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구지은 '400일 천하' 풀스토리

다 된 밥에 오빠가 숟가락 ‘푹’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구자학 아워홈 회장 일가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했던 구지은 아워홈 전 부사장. 그는 아워홈 후계 승계 1순위로 거론돼 왔다. 하지만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되고 구 전 부사장이 아워홈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후계구도는 역전됐다. 그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구 전 부사장의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린 셈이다.

구지은 전 부사장은 범 LG가에서 유일무이한 여성경영인이다. LG그룹의 창업주이자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아버지인 구인회 회장은 유독 보수적인 윤리관으로 장자승계원칙을 철저히 고수해왔다. 딸들은 경영에 참여시키지 않기로 유명했다. 구 전 부사장은 1남3녀 중 막내이고 더욱이 딸임에도 불구하고 범 LG가의 틀을 완벽히 뒤집은 인물이었다. 그 만큼 구 전 부사장은 실력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계자였는데…

구 전 부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와 보스턴대 석사 과정을 마치고 삼성인력개발원과 왓슨와이트코리아 수석컨설턴트 등을 거쳤다. 2004년 아워홈 등기이사로 선임되고,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입사해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에 돌입했다. 구 전 부사장은 아워홈의 외식사업을 진두지휘하며 2010년 전무로 승진했다.

구 전 부사장은 형제 중 유일하게 12년간 아워홈 경영에 직접 참여했다. 수완이 좋아 업계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입사 이후 아워홈 매출을 1조3000억원까지 끌어올렸으며, 인천공항 식음료업장 진출, 외식사업 다각화 등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능력도 인정받았다.

또 구 전 부사장은 아워홈 지분을 꾸준히 늘리며 형제들과의 지분관계에서도 우위에 서게됐다. 구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은 지분 38.56%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그동안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구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구 전 부사장이 가장 유력하다는 업계의 관측도 이 때문이었다.


후계 구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년 전이다. 지난해 그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기존 임원진과의 갈등설이 돌았다. 아워홈 사장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잇달아 교체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아워홈 사장이었던 이승우씨가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이씨는 2010년 3월 아워홈 기획담당 상무로 영입돼 그해 9월 사장이 됐다. 2013년 연임한 이씨가 임기를 2년 남겨 놓은 상태에서 그만둔 것이다.
 

이씨 자리에 CJ제일제당 부사장이었던 김태준씨가 영입됐다. 하지만 김씨는 재계에서 비운의 CEO로 남게됐다. 김씨는 사장 선임 4개월 만인 지난해 6월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아워홈은 지난해에만 2명의 사장을 갈아치운 셈이다.

뿐만 아니라 외식사업부의 한 임원도 영입 1년 만에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새 대표이사에 급식사업부 수장을 담당했던 이종상 상무가 선임되면서 구 전 부사장 체제 구축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두 사람은 일신상의 사유가 아닌 회사에서 압박해 사직한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상 문책성, 경질성 인사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같은 맥락에서 오너일가와의 불화설에 무게가 실렸다.

또 사내 안팎에선 외부인사 영입과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구 전 부사장과 원로 경영진과의 불화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보다 못한 구 회장이 직접 나서 지난해 7월 구 전 부사장을 보직해임했다. 구 회장은 이러한 인사조치 뒤, 공석인 대표자리에 이씨를 복귀시켰다.

‘막내린 공주시대’ 결국 장남 카드 꺼내
회장 결단…1년만에 뒤바뀐 후계구도


이런 인사조치에 대해 뚜렷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결국 구 회장이 막내딸 구 부사장과 원로 임원들의 계속된 갈등을 더이상 두고 보지 못해 직접 경질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실제로 구 전 부사장은 해임 뒤 개인 SNS에 “외부는 인정, 내부는 모략, 변화의 거부는 회사를 망가뜨리고 썩게 만든다”는 내부 갈등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구 전 부사장이 지난 2004년부터 진두진휘하던 아워홈 외식사업부가 외형에 비해 이렇다 할 대박 브랜드를 내놓지 못하는 등 부진을 보이자 회사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이러한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도 있다.
 

아워홈의 후계구도 공식이 깨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구 전 부사장은 올해 1월 구매식재사업본부장으로 복귀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존 임원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내부갈등설에 또다시 휩싸였다. 사내에서도 구 전 부사장이 작년 7월 보직해임 때문에 보복성 조치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렸다.

아워홈 측에서는 이 같은 소문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대응했지만 공교롭게도 후계구도는 급변했다. 구 전 부사장은 경영에 복귀한 지 2개월 여 만에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결국 아워홈을 떠나 관계사인 캘리스코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구 전 부사장의 아워홈 복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이 많았다. 사실상 후계구도에서 밀려났다는 게 중론이다.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은 이 시점에 등장한다. 지난 3월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구 부회장은 이사회를 통해 등기이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아워홈과 관련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었던 구 부회장이 아워홈의 경영에 첫발을 내딛는 행보였다.

지난 20일 구 부회장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된 이후 3개월 만에 대표이사 자리까지 꿰찼다. 구 부회장은 지분 38.56%를 보유한 아워홈의 최대주주여서 구 회장의 뒤를 잇는 최종 승계구도가 확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구 부회장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후 헬렌 커티스와 체이스맨해튼은행, LG전자, 삼성물산 등에서 근무했으며 동경 법정대 객원 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 임원을 역임했다.

구 부회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경영관련 업무를 해온 만큼 당장 아워홈을 직접 경영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그 동안 범 LG가는 기본적으로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에 꾸준히 구 부회장이 구 회장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아워홈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책임경영 참여 차원에서 구본성 대표를 선임한 것”이라며 “사업구조의 선진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질적 성장을 이루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구 전 부사장의 아워홈 시대는 끝났다. 지난해 그가 아워홈 부사장으로 선임되고 회사에서 물러나기까지 약 2년 동안 아워홈은 내홍에 시달렸다.

부친에 찍혔나?

지난 6개월새 수장만 3차례나 바뀌고, 실세였던 구 전 부사장의 보직해임과 복귀, 계열사 전출이 반복되는 등 아워홈이 사실상 2년여간 경영공백 상태였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로인해 매출 정체와 임직원의 동요가 뒤따랐다. 구 회장이 꺼내든 장남 카드로 아워홈의 위기를 타계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min1330@ilyosisa.co.kr>


 


[아워홈 상황은?]

아워홈의 매출 그래프는 2011년부터 5년째 멈춰있다. 지난해 아워홈의 매출액은 1조3547억원으로, 2011년 1조2361억을 기록하며 1조원을 돌파한 후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2013년 삼성웰스토리는 매출 1조2040억원으로 아워홈을 넘어섰고 지난해 1조6623억원으로 성장했다. 현대그린푸드도 2011년 아워홈을 따라잡은 후 현재 2조1127억원으로 몸집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구지은 전 부사장이 있는 동안 ‘아워홈의 잃어버린 2년’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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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