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집권 4년차> 격변의 청와대 권력지도

대통령 막후서 나라 쥐락펴락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왕실장’으로 불린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물러나고 청와대의 권력지도에 변화가 생겼다. 각종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은 ‘박근혜의 남자’로 불리면서 정국을 좌지우지하고 있고, 문고리 삼인방은 현재까지 청와대 실세로서 암약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정권 말 청와대의 권력지도를 분석했다.

청와대엔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인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대통령비서실이 존재한다. 비서실은 대통령비서실장과 차관급인 10명의 수석비서관으로 구성되고, 대통령비서실장 아래 총무비서관, 부속비서관, 의전비서관, 연설기록비서관이 있다. 현재 청와대 실세라고 불리는 우병우 민정수석, 문고리 3인방 등은 대통령비서실 내에서 요직을 맡고 있다.

‘2016 청와대’
우병우 천하

우병우 민정수석은 검사 출신으로 지난 2014년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으로 처음 청와대에 발을 들였다. 상부와의 충돌을 빚으면서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남자로 거듭나게 된다. 지난 2014년 11월 정윤회씨 등 현 정권의 ‘비선 실세’들이 국정을 좌지우지 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윤회 문건’이 불거졌다.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라고 하자 당시 김영한 민정수석은 사표를 던졌다.

김 수석은 당시 “나쁜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는 이유로 물러났지만, 정치권에서는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김 수석을 건너뛰고 김기춘 실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상의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청와대를 나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파동 당시 청와대는 비선실세로 불린 정윤회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찌라시 수준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이에 검찰은 유출에 연루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하고 문건 내용은 허구라는 결과를 내놨다. 이후 우 수석은 지난해 1월 민정수석에 자리에 올랐다. 그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문건 유출 파동을 깔끔히 마무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했다.


민정수석실이 현재 권력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고위공직자의 인사검증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당초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맡았던 인사 검증과 공직자 감찰 등의 업무가 민정비서관실로 이관되면서 이번 개각 때 발탁된 조윤선·김재수 장관등도 우 수석의 손을 거쳤다.

우 수석의 힘이 가장 많이 뻗친 곳은 사정라인이다. 검찰은 우병우 사단이 실질적으로 장악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국내 정보를 다루는 국가정보원 2차장도 우병우의 사람으로 채워졌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우 수석은 정보를 모으고 만질 줄 안다.

검찰뿐이 아니라 국정원·경찰 등 각종 정보가 나오는 라인에 자기 사람이 있다. 우 수석과 관련해 차적 조회를 한 경찰과 기자가 입건됐는데, 경찰 내 우병우 라인의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정권초 ‘왕실장’ 득세
지금은 ‘왕수석’ 천하

우 수석의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한 언론사 기자와의 대화에서 “감찰이 개시한다고 이원종 비서실장에게 ‘대통령께 잘 좀 말씀드리라’고 하면서 ‘이거(우 수석 사퇴 문제) 어떻게 되는 거냐’고 했더니 한숨만 푹푹 쉬더라”고 말했다. 이 전 감찰관의 대화 내용을 통해 비서실장도 우 수석을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각종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우 수석은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속에 요직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우 수석에 대한 신임은 여러 정황을 통해 확인됐다. 청와대는 이미 언론과 여야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우 수석에 대해서 의혹만 가지고는 물러나게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 검증에 나선 것을 언론에 공표하자 청와대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몰아가며 우 수석을 또 한번 지켰다. 우 수석은 박근혜정권에서 일했던 민정수석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일하고 있다. 곽상도 전 민정수석은 5개월을 채우지 못했고 홍경식 전 수석은 1년을 넘기지 못했다. 우 수석의 전임인 김영한 민정수석도 7개월만 채웠을 뿐이다.


