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뜨거운 여름이 훌쩍 물러가고 선선한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낙엽 가득한 산책길을 걸으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기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여기에 이자연의 개인전 ‘섬’처럼 고요한 전시회를 곁들이면 어떨까.
충북 제천에 위치한 리솜리조트 리솜 포레스트가 내달 13일까지 이자연 개인전 ‘섬-STANDING IN STILLNESS’를 선보인다. 이자연의 개인전은 리솜 포레스트 3층 아트홀 ‘서로’에서 열리는 아홉 번째 기획 전시다. 관람객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자연의 전시를 무료 관람할 수 있다.
이자연은 6만개의 종이를 이용해 긴 대나무 같은 모양의 작품을 완성했다. 이는 형상의 왜곡과 복제를 통해 불편한 감정의 자기 복제물로 거듭났다.
아홉 번째 기획전
이자연은 지난 몇 해 동안의 개인전서 ‘여성의 몸’에 관심을 드러내 왔다. 그녀의 작품 속에서 고통과 절망을 겪는 몸은 보는 이에게 다소 불편함을 주곤 했다.
조각사에서 여성의 몸은 회화뿐만 아니라 신체 조각이라는 장르서 자주 다뤄졌던 주요 테마다. 이자연의 작품에 있어 ‘여성의 몸’은 강한 태동이자 생명력 넘치는 사물들의 기원처럼 예사롭지 않다.
이자연은 첫 번째 전시인 ‘L양의 초상’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문화적으로 편식적인 시각에서 훈육된 미적가치의 잣대로 평가하고 또 평가받는가를 드러내고자 했다. 작품 속 L양은 폭력적 시선의 폭격을 견디지 못해 무겁고 습한 지하 전시실에 축 널브러져 있다.
이자연은 L양을 직립조차 어려울 만큼 무거운 여성의 몸의 형태로 표현해 비만의 남성이 스모 선수로 입문할 조건을 구비한 몸으로 선택받는 것과 달리 여성이기에 쓰임과 용도가 없어져 구차한 몸으로 절망하고 방치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사유했다. 이처럼 이자연의 작품에서 여성성의 비중은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두 번째 전시에서 등장하는 작품 ‘그녀’의 몸은 개와 사람의 형상으로 이뤄져 있어 사뭇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개가 된 듯한 반인반수의 그녀는 혼성이라는 돌연변이 과정의 충격을 흡수해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작품은 고통과 불안 그리고 굴욕적인 몸에서 서서히 안정과 혼성의 미학에 취한 듯한 고양이의 고즈넉한 눈길과 요염하기까지 한 자태를 수반한다.
신체조각의 완성도
한 평론가는 2010년 이자연의 5회 개인전 ‘사이의 간극’에 대해 말하면서 “작가가 신체 조각을 통해 드러내는 심리적 자기 복제의 성과가 기법상으로 옮겨지길 바란다”며 “설치작업보다는 신체조각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시간을 더 할애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품대에 오른 작품만으로 충분히 내용이 전달되는 전시회를 펼치길 바란다”는 애정 어린 말을 덧붙였다.
가을빛 넉넉한 10월, 내적 충돌 가운데 적막하고 조용하게 서 있는 작가 이자연의 모습과 그녀가 그간 바깥으로 드러내지 못했던 심리적 고요를 만나보자.
<jsjang@ilyosisa.co.kr>
[이자연은?]
▲ 학력
MFA. 경희대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조소전공 졸업 (2007)
BFA. 서원대학교 미술학과 조소전공 졸업 (2002)
▲ 개인전
寂. 고요할 적.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청주 (2015)
침묵의 비명. 스페이스A/청주 (2014)
사이의 간극. 아트팩토리 인 다대포/부산 (2010)
그녀의 방-‘세 가지 징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청주 (2008)
그녀의 방-‘a gate’. 모리에서다 (다원예술공간)/전주 (2008)
그녀. 성보갤러리/서울 (2008)
L양의 초상. 에스파스 다빈치 갤러리/서울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