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 특A급 전관 변호사 리스트

검복 벗고도 무소불위 무한권력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정운호 게이트’ 관련 홍만표 변호사의 전관예우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역대 검찰총장 출신들의 퇴임 이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의 대통령, 검사의 꽃으로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검찰총장. 그들은 ‘옷’을 벗은 뒤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역대 검찰총장 출신 40명 중 변호사 미등록자는 단 한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한변호사협회가 1대 검찰총장부터 40대 김진태 검찰총장까지 변호사 개업 여부를 파악한 결과 제10대 총장을 지낸 정창윤 검찰총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변호사 활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은 반대
회의적 반응

특히 사망·휴업자를 제외하고 현재 개업 중인 검찰총장 출신 변호사도 1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법무법인에 들어가는 경우보다 단독 사무소를 개설하는 경우가 2배가량 많았다. 일부는 현역 총장 시절의 지명도를 발판으로 정치권이나 기업에 진출하거나, 변호사 업무 외에도 저서 집필에 몰두하는 이들도 있다.

제39대 검찰총장을 지낸 채동욱 전 총장은 아직까지 칩거 상태다. 채 전 총장은 갑작스러운 혼회자 논란으로 사퇴했다. 채 전 총장은 절친한 지인들과는 연락하지만 사회와는 사실상 격리된 상태다. 전 국가정보원 직원이 국정원 관련 ‘댓글 부대’ 의혹을 제기해온 현직 기자를 고소했다. 이 직원은 또 과거 ‘종북 세력 척결’을 내세웠던 제38대 한상대 전 검찰총장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은 이명박 정부 말인 2011년 8월 취임하면서 ‘종북 좌익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2012년 뇌물수수와 성 추문 등 잇따른 검찰 내부 비리와 항명이 불거진 상황에서, 대검 중수부장과 대립하다가 결국 2012년 12월 초 “검찰총장으로서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불명예 퇴진했다.


검찰총장 재직시절부터 국제통으로 평판이 자자했던 제37대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퇴임 후 미국 일리노이대 법과대학원(UIUC 로스쿨) 연수 중 강연 활동 등을 하다 귀국해 개인 사무소를 운영했지만, 현재 법무법인 화우로 옮겨 일하고 있다.

김 전 총장은 변호사 업무 외에 연수 중 수집한 자료와 강의를 바탕으로 ‘형사사법 분야 국제협력에 관한 새로운 방향 모색(New Initiative on International Cooperation in Criminal Justice)’이라는 전문서적을 발간하기도 했다.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검찰총장을 역임한 제36대 임채진 전 검찰총장도 퇴임 후 개인법률사무소를 열어 변호사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경우도 있다.
 

대형로펌인 법무법인 화우의 고문변호사 인 제34대 김종빈 전 검찰총장은 변호사 활동뿐만 아니라 법학 전문대학원 교수로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김 전 총장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초빙교수로 후배들에게 법학 지식을 전파하고 있으며, 지방 로스쿨에서도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정수학원의 제12대 이사·CJ오쇼핑의 사외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역대 검찰총장 퇴임 이후 행보 보니…
40명 중 39명 개업…미등록자는 1명

대형 로펌에 소속돼 자신의 현직 경험과 법률적 지식을 활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제33대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퇴임 후 개인법률사무소를 열어 변호사로 활동하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서 현재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송 전 총장은 퇴임 후 회사 자금 횡령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주수도 제이유 그룹 회장의 법률적 대리인으로 선임계를 냈다가 여론에 반발에 수임료를 반납하고 변호사를 사임하기도 했다. 퇴임 후 법조계가 아닌 기업에서 활발한 활동을 한 총장도 있다.


국민의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이었던 제32대 김각영 전 총장은 퇴임 후 하나금융지주 자회사인 하나대투자증권 사외이사를 맡아 활발히 활동하다 2010년에는 하나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의장으로 활동하던 김 전 총장은 법조계로 다시 돌아와 현재 개인법률사무소를 열어 활동하고 있다.

