수사방법)은 658건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컴퓨터와 CCTV 분석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서 모바일 기기 증거 분석은 매년 80% 이상씩 급증했고 2013년에는 7332건으로 급증했다. 2013년 7월 기준으로 성인 스마트폰 사용률이 70%가량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016년 현재 전체 디지털 포렌식의 70% 이상이 모바일 기기 분석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 2013년 9월 경기도서 등교하던 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 주변 CCTV를 뒤져 20대 남성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잠복 끝에 검거했다.

이 남성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피해자의 사진을 지우고, 경찰에 “증거를 대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이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원한 사진을 들이밀자 범행을 인정했다.

스마트폰이 증거물로서 가치가 높은 것은 개인이 늘 갖고 다니며 사용하기에 사건 전후의 행적과 성향 등 사용자 정보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통화 기록을 포함해 사진, 동영상, 문자메시지, SNS 사용 내역 등은 사건 해결의 유용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스마트폰에 남은 인터넷 검색 기록 역시 수사에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2013년 8월 서울 강동구에서 부친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의 스마트폰에서는 ‘혈흔 지우는 법’ 등을 검색한 흔적이 나왔다.

스마트폰은 ‘손 안의 카메라’ 기능을 하며 억울한 상황의 증거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SNS를 통해 억울한 일을 고발하는 일이 늘고 있다. 일각에선 SNS가 ‘국민신문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봤다. 그 과정서 스마트폰을 통해 수집한 사진이나 영상, 음성 자료 등은 주장의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지킴이 역할도

스마트폰으로 찍고 SNS에 게시된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긴급상황을 알리는 것은 이미 일상처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고가의 자전거를 잃어버린 이용자가 사진을 올리고 도움을 요청하자 전국에서 관련 사진이 올라와 결국 범인을 잡고 물건도 찾은 사례도 있었다. 잃어버린 반려동물, 실종된 사람 등을 찾는 데도 스마트폰은 CCTV 노릇을 하며 가족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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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