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탈당파 이합집산 액션플랜

총선 막판 ‘백의 연대’ 뜬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새누리당 탈당파 후보들의 생환 작전은 성공할 것인가. 열쇠는 ‘연대’에 있다는 게 많은 정치권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이를 잘 아는 후보들은 ‘수도권’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세를 결집하는 상황. 만약 두 연대가 한 번 더 ‘연대’한다면, 종국으로 치닫는 총선 정국에 막판 대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정치적 생명 연장을 꿈꾸는 탈당파 후보들의 액션플랜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이재오·유승민 등의 새누리당 복당은 총선 후 정치판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그러나 그들은 복당을 언급하기 전 당선이라는 선결과제부터 풀어내야 한다. ‘이합집산’이라는 정치인의 생존 DNA가 발동되는 순간. 20대 국회 입성을 노리는 탈당파 후보들은 이미 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친이명박계(이하 친이계)의 수도권 후보들과 친유승민계(이하 친유계)의 영남권 후보들은 각각의 맹주로 향했다. 더 나아가 정치권은 두 연대의 ‘연대’ 여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수도권 친이계
영남권 친유계

지금까지 새누리당을 떠난 현역의원은 총 11명(강길부·권은희·김태환·류성걸·안상수·유승민·윤상현·이재오·조해진·주호영·진영). 강승규·박승호·임태희 등 현역이 아닌 후보들까지 범위를 넓히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당초 정치권은 이들 탈당파 후보들의 ‘비박 무소속 연대’ 가능성을 높게 봤다.

연대는 더 이상 야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친이계는 발 빠르게 구체적 결사체를 구성해 주목받았다. ‘바른정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하 바른정치)이라는 이름의 해당 연대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권자들에게 활동을 알렸다.

연대에는 과거 MB정부 시절 대통령실장을 지낸 임태희 후보를 비롯해 강승규·조진형 등 국회 재입성을 노리는 사람들은 물론,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안상수 등 현역의원들까지 총 10명이 뜻을 함께 했다.


수도권과 친이계. 정치권은 바른정치의 정체성으로 이 두 가지를 꼽았다. 박승호(경북 포항북), 이철규(강원 동해삼척), 김준환(충북 청주 흥덕) 등 내부인 중 수도권 후보가 아닌 사람도 있지만, 연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재오(서울 은평을), 임태희(경기 성남 분당을), 안상수(인천 중동강화옹진), 강승규(서울 마포갑) 등은 오랜 세월 수도권에서 터를 닦아온 유력 정치인들이다. 더불어 이들 대부분이 MB정부에서 요직을 지냈던 핵심참모들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새로운 결사체는
‘바른정치’ 연대

정의화 국회의장의 합류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바른정치 구성원 중 한 명인 임태희 후보의 선거사무소를 찾은 정 의장은 바른정치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시기상 결성이 있고 난 직후의 행보라서 여러 가지 정치적 해석이 뒤따랐다.

현장에서 사람들과 인사를 마친 정 의장은 단상에 올라 “(새누리)당을 망치는 악랄한 ‘사천’이 근절돼야 한다”며 “여러분의 힘으로 (임 후보와 같은) 훌륭한 후보가 국가를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정 의장은 결성을 알린 바른정치에 대해 “정치를 바로 세우고 당을 정상화하기 위해 의미 있는 일”이라며 “내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지금 새누리당이 보여주는 정체성이라면 나라가 밝지 않다”며 “새로운 정치판을 만들고 싶다. 뜻 맞는 사람끼리 모여 정치결사체를 만들어볼 것”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정치결사체’는 정 의장이 누차 희망한 사항이다. 앞서 정 의장은 지난달 말 남아공 순방과 국제의회연맹(IPU) 총회 참석을 마치고 귀국한 뒤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의 공천은) 공천이 아니라 악랄한 사천이며 비민주적인 정치숙청”이라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모두 날려버리는 조선시대의 ‘사화’와 같은 꼴”이라고 쏘아 붙인 적 있다. 뒤이어 정 의장은 “새로운 정치판을 만들고 싶다”며 “괜찮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정치결사체를 만들어볼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친유계 생환? ‘유’만 남을지도
수도권·영남권, 막판 연대 주목