법조인에서 정치인, 공기업 이사장으로 팔색조의 변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제22대 김기춘 전 검찰총장은 퇴임 후 정치인으로 변신 15∼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제3대 한국에너지재단 이사장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했고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도 근무했다.

로펌행보다
단독 사무소

기업가로서의 제2의 인생을 사는 총장들도 있다. ‘비즈니스’에 관한 한 제30대 신승남 전 검찰총장을 빼놓을 수 없다. 신 전 총장은 현재 신원CC의 회장으로, 이사회를 이끌고 있다. 이름은 명예회장이지만 경영기획 재무 인사 등 골프장의 경영 전반에 대한 의사 결정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총수 역할을 맡고 있다.

신 전 총장은 재임 시절 ‘싱글’ 골퍼로 유명했으며, 현재도 80대 초·중반의 스코어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전 총장은 지인들과 어울려 골프를 치면서 “검찰서 승진하는 것보다 골프장 오너가 되고 싶었다. 골프장을 지어 소원을 이뤘다”고 종종 말했다고 한다.

문민정부의 마지막이자 국민의 정부 초대 검찰총장을 역임한 제28대 김태정 전 총장은 지난 2000년 국내 최초로 민간법률구조재단인 ‘로시콤’을 설립해 공익 활동에 남은 인생을 쏟고 있다. 20대 이하 총장들은 평균 나이가 80이 넘은 경우가 많아 병환으로 별세하거나 사실상 현역에서 은퇴했다.

제18대 정치근 전 검찰총장은 공증사무실을 운영하며 공증업무 자문을 하고 있지만, 조만간 자문 업무를 접고 퇴직할 계획이다. 65세가 넘으면 변호사로서의 활동을 사실상 할 수 없고, 공증업무의 정년도 만 75세이기 때문이다.

정 전 총장은 “퇴임 후 변호사 사무실을 열어 운영하다가 얼마 전 공증사무실로 바꿨다”며 “올해 안으로 공증사무실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31대 이명재 전 총장과 제23대 정구영 전 총장은 각각 녹십자 두산중공업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김도언 전 총장은 금호산업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검찰동우회장을 맡고있는 정 전 총장은 “총장 출신 변호사 중 일부는 오랜 식견과 경험, 수사 노하우, 다양한 정보 등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활용하길 기대하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대다수는 현실적인 제약으로 ‘사회원로’로서 조용한 기여에 보다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출신 법조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것은 ‘전관예우’다. 퇴직 공직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전관예우라고 부른다. 공직자의 퇴직 후 벌어지는 이해 충돌의 문제는 퇴직공직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현직의 공직자와 연결고리를 통해 이해 충돌의 가능성은 부패로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부패 또는 부패의 가능성은 공직자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 변호사 선임계조차 내지 않고 거액의 수임료를 받는 ‘전화 변론’은 전관예우의 대표적인 사례다. 전직 검찰총장은 존재감만으로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든든한 우군이다.

기업의 형사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사무 처리에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외에 대형 사건의 피의자들도 전관 출신 변호사를 선호한다. 단군 이래 최대 다단계 사기 사건으로 불린 제이유 사건에서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피의자인 주수도 회장의 변호를 맡았다.


퇴직 후 1∼2년
바짝 버는 시기

이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의 비난이 빗발쳤다. 검찰총장을 지낸 사람이 어떻게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사기 사건의 변호를 맡을 수 있냐는 것. 제이유 피해자들은 송 전 총장을 향해 “수임료를 공개하라.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받았기에 희대의 사기꾼 주수도를 변호하나”고 항의하기도 했다.

