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올림픽> 한국대표팀 컨디션 중간점검

잘 쏘고 잘 찌르고…5부 능선 넘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금메달을 기대했던 선수들이 초반에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10-10’ 계획에 비상등이 걸린 것. 하지만 펜싱에서 깜짝 금메달이 나오며 다시 한 번 메달을 향한 선수들의 마음에 불이 붙었다. 선수단이 분투해주길 바라며 현재까지의 상황과 앞으로의 메달 행보를 전망해 본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하 리우올림픽)서 ‘10-10’(금메달 10개 이상으로 10위 내 순위 기록)을 목표로 내세운 한국 선수단이 금메달 기대주들의 연이은 탈락으로 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기대했던 유도 남자 73㎏급 안창림(수원시청), 여자 57㎏급 김잔디(양주시청),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김지연(익산시청) 등이 모두 초반 탈락해 충격을 안겼다.

‘10-10’ 목표
또 가능할까

안창림은 유도 남자 73㎏급 16강에서 디르크 판 티첼트(벨기에)에게 절반패를 당했다. 세계랭킹 1위인 안창림은 1회전 부전승, 2회전에서 모하마드 카셈(시리아)을 업어치기 한판으로 꺾으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3회전에서 만난 판 티첼트에게 뜻밖에 일격을 당했다.

판 티첼트는 세계랭킹 18위로 역대 전적에서도 안창림이 2전 전승을 거둔 상대였다. 두 선수 모두 소극적인 경기로 지도를 받고 본 게임에 들어갔다. 치열한 신경전이 이어지던 중 안창림은 경기 종료 2분14초 남은 상황에서 기술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미 눈치를 챈 상대 선수가 되려 되치기로 받아치며 절반패를 당하고 말았다. 결승까지 무난하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던 그였기에 더욱 충격적인 패배였다.

여자 57㎏급의 김잔디도 1회전 부전승 통과 후 2회전서 하파엘라 실바(브라질)에게 절반패를 당해 초반 탈락했다. 32강 경기에서 부전승으로 출전한 김잔디는 체력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브라질 국민의 열화와 같은 응원을 등에 진 세계랭킹 11위 실바는 강했다.


경기 초반 각각 지도 한 장씩 받으며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했지만, 김잔디가 두 번째 지도를 추가할 동안 실바가 과감한 발뒤축걸기로 유효를 먼저 따내며 8강 진출의 주인공이 됐다.

런던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김지연은 32강전에서 은구엔티레중(베트남, 30위)을 15-3으로 가볍게 꺾으며 선전을 예상했으나 16강전에서 한수 아래인 로레타 굴로타(이탈리아, 26위)를 만나 접전 끝에 13-15로 무릎을 꿇었다.

서지연과 황선아도 각각 32강전에서 디아첸코 이카테리나(러시아), 브루네 마농(프랑스)과의 대결에서 패배, 여자 사브르 대표팀 역시 개인전 ‘노메달’에 머물렀다.

삼보드로무 경기장서 열린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는 2관왕에 도전한 김우진(청주시청)이 32강에서 리아우 에가 에거사(인도네시아)에게 2-6(29-27, 27-28, 24-27, 27-28)으로 패배, 탈락했다. 단체전에 이어 유력한 2관왕 후보로 꼽힌 세계 랭킹 1위 김우진의 탈락은 한국 대표팀에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김우진의 개인전 금메달 도전은 여기서 멈추게 됐다.

양궁·사격·펜싱 순항 중
유도·탁구 침울한 분위기

랭킹라운드(예선)에서 700점으로 세계신기록을 기록할 정도로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던 김우진은 64강에서 짐바브웨의 벤 서덜랜드를 6-0(27-22, 28-26, 28-25)으로 가볍게 누르고 32강에 진출했으나 1세트를 가볍게 승리한 이후 2세트, 3세트에서 급격히 흔들리며 상대에게 세트 점수를 내줬다.

4세트에서는 모두 9점을 쏘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으나 7-10-10을 쐈다고 생각했던 상대의 첫 번째 화살이 심판의 판정결과 8점으로 기록되면서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이로써 금·은·동 모두를 석권하려고 했던 남자 양궁대표팀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구본찬과 이승윤이 형의 아쉬운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기에 아직 좌절하기는 이르다.
 


