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아워홈' 구지은 부회장의 남는 장사

6개월 일하고 1년 농사 공치사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심각한 부진에 빠졌던 아워홈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체질 개선 작업에 힘입어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모습이다. 다만 순풍을 타기 시작한 현 상황을 오빠에게 경영권을 뺏다시피 한 동생의 치적이라고 보긴 애매하다. 동생이 두 팔 걷고 농사일에 나선 기간이 반년 남짓에 불과한 까닭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신음하던 아워홈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달 30일 아워홈은 2021 회계연도에 연결기준 매출 1조7200억원, 영업이익 2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5.5%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100억원에 육박했던 영업손실이 1년 새 흑자로 돌아섰다는 게 고무적이다.

반등의 계기
수익성 높여

단체급식과 식재사업 부문이 신규 수주 물량 확대와 거래처 발굴,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을 개선한 영향이 컸다. 특히 식재사업 부문은 신규 거래처 발굴뿐 아니라 부실 거래처 관리, 컨설팅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였다.

식품사업 부문은 대리점 및 대형마트 신규 입점 확대를 통해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미국과 폴란드, 베트남 등 해외법인에서 단체급식 식수 증가, 신규 점포 오픈 등으로 이익 개선이 크게 이뤄진 점도 흑자전환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9월 아워홈 미국 법인 아워홈 케이터링은 미국 우편서비스를 총괄하는 미국 우정청 구내식당 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단체급식 기업이 미국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을 수주한 일은 아워홈이 최초다. 아워홈이 해외 단체급식 시장에 진출한 지 11년 만의 일이다. 


중국사업도 매출 상승을 도왔다. 올해 기준 중국 내 점포 수는 41개로 2018년 대비 24% 성장했다. 베트남에서는 2017년 1호 점포 오픈 후 현재 39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가정간편식(HMR) 역시 흑자전환에 한몫했다. HMR 등을 판매하는 아워홈몰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189% 늘었고, 신규 가입 고객은 250% 증가했다. 최근엔 고객이 원하는 주기와 시간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정기배송 서비스를 신규 론칭했고, 꾸준히 수요가 증가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워홈 측은 구지은 부회장 체제에서 본격화된 체질 개선 작업이 실적 턴어라운드라는 가시적 성과로 이어졌다는 입장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어려운 국내외 경영환경 속에서도 임직원 모두 한마음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절치부심한 끝에 실적 턴어라운드를 달성할 수 있었다”며 “향후 단체급식 운영권 신규 수주와 HMR 제품 개발을 확대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매하네∼
누구 성과?

다만 일각에서는 아워홈의 실적 반등세를 온전히 구지은 부회장 체제의 성과로 보긴 애매하다는 견해를 드러내기도 한다. 구지은 부회장이 아워홈 대표이사로 재직한 기간이 6개월 남짓에 불과한 까닭이다.

구지은 부회장은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아워홈 지분 20.67%를 보유했을 뿐, 아워홈 경영에서 철저히 배제된 상태였다. 이 같은 구도는 지난해 6월4일 아워홈 주주총회가 열리면서 급격히 바뀌었다.


해당 주총은 아워홈 측과 구지은 부회장 측이 개최 시기를 놓고 이견을 빚은 끝에 법원 판단에 의해 소집이 결정됐다. 구지은 부회장 측은 보복 운전에 의한 특수재물손괴와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구본성 전 대표이사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자 뜻을 모았다.

총회가 열리자마자 구지은 부회장 측이 제안한 신규 이사 선임안, 보수총액 한도 제한안 등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구지은 부회장은 주주제안으로 선임된 신규 이사들을 앞세워 이사회를 장악했고,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공석이 된 아워홈 대표이사 자리는 곧바로 구지은 부회장이 넘겨받았다.

이 과정에서 언니들의 지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 6월 기준 아워홈 지분은 구본성 전 부회장(38.56%), 구지은 부회장(20.67%), 구명진씨(19.60%), 구미현씨(19.28%) 등 구자학 회장 슬하의 사남매가 98.11%를 나눠갖는 구조였다. 이들간 합종연횡에 따라 경영진 교체가 충분히 가능했던 셈이다.