검찰총장 퇴임 1년이 안 돼 사건을 맡은 점도 ‘전형적인 전관예우’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에서는 이들의 법조계 지위 자체가 기업의 방패막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관예우의 또 다른 활용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2011년 변호사법이 개정됐다. 공직에서 퇴임한 변호사는 국가기관 사건을 일정 기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관예우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단적인 예가 최근 물의를 빚은 검찰총장 출신 변호사들의 대기업 사외이사 겸직이다. 많은 고위공직을 거친 퇴직 공직자들이 재취업을 하고 상당한 대우를 받는다. 취업하는 곳의 상당수는 공직에서 하던 일과 관련이 있는 기업이다. 변호사단체들은 전관예우 관행을 근절하려면 법조계 고위직 출신들이 사건을 수임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 변호사 활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반발 중이다.

검찰과 법원 내부에서도 수십년 공직생활을 명예롭게 끝낸 제40대 김진태 전 검찰총장을 변호사로 만나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변호사협회는 지난해 12월4일 퇴임한 김 전 총장에게 전관예우 악습 근절을 위해 변호사 개업 자제를 권고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변호사협회는 김 전 총장에게 발송한 서한에서 “민주국가이자 경제선진국인 대한민국 법조계가 국민으로부터 큰 불신을 당하는 것은 뿌리 깊은 병폐인 전관예우 때문”이라며 “검찰과 법원에서 고위직을 지낸 사람들은 변호사로 개업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고액의 수임료를 받고 재직 당시 직위·친분을 이용해 후배 검사·판사에게 전화 변론을 하는 등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라고 지적했다.


대부분 변호사 활동
정치권·기업 진출도

변호사협회는 이어 “개업을 하지 않아도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익법인대표 등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길은 많이 있다”며 “대법관을 퇴임한 후에도 많은 이들이 공익 활동에 전념하고 있고, 새로 취임한 몇몇 대법관들 역시 퇴임 후 사익을 취하는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국회에서 선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사협회는 또 “검찰 최고위직에 있었던 김 전 총장이 변호사 개업을 한다면 검찰의 일인자였던 사람이 사익을 취하려 한다는 자체로 국민적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며 “전직 검찰총장이 형사사건을 수임해 후배들 앞에 나타난다면 후배 검사들은 사건 처리에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고 공정하게 사건 처리를 못하면 자괴감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과 법원 일부에서도 검찰총장 출신 변호사 개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대선배였던 사람들이 변호사의 신분으로 후배들에게 청탁 전화를 하거나 답변서를 내는 것 자체가 후배들에게 부담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한 검사는 “대한민국의 모든 검사를 지휘했던 검찰총장이 사건을 맡아 도움을 요청하면 기분이 묘하지 않겠냐”며 “전관예우 관행을 줄이려면 고위직 간부들의 변호사 개업부터 막아야 한다”고 털어놨다.

수원지방검찰청의 한 검사도 “실제로 내 직속 선배가 변호사 개업을 하고 내게 소소한 부탁을 했을 때도 부담이 컸다”며 “하물며 검찰의 총수 출신이 내게 부탁을 하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부담이 더 큰 게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법원 내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의 큰 어른 격인 대법관이 변호사로 신분을 바꾸고 내게 답변서를 제출하거나 법정에서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전관예우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신경 쓰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변호사단체들이 김 전 총장의 변호사 개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밥그릇 지키기로 꼽고 있다. 변호사 수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로 인해 늘어난 상황에서 전관 출신들까지 변호사 개업을 하면 기존 변호사들이 수임하는 데 있어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전관 출신인 한 중견 변호사는 “나도 법원에서 나와 개업하려고 할 때 일부 변호사들이 개업을 반대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견제였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변호사단체들이 이번에도 김 전 총장의 변호사 개업을 반대하는 건 월권행위”라며 “본인들은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고, 법조계 간부 출신들은 개업할 수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항상 따라붙는
전관예우 꼬리

로스쿨 출신인 한 변호사는 “변호사협회와 서울변호사회가 항상 편파적으로 변호사 출신을 나누는 성향이 있다”며 “로스쿨 출신들을 배척하고 사법연수원 출신들을 옹호하는 변호사협회가 전관예우 관행을 염려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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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