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한국영화 대해부

흥행공식은 방학+시기+입소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으로 68월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6800만여명에 달한다. 사상 첫 여름 관객수 7000만명 돌파도 목전에 두고 있다. 1994년 이후 최악의 더위라는 날씨까지 극장가 흥행몰이에 단단히 한몫을 했다. 영화 관계자는 이미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부산행>에 이어 추석 연휴에도 1000만 영화의 등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닌 1000만 영화, 그 흥행 공식을 해부해봤다.

지난 7일 영화 <부산행>이 개봉 19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003<실미도>가 처음 1000만 관객을 달성한 이후 역대 1000만 영화 중에는 열여덟 번째, 한국 영화 중에서는 열네 번째다.

하늘의 힘?

1000만 영화는 2003<실미도> 이후 2004<태극기 휘날리며> 2005<왕의 남자> 2006<괴물>까지 매년 1편씩 나왔다. 이후 2년간 그 명맥이 끊겼다가 2009<해운대> <아바타> 등 극장가를 휩쓴 1000만 영화가 재등장했다. 다시 2011년까지 없었던 1000만 영화는 2012년을 기점으로 2015년까지 매년 2편 이상씩 꾸준히 극장가를 강타했다.

1000만 영화는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다.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철저한 계획을 바탕으로 수많은 상황을 저울질하며 ‘1000만용 영화를 만든다는 말도 있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최근 영화 산업과 관련된 기사를 보면 텐트폴 영화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텐트폴이란 텐트를 칠 때 지지대 역할을 하는 막대기를 말한다. 이 단어에서 파생된 텐트폴 영화는 투자배급사가 꾸리는 1년 라인업 중 가장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말한다. 투자배급사가 중요하게 보는 게 개봉 시기다.


<부산행> 개봉 19일 만에 대기록
2003년 <실미도> 후 14번째 등극

18편의 역대 1000만 영화를 보면 그 중 7편이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 개봉했다. 이 시기는 무더위가 한창이라 시원한 극장가를 찾는 사람들에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더해져 수요가 폭발한다. 1760만명을 동원해 역대 관객수 1위에 빛나는 <명량> 730, <베테랑>(1340) 85, <괴물>(1300) 727, <도둑들>(1290) 725, <암살>(1270) 722일 등 이 시기에 개봉한 작품들은 여름 장사서 대박을 쳤다.

올해만 봐도 뉴(NEW), 씨제이(CJ), 롯데, 쇼박스 등 메이저 배급사들은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 등 빅4 영화를 1주일 간격으로 극장에 내놨고, 이들은 총 27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겨울방학 시즌도 여름 성수기 못지않다. <국제시장>(1420), <아바타>(1360), <7번방의 선물>(1280), <겨울왕국>(1020) 8편은 122월 사이에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역대 1000만 영화 중 여름·겨울방학 이외의 시기에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불러 모은 영화는 <광해, 왕이 된 남자>(9), <어벤져스>(4), <인터스텔라>(11) 등 세 편에 불과하다.

물론 개봉 시기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 1000만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남녀노소에게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의 힘도 필요하다. 특히 한 명의 주인공이 영화 전체를 끌고 나가는 영화가 관객의 높은 호응을 얻는다.

1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해 역대 최단 기록을 갖고 있는 <명량>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소재로 하고 있다. <명량>은 왜군과의 전쟁뿐 아니라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면과 고뇌를 부각하며 국내 영화의 흥행사를 새로 썼다.


파독 광부 이야기를 그려 우리나라 현대사를 조명한 <국제시장>은 평범한 가장을, <암살>은 여성 독립군 총잡이를, <변호인>은 불의에 맞서 싸우는 변호사를, <베테랑>은 안하무인 재벌 3세의 앞을 가로막는 정의로운 형사를 내세워 재미를 봤다.

