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 박지성의 귀환<돋보기>

박지성(27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위기에 빠진 대표팀을 구하라는 특명을 받고 드디어 돌아왔다. 그 역시 한국축구의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축구팬들은 박지성의 귀환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한국축구의 간판이라고 불리며 대표팀 전술의 키로서 ‘에이스’ 임무를 해왔던 그였기 때문이다. 박지성 역시 각오가 다부지다. “대표팀 경기를 위해 왔고 좋은 결과를 내고 돌아가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게다가 아시아 선수들의 꿈을 위해 더욱더 열심히 뛸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호흡곤란 한국축구에?“산소 공급하러 왔다”

현재 박지성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이 위태로운 대표팀을 구해야 하는 사명이다. 좌초 직전인 허정무호를 구해내야 한다는 임무도 가지고 있다. 그 역시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박지성은 희망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국축구의 흐름을 믿는다며 이번에도 본선 티켓을 거머쥘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일례로 그동안 월드컵 나가는 것이 힘들었지만 대표팀이 좋은 모습을 보였고 마지막에는 결국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는 점을 꼽았다.
사실 한국축구에 있어 박지성의 존재는 견고하다. 무릎 이상 증세로 3차 예선 4차전 요르단(6월7일)전 이후 박지성이 부재한 대표팀은 졸전의 경기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대표팀은 축구인과 팬 모두에게 강한 질타를 받았다. 게다가 한국축구 위기론까지 거세게 불거졌다. 그만큼 구원투수로 등판한 박지성의 역할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박지성은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다.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만큼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를 조율하고 자기 포지션에서 충분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게다가 후배들을 이끄는 능력까지 보여줘야 한다.
결국 우선적으로 박지성이 해야 할 역할은 강한 카리스마적 리더십 발휘다. 주장 김남일(31ㆍ빗셀 고베)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면서 팀 전체의 분위기를 다지는 것은 그의 몫이다. 여기에다 최전방 공격수 김치우·이청룡(이상 서울)·이근호(대구)·서동현(수원)을 이끌어야 한다. 이들은 큰 경기 경험이 적다. 따라서 공격형 미드필더인 그가 이들을 지휘해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박지성에게는 게임 흐름을 안정적으로 조율해야 하는 역할도 있다. 그는 게임 전체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게임 메이커다. 공격 조율을 하면서 경우에 따라 기회가 나면 스스로 골 욕심을 내야 한다. 직접 해결사 노릇까지 해야 하는 셈이다.

경험과 장기로 후배 이끌고 경기 승점 3점 도전
“관록·패기로 한국 축구 위기서 구할 터” 다짐

이같은 점을 보면 여느 때보다 박지성의 비중은 크다고 할 수 있다. 무게감이 떨어지는 공격진의 중심을 잡고 젊은 선수들을 한데 모아서 이끌어야 하는 강한 리더십을 견지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팀을 이끌어 갈 정신적 지주 역할을 부여받은 박지성은 “나이 어린 후배들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경기장에서 많은 것을 보여주겠다. 나의 역할이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축구팬들도 박지성에게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 기대 중에는 그의 빅게임 경험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박지성의 A매치 경기수는 자그마치 71경기다.
 
특히 경험이 없는 젊은 대표팀을 이끌고 팀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베테랑이 필요한데 그 역할은 박지성이 제격이란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박지성의 대표팀 합류는 많은 시너지 효과 창출을 예고하고 있다. 팀 전력 상승은 물론 헌신적이고 과감한 플레이가 후배들에 귀감을 주는 효과 등이 그것이다.
현재 ‘1인2역’의 역할을 부여받는 박지성의 각오는 남다르다.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행을 이루리라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한국축구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투지가 넘쳐난다.
물론 박지성은 한국축구가 위기라는 말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를 한국축구가 더 발전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위기에서의 ‘희망 찾기’를 강조한 것이다.
때문에 오히려 “위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한국은 과거 월드컵 예선마다 항상 힘들었지만 결국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나도 한국 축구를 믿는다”고 필승의지를 다지고 있다.
박지성은 무엇보다 팀에서 나이가 많고 A매치 경험도 충분히 쌓인 만큼 후배들과 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면 후배들이 주눅들지 않고 안정적 경기운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지성의 목표는 승점 3점을 올리는 것이다. 무조건 승점 3을 확보할 수 있는 경기를 펼치겠다는 게 그의 의지다. 무승부나 패배의 결과는 생각하지 않는다. 박지성은 “좋은 결과를 내고 돌아가는 것이 목표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위기에 빠진 ‘허정무호’를 구하기 위해 귀국한 ‘산소탱크’ 박지성. 필승을 다짐하고 있는 그가 위기의 한국축구를 구해내면서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도전에 성공하는 주춧돌 역할을 소화해낼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지난 7일, 수원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로 활약 중인 박지성과 ‘박지성 축구센터’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센터는 영통구 망포동 잠종장 부지 1만5천6백58㎡에 건축물 1개동 및 천연잔디구장 2면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박지성은 토지매입과 건축물건립 비용을 부담하는 내용을 양해각서에 담았다.

윤호 기자 /yn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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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