구기 종목에서도 부진이 이어졌다. 여자 핸드볼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스웨덴에 28-31로 패해 2패를 기록했다.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힘으로 무장한 스웨덴에 스피드로 맞서려고 했으나 여러 번의 찬스를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고 에이스 김온아마저 부상을 당하며 아쉬움을 더했다.

전반전 전체적인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에이스 김온아가 선제골을 기록하며 앞서가기 시작했다. 힘으로 무장한 스웨덴의 피봇 플레이에 흐름을 내주긴 했으나 힘든 상황 속에서 김온아가 체격조건이 앞서는 스웨덴의 수비를 굳이 뚫으려 하지 않고 중거리 슛을 계속 시도하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수비 진영에서도 스웨덴 선수들이 완벽하게 스텝을 밟지 못하게 잘 견제해 줬고 그 결과 스웨덴의 오펜스파울과 턴오버를 계속 유도하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여기에 우선희와 심해인의 공격이 더해지며 스웨덴을 압박했다. 하지만 스웨덴도 밀리지 않고 피봇 블레이를 중심으로 골을 만들어 내며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그 결과 15-16. 한국이 한 점 뒤진 상태로 전반전을 마감했다.

세계랭킹 1위
줄줄이 수모

후반전도 치열한 공방전을 이어갔으나 김온아가 후반 첫 골을 성공시킨 이후 어깨부상으로 코트에서 물러나며 공격적인 부분에서 조금씩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전반전부터 문제로 지적됐던 스웨덴의 피봇플레이를 계속 막지 못했고 거기에 속공플레이까지 더해지며 후반 12분 만에 20-23으로 3점 차까지 벌어졌다.

이후 한국은 사이드 공격으로 경기를 풀어보려 했으나 조급한 슈팅과 스웨덴 골키퍼의 선방에 번번이 득점에 실패하며 흐름을 뒤집지 못했다. 힘을 앞세운 스웨덴은 쉽게 공격을 성공시키며 우리의 골문을 위협했고 결국 후반 중반 20-26으로 6점차까지 벌어졌다. 남은 15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한국은 후반전에 들어온 정유라의 추격으로 27-29로 2점차까지 추격했지만 그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최종 스코어 28-31(한국 패배)로 경기를 마감했다.
 

여자 하키도 네덜란드에 0-4로 완패를 당해 뉴질랜드와 1차전에 이어 2연패를 당했다.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네덜란드는 역시 강했다. 한국 선수들은 네덜란드의 파상 공세에도 굴하지 않고 분전했으나 존커 켈리에게 해트트릭까지 허용하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네덜란드는 1피리어드부터 강력한 기본기와 힘을 바탕으로 한국을 전방위로 압박해왔다. 초반부터 잡지 못했던 기세는 결국 1피리어드 전체에 영향을 끼치며 힘겹게 경기를 이어나갔다. 결국 1피리어드 9분경 존커 켈리에게 실점을 하며 0-1로 마무리했다.

2피리어드에서도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네덜란드는 강했고 한국은 큰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했다. 종료 직전 존커 켈리에게 다시 실점하며 0-2까지 벌어졌다. 골키퍼 장수지가 아니었다면 더 크게 벌어질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3피리어드와 4피리어드에서도 한국은 네덜란드에게 넘어간 흐름을 바꾸기 위해 애썼지만 득점에는 역부족이었고 3피리어드 막판과 4피리어드 초반에 각각 존커 켈리, 반덴 휴벨에게 실점하며 0-4로 경기를 마감했다.

이로써 한국은 뉴질랜드와 네덜란드에게 2연패 하여 8강 행보에 먹구름이 꼈다. 하지만 남은 독일, 중국, 스페인은 앞서 치렀던 두 나라보다 한수 아래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 여자하키 대표팀이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탁구에서는 전지희(포스코에너지)가 여자단식 16강에서 유맹유(싱가포르)에게 1-4로 져 탈락했다. 전지희는 실수를 연발하며 첫 세트를 내줬다. 이후 2세트를 잡아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지만 내리 3세트를 내주며 1-4로 패했다. 전지희가 8강 진출에 실패하며 김송이(북한)와 맞붙는 남북대결은 성사되지 못했다.


