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제여란 작가는 30여년간 시대의 유행을 좇기보다는 자신의 미감을 완성하기 위한 작품활동을 해왔다. 관객들은 작가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각기 다른 이미지를 만날 수 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지난 20일부터 제여란 작가의 열 네번째 개인전 ‘그리기에 관하여’를 개최했다. 제 작가는 추상회화와 구성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형태가 없는 형태를 자아내 왔다. 제 작가는 30여년간 붓이 아닌 스퀴지를 사용, 자신만의 그리기를 완성해 왔다. 스퀴지는 이미지를 종이에 인쇄하기 위해 물감을 밀어내는 도구다.
직선+곡선
제 작가는 수직과 수평으로 내리긋기에 편리한 스퀴지를 사용해 기세 넘치는 곡선들로 가득 찬 화면을 구축한다. 제 작가가 캔버스 전체에 유화 물감이 묻은 스퀴지를 돌리고 멈추기를 반복하는 사이 화면은 주제와 배경으로 구분되지 않으며, 세부 구획들로 나뉘지도 않는다.
제 작가는 갤러리와 인터뷰서 “우리 몸은 스퀴지라는 도구와 항상 대립적인 입장에 서있다”며 “몸은 둥글지만 스퀴지는 직선적인 도구이기 때문에 거기서 나오는 묘한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엇나가면서 오는 긴장, 어떤 얘기치 않은 빈번한 실수, 순간적인 단 한 번의 행위를 통해 완벽하게 팽팽해지는 긴장이 그림 안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 긴장이 안 생기는 작업은 그림 자체로는 별 나무랄 게 없지만 저로서는 자극적이지 않은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제 작가는 완전한 형태의 세계가 아닌 생명이 태어나고 변화하는 기우뚱한 자연에 관심을 가진다. 제 작가는 흙과 바람, 벌레, 나무 등 움직이고 사라지는 모든 삶에 깃든 혼돈과 떨림을 캔버스에 담았다.
최근 10년간 제 작가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던 블랙 회화에서 벗어나 화려한 색상들이 극적 대비를 이루는 작품을 완성했다.
개인전을 기획한 양지윤 큐레이터는 “작가의 몸이 역동적으로 지나간 흔적들이 제여란의 그림이 된다”고 설명했다. 제 작가의 그림 앞에서 관객은 한여름 베어 물었던 차가운 자두나 늦가을 로테르담 해변에 서서 바라보던 거친 모래처럼 자신의 마음 안에 있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그림 앞에서 관객들이 떠올리는 각기 다른 이미지가 제 작가의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다.
제 작가는 “일반 관객들이 제 그림을 재미있다고 말하면 오히려 제가 더 관객이 무엇을 보는지 알고 싶어진다”면서 “관객들에게 ‘뭐처럼 보여요?’ 하고 물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관객 생각 궁금해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탑은 제 작가의 작품을 두고 “여러 감정과 다양한 선의 방향, 깊고 두터운 텍스처에 가끔 저항할 수 없는 공포감이 느껴진다”며 “그 안에 따뜻한 자연의 색채와 수많은 계절에 위로 받고 치유되며 마음에 반항심은 사라진다”고 극찬했다. 제 작가의 개인전은 오는 10월3일까지 열린다.
<jsjang@ilyosisa.co.kr>
[제여란은?]
▲약력
서울 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1985)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대학원 졸업(1988)
▲개인전
윤갤러리, 서울(1988)
관훈미술관, 서울(1988)
인공갤러리, 서울(1990)
인공갤러리, 대구(1990)
인공갤러리, 서울(1994)
토탈미술관, 서울(2006)
가인갤러리, 서울(2010)
누오보갤러리, 대구(2011)
▲수상
한국 현대 판화가 협회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