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VS 정보사 대북 정보전쟁 내막

2중3중 스파이와 긴밀한 커넥션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북중접경지역에서 국정원 등 국내 정보기관이 다양한 대북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은 현지사정에 밝은 정보원을 이용해 북한 관련 정보를 수집한다. 이 과정에서 탈북자, 조선족, 한국인 등 민간인이 희생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북한 측도 인민군 보위사령부, 통일전선부, 정찰총국 등 대남공작기관들이 있다. 이들은 과거 김일성정권 시절처럼 활발하게 공작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남한과의 체제경쟁에서 뒤쳐진 것을 스스로 잘 인지하고 있고 대남활동보다는 ‘내부 단속’이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북중관계가 좋지 않아 중국에 나와 활동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최대한 공안과의 마찰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작활동에 필요한 자금도 부족한 상황이다.

포섭 정보원
자주 속는다

북한 정보기관들은 공작활동보다는 북한을 떠난 탈북자들이 남한에 입국했는지 여부를 상시적으로 추적하는 것에 더 무게를 둔다. 이들은 화교나 조선족 정보원을 이용하기도 하고 보위부 장교를 직접 중국이나 동남아로 파견해 탈북자를 체포하거나 탈북자가 한국이나 제3국에 입국했는지 여부를 정탐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보위부가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의 대략적인 명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남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남한 정보당국은 비교적 활발하게 북한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편이다. 대북소식통에 의하면 국가정보원, 국군정보사령부, 기무사령부 등의 정보기관이 자기들이 포섭한 탈북자와 조선족 출신의 정보원에게 속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정보기관 측이 “2중 스파이여도 상관없다. 정보만 가져와라”라고 요구하면서 돈을 매개로 한 ‘오염된’ 정보가 판치게 되는 것이다. 정보원들이 사례를 받기 위해 부정확하고 의심스러운 첩보를 넘기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위험한 일에 뛰어들어 희생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청와대가 여러 개의 기관으로부터 같은 주제로 보고를 받아 교차확인 하는 방식으로 첩보를 검증하기도 한다.    

국정원 등이 요구하는 정보는 주로 관리소(수용소)나 교화소(교도소) 내부 영상, 군부 등 권력집단의 추악한 유흥생활, 북한 내부 지하교회의 실상을 알 수 있는 예배 영상, 공개처형 영상 등이지만 이러한 것들은 촬영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보원들이 실제로 구해오는 것은 장마당 거리 영상이나 물가, 자신이 사는 지역의 국가안전보위부나 인민보안부 동향 정도다. 이밖에도 북한의 달력, 교과서, 대학교재, 개정법률책, 마약, 위조 달러 지폐 등을 구해온다고 알려졌다.

해외방첩활동을 하는 국정원의 소위 ‘블랙요원’은 보통 정보원을 최대 12명까지 쓸 수 있다고 한다. 각각의 정보원은 또 자신의 망원을 거느린다. 국정원이 망원에게 직접 자금을 대거나 접선하진 않지만 이들의 신상은 대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블랙요원 한 명이 대체적으로 100명이 넘는 정보원을 거느린다. 이들은 선교사·목사 등의 종교인, 한국교민, 보따리 무역상(다이궁), 화교, 탈북자, 조선족 등으로 국적과 직업도 다양하다.  

두 기관 북중접경지역서 정보수집 활동
북 사정 밝은 정보원들 돌려 소스 모아

지난 김대중정권 시절 중국에서 활동하던 고위급 국정원 요원이 중국의 국가안전부(정보기관)에 체포됐다. 당시 우리 정부는 동북 3성에 있는 국정원의 블랙요원을 모두 철수시키는 조건으로 해당 요원의 석방을 성사시켰다. 당시 120여명이 추방 형식으로 중국을 나와야 했다. 이들 블랙요원 중엔 모 항공사의 센양지사장도 포함돼 있어 세간을 놀라게 했다. 이 지사장은 국정원에게 포섭돼 여러 해 동안 비밀리에 주요 인사들의 한국 입국을 도왔다.

국정원 측은 정보원을 이용해 북한에서 중국으로 파견 나온 고위인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미행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특기할 만한 것은 사진 촬영을 하면 발각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초상화’를 그리도록 해 인상착의를 파악한다고 한다. 이런 일엔 중국 현지사정에 밝은 탈북자 등이 동원된다.

