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위기의 슈틸리케

마지막 기회…우즈벡 단두대 매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갓틸리케’서 바람 앞의 등불 신세로 전락한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이란과의 맞대결서 패하며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와 더불어 경기 직후 기자회견의 ‘누워서 침 뱉는 격’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11일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4차전서 전반 25분, 이란의 사르다르 아즈문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졌다. 이란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한국이 질 수도 있다. 실제 한국은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리는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서 42년간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이날 패배로 한국의 아자디 스타디움 원정 전적은 2무 5패가 됐다.

“공격수 없다”
해선 안될 말

그럼에도 축구팬들과 전문가 사이에선 슈틸리케호 위기론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위기론을 키운 것은 경기 결과보다는 수준 이하의 경기 내용과 경기 후 터져 나온 대표팀의 날카로운 파열음이다. 한국은 이란을 상대로 90분 내내 유효슈팅 ‘제로(0)’라는 믿기 어려운 결과를 냈다. 0대1로 패한 게 다행이라고 할 만큼 한국은 무기력했다.

이란전 패배는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2년 여간 화려한 성적에 가려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곪아 터진 참사다. 전술 부재, 용병술 실패, 감독의 잘못된 진단이 합쳐진 결과다. 전문가들은 “손흥민 등 일부 선수는 2년 전보다 성장했지만 대표팀 전체의 능력은 퇴보했다”고 지적했다.

대표팀은 승점 7점(2승1무1패)으로 A조 3위가 되며 각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 확보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2차 예선 때까지 ‘갓틸리케’로 불렸던 슈틸리케 감독은 ‘탓틸리케’로 불리며 비난을 받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 패인을 선수에게 돌려 들끓는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경기 직후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에 김신욱을 최전방에 투입해 득점 루트를 만들려 했지만 잘 안됐다. 아쉽게도 우리에겐 소리아 같은 공격수가 없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이 대놓고 경기 패인을 선수들에게 돌린 것이다.

그러자 손흥민은 “다른 나라 선수까지 언급하면서까지 우리 선수들 사기를 떨어뜨린 건 아쉽다. 한국에도 좋은 공격수가 많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축구팬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 네티즌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4골을 터뜨린 손흥민을 두고 소리아 운운한 건 명마를 가진 자가 당나귀를 부러워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비난이 확산되자 슈틸리케 감독은 “소리아를 거론한 것은 그 선수의 특징을 분석해 우리도 잘해 보자는 의미였는데 잘못 해석된 것 같다”며 “우리 팀의 공격수 자리에 다른 선수를 투입해야 한다는 뜻이었다면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도 있는데 굳이 소리아를 선택하겠나”라고 해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패배 원인으로 한국 축구의 유소년 시스템 문제도 끄집어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은 이란 선수에 비해 신체적인 면이 약하다. 유소년 단계부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팬들은 “명문대 입학을 위해 선생님을 모셔왔더니 중학교 때 공부하지 않아 대학을 못 보낸다는 격”이라며 비난했다.

이란 원정 졸전 ‘유효슈팅 0’ 수모
게임 끝나고 선수들 탓…무너진 신뢰

사실 굳이 이번 경우만 아니더라도 슈틸리케 감독의 부적절한 언행은 최근 점점 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중국과의 1차전 직후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자신의 용병술에 대한 비판 여론을 깎아내리는가 하면, 카타르전 후에는 “팬들의 비난이 심해서 이럴 바엔 이란에도 가지 말아야 할 것 같다”며 비아냥대기도 했다.

지난 6일 카타르전(3-2승) 당시 2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수비수 홍정호를 두고 “두 번이나 실수를 저지르고 퇴장까지 당했다”며 비난했다. 이란전 출국길에는 “역전승을 거뒀는데도 여론이 차갑다. 이란에 가지 말아야 할 것 같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부임 초기 겸손하고 모범답안에 가까운 인터뷰와 합리적인 태도로 팬들의 호평을 받았던 그 슈틸리케와 과연 동일인물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정작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책임을 외부에 떠넘기는 이중잣대로 인해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팬들의 신뢰도는 추락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근 10월 A매치 소집명단을 발표하던 자리서 손흥민 등 일부 스타 선수들의 태도 문제를 거론하며 “불손한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교체되면서 물병을 걷어차거나 악수를 거부하는 등 일부 선수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슈틸리케 감독이 최근 대표팀 운영을 둘러싸고 보여준 수많은 실언들은 팬들에게 물병이나 수건 투척 이상의 실망과 불쾌감을 안겨준 꼴이 됐다.