<도둑들>처럼 소위 말하는 떼주물’(주연이 떼로 등장하는 작품) 1000만 영화도 하나의 목표를 향해 구성원이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전면에 부각, 이야기의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했다.

여기에 관객이 공감하기 쉬운 익숙한 소재를 사용하면 1000만 영화가 될 확률이 더 올라간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뤄 화제를 모았던 <변호인>은 사회적 상황, 시대상과 맞물려 대중의 큰 호응을 얻었다. 영화 속 주인공 송우석의 대사인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이는 관객수 증가로 이어졌다.

국내 영화 중에서는 드물게 여성 히로인을 전면에 내세운 <암살> 역시 일제강점기 시대에 나라가 처한 상황을 걱정하고 개인의 가정사에 번뇌하는 인물의 갈등을 부각하면서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주인공의 12역 연기로 시대가 원하는 지도자상을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고 <베테랑>에서는 돈이 득세하는 시대에 결국 정의가 이긴다는 내용으로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를 자극했다.

<아바타>는 아름다운 자연을 망치는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단순한 소재를 화려한 화면과 독특한 상상력으로 포장했다. 한강에 나타난 괴물을 소재로 한 <괴물>은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로 인해 한 가족이 겪는 비극을 코믹하면서도 서글프게 그려냈다.

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들은 대체적으로 정의, 권선징악, 가족애, 인류애 등 하나의 주제를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때 관객들은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쉽게 받아들이면서 재밌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로써 주변 사람들에게 영화를 권하는 일이 복잡한 메시지를 가진 영화에 비해 쉬워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의 입소문 마케팅이 시작된다.

여름·겨울 시즌 흥행
스토리·주인공도 중요

<왕의 남자>1000만 영화가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이 개봉 전에 몇 명이나 있었을까. <왕의 남자>20051229일에 개봉해 45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입소문 마케팅이 제대로 주효한 영화를 헤아릴 때 <왕의 남자>는 첫 손가락에 꼽히는 작품이다. 조선 연산군 시절 길거리 광대들이 궁궐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는 여타 영화에 비해 화려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권력층을 풍자하는 내용, 동성애 요소 등에 젊은 층이 호응하면서 영화를 수십 번씩 관람하는 왕남폐인들이 생겨나는 등 입소문을 타게 된다. 그 결과 <왕의 남자>는 개봉 당시 255개 스크린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몇 주간 스크린이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며 기어코 1000만 관객을 끌어 들인다.

<왕의 남자>는 총 제작비가 100억이 훌쩍 넘어가는 대작 영화에 비해 71억이라는 비교적 적은 돈을 쓰고 그에 9배에 달하는 660억원을 벌어들였다. 수익률 부분에서는 <7번방의 선물>을 제외한 여타 1000만 영화를 압도한다. 입소문 마케팅으로 순도 100% 알짜배기수익을 거둔 셈이다.

1000만 영화 중 유일한 애니메이션인 <겨울왕국> 역시 제대로 입소문을 탄 경우다. <겨울왕국>은 주인공 엘사가 부른 렛잇고(Let It Go)’가 큰 인기몰이를 하면서 영화의 흥행에 영향을 줬다. 당시 렛잇고는 멜론 등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차트 순위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국내 연예인들이 렛잇고를 부른 영상 또한 SNS를 통해 퍼지면서 대중들의 궁금증을 자아냈고, <겨울왕국>은 개봉 46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모았다.


열아홉 번째는?

1000만 영화의 흥행 공식이 지금까지의 모든 1000만 영화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개봉 시기, 스토리, 입소문 등의 삼박자가 고루 갖춰졌지만 1000만 목전에서 고개를 숙인 영화도 부지기수다. 개봉 전에는 무조건 1000만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작품도 뚜껑을 연 뒤 흥행에 실패하는 일도 많다. 영화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부산행> 같은 좀비 호러 영화가 관객 1000만명을 모으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열아홉 번째 1000만 영화는 관객들이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새로운 장르의 어떤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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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