국정원 정보원이 북한 위조지폐를 중국과 국내에서 쓰다가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해 한 정보원은 국정원 측의 요구로 북한에서 제작된 위조지폐 1만달러를 구해 국정원에 전달했다. 그는 약간의 달러를 남겨 중국의 유흥가에서 썼다. 국내에도 가져와 지인에게 기념으로 약간의 달러를 줬는데 이것이 강남 유흥가에서 떠돌다가 술집 종업원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다. 재판에 넘겨진 이 정보원은 최근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당시 언론엔 보도되지 않았다.

블랙요원은
12명까지 둔다

북한 달력이나 서적, 장마당 영상 등은 단둥 등의 북중접경도시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때로 정보기관 측이 푼돈을 미끼로 어렵고 위험한 임무에 이들 민간인을 끌어들여 희생되는 경우도 발견된다. 

가장 유명한 것이 ‘동까모(동상을 까부시는 모임)’에 연루된 전영철씨 사건이다. 지난 2012년 함경북도의 국경도시 회령(북한명칭 김정숙시)에 한 탈북자가 북한 내부 영상 촬영을 목적으로 잠입하려다 체포된 사건이 발생했다. 탈북자 전영철씨가 청진에 사는 친척에게 돈과 카메라를 전달하기 위해 북한주민인 밀수업자 김모씨에게 부탁을 했는데 그 와중에 보위부에 발각되면서 중국서 납치됐다.   
 

당시 전씨는 중국 공안에게 한화 2000만원을 지불하고 다이너마이트 격발기 5개를 구했는데 이 정보가 북한 당국에 들어가 중국 용정시 삼합에서 붙잡혔다. 2012년 7월 조선중앙TV에 출연한 전씨는 남한 정보당국과 <조선일보> 기자의 제안으로 동까모에 참여해 김정숙 동상을 폭파하려고 북한에 잠입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주민들이 남한 종편방송을 시청하는 모습을 촬영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씨를 포함해 관련자 3명이 사형을 당했다. 전씨가 정보당국으로부터 약속 받은 돈은 20만달러였으며, 실제로 착수금조로 800만원을 건네받았다고 한다. 

단둥에서 탈북자들을 돌보던 김모 선교사도 지난 2011년 독극물 중독으로 사망했다. 그는 점심식사를 하고 나오다가 독극물이 든 주사에 찔려 즉사했다. 중국인으로 가장한 허위 여권을 발급받아 신의주로 들어가기 일주일 전이었다.

그가 신의주에 들어가려고 했던 것은 북한 내부 영상을 찍기 위해서였다고 알려졌으나 진위는 알 수 없다. 다만 김 선교사는 북한 지하교회의 예배 모습을 찍은 영상을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상영했다. 이 일로 큰 주목을 받았고 기부도 받았다.

그러나 해당 영상을 본 한 조선족이 “저긴 북한이 아니라 우리 마을”이라고 알리면서 단둥 근처 마을에서 연출된 가짜 영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가 사망하고 검찰은 북한 공작원이 사용하는 브롬화스티그민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의 국정원 보고서를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에 제출해 그의 사망원인을 공식화한 바 있다. 김 선교사의 사망 후 관련 영상들이 정보당국의 요구로 촬영된 것이라는 설이 떠돌았으나 정확한 것은 밝혀진 바가 없다.

최근 <일요시사>가 만난 A씨도 남한 정보당국의 정보원으로 일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대중정권 시절인 1990년대 말, 김씨는 우연한 기회에 같은 탈북자인 김모(67)씨의 소개로 대성공사(국정원의 옛 명칭) 일을 해주게 됐다. 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대성공사와 북한사람을 연결해 주는 안전판”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아는 북한주민 중 고급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사람들을 설득해 대성공사에 연결해 주는 일이었다. 목숨을 걸만큼 위험한 일이었지만 이씨는 이 일을 3년 동안이나 지속했다. 보수에 대한 욕심보다 통일을 앞당기는 데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컸다고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갑작스럽게 모든 연결고리가 끊어졌다. 그는 “자신을 감추는 법, 1분 이상 통화하면 추적 당하는 것, 은어로 말하는 것 등을 대성공사에서 배웠다”고 밝혔다.

현재 유럽에 머무르며 망명신청 중인 탈북자 B씨도 정보당국의 협조 요구를 거절하자, 여러 가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익을 겪으면서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를 잘 아는 한 지인은 “B씨는 한국에서 살 수가 없어서 유럽으로 건너갔다”면서 “탈북자들은 국정원이 시키는 일을 하지 않으면 남한에서 살기가 어렵다”고 귀띔했다. 

