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의 대중범죄학 <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양형의 불편한 진실 – 감경 인자로서의 반성문
범죄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의자에게 터무니없이 낮은 형이 선고되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다. 선처를 구하려는 의도로 제출한 반성문과 합의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주려는 형사공탁이 상식을 벗어난 양형의 이유가 되곤 한다. 실제로 적게는 수십번서 많게는 수백번 반성문을 제출했다는 것이 감형의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중학생 딸의 친구를 유인해 추행하고 살해한 뒤 시체를 유기한 ‘어금니 아빠’도 1심서 선고된 사형이 2심에서는 “죄질이 중대하다”면서도 반성문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기도 했다. 2019년 1심 사건서 양형기준이 적용된 사건에 관한 자료에 따르면, 양형기준에 ‘진지한 반성’이 적용된 사건은 전체 범죄군 중에서 39.9%였고, 성범죄의 경우 70.9%에 달했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건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진지한 반성’이 형의 감경 요소로 포함되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범행이라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피의자와, 그렇지 않는 피의자에 대한 양형은 구분돼야 한다. 그럼에도 반성문의 효력이 미치는 적용 대상을 비롯해 반성의 시기·방법·내용 등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반성문은 양형서 ‘참고자료’에 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