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직격탄> 대한민국 룸살롱은 지금…

“손님요? 아가씨들끼리 술마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 ‘접대의 메카’였던 룸살롱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룸살롱은 경기침체로 인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여기에 김영란법까지 시행되며 룸살롱 업계는 침울 그 자체. 업계 종사자들은 일자리를 잃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조만간 법망을 피해 편법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고급 룸살롱서 이뤄지던 기업들의 접대 관행이 철퇴를 맞게 됐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전국의 유흥업소는 2만5000여개(종사자 22만622여명), 서울지역의 유흥업소는 2500여개(3만2605명)에 달한다. 업소가 밀집된 강남의 경우 현재 300여개가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룸살롱·단란주점·스탠드바 등 유흥업소가 경기침체로 이미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며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상황이다.

단란, 스탠드바
노래방도 죽을맛

룸살롱 몰락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음주 문화 변화와 성 개방 풍조, 지속적인 단속 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음주족이 줄고 독하고 비싼 술을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룸살롱 업계서 25년간 일했다는 최모씨는 “룸살롱은 부유층 남성들의 성 매수 장소로 수십년간 인기를 끌었다”면서 “요즘은 쉽게 ‘애인’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비싼 돈 주고 룸살롱을 찾아올 이유가 없다”고 했다.

나이트클럽이나 SNS서 이성을 만나는 남성이 늘어나고 룸살롱을 대체하는 업소가 늘어난 것도 룸살롱 몰락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룸살롱 업계에선 비교적 저가에 성 매수가 가능한 각종 유사 성행위 업소와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들로 룸살롱 손님들이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룸살롱의 경우 성매매 가격이 최소 20만원대이지만 신종 업소들은 10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과 연계하고 있는 음료, 위스키 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국내 위스키 수입 및 제조업체들은 각 유흥업소에 직접 영업 인력을 투입해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데 유흥업소는 위스키 업체들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다. 이미 국내 위스키 산업 규모가 매년 위축되고 있는 상황서 이번 김영란법 시행은 ‘결정타’가 될 수밖에 없다. 위스키 출고량은 2013년 200만 상자 밑으로 떨어진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다.

유흥업소 2만5000여개…줄폐업 가시화
연관된 주류업체들도 막대한 피해 예상

지난 상반기 출고량은 약 80만 상자로 올해도 하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다른 위기는 위스키와 와인 등 고가 주류선물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위스키는 고급 이미지가 강해 많은 소비자들이 명절 선물용으로 구매한다. 와인 역시 비슷한 이유에서 선물로 이용되는데 5만원이라는 제한선이 생겨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룸살롱서 주로 팔고 있는 고급 위스키 소비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2008년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2009년 -10%, 2010년 -1.4%, 2011년 -4.8%, 2012년 -11.6%, 2013년 -12.8% 등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독하고 비싼 술은 더 이상 우리 음주 문화에 맞지 않는 것 같아 업계서도 도수 낮은 위스키 등 신제품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면서 “위스키에 대한 거부감으로 룸살롱 손님 역시 함께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기업 회식 자리서도 양주와 맥주를 섞은 ‘양폭’은 거의 사라지고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폭’이 단골 메뉴가 된 지도 오래다. 다른 조직보다 ‘양폭’을 더 즐겼던 법조계서도 이제는 ‘소폭’이 대세라고 한다.


또 다른 위스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죽어가는 시장에 김영란법까지 더해져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워졌다”며 “5만원 이하 주류 선물 시장 이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국회 업무를 담당하는 한 대기업 부장은 “과거엔 국회 보좌관들과 정기적으로 룸살롱을 갔지만 이제는 그들이 먼저 돈 들여 몸 망치지 말고 룸살롱 대신 골프나 치자는 제의를 해온다”고 했다. 등산·자전거 등 건강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면서 룸살롱서 술 먹는 것보다는 운동과 좋은 음식에 투자하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뭘 먹고 사나”
다 문 닫을 판

강남의 한 룸살롱 실장은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매출 감소는 말할 것도 없다”면서 “빈 룸이 많이 발생할 게 뻔한데 웨이터를 줄여야 할 판”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역삼동 한 룸살롱 매니저는 “법 시행 전부터 매출이 엉망인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라면서 “평소 50∼60% 이상을 차지하던 대기업 등의 법인카드 고객들이 대부분 발길을 끊어 하루 매상이 반토막난 업소도 상당수에 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7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찬열(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 59만1694곳에서 법인카드로 결제한 접대비는 총 9조9685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접대비는 2008년 7조502억원서 2014년 9조3368억원으로 매년 늘다 지난해 10조원에 근접하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유흥업소서 쓴 금액은 1조1418억원으로 8년째 1조원을 넘겼다. 유흥업소별로는 룸살롱이 6772억원(59%)으로 전체 유흥업소 1위를 달렸고 단란주점(18%)과 극장식 식당(11%) 요정(9%) 나이트클럽과 카바레(3%)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 손해가 예상되는 만큼 고급 유흥업소 업주들은 전업을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로 실의에 빠진 상태다. 해마다 줄어드는 파이를 놓고 다투는 업소 간 경쟁도 룸살롱 영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경쟁 업소를 없애기 위해 성매매 등 불법 영업을 경찰에 신고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논현동의 한 룸살롱 영업담당 전무는 “손님이 좀 있다 싶으면 주변 업소들이 그 업체를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가라앉는 배에서 살아남으려는 업체들 간 치사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경찰 단속의 배경엔 업계 내부 고발이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박유천 사건 등 룸살롱 내에서 벌어진 일들이 법적 사건으로 쟁점화되는 것도 업계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P 룸살롱 영업부장 장모씨는 “최근 단골 중엔 ‘아가씨들 무서워서 룸살롱 못 가겠다’는 손님들이 있다”면서 “불쾌한 행위를 강요당하면 룸을 나와 버리거나 반발하는 여종업원들이 늘어나고 있어 손님 입장에선 기분이 나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김영란법까지 시행되면서 이미 침체에 빠진 룸살롱 업계는 더욱 빠른 속도로 침몰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사 어렵다면…
불법·편법 기승


