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명동 노점의 세계

하루 매출 100만원 ‘재벌 안 부럽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오늘날의 노점은 더 이상 서민을 위한 삶의 보루가 아니다.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함은 물론 ‘기업형 노점’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일정한 규제로 노점을 허용·제재하고는 있지만, 노점의 실질적 약자가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점에서도 논란이 제기된다. 이렇다 보니 세금을 내고 당당히 영업하는 자영업자들과의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는 노릇. 기본적으로 점포 임대료에 부수적 비용이 나가는 자영업자들은 가격경쟁력에서도 노점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울상이다.

늦은 밤 동네 어귀 노점에서 파는 어묵, 붕어빵, 떡볶이는 별미 중 별미다. 이들 노점상들은 대개 가게를 임대할 만한 돈이 없어 최후의 생계 수단으로 노점을 선택한다. 대부분의 노점이라 하면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지 않는 생계형 수단의 장사를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노점의 이점 아닌 이점을 이용한 기업형 노점이 생기면서 빈곤층의 마지막 보루여야 할 노점 일부가 불법 이익 추구 대상으로 악용되고 있다.

계열사처럼…
3∼4개 운영도

노점상에도 등급이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어 나왔다”라는 생계형 노점부터 하루 매출 100만원 이상 올리는 기업형 노점까지 천차만별이다. 우리나라에 노점이 생겨난지 20∼30년 이상 지나면서 노점 세계에도 부자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른바 노점 재벌이다. 마치 재벌 기업처럼 문어발식으로 노점을 운영하는 기업형 노점이 있는가 하면 상가를 가지고 있으면서 주변에 노점을 차리는 프랜차이즈식 노점도 나타났다.

‘대한민국 노점상 1번지’라고 불리는 서울 명동의 중앙로. 이곳의 노점상들은 전국 노점상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명동에서 노점을 할 수만 있다면 로또복권 당첨 행운과 맞먹을 정도로 인생을 보장받은 셈이다. 그래서 명동은 ‘노점상의 엘도라도’라고 불린다. 유명세나 자릿세, 매출 규모에서 종로나 강남 일대의 생계형 노점상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이 지역 노점상 상당수는 개인이나 특정 조직이 여러 노점을 ‘거느리는’ 기업형인 점이 특징이다.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권리금은 최하 5000만∼7000만원선. 연간 70만원 남짓한 임대료에 월 10여만원의 사용료를 내는 종로나 강남 지역의 수십 배 이상이다.


소위 ‘노른자위’ 지점은 수천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된다. 이곳을 단속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핵심상권’의 경우 2평 남짓한 좌판의 권리금이 1억원을 웃돈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싼 ‘자릿세’에도 대다수 노점상은 ‘중앙로 입성’에 목을 맨다. 비용을 빼고도 매달 최하 800만원의 순익이 보장되기 때문.

한 상인은 “1억원 이상의 권리금이 붙는 ‘명당’의 경우 하룻밤에 200만∼300만원을 벌어들인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명동지역 전체 노점 230여개 중 중앙로 일대의 노점 수는 60여개. 노점 형태는 크게 리어카와 일명 ‘짝다리’로 불리는 키 낮은 리어카, 벽걸이 좌판 등으로 나뉜다. 영업시간은 오후 5∼10시. 일부 노점상들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거나 2교대로 영업을 한다. 화장실은 인근 은행 등을 이용하고 물은 공동수도가 없는 탓에 멀리서 차로 운반해온다. 한 노점상은 “식사는 교대로 노점을 봐주면서 인근 식당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노른자위’ 권리금만 최고 1억원
자녀에 명당자리 대물림하기도

노점상 절대 금지구역인 명동 한복판을 점령하고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들은 20년 넘게 독자적인 상권을 형성한 ‘명물’로 인정해달라는 입장이다. 모자 노점을 하는 김모(32)씨는 “수천만원의 권리금은 극히 일부 노점에 국한된 사례이며 생계형 노점이 대부분”이라며 “거리 청소와 쓰레기 관리는 물론 가급적 인근 상가에서 취급하는 품목은 판매를 자제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동의 노점은 오후 5시부터 연다. 이는 노점상끼리 만든 상조회에서 약속한 사항이다. 각자 정해진 위치에 매대가 설치되면 본격적인 장사가 시작된다. 명동 노점상들의 ‘취급품목’은 주로 여성용 액세서리나 의류, 각종 먹을거리. ‘종목’에 따라 마진도 천차만별.

가장 높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품목은 목걸이, 귀걸이 등 여성용 액세서리. 동대문, 남대문 시장에서 300∼500원에 대량 구매해 2000∼3000원에 판다. 먹을거리 노점처럼 조리기구 등 별도의 장비가 필요 없는 탓에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어 업계 선호도가 높다.

또 여성용 속옷이나 의류, 모자 등도 고수익을 보장한다. 한달 평균 500만∼1000만원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인기 업종은 기존 노점상들이 ‘꿰찬’ 경우가 많아 신입 노점상들은 좀처럼 취급할 수가 없다. 먹을거리 노점의 경우 주로 호떡, 계란빵, 어묵 등을 판매한다.


꿈 키우는 사람들
로또가 따로 없네

10년째 호떡 노점을 하고 있는 김모(45)씨의 경우 장비를 갖추는 데 100만원이 들었다. 7만∼8만원어치의 재료비로 호떡 400∼500개를 만든다. 재료비 160원에 초기 비용을 합친, 개당 원가 200원인 호떡을 500원에 팔아 300원이 남는다. 이 가게의 하루 평균 매출은 20만원선. 붕어빵이나 닭꼬치 등은 경기도에 있는 공장에서 반죽과 재료를 사서 만든다. 그러나 부대장비를 갖춰야 하고 마진이 낮아 별 인기가 없다.