김기춘-정윤회↓
문고리 권력 ↑

박근혜정권 초기 최고 실세로는 ‘왕실장’ ‘기춘대원군’의 별명을 가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꼽혔다. 그는 유신헌법 제정 참여와 정수장학회 1기 장학생 출신으로 장학회 모임 ‘삼청회’ 회장을 역임했다. 박 대통령의 원로그룹으로 알려진 ‘7인회’의 멤버로 몸담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의 권력을 보여주는 일례도 있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의 기초연금안을 두고 박 대통령에게 면담을 신청했는데 김 실장이 이를 거절했다는 것. 이는 장관도 비서실장의 허락을 받아야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해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이 사건을 보도한 <국민일보>는 이 보도를 뒤집었지만 국민일보 노조는 “사실에 진 게 아니라 청와대와 김기춘의 압력에 졌다”고 비판했다. 이후 정치권의 거센 비판 속에서도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의 신임 속에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이하로 떨어지고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자 왕실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 정치평론가 “김 실장이 좋게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려 했을지 몰라도 결국 문고리 3인방을 김 실장이 제압하지 못한, 암묵적인 평형만 유지한 모양새로 물러나게 됐다”며 “비서실장 인선으로 청와대 기류가 바뀌진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재임 당시 ‘정윤회 문건’의 주인공인 정윤회씨는 비선실세로 언론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정씨는 박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한 1998년부터 보좌진으로 활약한 문고리 3인방에 대한 인선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문건 내용을 보면 정씨와 청와대 비서관 등 10인이 매달 강남의 한 중식당에서 모임을 가지며 국정 운영을 논의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비선 실세로 의심받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게다가 정씨가 승마선수인 정씨의 딸이 국가대표가 되는 과정에서 최종전에서 탈락하자 정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결국 경찰 수사가 이뤄졌고, 판정도 번복됐다. 2016년에는 정씨의 국정 개입정황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과 정치적 생명을 함께해온 ‘문고리 3인방’ 권력은 현재진행형이다. 대통령비서실의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부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은 박근혜정권의 핵심 권력으로 불린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의원이던 시절 보좌관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8년 동안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이재만 비서관은 박 대통령 의원시절 당대표 업무를 포함해 전박적인 정책 문제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호성 비서관은 정무, 메시지 관리를 맡았고, 안봉근 비서관은 일정을 관리하는 업무를 주로 맡은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한 주간지의 ‘여권 권력지도’ 정치부 기자 ·정치평론가 100명 설문조사에 따르면 문고리 3인방은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 이정현 당대표에 이어 이재만 3위, 정호성 5위, 안봉근 6위를 기록했다. 특히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인사에 개입한다는 의혹을 받은 ‘만만회’(이재만, 박지만, 정윤회)의 일원으로 거론될 만큼 실세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 대통령 측근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박근혜정권에서는 유독 장관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정가에서 나오기도 한다. 그 원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만기친람(임금이 온갖 정사를 친히 보살핌)’형 국정 운영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통령의 역할이 커질수록 참모진의 구실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부처 당국자는 “상가에 조화를 보내는 것조차 대통령의 결재를 받을 정도라면, 제아무리 뱃심 좋은 장관이라도 독자적으로 뭔가를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의 관심 방향에 정통한 측근 보좌진과 상시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읽는 능력이 장관들에게 중요해진 이유”라고 밝혔다. 또한 문고리 3인방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다는 점 이외에 실질적으로 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


정부 각 부처에서 청와대에 제출하는 정책 보고서가 대부분 정호성 비서관이 담당하는 부속비서관실에 전달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정부 외곽 자문그룹이나 외부조직의 비공식 의견도 같은 경로를 통해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듯 대통령과 연결되는 보고와 지침이 오르내리는 곳에 이들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들이 문고리 권력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집권 후반 뜬
안종범·김재원

중요한 점은 제출 시점에 따라 기계적으로 집무실이나 관저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선후와 비중을 판단해 순서를 정하는 임무가 바로 ‘문고리’의 핵심 기능이라는 점이다.

청와대 한 전직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주제의 경우 단일 사안이라 해도 여러 부처에서 다양한 시강의 보고서가 올라온다. 경합하는 의견을 대통령 본인이 모두 숙지해 판단을 내리는 정부는 없다”며 “참모진이 일차적으로 이를 종합해 쟁점을 정리하기 마련이다. 이 대목에서 보좌진의 정책적 견해나 관점이 부지불식간에 반영될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고 말했다.