심각한 부진서 흑자 전환
혼자서 온전히 누리는 점령군

공교롭게도 아워홈은 구본성 전 부회장 체제에서도 실적 회복세가 확연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기업평가의 기업별 주요재무제표에 따르면 2020년 3분기까지 100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이 발생했던 아워홈은 1년 새 123억원 흑자로 돌아서는 데 성공했다.

아워홈이 지난해 상반기 즈음 확실한 반등세였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간 아워홈의 수익성이 4분기에 극대화되는 양상을 드러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아워홈은 2018년 4분기 149억원, 2019년 4분기 15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적자가 발생한 2020년에도 4분기만큼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구지은 부회장 체제에서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더라도 아워홈이 지난해 거둔 실적이 예년 수준과 비교해 한참 떨어진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아워홈이 발표한 지난해 영업이익 추산치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이었던 2019년과 비교하면 1/3 수준에 불과하다.

당시 영업이익률은 3.8%로, 지난해 추산치(1.5%)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았다.

좋은 듯
아닌 듯

아워홈이 지난해 보여준 반등세를 온전히 본인의 공으로 돌리기 힘들다는 점에서, 구지은 부회장에게는 올해 농사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본인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캘리스코를 아워홈의 영역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캘리스코는 2009년 아워홈의 외식사업 부문을 분할하면서 설립된 회사다. 구지은 부회장이 지분 4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구명진 현 대표는 지분 35.5%를 가진 2대 주주다. 나머지 지분 18.5%는 아워홈 외 4인이 보유 중이다.

구지은 부회장은 지난해 2월까지 캘리스코 대표이사를 맡은 바 있다.

캘리스코는 아워홈으로부터 식자재를 공급받는 회사였지만, 구지은 부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이 경영권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아워홈과의 관계가 서먹해졌다. 급기야 2019년에는 아워홈이 캘리스코에 대한 식자재 유통을 비롯해 정보기술(IT) 지원 서비스 등 공급을 중단하고 회계·인사 등 관리 IT 서비스 계약 등도 종료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캘리스코는 법원에 공급중단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맞불을 놨다. 법원은 이를 일부 인용해 아워홈에게 6개월 더 식자재 공급을 이어가라고 판결했고, 캘리스코는 아워홈과의 거래 관계가 종료되자 아워홈의 경쟁사 신세계푸드와 식자재 공급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구지은 부회장이 아워홈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아워홈과 캘리스코의 거래 재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만약 캘리스코가 아워홈으로부터 물량을 공급받게 되면 사업 효율성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아워홈 측은 아직까지 결정된 사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캘리스코가 신세계푸드와 거래 관계가 아직 유지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확실한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구지은 부회장이 올해 본격적으로 아워홈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거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아워홈 실적이 회복세인데다,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IPO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장이 이뤄지면 경영상 투명성 확보는 물론이고, 구지은 부회장 입장에서는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율을 희석시킨 채 본인의 지분 확충을 도모할 수 있다. 주식을 대량 발행하거나 외부에 지분을 내주는 방식으로 구본성 부회장의 지분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진짜 시험대

IPO를 추진하면 신규 투자금 유치가 수월한 만큼 아워홈 오너 일가를 괴롭히던 고배당 논란에서 벗어날 여지도 생긴다. 아워홈은 사상 첫 적자를 낸 2020년에 1주당 34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해 눈총을 받았다. 당해 총배당금은 776억원으로, 전년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개인별 배당금 수령액은 ▲구본성 전 부회장 299억원 ▲구지은 부회장 160억원 ▲구명진 대표 152억원 ▲구미현 150억원 등이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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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쿠팡 개인정보 유출 막전막후