목숨 걸고
위험한 일

B씨는 북한에서 소위 말하는 ‘출신성분’이 좋은 엘리트 계급이었다. 그 자신도 핵심기관에서 일했고 친인척들도 중요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요직에 배치돼 있었다. 국정원 측은 B씨에게 지속적으로 북한의 친인척에게 연락해 정보를 달라고 요청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자신의 탈북으로 인해 친인척들이 요직에서 밀려나는 등 곤란을 겪었음을 잘 아는 B씨로서는 그러한 요구에 응할 수 없었다. 그는 웬일인지 각종 수당에서도 배제됐고 한국을 떠나기 위해 신청한 여권도 어렵게 발급 받아 겨우 한국을 떠날 수 있었다.    

탈북자나 조선족 정보원을 거느리는 이들 정보기관의 ‘기강 해이’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인천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 소속 보안경찰 4명이 3박4일 일정으로 단둥으로 출장을 나왔다. <뉴스타파>는 이들이 단둥에서 지낸 3일 내내 KTV(중국식 단란주점)에 갔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이외에도 마사지를 받거나 짝퉁 명품시장을 방문하는 등 수사 이외의 유흥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출장비 내 통역 및 가이드, 렌트 비용 등으로 책정된 400달러를 해당 비용에 지출하지 않고 조선족 가이드를 개인적으로 고용해 50달러를 주고 나머지를 유용했다. 이들을 따라다닌 조선족 정보원에겐 사례도 하지 않고 한국으로 와 버렸다. 정보원의 눈에 이들이 어떻게 보였을 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정보당국이 이들 정보원에게 어렵고 위험한 임무를 맡기고 보수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다는 제보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지난해 탈북자 C씨는 기자에게 “국정원에 정보를 넘겼는데 ‘국가에 봉사한 셈 치라’며 돈을 안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C씨에 의하면, 해당 정보는 원래 일본 언론이 눈독을 들여서 2개의 일간지와 1개의 방송사가 경쟁이 붙어서 가격이 5000만원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그럼에도 외국 언론보다 국가에 먼저 연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 C씨가 국정원에 연결했는데도 국정원 측이 아무런 사례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C씨는 또 “탈북한 지 얼마 안됐을 때 보위부에 들어가 어렵게 구한 고급정보를 국정원에 넘겼는데 60만원을 받았다”면서 “목숨을 걸고 구한 정보인데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탈북자 등 이용하고 나몰라

한 북한전문가에 의하면, 탈북자 D씨가 보위부 내부정보를 국정원에 넘겼으나 D씨 역시 아무런 보수를 받지 못했다. 풀이 죽고 실망한 D씨가 이 북한전문가에게 “당신에게 정보를 넘겼더라면 사례는 받지 못했어도 북한정권의 비리를 폭로하는 데 일조한다는 자부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당국 입장에선 해당 첩보의 가치가 낮다고 판단됐을 수도 있으나 이 북한전문가 입장에선 꼭 구하고 싶은 귀중한 자료였고, 입수했다면 국제사회에 널리 알릴만한 자료였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국정원 측이 높은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국내 방송사 등 언론사에 넘겨 보도될 수 있도록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 해당 방송사는 정보원에게 따로 금품 제공이 아닌 여타의 방식으로 사례를 한다고 알려졌다.  

또 다른 북한전문가는 “국정원 측이 적으나마 사례는 했을 것”이라며 “보수를 안 줬다기보다는 막상 현장에서 공작에 착수했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금액이 더 많이 들어 추가분을 재청구했는데 주지 않은 것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물어다 준
정보로만 보고

이렇듯 정보기관과 탈북자 등이 서로 간의 커넥션이 긴밀한 것이 확인되는 가운데 정보기관이 탈북동포를 길들이고 이용하려고 하기보다 그들이 험한 남한사회에 잘 적응하고 ‘자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원한 북한전문가는 “국정원 일을 해주고 말로가 좋은 사람은 본 일이 없다”며 “북한 내부 영상도 기껏해야 회령, 온성 등의 장마당 정도가 촬영된다. 남한사람들은 아무리 보수를 많이 준다고 해도 이런 일에 나서지 않지만 북한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뛰어든다. 그들에겐 적은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공률은 낮다. 정보기관이 탈북자를 이용하려고 하지 말고 그들이 남한사회에서 자립해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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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