깜짝 금메달
가뭄에 단비

정영식(미래에셋대우)은 탁구 남자 단식 16강에서 세계랭킹 1위 중국 마룽에 2-4로 역전패해 눈물을 삼켰다. 정영식은 1세트 초반 5점을 내리 따내며 쉽게 1세트를 잡아냈다. 2세트는 듀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따내며 세트 스코어 2-0으로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러나 3세트 들어 정영식은 힘겹게 점수를 따내는 반면 자신의 실수로 상대에게 실점을 허용하며 내리 3세트를 내주며 세트 스코어 2-3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마지막 세트가 될 수 있는 6세트. 선제점을 따내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지만 이내 마롱에게 페이스를 내주며 밀렸다. 막판 매치 포인트까지 갔지만 찬스를 살리지 못했고 듀스 끝에 패하며 2-4로 경기가 종료됐다. 잘 싸웠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한편 개인전 32강에 출전한 이상수(세계랭킹 16위)는 아드리안 크리산(90위)에게 첫 세트를 따냈음에도 3-4로 역전패하며 충격적인 16강 탈락을 맛봤다.

금메달 기대주들의 잇따른 탈락으로 경고등이 들어온 ‘10-10’ 목표가 예상치 못한 깜짝 금메달로 다시 탄력이 붙고 있다.

침울해진 선수단에 박하사탕 같은 소식이 들려온 것은 지난 10일. 남자 펜싱 에페 개인전에 출전한 ‘대학생 검객’ 박상영(한국체대)이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결승전까지 올라 기어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상영의 금메달은 선수단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선물’이었다. 그의 깜짝 활약으로 한국 선수단은 이틀째 이어질 뻔한 금메달 수확 제로의 위기에서 탈출했다.


‘박상영 효과’ 때문일까. 한국 선수단은 지난 11일 이틀 연속 금메달 낭보를 들었다. ‘사격 황제’ 진종오(37·KT)가 역전극을 펼치며 50m 권총 결선에서 대회신기록인 193.7점을 쏴 1위를 차지하고 한국 선수단에 네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비록 금메달은 아니지만 남자 유도 90㎏급 곽동한(하이원)과 남자 펜싱 사브르 개인전 김정환(국민체육진흥공단)이 동메달을 보태고, 남자 축구가 ‘디펜딩 챔피언’ 멕시코를 꺾고 8강에 진출하는 등 좋은 결과를 내면서 메달 레이스에 탄력을 줬다.

또 지난 12일 장혜진이 리우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2관왕에 올랐다. 장혜진은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독일의 리자 운루에 세트 점수 6대 2로 이겨 금메달을 따냈다.

‘금밭’ 태권도·깜짝 소식 기대
구기종목 부진 속 축구가 희망

이로써 장혜진은 국내 선수 가운데 7번째로 양궁 단체전과 개인전 2관왕에 오른 선수가 됐다. 2회 연속 개인전 금메달에 도전했던 기보배는 멕시코의 알레한드라 발렌시아를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그동안 올림픽 무대에서 ‘깜짝 금메달’로 좋은 결말을 지은 적이 종종 있다. 가장 가까운 사례가 2012년 런던올림픽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예상치 못한 남자 유도 90㎏급 송대남이 금빛 메치기에 성공했었다. 당시 송대남은 33살의 노장이어서 메달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다. 그의 금메달 덕분에 한국은 남자73㎏급에서 우승을 놓친 왕기춘(양주시청)의 ‘금빛 공백’을 채우며 결과적으로 10-10 목표를 채울 수 있었다.
 

여기에 비록 이번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놓쳤지만 김지연의 여자 펜싱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도 런던올림픽에서 나온 깜짝 선물이었고 사격 25m 권총에서 따낸 김장미의 금메달 역시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한국 올림픽 선수단은 당초 목표로 했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 목표 10개 중 절반인 5개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지난 12일 기준). 올림픽 6일만에 달성한 것이다. 한국은 아직 메달밭이 널려있다.

곧 한국팀의 금밭이라 할 수 있는 레슬링과 태권도 경기가 열린다. 이 중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의 김현우와 태권도 남자 68kg급 이대훈, 태권도 여자 49kg급 김소희 등이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체조·배드민턴
골프·배구 기대

이밖에도 체조 도마의 강자 김한솔과, 배드민턴 남자 복식의 이용대-유연성, 그리고 드림팀을 구축한 여자 골프 등도 기대해볼 만하다. 실력을 충분히 갖춘 ‘준비된’ 태극전사들인 만큼 한국 선수단은 언제든 깜짝 스타들의 탄생으로 애초 목표한 10-10 목표 달성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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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