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밀착’ 전경련 사업 대해부

대통령 입맛대로 ‘밀고 당기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다시 한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전경련은 최근 보수단체 자금 우회 지원, 재단 지원으로 불거진 정권 연루 의혹으로 정경유착의 창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상태다. 경제 발전의 주역으로 시작해 재계 대변인으로 정권과 궤를 함께 해온 전경련 내부와 진행 사업을 살펴봤다.

지난 12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국감에 출석한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에 대한 질문에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과정서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태생부터 ‘친’
정부 함께 성장 

전경련은 1961년 경제재건촉진회라는 이름으로 출범, 55년간 14명의 재계 대표가 회장을 맡은 이후 1968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제조업을 육성하고 박정희정권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뒷받침하는 등 경제 발전의 주역으로 성장했다.

현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이끌었던 1977년부터 1987년은 전경련의 전성기라고 불린다. 전경련은 세계 여러 나라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저변을 넓히며 88서울올림픽 유치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이 과정서 대기업에 사업이 편중되는 등 정경유착의 꼬리표는 늘 따라다녔다. 경제 발전의 주역이라는 우호적인 시선이 있긴 했지만 재계 대변인정권에 자금을 지원하는 정권의 수금 창구등의 부정적인 시선이 끊이지 않았다.


전경련과 정부의 상부상조는 단체가 태생됐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경련의 전신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고 이병철 회장은 기업인을 풀어주는 대신 경제 재건을 위한 국가 산업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박정희 대통령에 약속했다. 전경련 태생 배경인 정부를 뒷받침한다는 그 후 단체의 존재 이유가 되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경유착의 검은 그림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전경련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을 모으기 위해 기업들에 참여를 권유한 사실이 5공청문회 당시 밝혀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을 제공한 총수들이 줄줄이 기소돼 유죄 선고를 받는 일도 있었다.

15대 대선 당시 국세청 차장 등이 대기업서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한 사건,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도 전경련과 정권의 정경유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표방했던 이명박정권 들어서는 규제 완화 정책, 공정거래법 개정과 노동자 임금 인상 자제 등을 관철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박근혜정부에선 전경련과 정권의 관계가 더욱 발전했다. 2013년 전경련 사업보고서에는 당시 회장을 맡고 있던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2의 한강의 기적을 향한 국민적 염원을 되새기며 정진해 나가겠다는 머리말이 장식돼 있다.

한강의 기적은 박 대통령이 신년사, 8·15 경축사, 전국체전 기념연설, 심지어는 노인의 날을 맞아 청와대로 초청한 노인들에게 건넨 인사말에서도 언급했던 단어다.

정부 주력 창조경제·새마을운동 앞장
경제성장·올림픽 등 각종행사에 기여

전경련은 2013년 진행한 사업 중 창조경제 기반 조성을 첫머리에 실었다. 2013225일 공식 출범한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최우선 국정운영 전략으로 내세웠다. 전경련은 이에 발맞춰 창조경제특별위원회를 열어 미래형 선박, 가상현실, 창의인재 양성 등을 제안했고, 창조경제 박람회에 참여했다.


2014년에도 전경련은 창조경제를 전면에 세웠다. 전경련은 민관협동 창조경제 추진단을 발족하고 전국 17개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 실현을 위해 창업 벤처와 중소기업 육성, 지역 특화 사업 기반의 창업과 신사업 창출 등을 지원하는 센터다. 박 대통령은 17개 시도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모두 참석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기업이 한 군데씩 맡아 각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하는 체계로 운영된다. 문제는 할당 기준이 불분명하고 지역 특성과 전혀 관계없는 기업이 센터를 맡고 있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전경련은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강제 할당이 아니냐는 것. 전경련은 이 같은 의혹에 강제는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한 상황이다.

