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대한당구연맹 복마전

출항하자마자…좌초 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배를 항해하는 데 있어 선장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선장이 키를 조정하는 방향에 따라 배는 암초를 만나 좌초될 수도 있고, 험난한 항로를 무사히 헤쳐 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배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어떨까. 그럴 땐 유능한 선장도, 훌륭한 선원도 전부 배와 함께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선장을 뽑았지만 여전히 암초 더미에서 휘청거리고 있는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 내부를 살펴봤다.

지난 1일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이하 연맹)이 통합 초대 회장 선거를 치렀다. 지난 3월22일 (구)국민생활체육회 전국당구연합회(이하 당구연합회)와 (구)대한당구연맹(이하 당구연맹)이 산통 끝에 통합된 지 약 4개월 만이다. 서울 SK핸드볼경기장 회의실서 진행된 이번 선거에서 남삼현 한양대학교 특임교수가 101표의 유효표 중 45표를 얻어 초대 회장으로 당선됐다.

시작부터 '삐걱'

남 회장은 이트레이드증권 대표이사 시절 당구연맹 공식후원사로 참여하는 등 당구와 인연이 깊다. 남 회장은 선거에 출마하면서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후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면서 “최고 방송 전문가들을 영입해 1년 내내 다양한 매체서 당구 경기를 방영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남 회장이 큰 포부를 펼치기엔 주변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다.

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남 회장의 선거 출마 배경에 당구연합회서 횡령 혐의로 ‘파면’ 징계를 받은 전 사무처장 B씨와 전 사무과장 H씨가 개입해 있다는 의혹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는 이 같은 내용의 진정서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협회지 광고료 횡령 의혹을 받고 있고, H씨는 대회 참가비를 개인 계좌로 받아 횡령한 사실이 문체부 산하 스포츠비리신고센터 조사 결과 적발된 인물이다.

선거 개입·직원 비리 의혹
통합 이후에도 ‘첩첩산중’


연맹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남 회장이 선거에 출마한다는 사실은 B씨가 운영하는 잡지 <큐스포츠> 인터넷 사이트에서 기사가 나오면서 알려진 것으로 안다”면서 “남 회장이 당선 다음날 당구 관계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 B씨가 동석한 사실도 있다”고 두 사람의 관계에 의구심을 표했다.

B씨는 “남 회장과는 관계도 없고, 친분도 없다. 통합단체에서 일할 생각도 없다”며 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그러면서 B씨는 “다만 징계(파면)와 관련해서는 연맹에 새 집행부가 구성되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라고 했다.

남 회장 역시 “B씨가 나하고 무슨 관련이 있겠나”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또한 남 회장은 B씨가 통합 단체로 복직할 가능성에 대해 “현재 비리와 관련돼 있거나 비리 의혹으로 분쟁 상태에 있는 인물은 연맹에 들어올 수 없다”면서 “B씨를 둘러싼 일이 다 정리되지 않는 이상 연맹으로 복직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의혹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또 다른 연맹 관계자는 “대한체육회서 인준한 임원 현황에 B씨와 관련된 인물이 몇몇 있다”고 주장했다. 남 회장은 “임원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비리에 관계된 인물들은 모두 제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남 회장 주변의 암초는 외부 소문뿐만이 아니다. 남 회장은 오는 29일부터 내달 4일까지 구리시체육관서 열리는 ‘2016 구리 세계 3쿠션 월드컵’에서 조직 운영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후 10월 제97회 전국체육대회, 2016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당구대회 등 치러야 할 대회가 줄지어 있다. 하지만 내부 직원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연맹은 통합되기 전부터 내부에서 임원 및 사무국(처) 직원들의 비리 의혹이 연이어 불거져 나왔다. 이에 문체부는 두 단체 모두를 비리단체로 지정했고, 2분기와 3분기 지원금을 모두 삭감하는 초강수를 뒀다.

문체부가 지난 2월 배포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대한당구연맹의 전현직 임원들은 허위 계약서로 대행사 지급 비용을 정산하거나 비용을 부풀려 지급한 후 아내의 계좌로 되돌려 받는 등의 방법으로 4억7000여만원 상당의 금액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몇몇은 문체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현재 수사 중에 있다. 게다가 사무국 직원들의 급식비, 연구수당과 관련한 부적정한 회계 처리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대한당구연맹 비리 관련 조사 결과 통보’ 자료에 따르면 연맹 사무국 직원들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에 걸쳐 1인당 매월 17만5000원∼22만원씩 총 7000여만원을 급식비 명목으로 지급받았다. 문체부는 관련 규정 어디에도 매월 정기적으로 급식비를 지급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면서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수당 역시 마찬가지다. 사무국 직원들은 2009년부터 2015년 10월까지 연구수당 명목으로 10만원씩을 지급받았다. 7년간 연맹이 사무국 직원들에게 지급한 금액은 총 3700여만원이다. 이 역시 관련 규정에 근거가 없다고 문체부는 문제 삼았으며, 횡령으로 의심된다는 소견을 내놨다. 사무국 직원들이 급식비와 연구수당 명목으로 7년간 지급받은 돈은 약 1억원이 넘는다.

4분기 예산 삭감 위기
관리단체 지정될 수도

이 문제에 연루된 연맹 N 사무과장은 “급식비, 연구수당 등의 지급은 관행이다”며 “다른 단체들도 많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 체육정책과 관계자에게 N씨의 주장대로 관행 여부를 묻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다른 단체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면 조사해서 징계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사무국 직원들에 대한 징계 조치가 아직도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처음 급식비, 연구수당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문체부는 사무국장 K씨와 사무과장 N씨에게 중징계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연맹 규정상 직원의 중징계는 정직·강등·해임·파면 조치다. 하지만 3월에 열린 법제상벌위원회에서 K씨와 N씨는 경징계에 해당하는 감봉 3개월 조치를 받았다.

이에 문체부는 지시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라며 이들에게 재징계를 지시했다. 하지만 K씨의 징계는 정직 3개월로 결정됐고, N씨는 그대로 감봉 3개월 조치를 받았다.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징계가 결정되면 당사자에게 통지를 하고, 대한체육회에 보고하면 징계 효력이 생기는 구조다. 하지만 K씨와 N씨에 대한 징계는 아직 당사자 통지가 이뤄지지 않아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N씨는 징계 처리 절차상의 하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징계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N씨는 “직원의 징계 문제는 인사위원회서 처리돼야 하는데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논의됐기 때문에 무효”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새 집행부가 구성되면 인사위원회가 열릴 것이고 그 때 징계가 결정되면 따를 것”이라고 했다.

남 회장은 “비리와 관련된 사람들은 임원, 직원을 불문하고 전부 업무에서 배제할 생각”이라면서 “구리 3쿠션 월드컵 이후에 그들에 대한 엄격한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신임 회장의 단호한 일성에도 불구하고 문체부나 대한체육회서 연맹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문체부 관계자는 “연맹 내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4분기 지원금도 깎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대한체육회 관계자 역시 “우리는 가맹된 종목 단체를 지도, 감독할 책임이 있다”면서 “내분이 있거나 선수, 지도자 선발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하는 등 조직 운영에 문제가 있다 싶으면 사실관계 확인 후 이사회에 안건을 올려 관리단체로 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갑갑한 상황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그날부로 임원진은 모두 해임되고, 대한체육회서 직접 단체를 운영한다. 기업이 회생불가 상태에 접어들면 채권단 혹은 법원이 관리를 맡는 것과 비슷한 형태다. 통합 이후에도 여전히 내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연맹의 항해가 순항할지 좌초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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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