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㊳애국자 혹은 배덕자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문이 열리자 먼저 한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창백한 낯빛에 안경 너머 눈동자는 잔뜩 충혈돼 냉정한 기운을 내쏘았다. 올림머리가 퍽 단정해보였으나 결이 푸석푸석해서 그런지 미감[美感]은 그닥 느껴지지 않았다. 공적과 과오 “오, 윤 여솨님! 간만에 뵈니 엄청스리 반갑슴둥!” 피에로 씨가 북한 말투를 흉내 내며 너스레를 떨었으나 여자는 대꾸 없이 나를 쓱 훑어보았다. 우리가 안으로 들어서자 그녀는 문을 닫곤 딸깍 잠갔다. 정면 벽 위쪽에 박 대통령 부녀의 대형 사진이 걸렸고 그 사이에 태극기가 붙어 있었다. 바로 아래쪽과 사면 벽엔 여기저기 각종 구호가 울긋불긋 내걸려 정신을 어지럽혔다. “위대하신 인신님과 여왕님의 초능력으로 북진통일하여 동족을 구해낸다!” “자유대한 만세! 북괴 세습 공산당 타도!” “천국의 맛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