여기에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구축하려는 창조경제 자체가 보여주기식 용어에 가깝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대통령과 청와대를 중심으로 미래부는 전국 17개 지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치, 마치 창조경제의 핵심 틀을 완성한 것인 양 대대적인 선전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 위원은 대기업을 압박해 전시용으로 만들어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대통령의 치적으로 포장한 실체는 대통령 임기가 종료되자마자 확인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전경련의 2013년과 2014년 사업이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됐다면 2015년은 과거 산업화 시대에 대한 향수를 고취하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사업보고서에서 허 회장은 지금 한국 경제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한번 경쟁서 밀리기 시작하면 다시 기회를 잡기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메르스로 내수가 급속히 침체됐고,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수출도 감소했다목표로 했던 3% 경제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현 정부 들어
보조사업 늘어

하지만 허 회장의 머리말과는 달리 보고서에서 소개하는 첫 사업은 현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탄신 100주년 사진전에 대한 얘기다. 전경련은 정 회장을 조국 번영을 위해 헌신한 우리 경제의 국부라고 치하하면서 사진전을 통해 고인의 노력을 널리 알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화 시대 당시 파독 근로자, 중동 근로자, 월남 참전 용사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개최한 음악회 소개도 덧붙였다. 2015년 전경련이 진행했다고 내세운 이 사업들은 박 대통령의 향수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 때마다 새마을운동을 자주 언급하고 전파하며 해외 확산에 공들여왔다. 새마을운동 전파는 지난 530일부터 61일까지 경상북도 경주서 열린 제66차 유엔 NGO컨퍼런스 때 정점에 달했다. 유엔 NGO컨퍼런스는 유엔서 주최하고 전 세계 NGO가 한자리에 모여 국제 이슈에 대해 논의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NGO 컨퍼런스다.

NGO, 즉 비정부기구로 공공 가치를 추구하는 민간단체들이 모이는 자리에 새마을운동 홍보부스가 세워졌다. 행사 참가자들의 결의문에 해당하는 결과 문서도 논란이 됐다. 논란은 유엔NGO컨퍼런스에 참가했던 국제 인권 단체가 결과 문서 초안에 새마을운동을 미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 시민 단체의 입장을 묻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이래서 해체론
대놓고 정경유착


초안에는 새마을운동은 농어촌과 도시 지역 간의 경제적 및 사회 기반 격차를 줄이는 데 중대한 영향을 끼친 모범적 시민운동이라며 세계 시민성의 맥락에서 2030의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새마을운동을 빈곤퇴치와 개발의 모델로 제안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새마을운동은 긍정과 부정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시민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가와 관의 동원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반박이 나왔다.

이에 국내 70개 시민단체들은 해당 문단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컨퍼런스 기간동안 경북도 공무원과 새마을운동 관계자들은 문단을 다시 살리기 위해 애썼지만 결론적으로 문구는 빠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경련의 정권의 나팔수’ ‘정권의 심부름꾼역할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진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때부터 전경련과 정권의 관계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박근혜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했을 당시, 전경련 산하단체인 자유경제원은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경제단체 산하의 재단이 교과서 문제에 발 벗고 나선 것에 의아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후 독립적 비영리 재단법인이라고 주장하던 자유경제원이 사실은 전경련으로부터 매년 20억원가량의 돈을 지원받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문제의 성격이 바뀌었다. 정치중립성을 지켜야 할 경제 단체가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는 재단에 돈을 지원하는 것은 사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4월에는 전경련이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을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어버이연합은 친정부 시위, 집회 등 이른바 관제시위 의혹을 받았다.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억대의 자금을 지원하고, 이 자금을 단체 사무실 임대료와 시위 동원 인원 인건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튀어나왔다. 의혹은 청와대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어버이연합은 행동대장, 전경련은 스폰서, 지시는 청와대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교과서·어버이·재단… 3단 콤보
‘정권의 수금창구’ 부정적인 시선

이에 시민단체들은 집회·시위 지시 의혹을 받은 허현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을 고발했다. 허 행정관은 언론을 상대로 민·형사상 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 8월 말 허 행정관은 고소인 및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조사에서 청와대와 보수 단체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 뚜렷한 혐의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불거진 문제가 행정관 개인의 일탈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관제데모 지시 의혹에 대해 분명히 지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청와대서 의혹이 나올 때마다 개인의 일탈로 몰아가고 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대응은 미르·K- 스포츠재단과 관련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한류 문화와 스포츠를 통해 창조경제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걸고 출범했다. 본격적으로 문제가 불거진 건 재단 인사에 대통령 측근인 최순실씨가 관여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오면서부터다.