두 발언의 공통분모는 사천과 정치결사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정 의장이 밝힌 정치결사체가 바로 바른정치가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사천을 언급하며 새누리당 공천을 비판한 일 또한 총선 뒤를 생각한 정치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즉 새누리당 공천의 정당성과 민주성을 지적해 향후 여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결사체를 구성했을 때 새누리당에 비교 우위를 점하겠다는 속내가 아니겠냐는 주장이다. 또한 향후 대권까지 생각하는 정 의장이 일찌감치 우군 확보를 위해 정치적 보폭을 늘려가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임 후보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한다. 캠프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정 의장 방문은) 사전에 약속이 잡힌 것이 아니어서 당시 우리들도 당황했었다”며 “개인적 친분에 의한 방문이었다. 어떤 시나리오가 개입된 부분은 절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선이 목전에 있는 상황에서 보인 국회의장의 행보라는 점에서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호기로운 출발과는 달리 바른정치는 아직 수도권에서 이렇다 할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재오·안상수 등 현역들은 선전하고 있지만, 다른 후보들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문화일보>와 여론조사전문기관 포커스컴퍼니가 지난 4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은평을 후보지지도는 무소속 이재오(30.6%), 국민의당 고연호(20.7%),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강병원(19.2%), 정의당 김제남(7.1%) 후보 순으로 조사됐다(지난 1~2일 서울 은평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500명 대상, 유선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미풍에 그친 효과
새로운 변곡점은?

<중앙일보>와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이 함께 지난 6일 발표한 인천 중동강화옹진 후보지지도를 보면 새누리당 배준영(26.6%) 후보와 무소속 안상수(26.3%) 후보가 0.3포인트 차이로 초 근접전을 벌이고 있으며, 후보단일화에 성공한 정의당 조택상(11.7%), 국민의당 김회창(8.5%) 후보가 뒤를 잇고 있다(지난달 28~30일 인천 중동강화옹진 지역구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유권자 600명 대상, 전화면접조사 진행,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그러나 이들을 제외하고 강승규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민주 노웅래, 새누리당 안대희 후보에게 밀리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임태희 후보 역시 새누리당 전하진 후보를 쫓는 중이다. 바른정치 소속 캠프 관계자 중 한 명은 “(언론에서 얘기하는) 미풍이라는 것은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초 이들의 탈당 러시는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힌 유승민 후보의 탈당과 맞물려 수도권에 적지 않은 돌풍을 예고했었다. 그 돌풍이 사그라들고 있는 지금, 바른정치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카드는 역시 유 후보를 중심으로 한 친유계 무소속연대(이하 친유계연대)와의 연대다. 이는 전체 총선 판에 반향을 불러오기 충분한 이슈로, 부침을 겪고 있는 선거판에 막판 역전을 불러올만하다. 때문에 바른정치는 유승민 후보와 그를 따르는 자들에게 줄곧 러브콜을 보내왔다.

이재오·임태희 ‘바른 정치’ 결성
정의화 “새로운 정치판 만들고파”

바른정치처럼 공식 명칭은 없지만, 대구 동을 유 후보는 류성걸(대구 동갑), 권은희(대구 북갑) 후보와 함께 ‘공동 출정식’을 갖고 뜻을 모았다. 여기에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후보까지 합세한 모습이다.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듯 이들의 정체성은 영남권과 친유계다. 거기에 ‘친박 심판론’이라는 무기를 내세웠다.