박 터지는 실세 경쟁 ‘누군가 보니…’
힘 빠진 비서실장…신흥 권력들 등장

관계자의 발언과 같이 보좌진의 견해나 관점이 우리나라 권력의 핵심인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된다면 이는 보좌진에게 강력한 권력이 부여되는 것과 같다.


문고리 3인방 이외에 안종범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은 떠오르는 청와대 실세로 평가받는다. 정책조정수석은 청와대 내 10개 수석비서관직 가운데 서열 1순위로 정무와 경제, 고용 노동 등 국정 전반을 조율하는 사령탑이다. 2014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경제수석이었던 안 수석이 정책조정수석으로 이동한 것은 수평 이동이 아닌 사실상 '영전'으로 평가받는다.
 

박근혜정권서 2개 이상의 비서실을 담당했던 사람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유일했다. 이정현 대표는 정권초기 정무수석비서관에 발탁된 뒤 3개월 만에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겨 1년 동안 청와대 언론·미디어 부분을 담당하면서 친박 핵심으로 불렸다. 청와대 정무수석 자리는 청와대 실세자리로 꼽힌다. 이정현 대표에 이어 박준우, 조윤선, 현기환에 이르기 까지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정무수석을 맡았다.

지난 6월 정무수석으로 발탁된 김재원 정무수석도 떠오르는 청와대 실세 중 한 명이다. 박 대통령이 처음 대선에 도전했던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캠프 기획단장·대변인을 역임하며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고, 현 정부 들어서는 대통령 정부특보로 중용된 바 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김 정무수석 임명 관련 브리핑에서 “김 신임 비서관은 국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분으로 대통령 정부특보를 역임했다”며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의정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과 능력을 바탕으로 정치권과 가교 역할을 수행해 나갈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실장 위에
수석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비서관이 수석 위, 수석이 실장 위’라는 세간의 시각은 실제 여부를 떠나 그것만으로도 비정상입니다. 국기 문란이 우려되는 국정 왜곡”이라며 “따로 역사 교훈을 운위할 것 없이 비극적 현상입니다. 박 대통령과 3인방 본인들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나는 새도 떨어뜨린’ 청와대 경호실장 계보

역대 청와대 경호실장은 군 출신이 강세를 보였다. 이승만 대통령 이래 총 16명의 경호실장이 나왔다. 이중 12명은 군 출신, 2명 경찰, 2명 내부승진으로 발탁됐다.

현 정부의 경호실장을 맡고 있는 박흥렬 경호실장도 군본부 인사기획처장·7사단장·3군단장·육군참모총장을 지낸 군 장성 출신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호 업무의 중요성을 감안해 경호처를 경호실로 격상시키고 경호실장을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끌어올려 실질적 권한도 강화했다.

직전 정권인 이명박정부는 장관급이던 경호실장을 경호처장으로 한 단계 낮추고 군 출신인 김인종 전 경호처장을 발탁했다. 후임으로는 경찰청장을 지낸 어청수 전 경호처장을 임명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 시절에는 경찰이 대통령 경호를 담당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제3공화국을 출범시키면서 대통령 경호실을 별도로 창설했다. 이후 군사정권이 이어지던 노태우정부 때까지 경호실장은 모두 군 출신이 맡았다. 당시 경호실장들은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며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권력의 실세로 통했다. <훈>

 

<기사 속 기사> 청와대-조응천 선물 공방

현 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추석 선물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 의원은 지난 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응천만 청와대 선물을 못받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올려놓고 “선물도 못받았는데 여러분들이 후원금 좀 보태주이소”라고 적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조 의원을 일부러 배제한 일이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지난 8일 “여야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선물을 준비했는데 일부 배달이 늦어지면서 몇 분의 문의가 있었다”며 “그런데 조 의원이 마치 자신에게만 대통령 선물이 배달되지 않은 것처럼 공론화하는 것을 보고 차제에 선물을 보내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 의원에게 보내려던 박 대통령 추석선물은 같은 날 오전 배송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의원은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으나 무죄 판결을 받고 지난 4·13총선에서 야당 소속으로 당선된 바 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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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