‘역대 최악’ 쿠팡 개인정보 유출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회상을 반영하는 표현으로 ‘○○ 공화국’을 쓰곤 한다. OECD 국가 중 극단적 선택률 1위를 놓치지 않는 우리나라를 ‘자O 공화국’이라고 하거나 연예인에게 지나치게 높은 관심을 보이는 모습에 ‘연예인 공화국’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최근 또 하나의 공화국이 세워졌다. 바로 ‘쿠팡 공화국’이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제시한 쿠팡의 비전이자 슬로건이다. 국민의 일상에 깊숙하게 파고들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실제 쿠팡은 전 국민의 생활을 차례로 잠식했다. ‘로켓배송’을 무기로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했고 ‘쿠팡이츠’로 배달업계를 흔들었다. ‘쿠팡플레이’로 OTT 업계에도 진출했다. 생태계 잠식 대체재 없다 쿠팡의 위력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 더욱 뚜렷하게 증명됐다. 지난달 29~30일 쿠팡 이용자에게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유출된 정보는 이름,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록, 주문 정보 등이다. 쿠팡은 결제 정보와 로그인 관련 정보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용자에게 문자메시지가 도착한 시기가 주말이어서 혼란은 배가 됐다. 특히 배송 과정에서의 편의를 위해 적은 공동현관 비밀번호, 최근 주문 내역 등이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유출된 정보를 조합하면 가족 구성을 알 수 있는 상황이라 교묘하게 제작된 스팸 문자 등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고객의 수는 무려 3370만명에 달했다. 올해 기준 우리나라 인구(5168만명)의 65%에 이르는 숫자다. 여기에 개인정보 유출이 지난 6월24일, 무려 5개월여 전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의 분노가 폭발했다. 또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다른 업체와 달리 쿠팡 사건은 내부 직원의 소행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이 가중됐다. 중국 국적의 직원이 해외에서 개인정보를 빼돌렸다는 것이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20일 개인정보 유출 피해 고객 계정이 4500개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열흘 새 3370만명이라고 다시 공지하면서 신뢰를 잃었다.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 부분 활성고객(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은 2470만명인데 피해 고객은 이보다 900만명 많다. 최근 3개월 간 구매 이력이 없는 고객까지 포함한 수치다. 사실상 전체 고객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소셜커머스 시작 로켓배송 도입 날개 달아 이번 쿠팡 사태의 규모는 지난 2011년 해킹으로 약 35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싸이월드·네이트 사례와 맞먹는다. 올해 4월 발생한 SK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약 2324만명)를 상회한다.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피해 규모가 더 커진 선례를 보면 쿠팡 역시 피해 범위와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의로든 타의로든 쿠팡을 놓지 못하는 이용자가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 사태 이후 보고서를 통해 “쿠팡은 한국 시장에서 비교할 수 없는 지위를 갖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는 데이터 유출 이슈에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아 고객 이탈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쿠팡이 독점하고 있기에 이번 사태가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걱정을 표하면서도 막상 탈퇴하긴 어렵다는 글이 보인다. 당장 내일 가게 문을 열어야 하는데 쿠팡이 아니면 재료를 조달할 방법이 없다는 글도 있다. 김범석 의장이 지향하던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가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에 문제가 생겼을 때 현실화한 셈이다. 쿠팡은 어떻게 한국을 지배하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쿠팡이 ‘틈새시장’을 기가 막히게 파고들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 틈새를 만든 건 쿠팡이 아니라 정부였다는 것이다. 정부가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대형마트를 규제하자 소비자는 전통시장을 찾는 대신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2010년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쿠팡은 현재 대적할 상대가 없는 ‘유통 공룡’으로 성장했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이 시행됐다. 정보 털려도 쓸 수밖에… 유통법에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만 영업 가능 ▲대형마트 월 2회 의무 휴업일 지정 ▲의무휴업일과 영업 제한 시간에는 온라인 주문 배송 서비스 금지 ▲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 1km 내 출점 불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발 묶인 사이 이커머스 시장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쿠팡이 2014년 도입한 로켓배송은 그 틈새를 절묘하게 파고든 ‘신의 한 수’였다. 쿠팡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금을 등에 업고 심야, 새벽 배송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쿠팡이 공격적으로 물류센터를 늘릴 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지금은 그 물류 센터가 지역 배송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에서 택배기사의 건강권을 위해 심야 새벽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물론 택배기사 사이에서도 민주노총의 주장에 반발이 나왔다. 