아울러 800억 원에 가까운 출연금이 한순간에 모이고, 재단 설립 신청 하루 만에 문화체육관광부가 허가를 내준 것은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공세가 이어졌다.

전경련이 언급되는 부분은 800억원에 가까운 출연금. 미르재단에는 삼성, 현대차, SK 30여개 그룹이 486억원을 냈다. K-스포츠에도 288억원의 기업 자금이 흘러들어가 있다. 돈을 낸 기업은 모두 전경련에 소속돼 있고, 출연금 규모가 재계 순위와 비슷한 점을 미뤄 청와대 지시로 전경련이 할당액을 기업별로 정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국감 내내 이어갔다. 국감장의 의원들은 이 부회장의 소극적인 태도와 답변 회피를 크게 질타했다. 심지어는 여당인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국회가 전경련 부회장을 여기에 출석시켜 가지고 저렇게 오만한 답변을 듣고 있어야 합니까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답변은 국감 출석 전과 상이한 면이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2일 두 재단 설립에 대해 자신이 아이디어를 냈다고 언론에 발언한 바 있다. 그리고 같은 달 26일부터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이 부회장은 재단 설립 과정, 재단의 최초 제안자 등 질문에 수사 중이라는 말만 거듭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2일 국감에서 20여차례나 수사 중이라고 답했다.

산업화 미화
정권의 나팔수

하지만 전경련에 대한 지적에는 적극적으로 비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두 재단에 기업들이 돈을 모금한 사실을 두고도 이 부회장은 기업의 판단”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또한 전경련이 청와대를 위한 기관이라는 지적에는 정부에 문제가 있으면 쓴소리도 하고 옳으면 적극 동참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의 비호에도 청와대를 향한 의혹의 칼날은 여전할 것으로 보여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해체론’ 전경련 이번에도?