하지만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됐음에도 뿌리 깊은 접대문화가 100% 근절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법망을 피해 각종 편법행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얘기다. 소규모 업소들은 “여태껏 배운 게 이것뿐이라며 어떡하든 살아보겠다”는 의지로 업종 전환을 고려하는 모습이지만 중·대형 업소들은 법망을 피할 수 있는 편법 접대 방안을 모색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룸살롱은 1970년대 초반 서울 광화문 일대에 처음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최고 유흥주점은 삼청각·대원각·청운각 등의 요정들이었다. 요정에는 온돌방과 한복 입고 전통춤 추는 여종업원이 있었던 반면 룸살롱에는 소파와 양장을 한 여종업원이 있었다. 1980년대 초반 강남 개발과 함께 급격하게 늘어났던 룸살롱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요정들을 밀어내고 유흥업계 정점을 차지했다.

벤처 붐이 일었던 2000년 전후 최대 호황기에는 한 달 1000곳의 룸살롱이 개업할 정도였다고 한다. 논현동의 한 단란주점 전무는 “김영란법 시행 여파로 룸살롱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겠지만 유흥 문화의 중심에서 사라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앞으로 10년 뒤면 룸살롱은 과거의 요정처럼 일부 업소만 명맥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종업원 성매매 업소로 대이동
물어뜯기 경쟁…더 퇴폐적으로?

강남의 한 유흥업소서 발렛 파킹 일을 하는 D씨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 시간에 자리에 앉지를 못했다. 밀려드는 손님들 차를 주차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오늘은 정말 한가하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그냥 발렛 부스 안에 들어가서 휴대폰 게임이나 해야겠다”고 말했다.

해당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E씨 역시 “이렇게 손님이 없는 건 내가 장사하고 10년 만에 처음 보는 일”이라며 “보통 화류계는 명절 즈음해서 손님이 끊긴다. 다들 가정에 충실해야 할 시점이니까. 그런데 지금은 명절 기간의 5분의 1도 안 된다”고 흥분했다. 그는 또 “우리 가게만 이러진 않을 것이다. 주변에 다 연락해봤는데 더하면 더했지 덜한 가게는 없다”고 말했다.


강남서 또 다른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F씨도 “출근한 직원들이 손님이 없자 다 퇴근했다”며 “업주들뿐만 아니라 직원들 수입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는가 하면 F씨는 “그래도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해 기자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는 “잠깐이면 된다. 지금 전부 시범케이스에 걸릴까 몸 사리는 것 아닌가”라며 “유흥 없는 사업과 로비가 어디 있나. 곧 어떤 식으로든 다시 가게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의 한 노래바 사장은 “일단 더치페이로 계산한 뒤에 접대하는 측에서 현금 또는 상품권으로 식사비를 돌려주는 방식으로 편법을 쓸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일부 유흥업소들은 단골손님들을 대상으로 금액을 미리 결제하는 ‘선결제 방식’도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들었다”면서 “강남과 종로 등 일부 업소 여러 곳에서 이미 몇 백만원씩 선결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도입됐다가 부작용만 키운다는 여론 속에 5년 만에 폐지된 접대비 실명제의 전철을 김영란법이 밟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접대비 실명제는 기업이 건당 50만원 이상의 접대비를 지출할 경우 접대 목적과 접대자 이름, 접대 상대방의 상호와 사업자 등록번호 등을 기재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당시 접대비 실명제를 피하기 위해 ‘영수증 쪼개기’와 함께 ‘카드 나누기’라는 편법이 생겨났을 정도다. 일각에선 “김영란법에서도 식사비 한도인 3만원을 넘는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비슷한 편법을 쓰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3만원 이상 식대비가 지불됐을 때는 접대 대상의 인원수를 부풀릴 수 있고 접대 대상자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법 시행 초기에 이런 편법을 쓰면서까지 접대를 하려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업계나 관가 쪽 반응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접대를 하는 입장에서는 사업 성공을 위해 편법을 쓰더라도 접대 자리를 원할 수 있지만 접대받는 입장에선 ‘시범 케이스’로 걸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얻어먹을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미 몰락의 길
종사자들 어디로?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한 지부회장은 “부정부패를 척결하자는 김영란법으로 인해 경제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법이 본격 시행되도 편법에 기승한 접대문화는 사라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업계의 현실이 녹록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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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