소비자는 오후에 주문해도 아침이면 집 앞에 물품이 도착하는 데서 오는 편리함, 택배기사는 경제적 이익, 노동권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실제 민주노총의 주장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쿠팡의 배송 시스템이 국민 생활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다. 소비 트렌드가 완전히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면서 쿠팡의 영향력은 더욱 거대해졌다. 저녁 식사 재료를 사기 위해 퇴근 후 마트나 슈퍼로 뛰어가는 모습은 드라마에서도 과거 회상 장면에나 나온다.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물건을 주문하며 불과 몇 시간 만에 집 앞에 배송된 택배 상자를 안고 들어가는 게 일상이 됐다. 가족끼리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쇼핑을 하는 일은 생활을 위한 게 아니라 이른바 ‘여가’가 됐다. 규제 업고 틈새 노려 방점을 찍은 건 코로나19였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커머스 시장은 배달업계와 함께 끝 모르고 성장했다. 이 시기 대형마트는 의무 휴업일이나 심야 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일부 풀어달라고 호소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규제에서 자유롭던 쿠팡은 또다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그 결과 쿠팡은 2023년 창사 이후 첫 흑자를 냈다. 당시 쿠팡은 6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지었다. 영업손실은 2021년 1조7097억원에 달했지만 2022년 1447억원으로 줄었고 2023년에는 결국 흑자로 돌아섰다. 2023년 기준 쿠팡의 매출은 32조원에 이른다. 당시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3년 4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영업이익은 6174억원이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전통 유통기업을 제친 1위다. 쿠팡은 흑자 전환의 비결로 고객의 충성도를 꼽았다. 이들이 쿠팡에서 씀씀이를 늘리면서 쿠팡 전체 이익이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2018년 쿠팡이 도입한 ‘쿠팡 와우’ 멤버십의 증가가 영업이익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쿠팡 와우는 월 4990원(현재 7890원)을 내면 쿠팡에서 구매하는 대부분 물건을 무료로 배송받을 수 있다. 또 쿠팡플레이라는, 쿠팡이 론칭한 OTT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당시 쿠팡은 쿠팡 와우 멤버십, 즉 유료 가입자가 2021년 900만명에서 2023년 1400만명까지 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쿠팡 매출은 41조원까지 뛰어올랐다. 전체 대형마트 판매액(37조1779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영업이익은 602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억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는데 매출이 3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쿠팡 와우 멤버십에 가입한 고객은 지난해 말 기준 1500만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소비트렌드 변화·코로나19로 쐐기 2023년 흑자 전환해 전체 매출 1위 눈여겨볼 대목은 쿠팡 와우의 가격이 지난해 3000원가량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고객이 이탈하기는커녕 되려 대거 늘었다는 점이다. ‘쿠팡 생태계’가 이미 공고해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충성 고객층이 이전보다 두꺼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독료 인상분보다 쿠팡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성장 배경은 다르지만 쿠팡을 카카오와 비교하기도 한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메신저를 배경으로 각종 사업에 진출했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중 9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카카오톡은 카카오가 골목상권에 침투하는 데 훌륭한 ‘씨앗’ 역할을 담당했다. 쿠팡 와우 가입자를 위한 ‘로켓배송’이 심야·새벽 배송 시장을 잠식하는 데 혁혁한 역할을 한 것과 비슷하다. 대체재가 많지 않은 것도 닮았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 업데이트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SNS처럼 바꾸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이용자들이 카카오톡 앱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방도를 찾다가 고안한 방법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용자의 반발이 거셌다. 카카오톡 앱 평점은 1점대로 떨어졌고 조롱이 줄이었다. 결국 카카오는 가장 많은 비판이 나왔던 ‘친구탭’을 원래대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이후에도 카카오톡 변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계속 나왔지만 결론적으로 이용자 이탈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톡을 대체할 만한 메신저 앱이 마땅치 않았던 게 문제였다. ‘네이트온’이 노를 저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주도한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도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 ‘트래픽, 다운로드는 줄지 않았다’고 쓰기도 했다. 당시 홍 CPO의 해명에 비판이 쏟아졌지만 글 내용만 봐서는 카카오톡 자체에 타격은 크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과징금에 주저 앉나 그러면서도 카카오의 현 상황을 봤을 때 쿠팡도 당국 조사가 진행되다 보면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단 이재명 대통령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과징금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벌써부터 역대 최대 과징금(1347억원)을 받은 SK텔레콤의 사례를 넘어 1조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