아직 친유계연대는 바른정치와 선을 긋고 있다. 유세 직후 유 후보는 바른정치와의 연대 여부를 물어보는 기자들에게 “일단 대구랑 영남권만 주력할 계획”이라며 “수도권(바른정치)과의 연대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거리를 뒀다.


다만 “조해진 후보가 그 분들(이재오·임태희)과 예전부터 정치를 오래 했다. 조 후보를 통해서든 내가 직접 하든, 그 분들과 연락은 (계속) 하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임태희 후보 측 관계자 또한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친유계연대와) 계속 교감을 나누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 진척이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친유계연대 입장에서는 바른정치와 같은 배를 타는 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친이계와 손잡는 그림은 영남권 유권자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 또한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의 연대는 자칫 유권자들에게 ‘야합’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이 유 후보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라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때문에 정치권은 총선 막판에 있을 극적인 연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먼저 류성걸 후보는 새누리당 정종섭 후보와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BS와 여론조사전문기관 TNS가 지난 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류 후보(42.7%)가 정 후보(36.6%)를 6.1%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

‘현장만 가면 1번을 찍는다’는 영남권 투표장 민심을 감안하면 불안한 리드인 게 사실이다(지난 2~5일 대구 동갑 지역구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유권자 502명 대상, 전화면접조사 진행,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목전 다가온 총선
막판 연대 가능성


다른 후보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구 북갑 지역구 지지율에서 권은희 후보는 새누리당 정태옥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오차범위를 벗어났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영남일보>와 대구MBC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지역 유권자 514명을 상대로 조사를 실시하고, 지난 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3%포인트) 정 후보는 49.9%의 지지율을 기록, 권 후보(21.4%)를 28.5%포인트 차로 앞섰다.

조해진 후보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일부터 이틀간 이 지역 유권자 515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지난 4일 공개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3%포인트)에 따르면, 지지율은 새누리당 엄용수(34.3%), 무소속 조해진(24.0%), 무소속 김충근(7.0%), 국민의당 우일식(4.0%), 무소속 이구녕(0.6%) 순으로 나타났다(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유 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유세 현장에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언급했다. 경남 함안군을 방문한 그는 “<조선일보>에서 여론조사가 나왔는데, 조 후보가 조금 뒤졌다. 그런데 오늘(지난 5일) 여론조사에서는 그 사이 (지지율이) 쑥 올라갔다”며 “조 후보가 얼마나 깨끗한지, 얼마나 능력 있고 개혁적인지 알게 되면 함안군민들이 압도적으로 조 후보를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얀 바람’을 예고한 탈당파 후보들. 백의를 입은 그들은 과연 단일 결사체를 만드는 데 성공할 것인가. 유권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열쇠는 새누리당 복당을 제1과제로 삼고 있는 유 후보에게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토론회 불참’ 후보들 속사정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토론회. 그러나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이를 외면하는 후보들이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서울 송파병의 김을동 후보는 지역 선관위에서 개최한 TV 토론에 불참했다. 김 후보 측은 언론을 통해 “총선 수도권선대위원장을 맡고 있어 다른 후보들 지원 일정 때문에 (토론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토론회가 열리는 동안 자신의 지역구 일대에서 선거유세를 벌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됐다.

<전라일보>와 전북CBS <해피데이고창>이 공동 주최해 열린 정읍고창선거구 토론회에서는 무소속 이강수 후보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 그러나 당일 이 후보가 자신의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이 일었다. 이 후보는 “기침이 너무 많이 나와 토론회 참석이 어려웠다”며 “선거운동도 아침 인사정도만 하는 형편”이라고 해명했다.

부산 사하갑의 김척수 후보는 중앙선관위에서 주최한 TV토론이 예정돼 있었으나 불참했다. 사유는 “방송 울렁증이 심하다”는 것이었다. 그 외에 많은 후보들이 건강상 이유, 또는 개인일정을 들어 불참을 선언하고 있다. 때문에 불참 시 과태료 400만원만 내면 되는 기존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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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