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어쩌다 보니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참 나쁜 대통령" 보좌했던 사람을 총리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 사태’로 코너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책임총리 카드를 꺼내들며 국정 혼란 수습에 나섰다. 그 일환으로 박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으로 역임했던 김병준 후보자를 내정했다.

이처럼 김 후보자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장관을 지냈던 인물이다. 이때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는 노 전 대통령에게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참 나쁜 대통령을 보좌했던 사람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아이러니가 벌어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신임 국무총리로 김 후보자를, 경제부총리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국민안전처 장관으로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을 각각 내정했다.

갑작스런 교체
‘황당한’ 황교안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지난달 31일, 박 대통령은 비서실 개편을 통해 이원종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전격 교체했다. 이어 이날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안전처 장관 등의 후속인사를 냈다.

이번 개각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고위 참모 5명을 물러나게 한 데 이어 사흘 만에 단행된 2차 인적쇄신이다. 당초 대통령 비서실장 등 참모진 후임 인사를 먼저 내정한 뒤 총리 교체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비껴간 조치다.


검찰수사 본격화로 박 대통령을 향한 비난 여론 고조로 대통령 지지율이 한 자릿수대까지 떨어지면서 참모진 인선보다는 내각의 쇄신 의지를 보여주는 게 먼저라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충실히 구현하면서 일각에선 '왕의 남자'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평가도 받았던 인물이다. 대표적인 '김병준표' 정책으로는 종합부동산제, 양극화 해소를 포함한 동반성장 전략, 고용지원서비스 확대 등이 꼽힌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김 후보자가 친노 진영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최근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차기 비대위원장을 논의할 때 김 후보자를 유력하게 거론한 이유도 ‘친노와 거리가 있는 영남 출신 인사’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전 대표도 영입 추대를 위해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지난 5월 제 20대 총선 새누리당 당선인대회 특별강연서 “정치권이 권력을 잡는 문제에만 함몰돼 있다”면서 여당엔 친박(친 박근혜), 야당엔 친노(친 노무현) 세력의 권력 다툼 양상을 모두 비판한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
친노 출신을 왜? 박근혜 노림수 의문

대구상고-영남대 정치학과 출신으로 한국 외대 대학원, 델라웨어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교수직에 올랐던 그는 노무현정부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역임했다.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등 시민운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친화력, 언변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위트 넘치는 달변과 직설화법으로 동료, 제자들을 이끄는 리더형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전격적인 인사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추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청와대서 박 대통령과 각각 면담할 때도 김 후보자를 직접 언급했던 것. 한때 사기혐의로 고발까지 하며 김 후보자를 부총리서 낙마시키는 데 앞장섰던 새누리당이 최순실 게이트 정국을 돌파할 카드로 김 후보자를 내정한 것은 아이러니 그 자체다.
 

청와대가 앞으로 김 후보자에게 어떤 권한을 얼마나 부여할지 초미의 관심사다. 그간 야권은 물론 새누리당서도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했던 만큼 위기에 몰린 청와대가 김 후보자에게 ‘책임총리’로서의 권한을 줄 가능성도 있지만, 어느 정도까지 역할을 맡기느냐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거국내각 추진
책임총리 구상

이에 대해 청와대는 김 후보자에게 헌법에 보장된 국무위원 제청권과 각료해임 건의권 등을 실제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해 대통령 권한 분담 요구를 반영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사실상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기존 총리들에 비해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고 밝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서 "내정자의 가치관과 경륜에 비춰볼 때 국민 눈높이에 맞춘 정책 방향과 국민적 여망에 부응하는 총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김 후보자 내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당 측은 즉각 청문회 거부 방침을 내세우며 “분노할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순실 내각 정리하라고 했더니 또 제2차 최순실 내각을 만든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추 대표는 “아직도 정신 못 차린 대통령을 의미하는 것이고 우리는 더욱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국민과 함께 싸워야 할 시간이 멀고도 험난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위트 넘치고
달변 리더형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책임총리와 거국내각을 거론하다가 야당에 한마디 상의없는 개편을 했다,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을 뒤로한 채 인사국면으로 호도하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이러한 분노는 국민들에게 더 큰 탄핵과 하야, 촛불을 유발시키는 동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본인이 해야 할 입장발표도 하지 않고 뒤에 숨어서 인사권을 행사한 것 아니냐”며 “총리뿐 아니라 경제부총리까지 마치 평소와 다름없이 인사권을 행사한 모습을 보면 정말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국민의 마음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분노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야하랬더니 막가자는 건가”라며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 이상 박 대통령과 타협할 생각 말아야 한다. 국민과 스크럼을 짜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선언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적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서울시청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박 대통령은 조각권을 행사할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 대통령으로서 권위와 신뢰를 잃었고 경제위기, 남북관계 위기 등을 식물 대통령에게 맡겨둘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 헌법유린과 국정농단 관련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비박계 거세게 반발
청문회 낙마할 수도 있어

여권에선 친박과 비박이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내놓으며 당내 갈등이 심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친박계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위기에 처한 국정을 안정시키고 정상화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긍정 평가한 반면, 비박계에선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당 회의서 “이렇게 하면 여기서 백날 떠들어봐야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고, 권성동 의원도 “이렇게 갑자기 일방적으로 후보자를 지명하면 또 다른 반발을 일으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김 후보자가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는 과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헌법 제86조 1항은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임 황교안 총리까지는 원내 과반 의석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점하고 있었다. 따라서 검증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다소 간의 잡음은 있었지만, 일단 이 과정을 통과하면 임명에 어려움은 없었다.

4·13 총선의 결과로 여소야대 국회가 된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 됐다. 청와대가 총리 내정자를 발표하더라도 국회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자동 낙마한다. 정치권의 현재 분위기로는 김 후보자의 낙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의 여소야대 구도상 야권이 수용하지 않으면 김 후보자 임명은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청와대가 아무런 협의없이 개각을 발표한 것은 분명 김병준 카드 무산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최순실 덮으려고?
당내에서도 반발

실제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의원총회서 “대통령이 국정 공백·진공상태를 만들고 또 쪽지를 내려 보내서 총리 인사를 발표했다”며 “대통령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그런 느낌이 드는 순간”이라고 힐난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야권과 머리를 맞대 협의를 하고 성난 민심을 달래기보다 ‘내 방식’대로 정국을 돌파했다”며 “그 방식이 매우 졸렬하다”고 비난했다.


<min1330@ilyosisa.co.kr> 

 

[김병준은?]

▲1954년 3월26일 경북 고령 출생
▲대구상업고교 졸업, 영남대 정치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학 석사, 미국 델라웨어대 정치학 박사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정책자문단장
▲2002년 대통령인수위 정무분과위원회 간사
▲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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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