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리더십 집중 점검

줄기찬 불만들“불도저로 밀어버려?”


8개월간 공석이던 KB금융지주 회장직이 채워지던 지난해 7월. KB금융지주 본사에서는 노조원와 사측 경비원의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주주총회장에 진입한 노조원들이 ‘친정권 낙하산 인사 의혹’을 제기하며 어윤대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때문이다. 어 회장은 이렇게 금융권에 험난한 첫 발을 내딛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 어 회장의 리더십을 집중 점검해봤다.

야심작인 캠퍼스플라자 “이해할 수 없는 경영 전략”
말로만 외치는 ‘소통’…불도저 경영으로 뒷말 무성

#1 구조 조정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고강도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먼저 조직 통폐합과 구조 조정을 추진했다. 전략 그룹과 재무관리 그룹을 경영관리 그룹으로 단일화했으며, 상품 그룹은 개인영업 그룹과 기업영업 그룹에 분할 편입시켰다. 자금시장 그룹도 자본시장본부로 개편했다.

허리띠를 졸라매기도 했다. KB투자증권 등 적자를 냈던 계열사의 임원수를 30% 이상 삭감하고 불필요한 비용도 과감히 줄였다. 무엇보다 전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금융권 최대인 3200여 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금융권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 조정이었다.

이후에도 어 회장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지난 1월 성과향상추진본부를 신설, 지난해 희망퇴직 권고 대상자 등 업무 성과가 저조한 직원 230여 명을 성과 향상 프로그램 이수자로 분류해 지역본부로 발령 냈다. 성과향상추진본부에 발령받은 직원들은 영업 능력 교육을 받고 일정 성과를 달성해야 영업점 복귀가 가능하다.

2년간 불이익은 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퇴출이 목적인 부서라는 게 국민은행 노조의 설명이다. 그러나 어 회장의 영업력 강화와 효율성 제고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다는 우려가 시간이 흐를수록 짙어지고 있다. 무리한 다이어트가 체질 약화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2 실적
이 같은 우려는 지난해 경영 실적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KB금융그룹이 최근 발표한 실적을 보면 당기 순이익은 883억원에 불과했다. 전년도보다 무려 84% 하락한 것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2조3839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82.6% 성장했다. 이에 비하면 어 회장이 손에 쥔 성적표는 여간 초라한 게 아니다.

이 밖에도 ▲우리금융지주 1조2420억원 ▲하나금융지주 1조108억원 등 다른 지주사들은 모두 조단위 이익을 기록했다. 이익 측면에선 리딩뱅크 대열 중 ‘꼴찌’ 수준으로 밀려난 셈이다. 이에 대해 KB금융그룹 측 관계자는 “지난 2분기 중 자산 건전성 개선을 위한 보수적 충당금 적립이 있었던 데다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4분기에 단행한 희망퇴직 관련 일회성 비용 6525억원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 역점 사업
어 회장이 벌이고 있는 사업들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어 회장은 최근 ‘캠퍼스플라자’ ‘KB굿잡’ 등의 굵직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두고 국민은행 안팎에선 불안감 섞인 말들이 흘러 나오고 있다. 특히, 어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캠퍼스플라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캠퍼스플라자는 대학생을 주 타깃으로 대학 캠퍼스 근처에 설치하는 ‘신개념 점포’다. 미래 고객 확보와 새로운 금융 모델 구현이 목표다. 1호점인 숙명여대 ‘락스타 눈꽃 존’을 시작으로 이미 연세대, 고려대, 숭실대 등 서울과 지방 주요 대학 근처에 총 42개점을 열고 영업에 들어갔다.

어 회장은 일반 영업점 모델에서 탈피해 직원 배치에서부터 지점 디자인까지 변화를 꾀할 정도로 의욕을 드러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래 잠재 고객 확보라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수익성 검증이 안 된 사업에 성급하게 인력과 비용을 투입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성과향상추진본부, 임금인상 등 놓고 노조와 ‘파경’
인사권·경영 총괄…문제 생기면 민 은행장에 미뤄

이와 함께 이미 각 대학 안에 은행들이 입점해 있어 신규 고객 창출이 어려운 데다 휴일이 많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선다는 발상 자체가 금융권에서는 비상식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구조 조정 등으로 지점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약 1200명의 인력을 빼내 ‘락스타’ 지점에 배치하면서 일선 창구에서는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출범한 ‘KB굿잡’ 프로그램 역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KB굿잡’은 국민은행 등과 거래하고 있거나 국민은행이 발굴한 우량 중소·중견 거래 기업과 청년 구직자를 이어주는 일자리 연결 프로젝트다. 청년 실업 해소에 기여한다는 면에서 외부 평가는 좋은 편이지만  직원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문제는 구조 조정 중인 내부 직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원 감축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외부 일자리 창출 지원에 나선다는 게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의 관심은 비즈니스 경험이 적은 어 회장이 KB금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지에 모이고 있다. 어 회장의 경영 능력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4 노사관계
시험대에 오른 어 회장이 원만하게 KB금융지주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선 노사 간의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어 회장과 노조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내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임단협으로 불화를 겪었다. 노조에 따르면 임금 협상 자체를 아예 무시당했다. 결국 극적으로 임금 협상이 체결되긴 했지만 노조는 앙금이 남았다.

과도한 업무량도 불협화음이 나오게 하는 요소다. 노조에 따르면 구조조정과 캠퍼스플라자 설립 등으로 인력이 빠져 나가면서 창구는 말 그대로 비상 상태다. 반면 목표치는 2배로 설정됐다. 노조 관계자는 “창구 직원들 중에는 점심시간을 15분 이내로 단축하고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면서 “직원 2만4000여 명의 5분의 1이 넘는 5000여 명이 그만두거나 다른 분야로 이동하면서 모든 피해가 고스란히 창구 직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성과향상추진본부 역시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여기에 일정 나이 이후에 연봉을 깎는 ‘임금피크제’를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조의 분노는 극에 달한 상태.

#5 경영 스타일
이 같은 갈등의 원인은 어 회장의 불도저식 경영 스타일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말로는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론 눈과 귀를 닫은 채 독단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 회장은 노조와의 합의 없이 성과향상추진본부를 설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노조는 이 부서의 설립을 중단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노조 측 관계자는 “어 회장의 가장 큰 문제는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노조의 감시와 견제가 없다면 어 회장의 독재를 막을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측 관계자는 또 “실제로는 어 회장이 인사권과 경영을 모두 총괄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민병덕 은행장한테 미루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어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방대한 KB그룹조직에 모럴 해저드 분위기를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경영  실적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이처럼 어 회장은 내부의 반발에 발목이 붙잡힌 상태이다. 어 회장의 의욕에 찬 구상에 직원들이 수족처럼 움직여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어 회장이 이끄는 KB금융지주가 ‘리딩뱅크’로 가는 길은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조심스레 흘러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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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