이밖에 가짜 유명브랜드 의류를 판매하는 노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식 상가’들은 이들에 대해 관광특구로 지정된 만큼 외국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 쇼핑명소의 이미지를 실추한다며 당국의 단속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중구청은 노점상의 ‘완전근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음성적인 권리금 거래는 밝히기 힘들 뿐더러 조직화된 노점상들의 반발로 단속에 낭패를 겪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중구청의 한 관계자는 “노점을 벌이다 적발되면 과태료만 물고 이튿날 다시 영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월 최하 500만원
조폭과 연계설도

전국 단위로 노점의 분포와 매출 규모 등을 파악한 자료는 아직 없다. 서울시가 파악한 서울시내 노점 수는 지난해 기준 약 8800곳에 달한다. 하지만 계절에 따라 노점 영업이 증감하는 폭이 큰 데다 축제나 대형 행사 등 이벤트 위주로 영업하는 노점의 수는 집계하기조차 어려워 현실적으로 정책 대상이 될 노점의 수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여기에 일반 상가 건물에 매장을 갖고 있거나 임대 중인 상인이 매장 앞 보도를 이용해 노점을 여는 식의 영업 형태까지 있다. 노점상인들의 구성은 천차만별인 데 비해 노점 정책은 강경 단속과 암묵적 인정 사이에서만 왔다갔다 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만 놓고 보면 (노점상들이) 불법인 거 우리가 잘 알죠. 그런데 강제 집행해도 얼마 안 있으면 또 그 자리에 들어와 버리니까 사실 예산 낭비인 면도 있어요. 그렇다고 전면 합법화하면 일반 상인들이나 주민들 민원에다가 법령에 조례에 엄청 복잡해져서 들들 볶일 텐데, 그건 그거대로 정착할 때까지 문제가 많을 거예요.”

익명을 요구한 한 구청의 관계자도 속내는 복잡했다. 그는 오히려 법이 현실을 그대로 다 담을 수는 없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물리력을 쓰지 않기로 하는 서로간의 신사협약을 맺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부분에서만큼은 노점단체 관계자와도 의견이 통했다.

노점상연합 관계자는 “일단 소모적인 단속만이라도 멈추고 서로 조금씩이라도 신뢰를 회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은 서로가 너무 불신이 커 한 테이블에 앉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즉 거리를 불법점유한다는 인식을 조금만 전환하면 거리를 합법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세금이 노점상들의 아킬레스건인 건 맞다. 인정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자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대기업들은 더 많이 탈세하고 일반 상가의 상인들도 길에다 비품 내놓고 도로 무단점유하는 부분도 많다. 형평성 차원에서 그 정도만이라도 양해를 구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생활정보지에 창업컨설팅 광고까지
자기들끼리 조합 만들어 엄격 통제


노점은 더 이상 생계를 잇기 위해 거리로 나온 빈곤층이 아닌, 세금을 피하려는 부유한 탈세 상인으로 변질됐다. 노점 창업을 컨설팅한다는 광고가 생활정보지에 실리고 노점 프랜차이즈 업체가 등장했는가 하면, 노점매매 브로커까지 활개치고 있을 만큼 ‘길거리 협동조합’은 이제는 하나의 풍경이 됐다. 노점을 운영하는 박모(45)씨는 “노점상 조합은 칼만 안 들었지 깡패”라고 했다.

실제로 일부 지역의 노점상은 폭력배가 ‘관리’하고 있다. 노점조직은 일사불란하고 폐쇄적이다. 20년 넘게 독자적으로 상권을 관리해온 노하우도 상당하다. 이러한 노점 조직은 먹을거리, 의류, 신발, 액세서리 등의 노점 수를 알맞게 배합해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막고 있으며 노점 매매 또한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권리금을 받고 노점을 넘겼다가 조직에 적발되면 노점에 대한 영업권을 박탈당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이 주변 상권의 영업을 방해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보도상 영업시설물’과 달리 번화가, 유흥가에 늘어선 노점을 정비하는 것은 어렵다.

서울시는 특정 지역에 ‘노점상 거리’를 꾸려 노점들을 입주시킨 뒤 관광명소로 꾸민다는 복안이다. 장기적으로는 도로점용료를 받는 등 노점상을 제도권으로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점상 조직들은 “생존권을 말살하는 행위로 즉각 철회돼야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계속해서 노점상과의 전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단속이 쉬운 변두리의 생계형 노점만 일시적으로 사라졌을 뿐 중심가의 조직화한 기업형 노점은 손도 대지 못했다. 게다가 번화가, 유흥가에 자리 잡은 기업형 노점은 더 이상 훈훈하지 않다. 카바이트 불빛의 ‘낭만’은 스러지고 ‘비즈니스’만 남았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포장마차 3∼4개를 철거하는 데만 1년 걸리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형 노점을 뿌리 뽑겠다고 작심한 뒤 수년간 역량을 집중해 꾸준히 단속해나가지 않는다면 노점을 정비하는 일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액세서리 장사 짭짤
알바 고용… 2교대

세금과 비싼 월세에 허덕이는 영세 상인들 눈에 싼 가격을 무기로 손님을 빼앗아가는 노점상들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그렇다고 당장 먹고 살기 어려워 길거리에서 좌판을 펼쳐놓은 노점상들의 생계 터전을 철거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중구청은 기업형 노점을 막기 위해 하반기 중에 ‘노점실명제’를 실시하기로 하고 다음달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한 전문가는 “세금을 내는 상인들은 장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 불법 노점상들은 제도권으로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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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