각종 의혹의 중심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부각되면서 해체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논란은 해체론에 불을 붙였고, 이승철 부회장의 국감 답변 태도는 기름을 부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서 야권은 청와대가 개입하고 전경련이 뒷받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두 재단과 관련해 집중 포화했다. 이 부회장은 야권 공세에도 수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고, 야권은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일부 새누리당 의원도 가세하면서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과거 전경련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사과, 윤리 선언 등으로 위기를 넘겨왔다. 노태우 전 대통령 대선 비자금 모금 당시에는 전경련 회장단이 음성적 정치자금은 내지 않겠다며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은 끊이지 않았다. 일각에선 전경련은 형식적인 사과와 윤리 선언으로 순간적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할 뿐 근본적인 자정 노력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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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체 구성원이 200명도 안 되는 학교서 한 교수를 둘러싼 논쟁이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교수의 학사학위가 논란의 시발점이다. 임용 당시 서류에 기재한 내용을 두고 사실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등교육법 제30조(대학원대학)에 따르면, 특정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대학원만 두는 대학, 이른바 대학원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 일반적인 종합대학과 달리 학사과정을 운영하지 않고 석·박사 과정만 두는 교육기관이다. 작은 학교 오랜 잡음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이하 서불대)도 그중 한 곳이다. 재단법인 불교안양원의 이사장인 덕해큰스님이 설립했다. 2002년 9월1일 개교한 서불대는 불교학과, 상담심리학과, 심신통합치유학과 등 3개 학과로 구성돼있으며 현재 석‧박사 학위과정 입학정원은 81명이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서 운영을 총괄한다. 최근 서불대가 소속 교수의 학사학위 문제로 시끄러워졌다. 부교수인 정모씨의 학사학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두고 경찰 고발까지 진행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 연출됐다. 문제는 정 교수의 학위 논란이 불거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월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를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정 교수가 지원 당시 제출한 서류에 학력 부분을 허위로 기재하고 임용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발인은 “학사학위도 없는 교수가 석‧박사를 지도하는 엉터리 같은 상황이 우리 대학원서 자행되고 있다”며 “사실 여부를 정확히 가려 일벌백계해달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05년 9월1일 서불대 전임강사로 신규 임용됐다. 2007년 9월1일 조교수로 승진, 2015년 3월1일 부교수가 된 이후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쟁점이 된 부분은 정 교수가 2005년 7월 서불대 전임강사 임용 과정서 제출한 ‘신원진술서’와 ‘교수초빙 지원서’의 학력란이다. 정 교수는 학사 부분에 학교명 ‘Buddhist and Pali University’(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 학과명 ‘Buddhist Social Philosophy’, 전공 ‘Buddhist Social Philosophy’라고 기재했다. 수학 기간은 1992년 3월부터 1997년 2월로 1997년 1월1일에 문학학사학위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 교수가 함께 제출한 ‘신원진술서’에 1994년 6월부터 1995년 12월까지 군대에 다녀왔다고 적은 부분이다.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서 공부한 기간과 군 복무 기간이 겹치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1997년 1월에 스리랑카로 출국, 같은 해 3월에 입국했다. 2015년 첫 문제 제기 2021, 2022년, 올해도 기록의 모순점이 알려지면서 정 교수의 학사 학위를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서불대 학위검증위원회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정 교수의 학사학위를 검토했다. 그리고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는 당시 소명서에 학사과정을 적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아닌 한국분교서 군 복무 기간에 진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심지어 한국분교인 ‘한국불교대학’은 당시 교육부 미인가 대학이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보문학원 이사회의 처분이다. 보문학원은 2015년 9월2일 개최한 이사회서 정 교수의 임용 과정 중 면접위원이었던 이모 교수와 김모 교수를 중징계 조치했다. 정 교수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의 한국분교서 학사과정을 한 사실을 인지했지만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아 보문학원과 서불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퇴직 상태였기 때문에 ‘퇴직 불문’ 처리됐다. 근무 중 문제가 발생했지만 징계 절차 전에 퇴직해 문제 삼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서불대에는 기관경고 처분을 하면서도 정 교수에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정 교수의 학위 논란에 책임진 사람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학위 논란은 지난 2021년 재차 불거졌다. 이번에 문제된 부분은 성적증명서였다. 한국불교대학서 정 교수가 학부 과정을 진행했다는 시기와 인접한 때에 발부한 성적증명서와 그가 제출한 문서가 다르다는 새로운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 정 교수가 제출한 서류는 성적증명서가 아닌 졸업시험성적표로 확인됐다. 서불대는 ‘계약제 교수 업적평가 규정’에 따라 계약제로 임용된 교수의 계약기간을 1~3년으로 정하고 있다. 정년보장 교수(정교수) 승진 전까지 1~3년 단위로 재계약을 진행하는 것이다. 교원인사위원회가 영역별로 평가한 뒤 임용 혹은 면직을 제청하면 법인서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정 교수는 당시 일정 기간 단위로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하는 부교수 신분이었다. 