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20대 자살 훈련병의 부치지 못한 편지

“너무 답답해 죽을 것 같다”

지난달 27일 충남 논산 육군 훈련소 생활관 내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정모(21)씨가 어머니에게 남긴 편지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급성 중이염으로 고생하던 정씨를 ‘꾀병’으로 몰아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방치했다는 유가족의 주장이 더해지면서 군 당국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못다 핀 꽃이 되어 잠든 정씨의 죽음을 두고 네티즌들의 의견 대립도 팽팽하다.

숨진 채 발견된 훈련병, 중이염 고통 호소 “약만 준다”
“개인의 문제”VS“군 시스템 문제” 네티즌 ‘갑론을박’


지난달 27일 오전 11시26분께 충남 논산시 육군 훈련소 내 화장실에서 목을 매 자살한 정모(21)씨가 발견됐다. 훈련병 퇴소를 일 주일여 남긴 시점이었다. 정씨의 시신은 휴일을 맞아 종교 예배에 참석하고 돌아온 뒤 한 시간쯤 지난 뒤 발견됐다.

자살 VS 타살 공방

군 당국은 유서나 외상이 발견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유족들은 정씨가 화장실에서 발견된 뒤 20여 분이 지나는 동안 응급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또 입소 뒤 여러 차례 심한 중이염을 호소했지만 입원 등 제대로 된 치료가 없었다며, 훈련소 측의 책임을 제기하고 있다. 설령 자살했다 하더라도 자살이 아니라 군 부대에서 정씨를 죽인 타살이라는 주장이다.

게다가 자살을 하기 전 정씨가 어머니에게 썼다가 부치지 못한 편지가 발견되면서 유족과 군 당국의 공방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달 28일 유족들에 따르면 이날 국군대전병원에 안치된 정씨의 옷 속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워낙 고통스럽다. 식물인간이 되면 안락사를 시켜주고, 화장을 해달라”는 글이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또 지난달 10일 정씨가 어머니에게 쓰고 부치지 못한 편지가 발견됐으며 편지에는 “오른쪽 귀가 먹먹하고 물이 들어간 것처럼 들린다”면서 “훈련소에서는 항생제를 주고 의무실에만 있으라고 한다. 외부 병원으로 잘 안 보내주는데 약을 보낼 방법을 알아봐 달라”고 씌여 있었다.

또 정씨는 편지를 통해 “분대장과 소대장, 중대장에게 계급 순서대로 말했는데 이제와서는 (밖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면서 “훈련을 잘 받을 수 있는데 귀 때문에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유족은 “평소 운동신경도 좋았고 훈련을 받는 데 이상이 없는 체력의 아이였는데 중이염으로 고통받다 보니 훈련까지 힘들어져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의 이 같은 호소와는 달리 군 당국은 “꾀병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내용의 면담 기록을 작성했다고 유족은 주장했다. 유족들이 제공한 지난달 16일자 군 당국 면담·관찰 기록에 따르면 정씨는 ‘오른쪽 귀에서 이명이 들리고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상담했지만 담당 간부는 ‘귀에 전혀 이상이 없다. 꾀병 가능성이 농후하다.

군의관이 이상 없다고 말을 하는데 민간 병원에서 진료받고 싶어 한다. 더 큰 병원에 보내달라고 항의하고 우는 등 소란을 피웠다’고 기록했다. 이 간부는 같은 달 19일에도 ‘귀 내시경 검사 결과 아무 이상 없음’이라고 기록했으며, 21일에는 ‘일상 생활 관찰 시 아픈 기색 없고, 다른 훈련병들보다 먹을 것도 잘 먹음’이라고 기록했다.

정씨의 자살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도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지난해 10월 남자 친구가 논산 훈련소에 입대했다는 한 여성 네티즌은 “훈련소 위생도 더럽고 치료도 잘 안 해 준다던데 10월에도 기관지염에 걸려서 훈련소 마칠 때까지 고생했다”면서 “기관지염 약만 잘 먹어도 3~4일이면 낫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또 다른 네티즌 역시 정씨의 죽음에 대해 “꾀병으로 치부하고 묵살했다니 너무 불쌍하다” “무서워서 군대에 어떻게 보내겠느냐” 등의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유족에 이어 네티즌들의 이 같은 질타가 이어지자 이번 사건 수사를 담당한 육군 헌병 수사대는 지난달 28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오후 국군대전병원에서 브리핑을 가진 군 관계자는 “정 훈련병은 입소 4주 동안 국군대전병원과 훈련소 내 의무대 등에서 10차례 진료를 받았다”면서 “일각에서 일고 있는 정 훈련병의 고통을 방치했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진료 기록 카드를 공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대를 다녀온 일부 네티즌들은 국군병원도 믿을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아이디 ‘하루카엘’은 “이번 사건을 접하니 제가 군 생활 할 때 겪은 일이 생각난다”고 말문을 뗀 뒤 “훈련받다가 어깨를 다쳐서 아프다고 호소했지만 의무대에서는 파스나 주는 게 고작이었고, 결국 2차 휴가 때 병원가서 진료를 받으니 꽤나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네티즌도 갑론을박

이어 그는 “훈련병이 아프다고 하는데 의무대랑 국군병원에서 꾀병 같다고 방치해 버리고 아프면 의무대는 물론 막사 내에서도 병신 취급 당한다. 그 훈련병이 정말 잔꾀를 부린 것일 수도 있지만 군대에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조치했다면 자살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개인의 문제’라는 의견도 존재했다. 훈련병의 상태를 일일이 챙기지 못하는 군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측면과, 어떤 단체든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고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훈련병들에 대한 처우가 많이 좋아졌다는 것.

논산 훈련소에서 조교로 생활하다가 2009년 전역한 최모(26)씨는 “군 당국의 문제라고만 볼 수는 없다. 요즘 군대 많이 편해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군대가 편하면 군대겠는가”라면서 “아프면 손해보는 것이 훈련병이긴 하지만 중대마다 아픈 훈련병을 챙기는 데 차이가 있다. 내가 있던 중대에서는 아픈 훈련병들을 최대한 챙기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개개인의 건강 상태를 꼼꼼히 챙기지 못하는 군의 시스템에는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빠른 시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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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