조 3위로 추락
이대로 가다간…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3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논란을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강경발언을 이어가며 논란이 사그라질 줄 모르고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은 “나가라면 나가겠다”고 강한 어조로 발언, 다시 한 번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슈틸리케 감독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 결과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도 아쉬웠다”며 “우즈베키스탄(11월15일)과의 경기를 위해 이번에 부족했던 점을 파악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란과의 경기 전까지 우리는 최종예선 3경기에서 무패를 기록했음에도 많은 비난을 받았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최근 경질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내 거취와 별개로 (우즈벡전을 앞두고) 선수들이 신경 쓰지 않고 하던 대로 준비하게 하겠다”며 “다만, 한국 축구는 지난 12년 동안 몇 명의 감독을 교체했는지 묻고 싶다. 10명이다. 평균 15개월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새로운 감독 밑에서 한국 축구는 무엇을 얻었나”고 경질만이 답이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흔들리고 있는 자신의 입지에 단단히 벽을 치려는 모습이었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다소 긴장된 표현으로 인터뷰에 나섰고, 자신의 발언이 오해를 불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선수들과 오해의 소지를 남기지 않았다. 선수들도 어떤 의도인지 이해를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번 졌다고
경질 얘긴 좀…

슈틸리케는 1954년 11월 15일 출생으로 1975년에는 VfL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서, 1985년에는 레알 마드리드서 UEFA컵을 들어올려 지금도 두 팀에서 전설로 불린다. 선수 시절 초창기에는 분데스리가 VfL 보루시아 뮌헨글라트바흐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다.


당시에는 부동의 명문 바이에른 묀헨조차도 분데스리가에선 VfL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를 넘어서지 못했다.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슈틸리케는 수비의 베르티 포그츠, 공격의 유프 하인케스와 같은 걸출한 동료들과 함께 팀의 척추를 구성하며 분데스리가서 3번이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또한, 슈틸리케는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서도 역시 주전 수비수였다. 프란츠 베켄바워의 수비수로서의 빈자리를 파울 브라이트너와 함께 채워냈다. 유로 1980 우승, 1982 FIFA 월드컵 스페인 준우승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FIFA와 국제 축구 역사 통계 연맹이 20세기 최고의 명문으로 선정한 레알 마드리드서 무려 8시즌 동안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오가면서 4연속 라 리가 최고의 외국인 선수상을 받았다. 3번의 프리메라리가 우승, 코파 델 레이 우승 2회, UEFA 컵 우승 1회에 기여한 레전드급 선수였다.

2014년 부임후 최대 위기
월드컵 본선 진출 빨간불

당시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서 독일 출신 선수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특유의 파이팅 넘치고 중후한 플레이 스타일이 돋보였다. 레알 팬들에게 독일산 ‘판처’로 불리면서 널리 사랑받았다.

과거 프리메라리가서 매 경기마다 외국인 선수는 2명 이하로 출전제한이 있던 시절에 무려 8년간 주전 멤버로 활약을 할 정도로 탄탄한 입지를 자랑했다. 지금도 레알 마드리드에 애정이 있어서, 조금이라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1988년 선수로서 은퇴한 뒤, 스위스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감독 데뷔전서 브라질을 상대로 1-0으로 이기는 쾌거를 이뤘다. 감독으로서 슈틸리케의 첫 공식 무대는 1990 FIFA 월드컵 이탈리아 유럽 예선에 참가한 것으로, 1승 1무 2패로 지역예선서 탈락한다.

포르투갈과의 홈경기에서 역전패를 당한 것과 벨기에와의 홈경기서 2-1로 이기고 있다가 자책골로 무승부를 기록한 것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어서 유로 1992 예선에 참가, 스코틀랜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산마리노와 같은 조가 되어 4승 2무 2패로 1위 스코틀랜드와 승점 단 1점 차이로 조2위를 기록해 예선서 탈락한다.

1991년 스위스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사임한 뒤 유럽 여러 팀을 거치고 나서 1998년 모국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코치로 부임했다. 하지만 에리히 리베크 감독의 3백 전술에 반대하고 선수들과는 훈련 방식의 문제 등 마찰을 빚으면서 유로 2000 본선 직전에 물러났다.

2000년부터는 독일의 U-19, U-20, U-21 국가대표팀 감독을 6년 동안 역임했는데 2003년 U-20 월드컵 조별리그서 당시 박성화 감독이 이끌던 한국을 만나 0-2로 패했다.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에선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전력분석관으로 일하면서 독일의 준우승에 기여했다.

내부갈등 수습
다시 시작한다

그 후 앙리 미셸 감독 하에 2006년 역사상 첫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던 코트디부아르 축구 국가대표팀의 후임 감독으로 선임됐다. 4경기서 13득점 무실점이라는 성적으로 코트디부아르를 2008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본선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아들의 심각한 병세 문제로 인해 본선 전에 사임하고, 설상가상으로 아들도 결국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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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