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이 보좌진들의 급여를 상납받아 자신의 처조카에게 지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염 의원은 19대국회 등원 이후 보좌진들로부터 1000만원이 넘는 돈을 상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염 의원은 일부 보좌진이 급여 상납을 거부하자 직위를 이용해 해당 보좌진을 괴롭혔다는 새로운 의혹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이 보좌진들의 급여 일부를 매달 상납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렇게 상납받은 돈은 염 의원실 입법보조원으로 등록되어 있던 처조카 A씨에게 급여명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염 의원의 친척이라 정식 보좌진으로 등록을 하지 못하자 이런 편법을 사용한 것이다.
비인격적 대우
염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김모 전 보좌관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김 전 보좌관은 “이번 일이 사실이 아니라면 법적 책임도 지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김 전 보좌관의 주장에 따르면 김 전 보좌관은 150만원, 6급 비서는 30만원, 7급 비서는 20만원을 각출해 매달 A씨에게 총 200만원을 건네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약 6개월간 염 의원실에서 근무했는데 김 전 보좌관이 A씨에게 건네준 돈만 900만원에 달한다.
김 전 보좌관의 주장에 따르면 A씨는 ‘보좌진들이 각출해 자신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미안하고 자존심이 상한다’며 스스로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보좌관은 매달 150만원을 A씨의 통장에 입금한 내역도 이날 공개했다.
하지만 염 의원은 즉각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급여를 상납했다는 김 전 보좌관의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염 의원은 “김 전 보좌관이 사업을 하다 부도가 나서 A씨로부터 돈을 빌렸고,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매달 150만원을 입금했던 것”이라며 “단순한 사적 금전거래 자료를 상납 의혹으로 조작해 폭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보좌관은 “나는 전혀 사업을 한 적이 없다. 당연히 A씨로부터 돈을 빌린 적도 없다”며 “내가 A씨로부터 돈을 빌렸다면 차용증이라든가, 계좌이체 흔적, 입금확인서 등 어떤 증거라도 제시해 달라. 염 의원의 주장은 선거 때까지 어떻게든 이번 일을 무마하기 위해 지어낸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일요시사>는 A씨가 김 전 보좌관에게 돈을 빌려준 증거를 제시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염 의원 측은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일요시사>는 A씨에게도 직접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A씨는 전화를 받았다가 곧바로 끊어버리는 등 사실상 해명을 거부했다.
게다가 염 의원은 A씨가 사직한 이후에도 김 전 보좌관에게 계속 급여를 상납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보좌관은 이번에는 급여 상납을 거부했다.
김 전 보좌관은 “염 의원의 지역구가 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으로 너무 넓다. 지역구 일을 처리하다 보면 한 달에 주유비만 100만원이 넘게 들어간다”며 “지역구 당원 경조사도 챙겨야 하고 이곳저곳 쓸 돈이 많은데 매달 150만원을 상납하면 생활이 어려웠다. 그래서 상납을 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보좌관이 급여 상납을 거부하자 염 의원의 괴롭힘이 시작됐다. 하지만 김 전 보좌관을 곧바로 해고하지는 않았다. 김 전 보좌관이 지역구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지역민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다음해 지방선거도 치러야 하는데 김 전 보좌관이 필요했던 것이다.
매달 태백서 서울로 불러 독대 괴롭힘
보좌진로부터 1000만원 넘게 상납 의혹
김 전 보좌관이 계속 급여를 상납하지 않자 염 의원은 아침 회의를 하겠다며 김 전 보좌관을 매달 한 번씩 의원실로 호출하기 시작했다. 염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은 강원도 태백에 있었는데 서울 여의도 국회 사무실까지 출근하려면 김 전 보좌관은 새벽 4시에 출발해야 했다.
그런데 도착하고 보면 아침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김 전 보좌관은 하루종일 의원회관에서 시간을 때우며 염 의원을 기다려야만 했다. 염 의원은 김 전 보좌관을 호출해놓고는 매번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의원실에 나타났다. 그리고 김 전 보좌관과 독대를 했다. 독대 내용은 의정활동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들이었다.
최근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 모트롤이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에게 벽만 보고 앉아 있게 하는 비인격적인 대우를 해 물의를 일으킨 가운데 염 의원도 김 전 보좌관에게 이와 비슷한 갑질을 한 것이다. 물론 염 의원 측은 전혀 사실무근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펄쩍 뛰었다.
염 의원 측은 “아무리 지역구가 멀어도 일이 있으면 보좌관을 국회로 부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당시 의정활동에 관한 논의를 했고 김 전 보좌관을 괴롭힐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보좌관은 “당시 면담에서 의정활동에 관한 내용은 단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며 “물론 주관적인 느낌이지만 저는 급여 상납을 거부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결국 김 전 보좌관은 아침회의를 계속 나오라고 하면 보좌관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그제서야 염 의원은 김 전 보좌관을 더 이상 국회로 부르지 않았다. 지방선거를 앞둔 중요한 시기에 김 전 보좌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 전 보좌관은 공교롭게도 지방선거가 끝난 후인 2014년 말에 해고됐다. 특히 염 의원은 김 전 보좌관을 해고하면서 퇴직을 준비할 시간도 전혀 주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염 의원 측은 이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전 보좌관을 해고한 것은 급여 상납을 거부했기 때문이 아니라 김 전 보좌관이 보좌관으로 재직하면서 금품을 편취하는 등 각종 비리를 저질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 전 보좌관은 염 의원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염 의원 측은 “김 전 보좌관이 자신의 SNS에 (현재 염 의원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진선 후보 캠프에 참여하겠다고 적었다”며 “4년 전 일을 이제 와서 문제 삼고 나선 것은 김 후보를 돕기 위해 염 의원을 음해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염 의원은 김 전 보좌관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과 선관위에 고발한 상태다.
김 전 보좌관은 “염 의원 같은 사람이 새누리당 공천을 받자 화가 나서 한 말일 뿐 김 후보와 나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며 “4년 만에 이번 일을 문제 삼고 나선 것도 염 의원 같은 사람이 또 국회에 입성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다른 뜻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전 보좌관에 대한 염 의원 측의 비인격적인 대우는 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보좌관의 주장에 따르면 김 전 보좌관은 지난 총선을 치르면서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뇌경색으로 쓰러져 입원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얼굴 일부가 마비되는 등 심각한 상태였는데 염 의원의 한 측근이 ‘병원에서도 전화를 돌리며 선거운동을 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엇갈린 주장
그런 요구에 못 이겨 김 전 보좌관은 실제로 병원에서 전화로 선거운동을 하려고 했지만 담당 의사가 당분간 절대 무리를 하면 안 된다고 만류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보좌관은 “당시 염 의원이 직접 저한테 그런 지시를 내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염 의원밖에 없었다”며 “또 급여 상납 거부 후 면담 과정에서 염 의원이 그때 이야기를 꺼내면서 ‘선거가 코앞인데 그렇게 오래 입원해 있었어야 했냐’며 나를 질책했다”고 주장했다.
염 의원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서도 ‘대꾸할 가치도 없는 악의적인 음해’라며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두 사람의 진실공방은 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지역구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