6년 만에 바뀐 결론 서불대는 2021년 6월21일 열린 교원인사위원회서 정 교수의 부교수 임용 심의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정 교수가 임용 서류에 학사학위 관련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면직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 결과를 들어 면직을 제청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립학교법 제58조(면직의 사유)는 ▲인사기록에 있어 부정한 채점‧기재를 하거나 거짓 증명 또는 진술을 했을 때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됐을 때 등의 이유로 해당 교원의 임용권자는 그 교원을 면직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변호사는 정 교수가 교원으로 임용될 당시 제출한 지원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사실이라면 면직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문했다. 그러면서 교원인사위원회서 심의하고 교원징계위원회의 동의가 이뤄지면 정 교수를 면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을 보문학원에 제청했다. 이후 보문학원은 서불대 교원징계위원회에 정 교수에 대한 면직 동의를 요구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보문학원이 기재한 징계 사유는 “(정 교수가) 임용 지원 당시 교원임용지원서에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으로 표기했어야 하는 것을 당시 면접위원들과 논의해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을 제외하고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만으로 표기했다”는 것이었다. 정 교수는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서 ‘문제 없음’, 이사회서 ‘불문 처리’됐다며 항변했지만 결국 면직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2015년과 2021년 두 차례 걸친 검증 과정서 서불대와 보문학원 이사회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서불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2015년에 진행된 학위 검증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판단은 또 달랐다. 보복이냐 허위냐 정 교수는 면직된 이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면직 처분 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당시 정 교수는 ▲2014~2015년 학위 검증 ▲사학비리 신고에 대한 보복성 조치 ▲면직 사유 부존재 등의 주장을 내세웠다. 2021년 1월경 서불대 전 총장 황모씨 등 일부 인사의 입시 및 학위 수여 부정, 다국어교육원 운영과 관련한 횡령 혐의 등을 교육부에 감사 요청한 것을 두고 그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면직 처분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또 학사학위를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서 받은 사실과 수학한 곳이 해당 학교의 한국분교라는 사실은 서로 다른 범주라고 강조했다. 공부한 곳을 지원서에 적지 않았다고 해서 학사학위를 받은 자체가 허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2014~2015년에 이뤄진 학위 검증에 대해 언급했다. 서불대가 요청한 학부‧석사 성적, 재학증명서에 대해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서류를 보낸 점, 당시 면접위원이었던 김모 교수의 확인서 등을 근거로 삼았다. 김 교수는 “학사 및 석사학위에 하자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또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판단 자체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반면 문제를 제기한 쪽은 정 교수가 신규 임용 재계약 과정서 제출해야 할 서류를 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서불대 규정에 따라 진행하는 재임용 과정서 정 교수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사립대학 교원의 임용권은 학교법인이나 학교의 장에게 있다는 교육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서불대 교원의 신규 임용 후보자는 규정에 따라 14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대학 졸업증명서 및 성적증명서 ▲석·박사 학위증명서·성적증명서 및 학위기 사본 ▲경력증명서 등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는 학사(대학)학위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학사 성적증명서를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학내 결정, 외부 기관 뒤집혀 면직→복직, 재임용 1년→3년 2022년 또다시 학위검증위원회와 교원인사위원회가 잇따라 개최됐다. 정 교수를 포함한 교수 3명의 재임용을 논의하는 과정서 학위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학위검증위원회는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대해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가 잘못 심의한 부분과 2015년 이후 추가로 밝혀진 부분을 참고해 재검증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 교수에 ‘재임용 불가’를 의결했다. 보문학원은 단서 조항을 달아 ‘조건부 1년 재임용’으로 결론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가 법인의 결정에 반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년 조건부 재임용 계약을 취소하고 3년 재임용 계약을 체결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서불대의 교직원 부당 채용 의혹 등을 신고한 뒤 재임용 계약기간 단축 등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며 ‘신분보장등조치’를 신청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정 교수의 신고가 없었더라도 동일한 내용의 불이익 조치를 받았을 만한 정당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가 2021년 2~3월에 신고한 교직원 채용 관련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징계 조치 등을 요구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보문학원은 정 교수와 3년 재임용 계약을 맺었다. 강의 배정, 논문지도 교수 위촉 등 국민권익위원회의 주문 사항도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에 이뤄진 경찰 고발사건 역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해 불송치됐다. 경찰은 정 교수의 업무방해 혐의에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업무방해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서류 누락 진실은? 서불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정 교수는 ‘교원의 자격’ ‘신규 임용자의 제출서류’ 등 학교 규정을 무시한 채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학사학위와 관련한 서류를 내면 모든 게 마무리되는데 2005년 신규 임용 때부터 1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걸 못 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학교나 법인 차원서 처리하지 못하는 게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정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질의서를 보내고 통화를 시도했다. 정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에도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